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리코 vs 대리점’ 갑질 진실공방

싸게 팔고 몰래 대출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내 굴지의 사무기기 생산업체인 신도리코의 한 대리점주가 신도리코의 불공정 관행을 폭로했다. 대리점의 이름으로 제품을 싸게 판매해 이익을 남기고 대리점이 모르는 사이 대출을 받아 사용했다는 것. 하지만 신도리코 측은 이 모든 사실을 부정했다. 양 측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 어느 쪽의 말이 사실일까.
 

신도리코의 자회사 '신도중앙판매'의 강북지사 소속 동두천 대리점 한북테크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는 신도리코와 인연을 맺은 지 25년째다. 하지만 4년 전부터 회사와 대리점 사이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박씨는 “신도중앙판매가 자신들의 매출을 위해 대리점의 이름으로 정상적인 판매가보다 40%가량 저렴하게 물건을 판매했고, 이로 인해 생기는 손실은 대리점이 모두 떠안았다”고 주장했다.

갑을 관계?

신도중앙판매의 계약 시스템은 대리점서 주문서를 받고 제품을 출고시키면 회사는 계약이 돼있는 은행서 돈을 먼저 받고 대리점이 여신을 2달간 여신을 은행에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도중앙판매가 한북테크의 이름으로 제품을 싸게 판매해 생긴 차액의 해결은 매달 한북테크의 몫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3년간이나 지속됐다. 신도중앙판매는 2016년 6월 박씨에게 또다른 요청을 해왔다. “매달 5200만원을 입금해 줄테니 금융권서 한북테크 이름으로 6억500만원의 대출을 받아 제품을 구입해달라”는 것. 

회사 측은 “제품은 신도리코 물류센터에 있고 매달 정상적으로 입금해 주겠다”고 약속했고 이에 박씨는 허락했다. 담당자가 관련서류를 만들어와 도장까지 찍어줬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매달 주기로 한 돈은 그해 10월까지 단 4차례만 입금됐고 나머지 대출금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회사는 오히려 “매달 결제에 대한 차액을 회사가 본인의 대리점에 대납을 해준 것이고 회사가 대납을 해 준 부분을 본인의 대리점이 대출을 받아서 갚은 것”이라며 박씨에게 책임 전가했다. 

박씨는 “회사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만든 손실부분을 왜 대리점이 대출을 받아서 해결해야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며 분통을 터트렸다. 

박씨의 계속된 항의에 신도중앙판매에서는 2016년 12월 박씨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회사는 본인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금액을 산정했다. 회사가 산정한 피해금액은 8억. 하지만 이마저도 한북테크에도 일부 책임이 있으니 4억원씩을 부담하자고 했다. 

8억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액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혜택을 약속했다. 박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확인서 및 각서를 작성했다. 박씨는 이런 식으로 신도중앙판매 본사로 3번, 신도리코 성수동 본사로 2번을 방문해 지원을 해준다는 말에 속아 각종 서류를 작성했다.

하지만 회사의 이러한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박씨는 “회사가 여러 가지 지원을 약속했지만 단 한가지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당시 다른 지역서 신도중앙판매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아들에게까지 대리점 해지에 대한 엄포를 놓았다”고 말했다. 

신도중앙판매는 박씨에게 지원을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한북테크가 이미 금웅권에 채무가 발생돼 있는 상태라는 것을 빌미로 “확인서를 찍어줘야 지원을 해 줄 수 있다. 회장님께 보고를 해야지 해결이 된다”며 “각서를 찍어 줘야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등 각종 확인서 및 각서를 받아갔다고 박씨는 주장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법적으로 해라”고 엄포를 놓은 후 2년 가까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대리점 “10억원 피해 입었다” 주장
회사 측 “말도 안되는 거짓말” 일축

박씨에 따르면 당시 서류를 작성하고 구두로 지원을 약속했던 전 신도중앙판매 사장, 부장, 강북지사 지사장은 본사 및 충청도로 발령을 받아 가버렸다. 현재 전 담당자들은 “지원을 해 줄 권한이 없다” “전에 있었던 일이라 모르는 일이다” “도장을 받아간 서류만 보고 아무 지원을 해줄 수 없다” 등의 책임회피만 하고 있는 상태다. 

박씨는 채무에 대해서 부도를 면하기 위해 약 2억원가량을 외부 차입을 통해 갚아 나갔고 현재는 한계에 부딪혀 은행권서 기한 이익 상실도 당한 상태다. 

또 이 일로 회사 채무가 너무 많이 생겨서 입찰을 받고도 부적격 판정이 나서 공사 진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씨는 “신도중앙판매에서는 이러한 사정을 알고 금전적인 압박, 시간 끌기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주변 대리점들에게 ‘한북테크서 도움을 청하면 절대로 지원을 해주거나 동요하지 말라’고 협박하며 끊임없이 입막음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답답한 마음에 공정거래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도중앙판매 측의 이러한 행위에 대해 한북테크서 반품 및 거부행위를 하지 않았고 계약상 담보한도를 초과한 경우 채무이행 등 분쟁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물건출고를 중단한 것은 일반적인 거래 관행상 지극히 당연한 행위로 공정거래법상 적용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했다. 

박씨는 “이러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석은 을의 위치에 있는 대리점으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묵인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신도중앙판매 측 관계자는 “법원서 이미 거짓으로 판결이 난 내용”이라며 박씨가 주장하는 모든 사실을 부정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박씨가 제기한 소송서 법원은 신도중앙판매의 손을 들어줬다. 박씨가 작성한 각서와 확인서에 의해 회사 측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신도중앙판매 측 관계자는 “판결이 나기 전이라면 모를까 판결이 난 상황에서 아직까지 허위 주장을 하는 박씨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판결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씨는 신도중앙판매서 증거로 제출한 ‘잔존채무확인서’는 자신이 작성한 적이 없다고 했다. 잔존채무확인서는 한북테크에서 신도중앙판매에게 갚을 돈이 있고 이를 언제까지 갚겠다는 확인서다. 


박씨는 신도중앙판매 측에 필적 감정을 해보자고 했지만 신도중앙판매 측은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박씨는 필적감정을 진행했고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박씨는 이를 증거로 제출했지만 법원에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도중앙판매 관계자는 “박씨가 확인서를 작성하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했다”며 “당연한 사실을 가지고 필적감정의 필요성까지 느끼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상반된 주장

현재 한북테크는 신도중앙판매를 상대로 항소를 생각하고 있다. 박씨는 “이번 일은 대기업의 도덕성을 엿보게 하는 것으로 어떤 피해를 보게 되더라도 끝까지 밝히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