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몰래’ 기무사 수상한 방첩활동 추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09 10:37:35
  • 호수 1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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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생각난다…전두환 보안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군 기무사령부가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 가족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 조직적으로 민간인을 사찰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 역시 민간인을 사찰했다가 간판을 바꾼 흑역사가 있다. 이번 세월호 사찰로 기무사가 해체의 기로에 섰다.  
 

국군 기무사령부가 세월호 참사에 조직적으로 관여한 문건이 발견됐다. 기무사가 사고 당시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하고, 팽목항 구조현장뿐만 아니라 단원고서도 기무활동을 벌인 정황이 확인됐다. 

국방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 태스크포스(이하 국방부 댓글 조사 TF)는 지난 2일 “국군 기무사령부의 사이버 댓글활동 등 여론조작 행위를 조사하던 중, 기무사가 온라인상의 여론조작을 넘어 세월호 사건에도 조직적으로 관여한 문건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180일
 기록’ 보니…

TF가 이번에 발견한 ‘세월호 180일 간의 기록’이라는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사고발생 13일째였던 지난 2014년 4월28일 세월호 관련 현장상황 파악을 위해 TF를 구성했다. 같은 해 5월13일 참모장을 TF장으로 하는 ‘세월호 관련 TF’로 확대 운영해 10월12일까지 약 6개월간 운영했다.

기무사 ‘세월호 관련 TF’는 당시 참모장(육군 소장)을 TF장으로 사령부와 현장 기무부대원 등 60명으로 구성됐으며 유가족 지원, 탐색구조·인양, 불순세력관리 등으로 업무를 나눴다. 


특히 참모장은 기무사령관에게 직접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직위로서, 당시 이재수 기무사령관도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았을 개연성은 있다. 

TF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말하기 제한된다”며 어느 선까지 보고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 전 사령관은 TF활동이 끝난 10월13일 이임식을 가진 후 3군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발견된 자료에는 세월호 탐색구조와 선체인양 등 군(軍) 구조작전 관련 동정 보고 문건뿐만 아니라 ‘실종자 가족 및 가족대책위 동향’ ‘세월호 실종자 가족 대상 탐색구조 종결 설득 방안’ ‘유가족 요구사항 무분별 수용 분위기 근절’ ‘국회 동정’ 등 보고 문건이 포함돼있었다고 TF는 전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 대상 탐색구조 종결 설득 방안’ 문건은 실종자 가족 대상으로 탐색구조 종결을 설득할 논리 및 방안이 서술돼있었다. ‘유가족 요구사항 무분별 수용 분위기 근절’ 문건은 유가족들이 무분별한 요구를 한다는 전제로 유가족들에게 국민적 비난 여론을 전달해 이를 근절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

세월호 사건 조직적 개입 의혹 
희생·실종자 가족들 사찰 정황 

문건별로 살펴보면 ‘실종자 가족 및 가족대책위 동향’문건은 실종자 가족과 가족대책위 대표 인물의 성명, 관계, 경력 등을 정리하고 성향을 강경·중도 등으로 분류했다. 또 구조 현장인 팽목항 뿐 아니라 안산 단원고에도 기무 활동관이 배치돼 1일 보고한 정황도 발견됐다. 

기무사는 가족대책위 대변인을 맡았던 유경근씨를 ‘강경’ 성향으로 분류하고 ‘경력(직업)’란에는 ‘정의당 당원’이라고 적었다. 유씨가 2013년 11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을 게시했고, 2014년 5월16일 세월호 유가족이 박 대통령을 면담할 때 유씨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강하게 주장했다는 내용도 문건에 담겼다. 


국방부는 기무사의 이 같은 활동이 직무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TF가 가동될 당시 기무사령관이던 이재수 전 육군 중장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30일로 약 9개월간의 활동을 종료한 국방부 댓글조사 TF는 이 사건을 군 검찰로 이첩하고 서울중앙지검과 공조해 수사할 계획이다.

댓글 활동 등을 통한 사이버 공간 정치 관여 의혹에 이어 민간인 사찰 정황까지 드러남에 따라 기무사에 대한 대대적 개혁이 이뤄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기무사를 해체하는 수준의 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 기무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의 대상이었다. 그만큼 권력의 중심에 있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리 할일이…
민간인은 왜?

