[이슈&인물] 국회 문턱 넘은 3인의 헌법재판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0.22 10:00:55
  • 호수 11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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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사법기관 드디어 정상화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사법부 최고 기관인 헌법재판소가 한 달 만에 정상화될 조짐이다. 김기영·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인준됐다. 그동안 정치권서 여야간 이견으로 국회 추천 몫이었던, 신임 재판관들에 대한 표결 합의가 늦어졌다. 
 

국회는 지난 17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 몫 재판관 후보자 3명의 선출안을 의결했다. 교섭단체 여야 3개 정당이 각각 추천한 김기영(더불어민주당), 이종석(자유한국당), 이영진(바른미래당) 재판관 후보자의 선출안은 연기식 무기명 투표 결과 모두 가결됐다.

김기영 재판관은 총 238표 가운데 찬성 125표, 반대 111표, 기권 2표를 얻어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다. 이종석 재판관과 이영진 재판관에 대한 찬성표는 각각 201표, 210표였다. 이종석 후보자는 반대 33표, 기권 4표를, 이영진 후보자는 반대 23표, 기권 5표를 각각 얻었다.

재판 심리 올스톱 
한 달 만에 정상화

앞서 여야는 인사청문회를 끝내고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서 선출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인준에 진통을 겪어왔다. 자유한국당이 김기영 재판관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문제 삼으며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면서 사달이 났다. 

자유한국당은 “법원 내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정치적 편향성을 갖는 단체라며 김기영 재판관에게 공정한 헌법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판관 후보자를 서로 교차 지명하기로 내부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나돌면서 자유한국당의 반대는 더욱 거세졌다. 더불어민주당이 김기영 재판관을 선출해주는 대신 김 대법원장이 대표적인 진보성향 법조인인 이석태 재판관을 지명하기로 사전에 약속했다는 의혹이다.

정치적 편향, 내부지명 의혹 제기
여야 진통 끝에 결국 선출안 가결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김기영 재판관이 실제로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더불어민주당과 대법원장이 교차 지명에 사전교감 했는지 등 의혹을 뒷받침할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정치적 공세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헌법재판소 정상화를 위해 선출안 표결을 하기로 합의하면서 사태 해결의 물꼬가 터졌다.

한 달 가까이 이어져온 재판관 ‘6인 비상체제’가 해소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19일부터 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과 서기석·조용호·이선애·이은애·이석태 재판관 등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가운데 7명이 출석해야 회의를 열 수 있다. 그런데 사건 심리에 필요한 재판관 수인 7명을 못 채운 채 한 달간 이어져온 것이다. 그동안 심리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당연히 위헌 여부에 대한 결론도 내릴 수 없다.

낙태, 위안부…
산적한 숙제들


헌법재판소의 중요 사안을 의결하는 재판관회의 구성도 불가능했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회의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7명의 재판관이 출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관련된 내부규칙은 물론 새로 접수된 사건을 누구에게 배당할지에 대한 결정도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헌법재판 사건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 사건과 최저임금제 위헌 여부 사건 등 사회 구성원 간 갈등이 깊은 사건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와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사드(THAAD) 배치 승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박근혜정부서 시행된 각종 행정조치의 위헌 여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엄격한 김기영

김기영 재판관은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판사로 평가받는다. 충남 홍성 출신인 김기영 재판관은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육군 법무관으로 복무한 뒤 1996년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특허법원 판사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지난 2월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를 맡았다. 지식재산권 관련 재판을 오랫동안 맡아 특허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갖춘 판사로 평가받는다.

국가권력 남용에 대해서는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판결을 자주 내렸다. 2015년 9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서 “긴급조치는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기존 대법원 판례를 깨고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014년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맡아 이른바 ‘그루밍 성범죄’(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자행하는 성범죄)에 대한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법원 안팎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법원 내 진보적 성향 판사 모임이라는 평가를 받는 ‘국제인권법연구회’간사를 지냈다. 김 대법원장이 이 단체의 회장을 지낸 바 있다.

2009년 광주지법 부장판사 시절엔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인 신영철 전 대법관의 이른바 ‘촛불재판 개입 의혹’을 폭로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이 같은 이력이 알려지면서 인사청문회 과정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정치적 편향성’이 의심된다며 헌법재판관 임명을 반대하고 나섰다.

김기영 재판관은 청문회서 세 차례의 위장전입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두 자녀의 사립 초등학교 추첨을 위한 것으로, 아내가 했던 일이지만 제가 잘 살피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사과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 아내의 위장 취업 의혹에 대해서도 “아내가 혼자 재산 관리도 하고 교육 문제도 해결했다”고 답변했다. 김기영 재판관 가족은 총 세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 충남 논산에 거주하던 2001년 12월과 대전에 살던 2005년 12월 각각 아들과 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서울 종로구와 양천구로 위장전입했다. 


2006년 1월의 경우엔 부동산 투기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당시 다른 가족은 경북 구미에 있는 김기영 재판관 처가 거주했는데, 아내만 1년 넘게 일산 신도시에 전입해 있었다. 문재인정부의 ‘고위 공직 배제 7대 원칙’ 중 위장전입은 2005년 7월 이후를 기준으로 한다. 

김 후보자는 이 기준을 두 차례 위반한 셈이다. 그는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했다.

