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신임 대법관 후보 3인방 김선수·이동원·노정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09 10:43:16
  • 호수 1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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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남’대법관 공식 깨졌다

[일요시사 취재 1팀] 박창민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신임 대법관 후보들을 제청했다. 대법관 후보 세 사람은 역대 대법관 다수를 차지했던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의 범주를 모두 벗어났다. 법원·검찰을 거치지 않은 순수 재야 출신의 노동·인권 변호사, 법원행정처 근무 없이 재판에만 전념해온 정통 법관, 여성의 지위와 권한에 관해 주목할 판결을 여럿 남긴 여성 법관 등이 대법관 물망에 올랐다. 이번 대법관 인사에 대해 ‘다양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이 다음 달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고영한(63·사법연수원 11기), 김창석(62·13기), 김신(61·12기)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선수(57·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와 이동원(55·17기) 제주지법원장, 노정희(55·19기) 법원도서관장이 지명했다. 

대법원은 지난 2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관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10명의 후보자 가운데 이들을 후임 대법관으로 임명해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
거치지 않아

대법원은 임명제청 배경으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각별히 염두에 뒀다”며 “사회 정의 실현과 국민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인식, 국민과 소통하고 봉사하는 자세, 도덕성,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능력, 전문적 법률지식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김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들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동의안의 표결절차를 밟는다. 국회서 동의안이 가결되면 문 대통령은 이들을 새 대법관으로 임명한다. 통상 이 과정은 한 달 안팎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안팎에선 이번 임명제청을 두고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와 법원행정처 핵심 보직을 맡은 인물이 대법관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61년 전북 진안 출신인 김선수 변호사는 서울 우신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7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김 변호사는 법관이나 검사 등 재조 경력이 없이 지난 1988년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서 노동전문 변호사로 출발한 이후 현재까지 30년에 걸쳐 노동·인권 부문의 대가로 자리 잡았다.

대법원은 김 변호사에 대해 “선후배 동료 법조인들로부터 타인을 배려하고 인품이 훌륭하며 청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 왔던 후보자의 활동과 인품에 대해 변호사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아 고 조영래 변호사 기념사업회 초대 위원장으로 추대됐다”고 소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3명 임명 제청
변호사·여성·비서울대 다양화

김 변호사는 서울대병원 근로자 1000여명을 대리한 법정수당 청구소송은 통상임금 관련 법리를 정립하는 데 이바지했다. 당시 재판이 서울지법에 노동전담부를 설치하게 한 계기가 됐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경영상 해고도 엄격한 요건 아래에 허용돼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낸 것도 김 변호사가 맡은 주요 사건 중 하나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 멤버로 사무총장과 회장을 역임했다. 민변 회장 출신 인사 중에서는 송두환(69·12기) 변호사가 헌법재판관을 지낸 적이 있지만, 대법관에 지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상고심 개선과 하급심 강화, 노동법원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제 및 집단소송제 도입방안 등 내용을 담은 ‘사법개혁 리포트’를 출간한 경험도 있다. 

당시 노무현정부서 민정수석 등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활동한 시점이다. 

1963년 서울 출신인 이동원 법원장은 경복고,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17기로 수료했다. 1991년 서울형사법원 판사로 시작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평택지원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올 2월 제주지법원장 겸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부장판사로 있다.

대법원은 이 법원장에 대해 “법원실무제요 민사소송 분과위원장으로서 2017년 민사소송 개정판을 발간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고 도산법·환경법 등 분야서 다수의 논문과 판례평석을 집필해 법학 이론의 발전에 기여했다”며 “법원 구성원으로부터 높은 신망을 얻고 있고 뛰어난 친화력으로 지역 사회와도 격의 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동변론 30년
‘벽’을 넘다

이 법원장은 위헌정당해산 결정이 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국회의원지위확인 사건서 위헌정당해산 결정의 효과로 소속 국회의원도 당연히 직을 상실한다고 최초로 판결했다. 

그는 위헌정당이라는 판결로 해산이 결정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의원직 상실 판결, 북한을 인권·복지국가로 오인하게 할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재미동포를 강제로 퇴거한 조치가 정당했다는 판결 등을 내린 바 있다. 

이외에도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부모와 같이 난민신청을 한 미성년 자녀에 대해 별도의 면접심사를 하지 않은 채 난민불인정 결정한 사건에서 난민법과 우리나라가 비준한 UN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을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CJ CGV가 계열사에 대해 부당 지원행위를 한 행위에 대해 제재하는 등 판결도 이 법원장이 맡았던 재판들 중 일부다.

법관과 법원 직원들의 실무지침서인 법원실무제요 민사소송 분과위원회 위원장으로 2017년 민사소송 개정판을 발간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으며, 도산사건과 행정사건의 전문가로서 도산법 및 환경법 등의 분야서 다수의 논문과 판례평석을 집필, 법학 이론의 발전에 기여했다.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은 광주 출생으로 광주동신여고와 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하고 지난 1990년 춘천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광주지법·서울중앙지법·서울남부지법·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내고 현재 법원도서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법원은 노 관장에 대해 “여성과 아동의 권익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또 한때 변호사로 활동한 경험을 활용해 사건 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하고 당사자가 만족할 수 있는 재판을 해왔다”고 밝혔다. 

