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트렌드> 가성비? 가심비!

가심비 업종이 뜬다

서울 명동거리의 ‘은앤정명동닭갈비’는 ‘친환경 무항생제 국내산 냉장 닭다리살’을 점포 콘셉트로 내세우는 닭갈비 전문점이다. 김치도 국내산만을 사용하고,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신선한 식재료와 천연재료로 맛을 낸다. 반면, 최고급 식재료와 푸짐한 양에 비해 가격은 닭갈비 메뉴가 1만원, 치즈닭갈비가 1만3000원으로 비싸지 않다.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만족시키고 있는 점포인 셈이다. 

외식문화가 우리보다 앞서 있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이 점포를 유독 많이 찾는 이유이다. 이 점포의 김은정 사장은 “일본, 중국 등 관광객뿐만 아니라 국내 직장인들도 안심 먹거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추세”라며 “점심 저녁 피크타임에는 항상 손님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안심 먹거리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를 넘어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의미하는 가심비가 높은 업종이 뜨고 있다. 가심비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트렌드코리아 2018>에서 언급한 용어로 가성비에 주관적 심리적 특성을 반영한 개념이다. 김 교수는 불신·불안·불황에 시달리는 소비자가 심리적 안정을 주는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시장에서 나타나는 가심비 트렌드를 짚어본다.

치킨업계에서도 웰빙치킨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한동안 기름에 튀기지 않는 구운 치킨이 웰빙 붐을 타고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의 추세는 단순히 조리 방식에 국한하지 않고 재료 자체에 집중한다. 건강에 좋은 무항생제닭, 저염, 저당, 쌀로 튀긴 치킨 등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는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내 아이에게만은 건강한 치킨을 먹이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을 안심시키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자담치킨’ 과 ‘안심치킨’이다. 선두주자인 자담치킨은 무항생제닭과 무기질 함량이 높고 소화가 잘 되는 쌀로 만든 파우더로 튀긴 치킨임을 내세워 성장하고 있다. 치킨무도 천연재료로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작년 말 현재 가맹점이 200개를 넘어섰다. 


안심치킨 역시 무항생제닭과 쌀가루로 튀킨 치킨이다. 천연함초죽염으로 염지를 하고, 천연당과 발효식초로 만든 수제피클을 제공한다. 튀김기름도 100% 식물성 카놀라유를 사용하면서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맹점이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최근 창업시장의 큰 주목을 받으면서 가맹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밖에 간장치킨의 선두주자인 교촌치킨도 지난해 쌀로 튀긴 후라이드 메뉴를 선보이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는 등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간식용으로 가장 인기가 있는 치킨에 가심비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가성비를 내세운 무한리필 소고기 전문점이 많이 생겼다. 특히 한우 1등급 등심과 국내산 신선한 야채를 제공하는 소고기 전문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소고기를 수입산이 아닌 한우 1등급 등심을 무한리필로 제공한다는 것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소도둑’이 대표적인 브랜드다. 본사의 물류마진을 최소한으로 해 가맹점과 공생하고 있다. 주문 즉시 썰어주는 고기바 점포 컨셉이 인기다. 소도둑의 가심비 마케팅 전략이 주효하자 한우를 무한리필로 제공하는 점포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1위 브랜드인 한솥도시락도 가심비 메뉴로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우선 품질 좋은 무세미 신동진 단일미를 사용해 즉석에서 밥을 지어 고객에게 제공한다. 철저한 품질관리 및 엄격한 테스트를 통해 수분, 단백질, 아미노산 함량을 우수한 수준으로 유지한 최상급 단일미로 갓 지은, 건강에 좋은 따끈한 솥밥을 내놓는다. 

'소비자' 심리적 안정 주는 상품 선호
국내산 식재료 내세운 외식업 성장

한국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인 김치 역시 100% 국내산 재료를 사용한다. 땅 좋고 물 좋은 해남, 평창, 태백에서 재배한 배추에 국내산 고춧가루와 마늘, 젓갈 등 우리 농산물만 오롯이 사용하여 한솥도시락 김치를 만들었다. 이 밖에 모든 식재료도 까다롭게 엄선된 것만 사용하고, 조금이라도 검증되지 않은 것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한솥 이영덕 회장은 “한솥도시락은 밥과 김치를 비롯한 모든 음식을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재배된 식재료 중에서 엄격한 기준 아래 선별된 것만 골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싼 제품을 충동구매하는 대신 저렴한 상품을 다양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점포가 인기다.‘다이소’는 총 3만2000여개 제품을 구비하고 있다. 이중 1000원 이하가 50%, 2000원 이하가 80%, 5000원 이하가 100%다. 다이소가 5000원 이상 제품을 소싱 할 수 없어서가 아닐 게다. 고객을 안심시켜 절약하면서도 마음껏 소비하게 하는 가심비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다이소는 대형화와 인테리어 분위기를 쾌적하고 고급화하고 상품 디스플레이를 최적화함으로써 젊은층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여서 생필품 종합 쇼핑센터로 발전하고 있다. 다이소는 매년 20% 내외 성장하고 있고, 현재 전국적으로 1200여개 점포가 있다. 이 밖에 인형뽑기방과 게임방, VR방 등도 자기만족형 소비를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젊은층 소비자들을 공략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민감도 고려

이와 같이 가심비 업종은 당분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난도 교수의 지적대로 이제 소비가 더 이상 결핍의 충족이라는 평면적 기능을 넘어 소비주체의 감성을 어루만져야 하는 고차원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업 전문가들은 어설픈 가심비는 오히려 가성비보다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불황기에는 무엇보다 소비자의 가격민감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업자들은 고객에게 위안과 안심을 확실히 심어줄 수 있는 업종인가를 철저하게 따져본 후 업종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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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