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망가지는 신동들

천재 소리 듣다가 어느 날 ‘범재’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천재의 사전적 의미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 또는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워낙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진짜 천재’에 관심을 쏟는다. 어릴 때부터 천재라 불린 사람들은 그런 열띤 기대 속에 성장한다. 하지만 천재의 삶이 늘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천재의 등장은 늘 이슈가 된다. 공부를 탁월하게 잘하는 천재의 경우 공부법과 부모의 교육법이 유행한다. 예체능 분야서 특출한 재능의 소유자가 나오면 그쪽으로 관심이 쏠린다. 천재의 일거수일투족은 관심의 대상이 된다. 사람들은 천재로 불리는 이들에게 동경, 선망, 기대, 시기, 질투 등의 감정을 품는다.

그들에 대한
기대와 실망

최근 ‘천재소년’으로 불렸던 송유근 군이 올해 말 현역으로 군에 입대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송군이 지난 6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졸업을 위한 박사학위 논문 최종 심사에 불합격한 것을 군입대의 이유로 들고 있다. 

<중앙일보>는 UST 관계자가 “송유근이 블랙홀을 주제로 한 박사학위 논문 발표서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는 등 기본적인 것을 갖추지 못해 심사서 불합격 처리됐다”고 보도했다.

송군의 아버지는 이 같은 상황에 반발하고 있다. 


그는 “2015년 논문 표절 논란 이후 지도교수도 없이 블랙홀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지난해 6월 영국의 <천체물리학저널(Astrophysical Journal, ApJ)>에 논문을 실었다”며 “외국 과학자와 함께 연구하고 저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는데도 불구하고 불합격 처리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주장했다.

사실 송군에겐 현역 입대 말고도 여러 갈래의 군복무 방법이 있다. 다른 박사과정을 밟거나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대체복무제도인 전문연구요원에 지원할 수도 있다. 

병역법에는 석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한 사람(석사학위 및 박사학위 과정이 통합된 과정을 수료한 사람을 포함한다)은 병역지정업체로 선정된 연구기관에 복무할 수 있다고 돼있다.

송군은 석·박사 통합과정에 있다. 논문 심사의 불합격 처리로 제때 졸업을 하지 못하더라도 통합과정을 수료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전문연구요원으로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다. 또 다른 대학원에 진학하면 학업을 이유로 최대 28세까지 병역을 연기할 수 있다.

송군은 예전부터 현역 입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왔다. 지난 2015년 인터뷰서 송군은 “군대에 꼭 가고 싶다”며 “(군대는) 대한민국서 태어난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의무이기도 하지만 군대에 가서 여러 가지 훈련도 해보고 싶다. 물론 힘들겠지만 인간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송군이 현역 입대를 선택한 것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많은 관심 속에 숱한 부침을 겪으면서 지친 심신에 일종의 휴식을 주려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송군은 8세에 대학에 입학하면서 ‘천재소년’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2004년 만 6세의 나이로 정보처리기능사 시험서 역대 최연소로 합격했다. 이후 2005년 5월 최연소 고입,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그해 10월 인하대 2학기 수시 ‘21세기 글로벌리더 전형’ 특이경력 분야로 자연과학대학 자연계열에 지원, 2006년 최연소 합격자가 됐다.
 


그러나 2년 뒤인 2008년 송군은 돌연 인하대를 자퇴했다. 당시 송군의 어머니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유근이가 1학년을 마치던 2006년 말부터 ‘반복되는 강의실 교육이 재미없다’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밤새 실험하고 연구해서 과학자가 되고 싶은데 대학 수업은 그렇지 않다더라”고 덧붙였다.

어릴 때부터
과도한 관심

이후 송군이 만 11세의 나이로 UST에 입학, 최연소 석사과정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13세에는 최연소 박사학위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논문 표절 논란이 두 차례에 걸쳐 불거지면서 부침이 시작됐다. 

해당 논란은 송군의 경력에 큰 타격을 입혔다.

2015년 11월 송군이 국제학술지 <ApJ>에 발표한 블랙홀 논문에 대한 표절 의혹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송군의 논문이 지도교수인 박석재 한국천문위원회 연구위원의 2002년 학술대회 발표자료와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당시 박 교수는 “유근이 논문과 제 발표자료는 많은 부분이 같거나 유사해 일반인은 표절로 의심할 수 있다”며 “하지만 유근이가 유도해낸 편미분 방정식 부분은 이 논문의 핵심이고 학문적 성과”라고 주장,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천재소년 송유근 숱한 논란의 중심
부모의 과욕과 지나친 관심의 결말?

