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상실’ 반전 노리는 정동영 ‘비장의 카드’

‘바닥민심’ 잡기 위해 ‘거리의 정치가’로 나섰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지난해 민주당의 10‧3전당대회 이후 화려하게 부활한 정동영 최고위원은 민주당에 ‘담대한 진보’를 주문하고 ‘보편적 복지’를 강령에 포함시키며 ‘역동적 복지국가’를 향해 질풍노도처럼 달려가고 있다. 그는 복지국가의 핵심으로 노동문제 해결을 꼽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 사태해결에 심혈을 기울이며 현장밀착형 정치를 구사하고 있다. 치열한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노동자와 함께 고군분투하던 그의 계속된 행보에 점차 그 진정성 또한 인정받고 있다.

재보선 및 총‧대선 승리위해 ‘야권통합 전도사’ 자임
치열한 투쟁현장 속으로 더욱더 ‘깊게’ 그리고 ‘낮게’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달 15일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석하던 도중 보수단체 여성 회원에 머리채를 잡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정 최고위원이 ‘화끈한 좌회전’ 선언 후 얼마나 거침없이 달려왔는지를 반증해주기도 한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2위를 기록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리곤 ‘역동적 복지국가의 장착’과 ‘한반도 평화유지’라는 국가비전을 제시했다. 이러한 비전의 가치를 중심으로 야권의 통합을 이뤄 내년 ‘민주-진보정부’로의 정권교체라는 큰 밑그림을 그려놓은 상태다. 이후 정 최고위원의 ‘좌클릭 행보’는 본격화 됐다.

치열한 노동현장에서
해답 찾는 정동영 

정 최고위원은 ‘담대한 진보’와 ‘부유세’ 신설을 주장했다. 또 그는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해서 보편적 복지와 경제 민주화라는 양날개가 갖춰져야 한다며 이에 대한 핵심토대를 노동문제 해결로 꼽고 있다.

국회 상임위 선택을 보면 그의 확고한 의지가 읽힌다. 그는 ‘귀족 상임위’라 불리는 외통위에서 ‘기피 상임위’로 꼽히는 환노위로 옮겼다. 정 최고위원은 또 민주당 내 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대책기구 구성을 제안했으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진보정당과도 교류의 폭을 넓혀왔다.

이처럼 그는 노동현안에 관심을 가지고 친노동 현장밀착형 정치를 펼쳐왔다.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두발 벗고 나서며 치열한 현장 속에서 해답을 구하고 있는 것. 처음에는 그의 이 같은 행보에 색안경을 끼고 의구심을 나타내는 이들이 많았다. 대선을 앞두고 외연확장을 위한 ‘정치쇼’가 아니겠느냐는 시선이었다. 하지만 더 낮은 자세로 약자의 편에 서며 아픔을 함께하는 그의 모습은 점차 진정성을 인정받아 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 17일 시국현안으로 불거진 한진중공업 사태의 해결을 위해 조남호 회장 청문회가 열리자 정 최고위원의 활약상은 빛을 발했다. ‘정치생명’까지 걸고 비장한 각오로 뛰어든 것.

정 최고위원은 당시 한진 노조위원들이었던 고(故) 김주익·곽재규·박창수의 사진과 함께 고인이 된 이들의 장례식 당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준비해 조 회장에 보여주며 인간으로서 한마디 해보라며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해고는 살인이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며 조 회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며 이는 정리해고 철회에서 시작한다”며 “(해고철회를) 다시 한 번 재검토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직접 ‘희망버스’ 타며
사측 사태해결 촉구

그는 청문회가 끝난 후에도 야5당이 결합해 2차 청문회와 정기국회 국정조사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이 이날 주장한 국정조사 근거는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에 투자한 과정의 탈세 의혹 ▲조남호 회장이 자기 회사 지분을 확장한 과정의 의혹 ▲처남 회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었다.

