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에까지 밀리는 손학규 ‘히든카드’

대표 프리미엄 살리고 범민주화세력과 손 맞잡는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여권은 ‘박근혜 대세론’이 굳어지는 양상이다. 반면 야권에서는 혜성처럼 등장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지율이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며 점차 예측불허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오래전부터 대권을 꿈꾸며 뚜벅뚜벅 걸어온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입장에서는 다소 당황스러울 법도 하다. 하지만 손 대표에게선 한결 여유가 느껴진다. 그에겐 ‘박근혜 대세론’과 ‘문재인 대망론’을 무너뜨릴 최종병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야권통합’ 물꼬 트면 ‘당 대표’ 내려놓을까?
자신 향한 비판과 논란에 ‘정면대응’ 나서

차기 대선 지지율을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여야 통틀어 압도적 1위를 기록하며 여권은 ‘박근혜 대세론’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반면 야권에서는 ‘문재인 대망론’이 강타하며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해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안개 속 국면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 의하면 박 전 대표는 여전히 30%대의 안정적인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그간 야권에서 선두를 달리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앞지르며 폭풍성장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의 대선지지율 조사 결과 문 이사장이 11.8%로 11.3%에 그친 손 대표를 앞질렀다. 또 지난 8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문 이사장은 9.8%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9.4%를 기록한 손 대표를 근소하게 제치고 야권 대선후보 1위로 올라섰다.

혜성처럼 등장한 문
손 ‘DJ 적자’ 계승의지

야권 대선 지지율에서 손 대표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확실하게 따돌린 것은 ‘분당대첩’으로 한나라당 텃밭을 탈환하는 지대한 공로를 인정받아서다. 하지만 문 이사장은 어떠한 공로나 정치적 경험이 없음에도 지지율이 날로 솟구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윽고 ‘문재인 대망론’까지 몰고 온 그의 성장세가 대권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 여야 잠룡들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는 눈치다.

대권을 꿈꾸며 차곡차곡 수순을 밟으며 노력하는 손 대표로서는 누가 봐도 당황할 터. 그의 지지율은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고, 당 내부에서는 그에 대해 끊임없이 ‘정체성’과 ‘선명성’ 시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답답한 손 대표는 최근들어 자신에게 쏟아지는 논란에 정면대응하고 있다. 눈치 보지 않고 중도와 진보를 아우르는 ‘독자적인 노선개척’과 ‘원칙’이미지 굳히기에 돌입하며 ‘마이웨이’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자신은 “당원들이 뽑은 당대표다”라는 말로 정체성 논란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정체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자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적자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손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2주기 행사에 적극 참여하며 DJ 정신의 계승과 발전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를 매개로 자연스레 동교동계와의 스킨십까지 유도하며 거리 좁히기에 들어갔다. 그가 동교동계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DJ계승자 이미지 구축에 성공하면 그간 기반이 약했던 ‘호남표’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8일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2주기 추모기간을 선포하며 “김 전 대통령의 삶과 철학을 온 국민이 함께 새겨야 한다”며 “김 전 대통령이 없는 민주당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당 대표실의 벽을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대형사진으로도 꾸미면서 DJ계승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대북ㆍ노동엔 ‘원칙’
야권통합 직접 나서

그는 특히 선명성 비판에 대응해 ‘원칙’ 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대북ㆍ노동 정책기조에 원칙을 강조한 것. 손 대표는 이전에 대북정책기조에 관해 ‘원칙 있는 햇볕정책’을 강조하며 무조건 대북 퍼주기에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심각한 노사갈등을 앓고 있는 한진중공업이나 유성기업 등 노동현안에 있어서도 ‘선명하지만 균형감 잃지 않은 투쟁’을 강조하며 원칙을 내세웠다. 최대 시국 이슈인 한진중공업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달에는 노동부장관과 기획재정부장관을 잇달아 국회로 불러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으며,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청문회도 성사시켰고, 조 회장에 집단정리해고 철회도 주문했다. 또 직접 현장을 방문하며 사측의 양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는 중도 이미지가 강한 손 대표가 과격한 희망버스 탑승 등을 대신해 제도권 내에서 다각적인 방법론을 구사하며 노동 현안의 해결사로 진보층까지 껴안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체성 논란 종결 위해 DJ 계승자 이미지 구축
‘정치스승’ YS 지지와 범민주화세력 결집하면?

손 대표는 얼마 전 ‘한-EU FTA’ ‘KBS 수신료 인상안’ 등의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몇차례 리더십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따라서 점수 깎인 리더십을 만회하기 위해 야권통합으로 승부수를 띄운 모양새다. 야권통합에 물꼬를 틀 경우 리더십을 인정받고, 문재인 대망론에 맞서 대권가도에도 속력을 낼 수 있어서다.

때문에 그는 진보정당간의 ‘소통합’ 논의를 관망만하다 급기야 직접 두 팔 걷어붙이며 범야권의 ’대통합’을 주창하고 있다. 그는 이미 한진중공업이라는 노동현안을 고리로 야5당 대표들의 회담을 주도하며 야권연대와 스킨십을 가졌다. 이를 토대로 그는 당면 과제인 야권통합까지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민주당은 조기전당대회를 치러 손 대표가 일찍이 대표직을 사퇴하고 대권행보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정작 그는 “민주당은 민주·진보진영의 통합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야권 대통합 때까지 대표직 고수 의사를 밝혔다.

이는 결국 야권통합을 성사시켜 주도권을 잡고, 대권행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대표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과 상극인 YS
손 최후보루는 ‘YS’ 


일각에서는 대선국면으로 바짝 접어들 경우 손 대표가 ‘최후 병기’로 자신을 정계에 입문시킨 ‘YS(김영삼 전 대통령)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YS카드로 민주화세력을 모아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려는 포석이다. 

손 대표는 지난 1993년 경기 광명 국회의원 재보선을 앞두고 YS의 권유로 민자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대변인과 정책조정위원장과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내며 거물로 거듭 성장해왔다.

손 대표는 올해 초 당내 쏟아지는 출신비난에도 YS에 세배 인사를 드리며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다. 당시 YS는 손 대표에게 “정치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정의로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 군사독재시절 민주화라는 정의를 위해 투쟁했던 YS는 그간 박(근혜) 전 대표에 “유신의 딸”이라며 직접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따라서 여야 통틀어 압도적인 국민적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확정될 시 손 대표는 YS에 민주화 세력의 복원이라는 고리로 지지를 이끌어 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YS 역시 자신이 직접 발굴해서 키운 손 대표의 지지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YS가 1997년 대선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했고, 당을 지지하라는 발언을 삼가면서 자신과 앙숙이었던 DJ의 대통령 당선에 일정부분 기여한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09년 DJ 서거 이후 과거 민주화 세력이었던 민추협을 중심으로 동교동-상도동계가 화해무드를 조성했던 점 역시 YS가 손 대표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장의 카드를 하나씩 하나씩 뽑아가며 대권을 향해 고군분투 중인 손 대표. 과연 그는 YS라는 히든카드를 잡고 ‘박근혜 대세론’과 ‘문재인 대망론’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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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