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부천터미널 ‘소풍’ 재건 나선 방비석 이노그룹 부회장

대박 실린 ‘거함’ 뱃고동 울리다


찬바람만 쌩쌩 불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 그 어렵다던 IMF 시절보다도 더 춥다는 게 ‘사장님’들의 전언이다.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나름대로 남은 힘을 다해 ‘파랑새’를 찾지만 갈팡질팡 헤매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수도권 유통지도를 확 뜯어고친 부천터미널 ‘소풍’이 주목받는 이유다. 소풍은 서남권 최대 쇼핑몰. 이랜드그룹과 손을 잡으면서 조만간‘큰 일’을 벌일 태세다. 파랑새를 찾아 나선 이들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는 방비석 이노그룹 부회장에게 소풍으로 향하는 ‘대박 지름길’을 물었다.

“그동안 걱정 많으셨죠. 이제 곧 새로운 항로를 개척할 힘찬 뱃고동이 울립니다.”
길 잃은 거함에 베테랑 선장이 승선했다. 부천의 초대형 쇼핑몰 부천터미널 ‘소풍’얘기다. 1년째 표류하던 소풍이 드디어 오는 12월 서남권 최대 쇼핑몰로 새롭게 변신한다. 소풍의 출현으로 수도권 유통업계의 지각변동마저 감지되고 있다.
이 작업을 진두지휘한 주인공이 방비석 이노그룹 부회장이다. 30여년간 공직에 몸담았던 방 부회장은 지난 6월 그룹 부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사실상 제 기능을 상실한 소풍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리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상가 분양과 활성화를 위한 기존의 대형 유통업체와의 전략적 제휴가 그것이다. 방 부회장은 3개월간 유통업계 전체를 물색한 끝에 제대로 된 파트너를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이랜드그룹이다.
소풍은 지난 9월 이랜드그룹과 상가 전체를 임대 운영하는 총괄입점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은 이랜드그룹이 소풍 전체매장을 10년 장기임대하는 형식이다.
“대형 유통업체들과 줄다리기 끝에 이랜드그룹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이보다 좋은 사업 파트너가 없었죠. 그러나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피말리는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이미 계약한 상가주 1천5백여명의 설득 작업이 만만치 않았어요. 결국 상가주 96%가 회사의 공정 시스템과 투명 경영을 인정한 결과 이랜드그룹과 손을 잡고 다음달인 12월 소풍의 화려한 부활을 앞두고 있습니다.”
부천시 원미구 상동에 위치한 소풍은 지상 9층, 지하 3층에 연면적 6만여평(20만㎡)의 복합테마쇼핑센터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1.7배, 여의도 63빌딩의 1.3배에 해당한다.
쇼핑몰엔 ▲생명나무, 인공암벽, 하늘폭포 등 자연 친화적인 테마공간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옥상 광장과 야외무대가 설치된 옥상정원 ▲11개의 스크린을 갖춘 멀티플렉스 영화관 ▲1천7백여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2천여평의 워터파크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랜드그룹이 운영하게 된 상가는 소풍 1층에서 5층까지 2만5백76평(6만7천9백1㎡)이다. 1∼2층은 대형할인매장인 킴스클럽, 3∼5층은 백화점식 아울렛인 뉴코아아울렛이 동시 입점한다. 이랜드그룹은 보증금 1백20억원, 무빙워크 설치 1백억원, 인테리어 공사 2백억원, 광고·홍보비 50억원 등 총 5백억원 가량을 소풍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풍과 이랜드의 만남은 문화타운과 쇼핑타운의 결합과 같습니다. 기존의 친환경적인 휴식 공간과 워터파크, 영화관 등 엔터테인먼트 공간, 고속버스터미널 등 생활 편의시설 등 복합 문화공간에 원스톱 쇼핑이 합세해 기존 집합상가와 차별화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물건의 품질은 백화점을, 가격은 시장을 표방합니다. 국내외 유명브랜드를 50∼80% 할인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전략을 세웠죠.”
소풍은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이 기간 동안 회사 보유분에 대한 특별분양을 실시하고 있다. 특별분양인 만큼 입주나자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크다. 방 부회장은 우선 연 수익률 10∼12%에 달하는 투자가치를 내세웠다. 극심한 불황에다 은행권 이율이 4∼5%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익률이 아닐 수 없다.

이랜드그룹 상가 총괄입점 계약 12월 그랜드오픈
회사 보유분 특별분양…분양금 18% 지원 등 혜택

소풍에 따르면 분양을 받은 투자자들은 농협을 통해 분양금의 18%를 3년에 걸쳐 매달 지원받는다. 일반 분양현장에선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인 지원 시스템이다. 일례로 투자자가 2억원에 해당하는 상가를 분양받을 시 3년에 걸쳐 3천6백만원을 월별로 지원받게 된다. 첫해는 매월 80만원, 이듬해는 60만원, 3년차는 40만원씩 지급받는다. 또 투자자는 3년간 실투자금액 대비 연 10.6%의 수익을 보장하는 수익증권을 발행 받을 뿐 아니라 이랜드그룹으로부터 매출액의 4%를 임대수수료로 받게 된다.
“‘반짝 아이템’에 평생 모은 돈을 투자했다가 순식간에 몽땅 날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죠. 마음 놓고 장사할 수 있고, 창업 전업 희망자나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발을 들여놓아도 무방할 만큼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앞으로 투자자의 지정 브랜드 입점과 자녀 채용 등 파격적인 혜택도 검토 중입니다.”
뛰어난 입지 조건도 빼놓을 수 없는 소풍의 매력이다. 소풍이 위치한 부천 상동은 서울·경기 수도권 서부 지역의 거점이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인천공항, 경인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등 주요 수도권 도로와 연결돼 접근성이 편리하다.

2011년 완공 예정인 지하철 7호선 상동역까지 개통되면 자동 역세권에 편입된다. 매달 평균 10만명이 이용하는 부천터미널과 5만3천세대의 아파트 단지도 끼고 있다. 각 층마다 구비된 최첨단 시설과 2천여대 수용 가능한 지하 1∼3층 주차장 시설은 잠재고객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하다.
“연 매출 3천억원 이상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풍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부천 시민들에게 돌려줄 생각입니다. 매장 직원들만 7천여명에 육박해 고용창출은 물론 부천시 세수 증대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방비석 부회장은?
1954년 충남 서천 출생인 방비석 이노그룹 부회장은 군산고를 졸업한 후 1975년 한양대 법대 재학 중 1975년 제18회 행정고시에 합격, 조달청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방 부회장은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영사, 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경제관리실장, 부천시 부시장 등을 역임한 뒤 2004년 부천시장 권한대행을 끝으로 28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현재 CEO로서의 화려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한편 1991년 설립된 이노그룹은 이노건설 등 계열사 11개를 가지고 있는 중견그룹이다. 강원도에서 시공과 시행 위주로 전원주택을 공급하면서 첫 발을 내딛었다. IMF 위기 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2003년 부천터미널을 시작으로 조경, 무역, 제지, 자동차 부품, 로봇 개발 등의 업체를 차례로 인수하면서 사세가 급격히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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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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