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역대급 폭염 천태만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8.07 15:08:52
  • 호수 1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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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도 사라진 한반도 ‘언제까지 덥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역대 최악의 폭염이다. 입추가 코앞에 왔지만, 더위는 여전하다. 살인적인 폭염으로 정부는 대책에 고심 중이다. 40도를 넘나드는 ‘슈퍼 폭염’은 지나갔지만, 당분간 35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의 중기예보를 보면 오는 12일까지 전국 대부분 낮 최고 기온이 35도 안팎을 오르내릴 전망이다. 지난 1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 최고기온이 38.5도를 돌파했다. 이는 1907년 기상청이 서울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1년 만에 최고 수치다. 전날에는 40도를 넘는 지역이 전국적으로 5곳에 달했지만, 이날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달 중순 후
기세 꺾일 듯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은 “어제보다 구름이 많아 일사(햇빛)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동풍도 덜 불어 태백산맥 서쪽 지방이 어제보다 덜 달궈졌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북쪽에 위치해 중부지방에 동풍을 불러일으키던 북태평양 고기압은 이번 주말을 지나면서 일본 남부와 제주도 쪽으로 남하할 전망이다. 고기압은 시계방향으로 돌기 때문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북쪽에 있을 땐 중부지방에 동풍이 불었다.

동풍은 태백산맥을 넘어가 ‘푄현상’을 일으키며 홍천 등 강원도 영서지역과 서울의 기온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 고기압이 제주도 쪽으로 이동하면 서울 등에는 동풍 대신 남서풍이 불게 된다. 불볕더위를 일으킨 요인 하나가 제거되는 셈이다.


12일에도 서울, 수원, 춘천, 원주, 대전, 세종, 홍성 등의 낮 최고 기온이 35도로 예측됐다. 같은 날 전국서 가장 낮은 낮 기온은 광주, 여수, 포항, 제주 서귀포 등의 32도로 예보됐다. 평년 최고 기온이 28∼32도인 점을 감안하면 3∼4도가량 높은 수치다. 

폭염이 산업 현장의 시계조차 멈춰 세우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폭염경보 이틀 연속 발동 시 공공 발주공사 전면중단’ 등을 지시하는 지침을 2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냈다. 

행안부는 폭염 시 공공기관 공사 중단을 공식화하는 ‘자치단체 계약집행 운영요령’을 마련해 전 지자체에 이날 긴급 발송했다. 홍수 태풍 등의 경우 이 같은 지침은 있었으나 폭염에 적용하는 건 처음이다. 

폭염 시 공사 일시중지, 중지에 따른 계약기간 연장 및 계약금액 증액 허용, 작업시간대 야간 변경 등 ‘탄력근로제’ 도입 등 내용을 담았다. 

1907년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고온 현상
앞으로 더? 8월도 계속 더울 것으로 예상

민간 건설기업도 폭염에 맞서 자체 공사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삼성물산은 아파트 건설현장서 37도 이상은 공사 전면 중단, 35도 이상은 45분 작업 후 15분 휴식 규정을 새로 마련했다. 

GS건설 역시 37도가 넘으면 모든 사업장의 공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폭염경보 발령 시 건강 상태에 따라 고위험군과 위험군으로 나눠 고위험군은 작업중지, 위험군은 40분 작업 후 20분 휴식하도록 했다. 


대림산업은 일부 공사장 근로자들의 점심시간을 1시간 연장했다.
 

농축산물 피해는 확산일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일까지 닭 316만마리, 돼지 1만6000마리 등 가축 339만여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했다. 현재 추정되는 재해보험 지급규모는 2000여곳 농가 180억여원에 달한다. 

사과 복숭아 대추 등 과수·채소는 일소(햇볕에 데임) 피해로 못쓰게 돼 버려지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날까지 706헥타르(ha) 규모 경작지에서 피해를 봤다. 폭염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양식장 물고기 폐사도 잇따랐다. 