그러나 <ApJ>의 조치는 달랐다. 미 저널은 같은 해 11월24일(현지시각) 송군의 논문을 게재 철회했다. 저널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라고 확인해준 셈이다. 송군과 박 연구위원이 공동저자로 참여해 제출한 논문에 2002년 박 연구위원의 학술대회 발표자료의 많은 부분이 그대로 사용됐지만 인용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

논문 표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당시 송군의 박사학위 취득도 물 건너갔다. UST는 박사학위 논문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졸업자격 요건으로 제1저자로 참여한 논문 1편 이상을 SCI급 저널에 발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논문 게재가 철회되면서 자격 미달로 졸업자격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송군은 논문 표절 논란으로 징계를 받았다. UST는 대학위원회를 열어 송군에게 2주 근신과 반성문 작성 징계를 결정했다. 지도교수인 박 연구위원은 해임조치됐다. 

일각에서는 박 연구위원에 대한 조치가 가혹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지만 UST는 “논문표절 등 연구 윤리 위반은 연구자로서, 학자로서 중대한 잘못으로 보고 엄정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6년 송군의 새 논문은 또 다시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학술지에 투고하기 전 아카이브에 올린 논문이 문제가 됐다. 논란이 불거진 논문에는 우주 초기 퍼져 나간 중력파가 방향에 따라 세기가 달리지는 것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에도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들이었다. 이들은 송군의 논문이 조용승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2011년 논문과 많은 부분이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가 공저자에 없으니 표절이라는 주장이다. 

아카이브 자체 검사 시스템에서도 두 논문의 글이 매우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논문에 이름을 같이 올린 박 연구위원은 “절대 아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겠느냐”며 표절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또 표절 대상으로 지목된 조 교수는 원래 공저자였지만 (조 교수가)굳이 필요 없다고 해서 뺐다고 해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긴 해명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지도교수 없이 연구를 계속해왔던 송군은 끝내 UST서 박사학위를 받지 못하고 ‘수료’ 상태로 학교를 떠나게 됐다. 
 

정현철 카이스트 영재교육원 부원장은 <중앙일보>에 “유근이는 뛰어나긴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의 주목과 지나친 기대를 받은 것이 독이 된 것 같다”며 “지금 새로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은 나이니, 대학이나 대학원에 들어가 천천히 공부해도 얼마든지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군보다 더 똑똑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웅용 신한대학교 교수는 어린 시절 천재로 주목받은 이후 혹독한 유명세를 치렀다. 

최근에는 방송 출연 등으로 가끔 얼굴을 비추는 정도지만 과거 대단한 관심을 받았다. 그의 이름 앞에는 ‘실패한 천재’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천재로 불릴 만큼 똑똑했던 그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성공하지 못해 붙은 말이다.

IQ210, 5세 때 4개 국어 통달, 6세 때 일본 후지TV에 출연 미적분 풀이, 8세 때 미국 항공우주국(NASA) 초청으로 유학 등 세간에 알려진 김 교수의 어린 시절은 화려하다. 김 교수의 과거 행적이 거짓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김 교수에 대한 관심은 전국구였다고 한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보도될 정도였다.

김 교수에 따르면 그는 나사에서 일하다 홀로 하는 외국생활에 지쳐 8년 만에 귀국했다. 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정말 외로웠다. 아무도 나와 친구가 되어주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초·중·고를 검정고시로 통과하고 충북대에 입학했다. 이후 평범한 대학생활을 보냈다.

성과 압박에
멍드는 아이

언론은 김 교수가 주장하는 화려한 과거 이력에 비해 빛을 보지 못한 그의 삶을 두고 ‘실패한 천재’라고 혹평했다. 잘못된 영재교육의 폐단으로 김 교수를 지목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서 “실패한 인생이 아닌데 실패자로 취급해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모든 걸 다 내려놓자’고 하니 지금은 마음이 아주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측근들의 과욕과 지나친 관심이 천재들을 망가뜨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어린 나이에 대단한 업적을 이뤄야 한다는 측근의 욕심이 되레 아이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송군의 논문 표절 논란에 대해 지도교수였던 박 연구위원이 “유근이가 하루 빨리 조금 더 넓은 무대서 능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마음에 서두른 측면도 없지 않다”고 말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측근에 휘둘려 정신병까지
한국 못 품어 해외로 나가

송군이 겪은 공기정화기 논란 역시 측근의 지나친 욕심으로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2005년 송군의 아버지는 오명 당시 과학기술부총리 앞에서 송군이 발명했다는 공기정화시스템을 시연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송군의 아버지는 이 물건에 대해 “유근이가 만든 공기정화기가 몇 개월 안에 상용화되면 나라가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송군이 개발했다던 해당 공기정화기는 한 중소기업서 빌려온 제품으로 확인됐다. 해당 중소기업 관계자는 송군의 아버지가 회사에 찾아와 연구원들이 만들어 놓은 장비를 빌려갔다고 밝혔다. 

