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에이스] 숙명여중 농구부 전희교

  • 한국스포츠통신 www.apsk.co.kr
  • 등록 2018.04.23 10:30:44
  • 호수 1163호
  • 댓글 0개

'코트 위 작은 거인' 최고의 포인트 가드를 꿈꾸다

“Just play the match. Feel the pleasure and enjoy the game.”(그저 경기에 임해라. 즐거움을 느끼고, 경기를 즐겨라 - 마이클 조던)
 

마이클 조던의 말처럼 경기에 임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지금 이 경기를 즐기고자 하는 여중생이 있다. 한국 최고의 포인트 가드를 꿈꾸는 전희교다.

작은 고추가 맵다

“운동을 스트레스 받으면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서 시작한 건데 스트레스 받아서 그만둔다면 분명 다른 걸 할 때도 같을 테니까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또 즐기면서 해야 얻는 것도 있으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단지 농구가 좋아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닌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중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과 목표가 확실하기까지 했다.

“선수로서 생활이 끝난 후에 스킬 트레이너나 코치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항상 운동 끝나고 집에 가면 일지를 써요. 글로만 쓰는 게 아니라 중요한 것들은 그림으로 그려두기도 하고, 영상을 찾아서 보기도 해요. 제가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재밌게 잘 쓰고 있어요.”


다른 꿈 많은 여중생과 같았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농구’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전희교를 선수에만 국한 시키지 않고 더 먼 미래까지 꿈꾸게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꿈을 꿀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개인기로 작은 키 커버
팀원들과의 호흡도 중요

“초등학교 3, 4학년 때는 지금처럼 잘 한다는 이야기보다 신장이 작은 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 5학년 때 제 기량을 마음껏 펼치면서부터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죠. 주위서 잘한다고 해주시다 보니 그게 좋아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도 있고, 더 나아가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첫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점점 창대해지고 있다. 모든 이가 전희교를 보며 신장이 작은데 농구를 어떻게 하느냐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희교는 코트 안을 누비며 스스로를 입증했다.

“농구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키가 작은데 작다고 스트레스 받지 않아요. 키가 작으면 작은 만큼 더 자신의 무기를 만들어 가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KB 스타즈 심성영 선수 같은 경우에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신장이 작음에도 불구하고 코트를 휘젓고 다녀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할 수 있다는 생각 많이 해요. 키 때문에 못 한다 그런 생각은 별로 안 하고 있어요.”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것이 아닌, 자신이 가진 여러 가지의 장기로 커버하고자 했다.

“개인기가 좋은 편이라 이런 부분들이 작은 키를 커버해주는 것 같아요. 사실 과거에 가드들이 코트에서의 움직임이 한정적이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포지션을 제가 맡은 만큼 누가 봐도 ‘이건 딱 전희교 포지션’이네 할 수 있게 노력 중이에요. 그러기 위해 드리블, 슛, 패스 등의 연습을 많이 하고 있어요. 또한, 팀원들과의 호흡도 중요하니까 팀원들 한 번이라도 더 챙겨주고 있고요.”


그 결과 지난 8월 11일 경남 사천서 열린 2017 한국 중고 농구 주말리그 왕중왕전서 우승, 그리고 최우수선수상을 품에 안았다.

“결승서 청솔중학교를 만났어요. 그 팀이 제가 서초초등학교로 전학 오기 전에 있던 성남 수정초등학교와 연계돼있던 팀이었는데 제가 전학 오고부터 2016년까지 계속 지다 보니까 그 학교는 꼭 이기고 싶었어요. 그 간절함이 통했는지 청솔중학교를 이기면서 팀도 우승했고, 최우수선수상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누구나 상 받으면 기분 좋잖아요. 경기를 해오면서 동료들한테 미안한 것도, 고마운 것도 많았는데 그만큼 저와 동료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어요.”

간절히 이기고 싶었던 경기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 기억에 남았을 터, 그럼에도 전희교는 자신보다는 동료들을 우선시하며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사실 2017년 전관왕을 했다고 봐도 무방한 숙명여자중학교 농구부는 제54회 춘계 전국 남녀 중고 연맹전(영광대회), 제46회 전국 소년 체육대회, 2017 연맹 회장기 전국 남녀 중고 농구 대회, 2017 한국 중고 농구 주말리그 왕중왕전 우승 등의 성과로 그 어느 해보다 행복한 마무리를 했다.

“한편으로는 잘나갔던 해가 끝나서 아쉬워요.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도 전관왕을 했었는데 그다음 해에는 성적이 그때만큼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3학년이 되었을 때 17년과 같은 성적을 못 내면 어떡하지라는 부담감과 걱정이 큰 것 같아요. 그럼에도 17시즌은 잘 마무리돼서 마음은 가벼워요.”

“스트레스 받으면서
운동할 필요 없죠”

전희교는 2018년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부상 없이 한 해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인성 좋고, 바른 기본 예의가 좋은 선수로 기억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시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18시즌은 제가 숙명여자중학교에서 최고참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더 성적을 올리고 싶기도 하고, 새 감독님과 하는 첫해니 만큼 동계 훈련을 통해 잘 맞춰가서 좋은 성적을 얻고 싶어요. 그리고 제 개인 욕심일지 몰라도 우승을 2∼3번 이상은 꼭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앞서 전희교가 언급했듯 약 두 달여 전 새로운 감독과 2018년을 준비 중인 숙명여자중학교. 전희교는 오히려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2017년 저희가 성적이 잘 나와서 감독님이 부담스러우실 것 같아요. 저희가 잘 따라갈 테니 걱정 마시고 합을 잘 맞춰 18시즌에도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 전하고 싶어요.”

새 시즌을 앞두고, 새 지도자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희교는 오히려 잘 따라갈 테니 걱정 말라는 말을 남겼다. 전희교의 이러한 자신감이 2018년 숙명여자중학교의 경기를 더 기다려지게 했다. 더불어 자신에게 이러한 자신감을 심어준 이들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부모님께 항상 감사드려요. 제가 외동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항상 넘치는 사랑을 주시는 것도, 운동하는데 부족함 없이 지원해주시는 것도 너무 감사해요.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코트 안팎으로 저희 신경 써주시는 부장선생님, 감독님께도 감사드리고, 제 포지션이 가드인 만큼 코트 내에서 팀원들에게 요구하는 게 많아요. 그럴 때마다 잘 도와주고, 잘 움직여줘서 고마워요.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팀도 이뤄진 거잖아요. 동료들 덕에 팀이 있고, 저도 있는 거니까 친구들, 동생들 그리고 졸업 앞둔 언니들까지 모두 고맙다는 말해 주고 싶어요.”

꿈을 향해


한참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지만 하지 못해 아쉽다거나 슬픈 것은 없었다. 그저 자신의 꿈을 향해 가는 과정의 일환일 뿐, 지금 흘리는 땀방울의 무게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무게가 가져올 기쁨을 위해 오늘도 코트를 누비는 전희교, 그리고 숙명여자중학교의 2018년을 응원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