야당은 김기영 재판관의 아내가 2013년부터 약 5년간 어머니 회사서 급여 명목으로 총 3억8000만원을 받은 것에 대해 위장취업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은 “상근도 아닌데 이사로 등재해 월급만 받았던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기영 재판관은 “국민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유념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도덕교사 이종석

이종석 재판관은 법원 내에서 ‘도덕교사’로 불릴 정도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북 칠곡 출신인 이 내정자는 대구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3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9년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 대구지법 부장판사, 대전·서울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원장 등을 지냈다.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원칙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워 판결을 내렸다. 이런 성품 덕분에 헌법재판서도 소신에 따른 결정을 내리지 않겠냐는 평을 듣는다. 원칙론자로 꼽히면서도 다양한 재판업무 경험을 토대로 현대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대변하고 조화시켜 사회통합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2년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동양그룹, 웅진그룹, STX그룹 등 굵직한 기업 회생사건을 맡아 다양하고 복합적인 채권자들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회생절차를 효과적으로 이끌었다.

당시 기업회생절차를 간소화하고 채권단 의견을 반영해 단기간 내에 회생절차 졸업을 유도하는 '패스트트랙 절차'를 처음으로 도입해 기업회생 절차를 효율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14년 MBC가 사측에 비판적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낸 전보발령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듬해 10월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전보발령효력정지 가처분’ 항고심서 기각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종석 재판관은 인사청문회서 “이후 본안재판서 다른 판결이 확정됐기 때문에 기각 판단은 잘못됐다고 판단된다”며 유감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종석 재판관은 청문회 과정서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키코(KIKO)에 관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고법 부장판사였던 2011년 5월 중장비 제조수출업체인 수산중공업이 “부당한 키코계약으로 입은 손해를 물어내라”며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서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는 키코분쟁에 대한 항소심 첫 판단이었다. 

최근에 키코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에 정부 운영 협력 사례로 언급돼 재판거래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행정처는 ‘상고법원을 위한 BH설득방안’으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음”이라며 특정 판결들을 기재했다. 이 중 키코 사건은 이 후보자가 한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례가 적혀 있다. 

이종석 재판관은 “(판결 당시) 재판거래 의혹이 전혀 없는 시점이고 사건 처리와 관련해 어느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한 적 없다”며 “순수하게 민사사건 원칙과 법리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고 결론을 도출하는 데 다른 고려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이종석 재판관은 1982∼1996년까지 위장 전입을 5차례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헌법통 이영진

이영진 재판관은 법원 내에서 ‘자타공인’으로 국민 기본권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충남 홍성 출신인 이영진 재판관은 서울 남강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한 후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청주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과 전주지법·수원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2009년 법원을 떠나 2년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1년 판사로 재임용된 뒤에는 사법연수원 교수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헌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해 법원 내에서는 ‘헌법통’으로 불린다. ‘헌법상 의회의 대정부견제권’과 ‘헌법상 영토·통일조항의 개정논의와 남북특수관계론’ 등 다수의 헌법 관련 논문을 저술했다. 

2015년 부산고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경남지방변호사회가 선정하는 우수법관으로 뽑혔고, 법원 내 ‘솔로몬 문학회’ 회장도 맡아 문학에도 조예가 깊다.

그는 각종 시국사건서 헌법상 보장된 국민 기본권을 국가권력보다 우선시하는 다수의 판결을 내려 기본권보장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불어 각종 재판 심리 때나 판결문 작성 시 헌법적 가치와 기본권보장을 중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8월에는 ‘긴급조치 9호’ 혐의로 징역형을 살았던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의 재심서 40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1975년 징역 12년의 판결이 확정된 김승효씨의 재심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의 삶을 그린 영화 <자백>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영진 재판관을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한 바른미래당은 “헌법의 이론과 실무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25년간 법조인으로서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앞장서왔다”고 추천 사유를 밝히기도 했다.

인사 청문회서 이영진 재판관의 ‘편법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2009년 법관직을 그만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임명된 후 2011년 법관으로 재임용됐다. 이에 대해 이영진 재판관은 “2009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서 법사위 전문위원을 외부직으로 뽑는다며 제게 의향을 물었고, 전문위원 임기를 마친 후 다시 채용하는 절차를 거쳐 법관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의견 교감을 받고 국회로 갔다”고 밝혔다.

6인 체제 끝내고 9인 완성 
‘마비’ 헌법재판소 재가동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이영진 재판관이 현직 법관 신분을 유지한 채로 전문위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우회적인 방법을 썼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재판관은 2009년 수원지법 부장판사 시절 법관직을 그만두고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으로 임명된 후 2011년 임기를 마치고 곧바로 법관으로 재임용돼 사법연수원 교수로 근무했다.

이영진 재판관은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서는 도덕성과 관련된 의혹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다른 정당서도 이영진 재판관을 반대하자는 의견은 없었다. 당시 바른미래당은 이영진 재판관 한 명이라도 청문회를 통과시키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의 반대로 이루지 못했다. 


<cmp@ilyosisa.co.kr>

 

[김기영]

▲충남 홍성 ▲홍성고-서울대 법대 ▲인천지법 판사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 ▲특허법원 판사 ▲광주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이종석]

▲경북 칠곡 ▲대구 경북고-서울대 법대 ▲인천지법 판사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 ▲대구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전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원장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이영진]

▲충남 홍성 ▲남강고-성균관대 법대 ▲청주지법 판사 ▲법원행정처 사법제도연구담당 판사·사법정책담당관 ▲서울고법 판사 ▲전주지법 부장판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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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