기무사는 ▲군사보안 및 방첩 ▲군 및 군 관련 첩보수집, 처리 ▲형법상 내란·외환의 죄, 국가보안법 등 특정범죄 수사 ▲방위사업 관련 군사보안업무 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 ▲군내 신원조사 ▲전군 보안기강 확립 ▲방산업체 보안지원 ▲군사기밀 유출자 색출 ▲군내 대테러 예방 등이 중점 업무로 군의 국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전적으로 ‘기무’(機務)는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근본이 되는 중요한 일’과 ‘기밀을 유지해야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기무사령부의 기무는 후자로 쓰인다. 즉 ‘기밀 임무’의 줄임말 정도로 보면 된다. 
 

실제로 국군기무학교서 고종황제의 특별기관인 ‘통리기무아문’의 기무에선 이름을 따왔다고 가르친다.

기무사는 군(軍) 내 유일의 정보수사기관이다. 1945년 11월 설치된 국방사령부 정보과, 1946년 1월에 설치된 남조선 국방경비대 정보과를 확대 개편해 1948년 5월 27일 창설된 조선경비대 육군정보국 정보처 특별조사과가 모체다.

정부 수립 이후인 1948년 11월에 조선경비대 특별조사대를 확대 개편됐다. 1949년 10월 육군 직할의 특무부대가 창설됐다. 1960년에 육군 방첩부대로 개칭, 1968년 9월 육군 보안사령부로 간판이 바뀌었다. 

국정원 오버랩
해체론 솔솔∼

1953년에 해군 방첩대가, 1954년에 공군 특별수사대가 각각 창설됐다. 1977년 9월에 육군, 해군, 공군의 첩보를 총괄하는 국군 보안사령부가 된다. 

군사정권 시기 보안사의 영향력은 군 대내외적으로 상당했다. 이는 본래 군 내부 및 군 관련 사항에 엄격히 제한돼야 할 수사권을 포괄적으로 적용한 결과였다. 군사정권 시절 보안사령관은 정기적으로 대통령과 독대 직접 보고를 했다. 국방부 직할부대임에도 국방장관도 건드리지 못하는 위치였다.


정보기관 중 권력 1위에 속하는 중앙정보부만이 보안사를 견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된 10·26 사건 직후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씨가 중앙정보부장 서리까지 겸임하면서 국내의 모든 정보를 통제했다. 
 

전씨는 그 영향력을 활용해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보안사의 정보력과 수사, 연행권이 박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전 전 대통령이 상황을 주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과정서 군 정보 업무를 넘어서 민간 사찰까지 주도했다. 언론 통폐합 및 언론인 강제해직(K-공작계획), 야당인사 정치활동 규제, 민정당 창당 심지어 국회의원선거 공천까지 보안사에서 기획했다. 

1980년대 이후에도 야당 정치인사, 재야인사, 학생운동, 노동운동 등에 대한 민간인 사찰을 계속해왔다. 유명한 녹화사업 역시 보안사령부의 작품이다.

군사 정권 시절 공포의 대상 
민간인 감시하다 간판 바꿔 
  

그러다 1990년 윤석양 이병의 양심선언으로 언론에 폭로된다. 윤 이병이 보안사의 사찰 대상 민간인 목록이 담긴 디스크를 들고 탈영해 그 목록을 공개한 사건이다. 이 목록에는 정계와 노동계, 종교계 등에 대한 사찰 기록이 담겨 있었다. 


심지어 당시 집권당 대표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찰도 강행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태우정권 퇴진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보안사는 이후 기무사로 이름을 바꿨으며 그 역할이 축소됐다. 

그럼에도 기무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졌다. 기무사에 규정된 기무의 활동 분야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관련 규정에 따르면 기무의 활동 분야는 ‘방첩·군사보안·군 또는 군 관련 첩보수집·안보사범 수사’다. 현역 장병·군무원·방위산업체 종사자 등을 제외한 민간인은 조사 대상이 아니지만 ‘기타 필요한 경우’에도 가능해 첩보수집의 범위가 광범위하다. 

이 때문에 기무사 요원들이 민간인을 사찰한다는 의혹이 계속됐다. 민간인 사찰은 분명한 불법인이지만 끊이지 않은 이유는 기본적인 정보의 획득이 쉽고, 기무 요원들 간 경쟁이 그 과도하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정부서 기무사가 이른바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한 활동에 개입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어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국방부는 TF를 꾸려 기무사 개혁을 위한 방안을 만들고 있다. 

직무 범위 벗어나
고강도 수술 예고

기무사는 4000여명 규모의 조직에 불과하지만 정보기관 특성 때문에 사령관은 중장이다. 참모장과 처장, 부대장 등 장군들도 9명이나 된다. TF는 현재 이 같은 기무사 조직과 권한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관련 규정을 개정해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금지를 명시하고 위반 시 처벌근거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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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