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자한당 헤집을’ 칼잡이 7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0.16 09:40:17
  • 호수 11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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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 들고 눈엣가시 도려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조직강화특별위원(이하 조강특위)으로 인적 쇄신에 승부를 걸었다. 보수 논객으로 방송서 이름을 날린 전원책 전 변호사가 위원으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이 외에도 법조인·언론인 등 외부인사 4인을 영입했다. 조강특위 위원장을 비롯해 당연직 3명과 외부인사 4인이 칼자루를 쥐게 됐다. 
 

인선난을 겪었던 자유한국당 조강특위의 진용이 갖춰졌다. 이르면 연말까지 전국 253곳 당협위원회 교체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조강특위와 함께 당무감사도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어서 물갈이를 앞둔 한국당 내부의 긴장감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11일 한국당에 따르면 조강특위는 위원장인 김용태 사무총장을 비롯해 김석기 전략기획부총장, 김성원 조직부총장 등 당연직 3명과 전원책·전주혜 변호사, 이진곤 전 <국민일보> 주필, 강성주 전 포항 MBC사장 등 외부인사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선봉 선 
전원책

전원책 변호사의 조강특위 영입은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전 변호사는 화려한 언변과 확실한 보수 이미지로 유명한 인물이다. 각종 TV프로그램서도 개혁성 있는 보수논객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인사다.

특히 박근혜정권 당시 보수논객임에도 맹목적으로 보수편을 들지 않고 ‘비판적 보수’를 추구했다. 보수의 잘못된 부분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지적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질 당시 전 변호사는 JTBC 시사프로그램 <썰전>서 “이건 최순실 게이트이자 박근혜 게이트”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딱 넉 자다. ‘올 단두대’”라고 말했다. 


맹목적인 보수가 아니라 ‘비판적 보수’라는 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홍준표 전 대표를 향해 ‘통렬한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해 6월, 홍 전 대표가 미국으로 건너가 SNS 정치를 한다고 비판한 전 변호사는 “정식으로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며 “여러분 그동안 너무 고마웠다는 한마디 하고 집에 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 변호사는 최근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김 사무총장의 거듭된 설득 끝에 조강특위 제안을 받아들였다. 전 변호사는 김 사무총장이 당연직 위원장인 조강특위를 사실상 자신이 전권을 갖고 이끌어가겠다는 조건을 걸고 참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전 변호사는 지난 1일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욕을 먹더라도 칼자루가 있으니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은 이제 전례 없는 인사 권한도 갖게 됐다. 한국당의 인적 쇄신 규모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전 위원은 “한 명을 잘라도 온 국민이 박수칠 수 있고, 반대로 60명을 잘라도 지탄받을 수 있지만 혁신은 꼭 해야 한다”며 굳은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조강특위 앞세워 인적 쇄신에 승부
당연직 3명과 외부인사 4인 칼자루

그러나 당 안팎에선 인적 쇄신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많다. “온실 속 화초 같다” “열정이 없다” “공부를 더 해야 한다” 등 전 변호사의 쓴소리에 대해 벌써부터 당내 반발 기류마저 보이고 있다.

또 “근본적인 인적 쇄신을 하기에는 다음 선거(21대 총선)가 너무 많이 남았다”는 비관적인 전망들도 나온다. 비대위는 당협위원장 1년 임기제를 실시하기 위해 지난 1일 자로 231개 당협위원장 일괄 사퇴를 받아냈다. 


하지만 총선이 1년 6개월가량 남았기 때문에 비대위의 인적 쇄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역 의원을 당장 교체할 물리적인 방법이 없다.

당협위원장 박탈만으로도 당내 반발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친박(친 박근혜)계는 조강특위의 인적 쇄신이 김성태 원내대표나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복당파의 당권 장악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전 변호사는 1955년 1월8일, 울산서 태어났다. 울산 대현국민학교를 나왔고 훗날 부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9년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법률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제2회 백만원고료 한국문학신인상을 연작시 ‘동해단장(東海斷章)’으로 수상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1980년 제4회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1981년부터 육군 장기 복무 군법무관으로 10년 6개월을 복무해서 육군 중령으로 전역했다. 사법고시·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아니지만, 당시는 군법무관 시험에 합격하고 10년6개월의 복무기간을 채우면 사시 출신과 마찬가지로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었다. 

이 임용시험 제도는 2005년 합격한 19기를 마지막으로 2007년에 공식 폐지됐다. 

복당파 김용태

3선 김용태 사무총장은 조강특위 위원장으로 김 비대위원장의 복심이다. 지난 7월18일 김 비대위원장은 김 사무총장을 인선했다.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서 패배한 뒤 당시 원내대표였던 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김 사무총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인준을 추진했지만, 친박계 집단반발로 전국위 성원 자체가 되지 않아 강제 사퇴했을 만큼 친박과 불편하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 농단과 탄핵 정국서 남경필 전 경기지사와 함께 새누리당을 선도 탈당하기도 했다.

특히 사무총장은 당 살림살이 총괄은 물론, 당협위원장 심사와 교체 시 가동되는 조직강화특별위원장을 당연직으로 맡게 되는 핵심 당직이다. 

