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인터뷰> 신일고 야구부 정재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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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8.01.29 11:17:48
  • 호수 11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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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정예 최고의 팀 기대하세요”

부상으로 조기 은퇴한 정 감독은 서울 중앙중 야구부 코치로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백운초 야구부 감독, 야탑고 야구부 코치, 청원중 야구부의 수석코치를 거쳐 자신의 모교인 신일고 야구부 감독에 취임했다. 정 감독을 신일고의 올 겨울 동계전지훈련지 강원도 횡성 횡성 베이스볼파크서 만나봤다.
 

모든 각급 학교의 감독과 코치들, 야구 현장의 관계자들, 그리고 그가 배출한 수많은 제자들과 학부모들에게까지 훌륭한 품성과 인격으로 회자된다.

-감독 부임 첫 번째 동계전지훈련지로 해외가 아닌 국내, 그것도 강원도 횡성을 선택했다.

▲첫 번째로는 신병철 교장님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신일고등학교 야구부는 해외전지훈련을 지양하고 동계 중에는 국내에 남아 훈련을 한다. 강원도 횡성을 선택한 이유는 기후와 훈련의 조건 때문이다. 나는 청원중학교 수석코치 시절부터 횡성으로 동계전지훈련을 왔었다. 

이곳이 오히려 겨울철에 훈련하기 적합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날씨도 의외로 따뜻하지만 무엇보다도 훈련장(횡성 베이스볼파크)의 지리적인 위치가 사방에서의 바람을 막아주고 있다. 겨울바람은 야구라는 종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감독 부임 석 달째다. 감독이 바라보는 올 시즌 신일고 야구부의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점이 신일고 야구부에 존재한다. 바로 선수의 인원수와 관계된 문제이다. 현재 신일고등학교는 학년별 선수 인원수가 각 열 명이다. 이렇듯 선수들의 수가 적다보니 선수들은 저학년 때부터 시합에 출전해 경기의 경험을 쌓는다. 

그게 장점인 요소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롭게 투입해야 하는 선수들은 또 너무 경기 경험이 없는 채로 투입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점의 요소고, 이 두 가지 장단점이 언제나 신일고의 경기에 중복되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청원중 야구부의 수석코치 시절 중학교 야구의 넘버원으로 꼽히던 왼손 투수 2명을 지도해 키워냈다. 좋은 투수는 어떠한 투수라고 생각하는가?

▲단지 투구의 스피드만이 좋다고 훌륭한 투수는 아니다. 그러한 투수는 피칭머신에 불과하다. 좋은 투수는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투수의 능력은 한 마디로 ‘경기운영’이다. 

나는 투구의 스피드에 절대적인 비중을 두지 않는다. 좋은 투수는 어떤 상황서도 컨디션 기복이 적어야 하고, 2점을 내줄 상황에서 1점으로 막거나, 아니면 점수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11월 부임…동계훈련 구슬땀
지도력·운영능력 겸비 지도자 평가

그러기 위해서는 타자와의 승부뿐만 아니라 주자가 있을 때 투수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경기의 흐름을 읽는 투수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투구의 완급을 조절해야 하고 번트 수비에 능해야 하며, 타자와의 상대는 물론 주자의 견제에도 능해야 한다.


-이번 동계전지훈련 프로그램은?

▲야구에 있어서 나의 지론은 체력우선이다. 이는 초등학교 감독부터 중학교 코치에 이르기까지 유소년과 청소년야구 연령대의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경험한 바에 의한 것이다. ‘체격’이 아닌 ‘체력’이 좋은 선수들이 결국 야구를 잘하게 된다. 체력이 좋은 선수는 부상을 당할 확률도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 감독 시절부터 동계훈련 때면 체력을 키우는 훈련을 위주로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체력훈련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런닝이다. 런닝은 전신운동이고 신체에 별 무리를 주지 않은 채로 상·하체의 근육과 관절들을 강하게 단련시킬 수 있는 훈련이다.
 