특히 지금껏 한진중공업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희망버스에도 계속해서 탑승해왔다. 이처럼 정 최고위원은 사측에 전방위적인 압력을 가하며 한진중공업 사태해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달 31일 고등법원에서 KTX 여승무원들의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 받은 만큼 KTX 여승무원 복직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또 지난 4월19일 정 최고위원은 전주 버스파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12m 망루에 올랐다. 그는 민주노총 간부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며 망루에서 내려올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노사가 모두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로 해결해 나가자고 설득했다.

이처럼 투쟁 중인 노동현장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고 있는 정 최고위원의 적극적인 노력은 이질감이 심한 양대 노총으로부터도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진보진영 인사들도 최근 정 최고위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만큼 지난 1년 동안 정 의원의 행보가 남달랐다는 얘기다. 

손학규와 장내공방으로 ‘존재감’ 높이며 ‘생산적 활동’
‘편지정치’로 정계원로·대의원 간 간극 좁히며 ‘호응’

또한 그는 ‘민주-진보정부’로의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통합이나 연대를 목청 높여 강조하고 있다. 다가올 10?26재보선은 상징적 의미가 있는 서울시장직 선거까지 포함되며 내년 선거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야권으로선 최대 승부수를 띄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 최고위원은 다가올 재보선에서 ‘복지 대 반(反)복지’ 그리고 ‘진보 대 보수’의 정확한 노선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국민적 관심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일반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선출된 후보는 민주적이고 공정한 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로 압축되어 반드시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의 선거 전략은
무조건 야권단일화

그간 정 최고위원은 노동현안을 고리로 진보정당과의 교류 폭을 넓히며 관계를 구축해온 터라 선거가 임박하면 본격적으로 두 팔 걷어붙이고 단일화에 앞장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재보선과 관련해 손 대표와 심한 마찰을 빚었다. 앞서 증세문제, 종북진보 발언 등을 놓고도 계속해서 파열음이 발생했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 측에서는 이러한 논쟁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 측은 이러한 마찰에 대해서 서로간의 입장 차이를 공론화시켜 논쟁하며 의사를 개진하는 과정은 민주적인 정당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히려 정당이 건강하기 때문에 당을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상대를 설득하고 논박하며 때로는 받아들이는 식으로 오히려 논쟁이 더욱 독려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 차이로 인해 생긴 의원들이나 당원들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정 최고위원은 이른바 ‘편지정치’를 구사하고 있다. 당의 중요한 결정사항이나 현안에 관련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에 앞서 관련인사들에 자신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편지를 보내며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정 최고위원은 당원 강령에 보편적 복지부분 명시와 당의 주권선언 개정안을 제안하며 사전에 당원 및 의원들에 편지를 보내 당론에 채택될 수 있도록 내용을 설명했다.

부유세를 주장할 때 역시 지역위원장들에게 취지와 내용을 미리 설명해 호응을 얻었고, 최근에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내용을 강령에 명시하기 위해 최고위원들에게 편지를 전하며 당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선명한 색깔로
존재감 차별화

정 최고위원은 한때 대권후보였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보이며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않다. 하지만 그는 현재의 지지율에 개의치 않는 눈치다.

그의 최측근에 따르면 현재 ‘장’이 서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이미지 여론조사라는 뜻이다. 때문에 현 여론조사를 참고하되 정확하게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는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정 최고위원은 계속해서 ‘현장밀착형 거리정치’로 바닥민심을 살피고 약자를 대변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진중공업 사태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운운한 만큼 노동·진보로 대표되는 정치적 색깔을 분명히 함으로써 다른 대선주자들과 차별화를 꾀할 생각이다.

이미 한 번의 실패를 경험했기에 두 번의 실패는 없다며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則死 必死則生)’의 각오로 뛰고 있는 정 최고위원. 그는 오늘도 노동현안을 고리로 민주와 진보를 아우르는 세력기반을 구축해 그들과 함께 ‘역동적 복지국가’라는 가치 비전을 공유하며 대권의 꿈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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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