재야 출신 노동·인권 변호사
재판에만 전념해온 정통 법관
여성 관련 주목할 판결 남겨

노 관장는 여성과 아동 인권에 관해 연구하며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8월 서울고등법원 민사18부 재판장으로 있으면서 어머니의 성으로 바꾼 자녀도 어머니가 소속된 종중의 종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자녀가 부모의 양계혈통을 잇는 존재라는 사실은 자연스럽고 과학적”이라며 “종원의 자격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헌법상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법칙, 부성주의 및 성불변의 원칙을 완화한 민법의 규정과 개정 취지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2010년 7월 서울중앙지법에선 탈북자가 귀순사실 및 인적사항의 비공개를 요청했음에도 합동신문기관이 이들의 신원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보고서를 언론에 배포한 경우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고 공무원의 직무수행 주의의무의 기준을 제시하고 국가의 인권보호의무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장애여성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회복지법인의 임원들이 범죄 예방조치 의무와 가해자 분리·고발 및 피해자에 대한 상담 등 보호조치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해임 사유가 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노 관장이 임명될 경우 여성 대법관은 김소영·박정화·민유숙 대법관에 이어 역대 가장 많은 4명으로 늘게 된다. 2004년 김영란 전 대법관이 첫 여성 대법관이 된 이후 14년 만에 여성 대법관은 김소영·박정화·민유숙 대법관까지 역대 최다인 4명으로 늘어난다. 

대법원은 전체 대법관 14명 중 여성 비율은 28.57%(4명)로 올라간다.

여성 대법관
4명 역대 최다

이번 대법관 인선을 두고 여야가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자유한국당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 대상 후보자로 추천한 10명 중 4명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며 ‘코드 인사’라고 지적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당은 지난달 26일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 구현을 위해서는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사법부의 좌편향 인사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신임 대법관 후보 중 한승 전주지방법원장, 문형배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이 진보 성향 판사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며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서 통진당을 변호한 김선수 변호사도 편향적 후보”라고 지적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우리법연구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자’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며 주목받아왔다”며 “이 모임의 일부 판사는 SNS상에서 전직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민변-우리법연구회-시민단체’라는 ‘삼각편대’를 이용해 사법부를 왼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뒤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법원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청와대는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행위를 중단하기를 바란다”며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동,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사안에 대한 검찰 수사 등으로 사법부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국민적 신뢰를 잃고 있는 대법원을 다시 정치 편향적 인사들로 채운다면 사법부의 국민적 신뢰는 회복 불가능하게 될 것이므로 대법원장은 정치편향적 후보들을 제청 대상서 배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근택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집시법 위반자는 무조건 유죄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유죄의 증거가 없으면 무죄판결은 당연한 일”이라며 “집시법 위반자도 마찬가지다. 특정 사안에 대해 무조건 유죄 판결을 해야 한다는 것은 전체주의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은 인권보장 최후의 보루라고 할 것이므로, 특정 단체 출신인지에 관계없이 그동안 인권보장을 위해 노력해왔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며 “개개인을 평가하지 않고 특정 단체에 소속돼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돼야 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표를 지낸 정당에 소속됐던 국회의원은 당연히 물러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대법관 인선에 대해 바른미래당과 야당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에는 서울대, 남성, 50대라는 천편일률적인 대법관 선정 기준서 벗어났다”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조인들이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그동안 ‘서오남’으로 불려왔던 ‘서울대-50대-남성’의 대법원 구성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임명제청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정치권 환영
한국당만 반대

하지만 여야의 20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 실무협상이 늘어지면서 대법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일정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자칫 원 구성 협상이 길어지면 사법부 공백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지난달 27일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원 구성 협상을 위한 첫 만남을 가졌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하지 않고 탐색전만 벌였다. 이튿날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실무 협상을 벌였지만 역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cmp@ilyosisa.co.kr>

 

[김성수 변호사]
▲1961년 전북 진안 출생 ▲우신고(서울) 졸업 ▲서울대 법대 졸업 ▲제27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7기)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 ▲중앙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 ▲사법개혁위원회 위원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현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이동원 제주지법원장]
▲1963년 서울 출생 ▲경복고 졸업 ▲고려대 법대 졸업 ▲제27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7기) ▲서울형사지법 판사 ▲서울민사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대법관 재판연구관 ▲전주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평택지원장 ▲대전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제주지방법원장,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부장판사(현재)

[노정희 법원도서관장]
▲1963년 광주 출생 ▲광주동신여고 ▲이화여대 법대 ▲제29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9기) ▲춘천지법 ▲춘천지법 원주지원 ▲수원지법 ▲의원면직(변호사 개업) ▲인천지법 ▲서울고법 ▲서울중앙지법 ▲광주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 수석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고법부장 ▲서울고법 고법부장 ▲법원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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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