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살고 있는 집 가까이에 24시간 운영하는 대형 마트와 아담한 편의점이 있었다. 내게는 그곳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늦은 밤에도 막걸리와 담배의 부재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생활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그 중에도 상대적으로 막걸리 가격이 저렴한 마트를 자주 이용하고는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조그마한 즐거움이 깨지고 있었다. 문재인정권이 최저임금을 인상한 직후에 24시간 운영하던 대형 마트가 밤 10시가 되면 불을 끄고 장사를 멈췄기 때문이다. 그 일로 밤 늦은 시간이나 새벽이면 편의점을 이용해야했다.
그리고 최근에 일이다. 늦은 시간 편의점을 방문하고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거짓말처럼 깨끗하게 그곳이 텅 비어 있었던 게다. 한동안 그 앞에서 허탈한 마음 감추지 못하고는 먼 거리에 있는 또 다른 편의점으로 걸음을 옮겨야 했다.
그곳으로 향하는 중에 일전에 마트에 들러 그곳 직원으로부터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밤새 영업할 수 없어 제한적으로 영업을 한다”는 말이었다. 결국 편의점의 경우도 졸속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고 했다.
이제 최근 발표된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자. 그에 따르면 올 1·4분기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 가운데 그냥 쉬는 사람이 195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7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 10만7000명이 누구일까.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필자가 그간 자주 접했던 대형마트의 마음씨 좋아 보이는 사람들과 편의점에 근무하던 앳된 젊은 남녀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정책실장이란 인간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강변하고 있다.
혹시 그 인간에게 10만7000명은 안중에도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일어난다.
그런데 더욱 한심한 일은 문 대통령이 보이고 있는 행태다. 최근 문 대통령은 6·10민주항쟁 31주년 기념식서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이 대독한 기념사를 통해 서울 남영동 옛 대공분실에 대해 언급했다.
“민주주의자 김근태 의장이 고문당하고 박종철 열사가 희생된 이곳에 '민주인권기념관'을 조성할 것”이라며 “민주인권기념관은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동시에 민주주의의 미래를 열어가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말미에 “이제 6·10민주항쟁서 시작해 촛불 혁명으로 이어져 온 국민주권 시대는 평화의 한반도서 다양한 얼굴의 민주주의로 실현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사고, 아무리 생각해도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또 민주화운동과는 그다지 친밀하지도 않은 듯 보이는데 입만 열면 민주화 타령이다. 거기에 더해 촛불운동을 혁명으로 단언하기까지 했다.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촛불운동이 혁명이 될지 쿠데타가 될지 현실로서는 판단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등한시하고 민주화 타령에 매진하는 모습을 살피면 문재인 정권의 정체를 가늠하기 힘들다.
각설하고, 남영동 옛 대공분실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조성할 때 필자와 낯이 익었던, 최저임금인상으로 어쩔 수 없이 쉬어야하는 사람들을 반드시 고용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