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전직 경찰 ‘6·13 출마 리스트’ 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3.06 09:11:07
  • 호수 11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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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복 벗고 정치적 야망 ‘활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경찰이 지방선거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전직 경찰들이 대거 출마하기 때문. 경찰청 정보국은 경찰 출신 출마 예상자 리스트까지 만들었다. 이 리스트에는 총 27명의 전직 경찰 고위 인사들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찰 출신 고위 인사들이 이번 6·13 지방선거서 시·도지사 및 기초자치단체장에 대거 출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27명의 전직 경찰들이 출마 예상자로 꼽혔다. 이 문건은 경찰청 정보국서 생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14명
자한당 10명

경찰청 측은 이에 대해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수의 현직 경찰 관계자들은 해당 문건이 경찰청 정보국서 작성됐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서 쓰는 양식이 맞다”고 말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출마 예상자 대부분은 경찰 고위직 간부 출신들이었다. 치안총감 1명, 치안정감 6명, 치안감 3명, 총경 출신 17명이다. 문건에는 이들의 당적까지 나와 있다. 예상자로 꼽힌 27명 중 14명이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10명, 무소속 3명이었다. 

지난 지방선거서 경찰 출신의 경우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가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보수층이 두터웠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상당수 경찰 출신 인사들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것으로 보인다. 


출마 예상자 중에서는 자유한국당 당적을 ‘고심 중’이라는 인사도 있다.

문건에 나온 주요 인사들을 정리했다. 

[최기문]

최초의 임기제 경찰청장으로 인사청문회를 처음 거친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이번 지방선거서 무소속으로 경북 영천시장에 출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3명, 자유한국당 6명, 무소속 2명 등 무려 11명이 출사표를 던진 영천시장 선거에선 최 전 청장이 후보지지도 선두권에 올라서며 1위 후보자와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와 공동으로 지난달 26∼27일까지 이틀 동안 영천 거주 중인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영천시장 후보 지지도를 조사했다. 최 전 청장은 16.3%를 기록하며, 1위인 자유한국당 정재식 전 영천시 농업기술센터 소장(16.8%)과 오차범위 내에서 다투고 있다. 
 

최 전 청장은 DJ정권서 초대 경찰청장을 지냈다. 더불어 노무현정권서도 경찰청장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0년 모 대기업의 폭행사건 당시 후배 경찰 고위 간부들을 동원해 축소 및 은폐 시도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약력] ▲경북 영천 출신(1951년생) ▲해군 대위 전역 ▲경북대사대부고·영남대 경영학과·서울대 행정대학원 ▲제18회 행정고시 ▲종로경찰서장 ▲경북지방경찰청장 ▲청와대 치안비서관 ▲경찰청 차장 ▲경찰청장 ▲경찰대학장 ▲계명대 초빙교수 ▲한화그룹 고문 ▲동국대 겸임교수

[정용선]

정용선 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충남도지사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청장은 최근 자유한국당으로부터 도지사 출마를 적극 권유받고 있으며 출마 여부를 진지하게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당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아직 뚜렷한 출마 예상 후보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현역 의원들의 경우 의원직도 잃고 지방선거서도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로 출마 의사를 결심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 내부 작성 추정 문건 보니…
간부 출신 지방선거 대거 출마 예상

정 전 청장은 충남지방경찰청장과 대전지방경찰청장을 역임하며 노인과 장애인 안전 대책, 학교 폭력 근절 대책 등을 적극 추진해 호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정 전 청장이 충남지사 선거에 나설 경우 선거 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충남 당진 출신으로 경찰대 법학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정 전 청장은 1987년 경위로 임용돼 경찰에 입문, 경찰청 정보2과장과 정보심의관으로 근무하는 등 정보분야 경험이 풍부하다.

[약력] ▲충남 당진 출신 (1964년생) ▲경찰대(3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충남 당진서장 ▲경찰청 정보2과장 ▲서울 서대문서장 ▲경찰청 기획조정과장 ▲경찰청 정보심의관 ▲충남지방경찰청장 ▲경찰청 생활안전국장 ▲대전지방경찰청장 ▲경찰교육원장 ▲경찰청 수사국장 ▲경기지방경찰청장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청장

[김용판]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대선 여론조사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대구 달서구청장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청장은 이태훈 달서구청장 다음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영남일보>가 리얼미터와 공동으로 지난달 20~21일, 대구 달서구에 거주 중인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 


달서구청장 후보 지지도에서는 이 구청장이 22.6%의 지지율로 가장 앞섰고, 이어 김 전 청장이 14.1%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두 번째 높은 지지세를 보였다.

김 전 청장은 지난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서울경찰청 수사2계장으로 근무하며,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서 나온 대선 개입 증거를 은폐하고, 사건 관할서인 수서경찰서의 수사를 방해한 의혹을 받았다. 

[약력] ▲대구 달서 출신(1958년) ▲영남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법학과 졸업 ▲경북 성주경찰서장 ▲베이징 주재관 ▲경찰청 보안국장 ▲서울경찰청 차장 ▲충북경찰청장 ▲경찰청 보안국장 ▲서울지방경찰청장 

[서범수]

서병수 부산시장의 막냇동생인 서범수 전 경찰대학장은 울산시 울주군수에 출마할 것으로 전해진다. 