그런데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학교 야구부들이 체력훈련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크다. 당장 시즌이 시작되면 성적을 올려야 하고 성적을 올리려면 체력훈련보다 기술훈련이 더 효과적인 프로그램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우리 신일고는 이번 동계전지훈련 중에도 체력훈련과 기술훈련을 병행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두 가지 프로그램을 수행해야 하는 선수들의 고생이 많겠지만 선수 본인과 팀의 시즌 운영을 위하여 강훈련을 버텨주기 바랄뿐이다.

-야구부 위상이 많이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신일중 야구부 해체와 연관이 있나?

▲신일중 야구부의 해체가 신일고 야구부의 경기력과 성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신일중서 많은 선수들을 연계하여 선수 수급을 받았지만 언제나 실력이 최고인 선수들만 진학해 온 것은 아니었다. 

신일고가 전국대회 우승 등 훌륭한 성적을 올릴 때에도 선수단의 수가 언제나 타 학교와 비교해서 적었다. 당시 최재호 감독(현 강릉고 감독)등을 비롯한 전 감독들은 발품을 팔아가며 중학교 야구의 선수와 지도자들을 만나러 다녔다. 재질과 실력이 좋은 선수들을 신일고로 데리고 오기 위해서였다.

나는 신일고 감독 부임 직전까지 최근 5년 동안 청원중 야구부서 수석코치로 재직했었고, 현재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비롯한 중학교 야구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인적 현황을 많이 파악하고 있는 상태다. 얼마 전에도 프리시즌의 중학교 야구대회가 열렸던 강원도 속초와 동해지역을 찾아가 중학교 야구선수들을 열심히 파악하고 돌아왔다.

‘투수 조련사’ 명성이 자자∼
‘신일’ 브랜드 가치 더 높인다

-자사고 전환도 야구부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자사고인 신일고는 선수선발서 오히려 강점이 있다. 진학 희망의 대상 선수 중에서 선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얼마나 좋은 선수들이 신일고로의 진학을 희망하느냐는 것인데, 그러한 선수들을 확보하는 것이 감독인 내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선수 선발 인원이 적은 것은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타 학교의 팀으로 진학하는 것보다 신일고등학교 야구부로 진학하면 누구보다 더 먼저 경기에 나가 실전을 경험하며 선수 본인의 커리어를 일찍부터 쌓아갈 수 있다. 선수선발 과정서 이 점을 확실하게 어필하려 한다. 신일고의 특징을 살려 ‘소수정예’의 최고 팀을 구축할 것이다.

-야구부 운영에 어려움은 없나?

▲일단 신일고 출신인 나조차도 감독으로 부임한 후 야구부와 관련해 깜짝 놀란 것이 있었다. 바로 신일고 총동문회와 학교의 야구부에 대한 후원과 지원이었다. 올해 신일고 총동문회는 야구부 선수들에 대한 장학금을 2700만원이나 후원을 한다. 작년 1800만원서 상당한 액수가 증액된 것이다.

야구부에 대한 동문 선배들의 애정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동문 대선배이신 총동문회의 박용원 회장님(6회)과 박윤모 사무총장님(6회)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학교와 신병철 교장님의 후원도 정말 감사하다.

-신일고 선수에 돌아가는 혜택은?

▲신일고 야구선수들은 모든 등록금이 면제됨과 동시에 유니폼과 스파이크, 기본적인 장비 일체가 수량에 상관없이 모두 지원이 된다. 액수와 가치를 떠나서 신일고 야구부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동기 부여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 나는 신일고 야구부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나의 지도자 커리어로는 마지막 직책이라는 각오다. 실질적으로 나는 신일고 역대의 감독 중에 가장 낮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한 나에게 감독이라는 직책을 맡긴 이유를 나는 두 가지로 생각하고 있다. 

한 가지는 내가 중·고교를 비롯한 아마야구의 현황과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그러한 인식을 토대로 야구부를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감독으로서 내가 수행해야 할 임무는 신일고 야구부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며 재학생 선수들의 실력과 경기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현장으로 발품을 팔아가며 재능과 실력이 훌륭한 선수들을 끌어 모아서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일고라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며 더 높여야만 한다. 올 시즌 우리의 목표는 전국대회 4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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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