이에 송군의 아버지는 “대규모 기자회견은 처음이어서 분위기에 휩쓸려 장비에 대해 잘못 표현한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해명한 바 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알려진 유진박씨는 전 매니저의 감금, 폭행 등의 행위로 망가졌다가 최근에서야 조금씩 회복 중이다. 

박씨는 3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8세 때 전액 장학금을 받고 줄리어드 예비학교에 입학할 만큼 천재적인 음악성을 드러냈다. 이후 줄리어드 음악원에 입학하고 여러 음악대회서 우승하는 등 탄탄한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 2009년 박씨의 감금, 학대설이 터져 나왔다. 박씨가 소규모 행사장과 유흥업소 등을 전전하면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소속사에 의해 착복과 착취를 당하는 것은 물론 맞기까지 했다는 루머가 떠돌았다. 

또 오랜 감금 생활로 박씨의 정신상태가 불안정하다는 말이 함께 나왔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망가진 천재’에 안타까움을 느낀 누리꾼들이 구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천재 해커’ 이정훈씨는 국내를 떠나 해외로 나갔다. 이씨는 국내 화이트 해커 중 1인자로 꼽히던 실력자다. 화이트 해커는 일종의 ‘좋은’ 해커를 지칭하는 말로 민관서 활동하는 보안전문가들을 통칭한다. 

고의적으로 인터넷을 파괴하는 블랙해커와 대비된다. 서버의 취약점을 찾아 보안 기술을 만드는 보안전문가들을 말하기도 한다.

이씨는 20세 때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열린 해킹 올림픽 ‘제21회 데프콘’서 3위에 오르며 깜짝 등장했다. 2015년 3월에는 캐나다서 열린 해킹 대회에 홀로 참여, 1위에 올라 해킹 대회 역사상 최대 상금(22만5000달러, 한화로 약 2억5000만원)을 획득했다. 이 대회서 그는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 보안망을 다 뚫었다.

이씨는 2015년 삼성SDS에 입사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냉장고 등 삼성전자가 만드는 모든 전자제품의 보안 취약점을 찾고, 이를 개선하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채 1년도 되지 않아 그는 삼성을 떠나 구글로 이직했다.

당시 이씨의 소식이 전해지자 화이트 해커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기업 문화가 이직의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 나왔다. 이직을 결정한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연봉은 삼성이 더 많지만 보안전문가의 꿈을 키우기 위해서는 구글이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돈 더 줘도
해외로 간다

이씨는 최근 구글 소속으로 DEFKOR00T팀에 참여했다. 지난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라온시큐어는 DEFKOR00T팀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열린 국제해킹방어대회서 다른 23개 팀을 제치고 우승했다고 밝혔다. 이 대회는 해킹 올림픽 중에서도 최고 권위로 인정받는 국제 해킹방어대회로 2015년에 이어 3년 만에 한국 팀이 우승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국 한인계 ‘천재소녀’ 사기극

하버드-스탠퍼드 동시합격 했다더니…

2015년 6월, 미국 한인사회가 ‘천재소녀’ 사연으로 떠들썩했다. 

미국의 한 교민언론사가 한국 고교생이 하버드와 스탠퍼드에 동시 합격했다고 보도하면서부터다. 국내 언론이 기사를 받아쓰면서 판이 커졌다.

미국 공립 고등학교인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에 재학 중이던 김○○양을 하버드와 스탠퍼드서 서로 데려가려 했고, 학년을 쪼개 두 학교에 모두 다닐 수 있도록 협의했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김양은 순식간에 유명인이 됐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각종 의혹이 제기됐고, 하버드와 스탠퍼드가 공식적으로 해당 내용을 부인하면서 사기 의혹이 불거졌다. 드러난 사실은 김양의 말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점. 결국 김양의 아버지가 딸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고 허위임을 인정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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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