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기무사 요원들 재취업 루트 추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0.01 10:16:20
  • 호수 11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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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군인이 주류회사 CEO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요원들은 퇴직 후 어떻게 살까. 최근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출신들이 지난 10년 간 퇴직 후 방산업체에 재취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기무사 요원들이 재취업하는 기업은 다양했다. 주류업체 CEO가 된 요원도 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국방부 기무사령부 취업심사 현황’을 토대로 퇴직 후 기무사 요원들의 행적을 살펴봤다. 
 

지난달 22일, 기무사 요원들이 무기 도입 사업 관련 정보를 수집한 뒤 방산업체에 재취업한 전직 요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간 대령급 이상 기무사 간부 24명이 인사혁신처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를 통과해 방산업체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소·중령 제외
2명은 불통과

10년 간 기무사령부 취업심사 현황에 따르면 인사혁신처의 취업심사를 받은 기무사 요원은 총 26명이었다. ▲소장 3명 ▲준장 9명 ▲대령 12명 ▲군무원 2급 2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기업 임원으로 재취업한 기무사 요원들의 신상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대부분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상장 기업 중 대표이사·전무이사·감사 등으로 재직했던 기무사 요원들의 신상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기무사 요원들이 가장 많이 취업한 곳은 단연 방산업체였다. 26명 중 10명이 방산업체나 단체에 취업심사를 받았다. 이중 8명이 재취업에 성공했으며, 2명은 취업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2월 퇴직한 기무사 이모 전 육군 준장은 2009년 3월 휴니드테크놀러지스에 방산사업본부 부본부장(전무이사)으로 재취업했다. 이 기업은 군 통신 분야와 원격무선폭파 기술을 개발한다. 2010년 연말에 휴니드테크놀러지스를 사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 준장은 기무사에서 기무사부대장과 기무사처장을 지냈던 인사다. 

2015년 12월 퇴직한 기무사 장모 전 공군 준장은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본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이 협회는 군 항공을 비롯해 항공·우주 산업을 육성한다. 장 전 준장은 2016년 3월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지난해 기무사 출신 장군과 대령 22인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선언했을 당시 장 전 준장도 함께했다. 

국방부 기무사령부 취업심사 문건 입수
10년 간 26명 통과…8명은 방산업체로

이 외에 기무사 요원들이 취업한 방산업체는 한국항공우주산업(육군 대령 보안팀장 취업), 삼성탈레스(육군 대령·상근고문 취업), LIG넥스원 연구소(해군 대령·전문위원 취업), 우리별(육군 대령·고문 취업), 공우이엔씨(육군 대령·감사 취업) 등이다. 

취업 제한을 받은 방산업체는 LIG넥스원(육군 준장·고문)과 현대로템(육군 소장·감사)이다. 취업심사에 통과했지만, 막판 인사에서 엎어진 기무사 요원도 있다. 

2015년 12월 퇴직한 이모 전 육군 준장은 인사혁신처의 취업 심사에 통과해 국방기술품질원 원장으로 유력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캠프 출신이었던 이창희 전 육군 대령이 임명되면서 이 전 준장은 재취업에 실패했다. 
 


기무사 요원들의 방산업체 재취업 문제를 지적한 안 의원은 “현직 기무사 요원들이 수집한 정보를 방산업체에 재취업한 전직 기무사 요원들에게 제공하고, 자신들도 퇴직 시 방산업체에 재취업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련자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방산업체 외에도 기무사 요원들은 건설·항공·보안·반도체 등 다양한 기업으로 재취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하고 
어디 가나

대부분 고문·전문위원 직책으로 재취업했다. 기무사 요원을 고문으로 채용한 기업은 오디오업체 인켈(육군 소장), 보안업체 에스원(육군 대령), 식품업체 한국야쿠르트(육군 소장), 섬유업체 엔티피아(육군 준장), 건설업체 대림산업(육군 준장)이다.