한국당 지방조직운영규정 제30조5항은 ‘효율적이고 공정한 조직위원장 공고 및 선정절차 진행을 위해 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의 협의를 거쳐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전략기획부총장 및 조직부총장을 당연직으로 하는 7인 이내의 조강특위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당시 김 사무총장 임명 배경으로 “저와 생각이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 정치의 모순이 국가주도주의, 대중영합주의, 패권주의라고 생각하는 것에 있어 저와(김 사무총장이) 같은 생각”이라며 “제가 가진 기본적 방향이나 철학에 맞춰 당 조직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부탁드렸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1968년, 대전 선화동서 태어났다. 대전중앙국민학교, 대전한밭중학교, 대전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디지털방송 소프트웨어 기술회사인 (주)알티캐스트 이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기획위원,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객원연구원, 중앙일보 전략기획실 기획위원을 거쳤다.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출 전당대회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대통령 선거 직후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을 거쳤다.

용산참사 김석기

3선 의원 한국당 김석기 의원이 당연직으로 조강특위 위원으로 임명됐다. 현재 한국당 전략기획 부총장을 맡고 있다. 

1954년 경상북도 경주군(현 경주시)서 태어났다. 경주계림초등학교, 경주중학교, 대구 대륜고등학교, 영남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경찰간부후보생 제 27기로서 경위로 임관했다. 1999년 서울 방범지도과장 시절에는 경찰의 마스코트인 ‘포돌이’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노무현정부 때 경북지방경찰청장, 대구지방경찰청장, 경찰종합학교장을 역임했다. 이명박정부 초기인 2008년 경찰청 차장,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역임하다가 2009년 1월 용산 참사의 책임을 지고 경질됐다. 

2009년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로 임명, 2011년엔 주 일본 오사카 총영사관 총영사를 거쳤으며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지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서 현역 국회의원 정수성을 공천으로 제치고 새누리당 후보로 경북 경주시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스피커 김성원

한국당 김성원 의원도 조강특위 위원이다. 현재 한국당 전략기획총장과 대변인을 맡고 있다. 
1973년 경기도 양주군 동두천읍서 태어났다. 6학년까지 동두천초등학교를 다녔으며, 고려대학교서 학사부터 박사 학위를 땄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서 새누리당 후보로 경기도 동두천시-연천군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경기 북부 분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원 중 한 명으로 자유한국당 동두천시-연천군 당협위원장이었다. 지난달 당 쇄신을 바라는 마음으로 지도부의 권유나 압박이 아닌 자발적으로 사퇴했다. 

언론인 이진곤

이진곤 전 <국민일보> 논설고문이 조강특위 외부위원 명단에 올랐다. 경북 경주 출신인 이 전 고문은 경주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부산일보>서 기자생활을 했다. 

보수논객, 언론·법조인…
당 내부 기대·우려 교차

이후 <국민일보>로 옮겨 논설위원, 수석논설위원, 논설위원실장, 주필을 거쳐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논설고문을 맡았다. 2007년 2월에서 2009년 1월까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을, 2008년부터 올해 2월까지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를 지냈다. 2016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전력이 있다.

MBC 강성주

강성주 전 포항 MBC사장도 언론인으로서 조강특위 위원에 합류했다. 1952년생으로 경북 안동 출신인 강 전 사장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MBC에 입사했다. 그는 보도국 기자를 시작으로 경제부, 국제부 부장, 콘테츠기획팀 국장, 보도국 국장, 논설위원을 지냈다.  
 

특히 강 전 사장은 2005년 1월 보도국장 재임 당시 ‘구찌 핸드백 사건’으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구찌백 사건은 당시 보도국장이었던 강 전 사장과 MBC 보도제작 프로그램 <신강균의 사실은> 프로그램의 제작 담당자들이 SBS의 모기업인 태영건설 측 변모 부회장으로부터 저녁식사를 대접받는 자리서 명품 핸드백을 받은 사건이다.

 MBC는 2005년 1월 7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해 9월 국외송출업체 브로커 홍모씨로부터 취재 대가로 금품 로비를 받은 혐의까지 추가돼 회사로부터 해고 처분을 받자 징계무효확인소송을 낸 바 있다. 브로커 홍씨 로비 사건과 관련해서는 2006년 4월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강 전 사장은 홍씨 사건으로 해고당했다. 2006년 12월 19일 MBC 논설위원실 소속으로 복직했다. 이후 2010년 3월 포항 MBC 사장을 지냈다.  

판사 출신 전주혜

여성 판사 출신인 전주혜 변호사도 조강특위 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전 변호사는 1989년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거쳐 1992년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이후 광주지방법원, 수원지방법원, 서울동부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서 부장판사로 근무했다. 이후 법원을 나와 변호사로 일했다.

전 변호사는 현직 여성판사가 최초로 작성한 책인 <사법연수원 비밀강의>(2011)의 저자기도 하며 <버텨라, 언니들>(2016)이라는 책도 펴냈다. 

2015년부터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고, 2016년부터는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을 역임 중이다. 2016년 여성가족부 청년여성멘토링 대표멘토로 위촉되기도 했다.  

전 변호사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한 바 있으며 2016년 새누리당 윤리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현재는 법무법인 태평양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다수의 기업관련 민·형사 사건을 수행하고 있고, 최근에는 유해성물질로 인한 환경이슈에 대해서도 기업자문을 하고 있다.

조강특위의 향후 행보에 관심을 모으는 것은 전 변호사가 당초 요구한 ‘전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여부다. 전 변호사는 위원 수락 조건으로 외부위원 인사권은 물론 향후 특위 논의 등에서 당연직 3명을 사실상 배제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인적 쇄신에 대한 당내 반발, 쇄신 방식·타깃·명분 등을 둘러싼 당안팎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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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