서 전 학장은 부산서 유년기를 보냈지만, 부친의 고향이 울산 울주군 범서읍으로 차기 총선서 울산지역 출마도 생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총경 승진 직후 울산경찰청 방범과장으로 1년, 2011년 경무관 승진 후에는 울산청 차장으로 5개월, 또 2014년 울산경찰청장을 지내며 울산과 계속 인연이 맺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불거진 엘시티 사건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그의 형인 서 시장의 측근이 엘시티 이영복 회장에게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며, 현직 부산시장과의 커넥션 의혹이 잇따라 나왔다. 

더불어 서 전 학장 역시 오랫동안 부산서 공직생활을 하며 이 회장과 관계를 대내외적으로 의심 받기도 했다. 

[약력] ▲울산 출신(1964년생) ▲부산 혜광고 ▲서울대 경제학과 ▲울산청 방범과장 ▲부산청 강서경찰서장 ▲부산청 수사과장 ▲부산청 동래경찰서장 ▲부산청 경무과장 ▲울산청 차장(경무관) ▲부산청 1부장 ▲경찰청 교통국장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치안감) ▲울산지방경찰청장 ▲경기지방경찰청 제2차장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 ▲경찰대학장

[이상식]

대구경찰청장 직과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을 지냈던 이상식 전 부산지방경찰청장은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한다. 

TK출신으로 행시를 합격한 엘리트 경찰로 평가받았다. 이명박정부 시절 대통령실에 파견 나가기도 했으며, 유력한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도 손꼽혔던 그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임기가 끝나고 이철성 경찰청장이 임명되자 제복을 벗었다. 

2017년 4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당시 후보를 지지하며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총감 1명, 정감 6명…27명 꼽아
사건·사고 구설 당사자도 포함

이 전 청장은 부산경찰청장이던 시절 부산경찰청이 ‘학교전담 경찰관 여고생 성관계’를 은폐하고 묵살한 사건 당시 책임론에 휘말리기도 했다. 2016년 6월 학교전담 경찰관 두 명이 선도 대상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부산경찰청서에서 은폐 축소하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약력] ▲경북 경주 출신(1966년생) ▲대구 경신고, 경찰대 졸업 ▲서울대 행정학 석사 ▲동국대 경찰행정학 박사 ▲제34회 행정고시 합격 ▲영국 주재관 ▲경찰청 마약지능수사과 과장 ▲서울 수서경찰서장 ▲대통령실 민정1비서관실 ▲경기지방경찰청 제3부장 ▲행전안전부 치안정책관 ▲경찰청 정보심의관 ▲부산지방경찰청장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장 

[김충규] 

소말리아 해적 사건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았던 김충규 전 동해·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의령군수에 출마한다. 

2013년 말 치안감으로 명예퇴직했던 그는 지난 19대 대선에선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조직특보와 경남도당 공동선대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경찰 재직 당시 경남 고성경찰서를 비롯해 산청경찰서장, 부산 금정·사상·해운대경찰서장을 역임했다. 
 

경찰 간부 출신김 전 청장은 30여년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낙후된 의령을 군민의 지혜와 공직자 역량을 결집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개발하겠다는 각오다. 

농촌소득 확충과 전통시장 활성화, 농촌 관광문화벨트 조성, 친환경기업 유치, 신도시 건설(1·2차), 다양한 인구증가 시책 등으로 인구 5만명 유지와 군립병원 신설 등 의료복지시설 확충 등을 공약했다.

[약력] ▲경남 의령 출신(1955년생) ▲부산공업고등학교, 중앙대학교 법학과 졸업 ▲부산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제주지방경찰청 해안경비단 단장 ▲부산지방경찰청 해운대경찰서 서장 ▲부산지방경찰청 해운대경찰서 서장 ▲해양경찰청 정보수사국 국장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청장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청장

서장급 눈길
연임도 노려

이들 후보군 외에도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경찰 고위 인사들과 출마 예정지는 이렇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전 광양서장 권세도(60)-여수시장 출마 ▲전 부산중부서장 이갑형(66)-부산남구청장 ▲전 부산해운대서장 변항종(63)-부산영도구청장 ▲전 사천서장 차상돈(62)-사천시장 ▲전 창녕서장 조성환(60)-밀양시장 ▲전 익산서장 나유인(60)-김제시장 ▲전 진주서장 장충남(57)-남해군수 ▲전 강릉서장 장신중(65)-강릉시장 ▲전 곡성서장 허남석(64)-곡성군수 ▲전 영천서장 정우동(54)-영천시장 ▲전 태백서장 윤선옥(63)-태백시장 ▲전 거창서장 양동인(66)-거창군수 등이다.

자유한국당은 ▲전 경기청장 김종양(58)-창원시장 ▲전 경기청장 이강덕(57·포항시장)-포항시장 ▲전 울산청장 김성근(61)-밀양시장 ▲전 경찰대학장 서범수(55)-울주군수 ▲전 중앙경찰학교장 조길형(56·충주시장)-충주시장 ▲전 여주서장 전진선(60)-양평군수 ▲전 청양서장 이석화(72·청양군수)-청양군수 ▲전 인천중부서장 이환섭(68)-인천동구청장 등이다.

무소속 후보군으로는 전 양구서장 최지붕(60)-양구군수, 전 경찰청 수사연구관 나용찬(65·괴산군수)-괴산군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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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