상장사 주류업체 감사로 취업해 CEO까지 된 기무사 요원도 있다. 2010년 12월 기무사에서 퇴직한 강민철 전 해군 준장은 2011년 3월 경남지역 소주 업체인 ‘무학’의 감사로 재취업했다.

강 전 준장은 그 다음해 무학 오너인 최재호 전 회장과 공동 대표이사로 등재된 뒤 2013년 최 전 회장이 경영 일선서 물러나면서 무학의 경영을 총괄했다. 이후 약 6년 간 무학 대표이사로 근무하다 올해 3월 고문으로 물러났다. 

강 전 준장도 지난해 기무사 출신 장군과 대령 22인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선언 했을 때 동참했다. 

기무사 출신의 군무원이 반도체 기업의 감사로도 재취업했다. 반도체 기업인 에이티세미콘은 2015년 6월 기무사에서 퇴직한 군무원 2급 출신 조모씨를 2016년 12월부터 상근 감사로 선임했다. 임기는 2019년 3월까지다. 군무원 2급은 대령에 준한다. 

각양각색 
제2의 인생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씨는 기무사에 있을 당시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여의도연구원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일각에서는 조씨가 예비역 준장·대령 출신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 전직 공군 중령 출신은 “군무원 1∼2급 대부분은 진급을 못했거나 부득여하기 전역한 예비역 준장·대령을 위한 자리”고 귀띔했다. 

대기업의 비상기획관으로도 기무사 요원들이 채용됐다. 현대건설(2011년 11월 해군 대령 취업), 한화케미칼(2015년 5월 공군 대령 취업), 태영건설(2015년10월 해병 대령 취업)은 대령급 기무사 출신을 비상계획관으로 채용했다. 

비상계획관은 국가서 지정한 기업 및 기관서 전시업무 수행과 직장민방위대 및 예비군 업무 협조·조정에 관한 일을 한다. 하지만 그동안 비상계획관은 ‘퇴역 군인들의 낙하산 자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퇴직하자마자 두 개 기업의 이사가 될 뻔(?)한 요원도 있다. 2015년 1월 기무사에서 퇴직한 김모 육군 대령은 같은 해 2월 철강 플랜트 기업 SAC에 임기는 3년으로 전무이사에 선임됐다.  

무학 강민철 전 대표 기무사 출신 
반도체, 철강, 항공, 식품 회사로

그 다음 달 또 다른 철강 기업인 화인베스트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김 전 대령은 주주총회서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사퇴했다. 김 전 대령은 육군 3사관한교 출신으로 기무사 보안처장과 기무학교장을 지냈다. 

이 외에도 항공사 대한항공(육군 대령·보안팀장 취업), 시설유지 관리업체 맥서브(군무원 2급·차량관리원), 외국계 콘크리트 기업 씨카코리아(공군 대령·부사장), 통신장비업체 다산네트웍스(해군 준장·부사장) 등 다양한 직책으로 기무사 요원들이 재취업했다.   

일각에서는 10년 간 취업심사를 받은 기무사 요원들(26명)이 생각보다 적다는 의구심이 나온다. 이는 중령·소령이 취업 심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규백 의원실의 한 비서관은 “인사혁신처 취업심사 대상은 대령 이상부터다. 기무사 출신 중령·소령 중에서도 방산업체와 대기업의 실무자급으로 재취업 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 내부에서 기무병과는 승진이 어려운 보직 중 하나다. 가장 많이 올라갈 수 있는 게 소장까지다. 10년 간 취업심사를 받는 인원이 적은 건 그만큼 승진하는 인원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감 노리고
방산 커넥션?

인사혁신처는 퇴직한 중령·소령도 보직에 따라 취업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예비역이 된 중령·소령 경우 취업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부서에 따라 취업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소속된 부서에 따라 급수에 상관없이 재산공개 대상이 된다. 재산공개 대상자는 퇴직 후 취업심사 대상이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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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