경북 영덕과 포항 양식장 4곳에선 7월31일∼지난 1일 이틀 사이에 강도다리와 광어 2000여마리가 폐사했다. 홍천의 한 양식장에선 메기 3500마리가 폐사했다. 남해 바다 대부분엔 적조주의보가 발령됐고, 낙동강에는 조류경보가 경계 단계로 높아졌다.

도로 균열도 예삿일이 됐다. 지난 1일, 홍천 내부 중앙고속도로 춘천방면 368㎞ 지점서 도로 표면이 솟아오르면서 깨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폭염 때문에 콘크리트 포장이 팽창하면서 파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한 교각 내 수도배관이 폭염을 못 견디고 터져 도로가 갈라지고 교각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났다.

건강 유의해야 
수분 섭취 중요

폭염으로 인한 자연발화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1일 오후 7시37분께 제천시 왕암동 한 원료의약품 제조공장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 불은 3억5000만원가량의 재산피해를 내고 2시간20분 만에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자연발화에 무게를 두고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날 제천은 오후 2시26분 39.8도까지 치솟으며 서울 홍천 등과 마찬가지로 ‘111년 만의 최고 더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같은 날 파주시의 한 물류창고서도 오후 5시12분께 불이 나 4억5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10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사상 유례없는 폭염 사태에 여야가 재난에 폭염을 포함하도록 하는 법 개정 추진을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있다. 폭염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상 '재난'에 넣어 다양한 예방·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서 처리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이 법이 개정되면 지자체가 조성하는 재난관리기금 등을 폭염 대처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 의원은 “최악의 폭염이다. 가마솥 더위란 말로도 부족하다”며 “폭염을 재난안전법상 재난으로 포함하는 개정안을 8월에 처리하자”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도 이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3당의 민생경제법안TF에서 폭염, 혹한, 미세먼지까지 재난의 범위를 시대에 맞게 재정의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이 참여하는 민생경제법안TF는 지난달 31일 회의서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8월 임시국회서 처리키로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일 기록적인 폭염으로 온열질환 사망자가 작년에 비해 5배나 늘었다. 

지난 2일 질병관리본부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집계를 시작한 5월20일부터 8월1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2549명, 사망자는 30명으로 보고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온열질환자는 913명서 2.8배로, 사망자는 6명서 5배로 늘어났다. 

불볕더위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환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낮 기온이 40도에 근접하는 더위가 이어진 7월29일부터 8월1일까지 나흘 동안에 40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전체 환자에서는 여전히 50대 이상이 61%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다만 20∼40대 청·장년층의 비중도 35%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환자의 47%는 온열질환 위험시간대인 정오부터 오후 5시에 발생했다.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돼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하루 중 최고 기온이 28도일 경우 급성심정지 발생이 가장 낮았지만 1도씩 올라갈 때마다 급성심정지 발생이 1.3%씩 증가했다. 서울대병원 오세일·분당서울대병원 강시혁 교수팀이 2006∼2013년 서울과 6대 광역시 급성 심정지환자 5만 318명을 분석한 연구결과다. 

폭염으로 부터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은 오전 10시부터 뜨거운 열기가 여전한 오후 5시간까지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외출을 했다면 물을 충분히 자주 마셔야 한다. 우리 몸은 수분이 체중의 1%만 부족해도 금방 목이 탄다. 수분이 체중의 5∼6% 부족하면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10%가 부족하면 현기증과 극심한 무력감에 이어 근육 경련이 일어난다. 

마지노선인 10%가 넘어가면 열사병에 걸리고, 생명을 잃게 된다. 온열질환 사망의 주범은 야외활동으로 인한 일사병과 열사병이다. 일사병은 뙤약볕의 직사광선을 오래 받아, 열사병은 무더위에 체온이 급상승했지만 몸밖으로 열을 내보내지 못해 발생한다. 

당뇨환자
청량음료 피해야

특히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자들이 폭염에 노출되어 체온이 급등하면 사망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열사병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체온조절을 담당하는 기관에 고장이 생겨 나타난다. 인체의 정상 온도인 37도보다 높은 41도 이상 올라갈 경우, 고열과 함께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데 즉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하기도 한다. 

열사병이 발병하면 즉시 움직임을 멈추고 서늘한 그늘서 휴식을 취하며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해야 한다. 또한 호흡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탈의를 하고 몸에 물을 뿌려준다. 이와 함께 구급대에 도움을 요청해 병원 응급실서 전문적인 열사병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사병이 의심되면 서늘한 곳으로 이동해 쉬면서 시원한 음료(염분이 포함된 음료)를 마시는 게 좋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거나 목욕을 하는 것도 좋고, 증상이 심하면 병원서 수액주사로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면 도움이 된다. 주변서 열사병·일사병 환자가 발생하면 그늘로 옮기고 수분을 공급하는 등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청량음료보다 냉수를 마시는 것이 좋다. 당분이 든 청량음료를 당뇨병 환자가 섭취할 경우 혈당이 높아지고 소변량이 많아진다. 여름에는 땀 배출이 많기 때문에 평소보다 탈수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탈수 증세 시 평소보다 심하게 어지러움을 느끼면 시원한 곳에서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쉬어야 한다. 

온열질환 사망 벌써 30명…작년 5배
‘물가 비상’ 농축산물 피해 눈덩이

오랜 당뇨병 환자의 경우 말초신경 문제로 발에 감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휴가지서 맨발로 다니는 것은 금물. 뜨겁게 달궈진 모래에 화상을 입을 수 있고, 조개껍집 등에 발을 다칠 수 있다. 야외활동 시 반드시 안전한 신발을 신고, 발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인근 병원을 방문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자율신경에도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뜨거운 외부활동과 차가운 실내 환경에 교대로 노출될 경우 체온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게 되고 열사병 발생률을 높이게 돼 당뇨병 환자는 급격한 온도변화에 노출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혈압에 영양을 미치는 체내 수분과 염분 배출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탈수에 특히 취약한 고혈압 환자는 몸이 말라 체액량이 적은 환자와 평소 짜게 먹는 환자다. 특히 후자의 경우 땀으로 염분이 배출되면 혈압이 떨어져 어지러움을 느끼기 쉽다.

혈압약을 임의로 줄이면 혈압이 오를 수 있어 절대 금물이다. 혈압약은 수일에 걸쳐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약을 안 먹는다고 당일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반면, 일시적인 탈수가 해결될 경우 원래 혈압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만성콩팥병 환자가 고온 다습한 환경서 일 또는 무리한 운동을 하면 체수분과 전해질 손실로 혈압이 떨어져 콩팥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거나 근육이 깨지면서 급성 신부전을 일으키게 된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급성 신부전은 신장 기능 악화를 가속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수분을 섭취해도 안된다. 부종이나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해 어지럼증, 두통, 구역질, 현기증 등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실된 만큼 적절한 수분량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 물을 적게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당분·카페인이 든 음료나 이온 음료보다는 물이 좋다. 투석 환자의 경우 일반인보다 적절한 수분 상태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고혈압 환자
짜게 먹지 말아야

물은 하루 8잔 이상을 마시는 게 좋다. 사람의 하루 평균 수분 소모량은 소변으로 배설되는 수분이 약 1.4리터, 소변 이외로 배출되는 수분이 약 1리터 총 2.4리터에 달한다.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수분도 2.4리터. 사람이 하루 음식으로 섭취하는 수분 양은 1∼1.2리터 정도 되므로 적어도 식사이외에 1.5리터의 수분을 보충해줘야 하는 것이다. 200밀리로 치면 약 8잔쯤 된다. 특히 노인들은 목이 마르다는 느낌이 둔해져 있으므로 일부러라도 조금씩 자주 마시는 습관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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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