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MB 금고지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1.22 14:45:25
  • 호수 1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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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냐 배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금고지기가 구속됐다. 검찰은 국정원에게 특활비를 상납 받은 혐의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과 40년 지기로 최측근 중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자금을 관리한 핵심 키맨으로 지목되고 있다. 
 

MB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사적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지난 17일 구속됐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영장을 발부하면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죄 범했다는 
 의심 이유 상당”

검찰은 그동안 보안을 유지하며 청와대의 특활비 상납 수사에 만전을 기했다. 수사 사실이 알려질 경우 이 전 대통령 쪽에서 말 맞추기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하는 수사인 만큼 기초수사를 탄탄하게 해야할 필요도 있었다. 김 전 기획관이 혐의사실을 전면부인했는데도 법원이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검찰의 이런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전 기획관은 2008년 5월쯤 청와대 근처 주차장에서 국정원 예산 담당관으로부터 현금 2억원이 든 쇼핑백을 받는 등 국정원 측에서 총 4억원 이상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성호·원세훈 두 전직 국정원장과 국정원 예산을 담당하는 김주성·목영만 전 기조실장 등으로부터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전용해 자금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최근 이뤄진 검찰 조사에서 지난 2010년 원장 재직 당시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사실 일부분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 전 기획관이 “청와대 기념품 비용이 모자라다”라며 돈을 요구했다는 게 원 전 원장의 진술이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 혐의
이명박 운명 쥔 키맨 구속 

특히 원 전 원장은 김 전 기획관이 직접 돈을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고 검찰에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전 기획관이 청와대 기념품 관련 비용이 모자라 이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 전 원장은 지난 2010년 7∼8월 사이 당시 국정원 기획예산관이었던 최모씨에게 지시해 2억원을 김 전 기획관에게 전달토록 지시했다.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받은 최씨는 김 전 기획관 측 관계자에게 현금 2억원을 쇼핑백 2개에 담아 전달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구체적인 진술 등을 토대로 구속영장에 이 같은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기획관이 적극적으로 돈을 요구한 점이 진술 등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는 것. 

하지만 김 전 기획관은 검찰 수사 과정서 입을 굳게 다물었다. ‘돈을 건넸다’는 다수의 국정원 관계자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수수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앞서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도 구속됐다.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11시 김진모 전 비서관에 대해 특가법상 뇌물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비서관은 2009∼2011년 청와대 파견 근무를 했던 검사 출신이다. 
 


당시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날 오후부터 서울 구치소에서 대기했던 두 사람은 나란히 입감됐다. 

오랜 기간 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해온 김 전 기획관이 구속됨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는 곧장 이 전 대통령을 향해 뻗어 갈 전망이다. 검찰은 앞으로 최장 20일간 김 전 기획관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서 국정원 자금 수수 경위와 사용처 등에 관해 보강 조사를 벌여나갈 계획이다. 

총 4억원 이상
자금수수 의혹

특히 자금 수수 및 사용 과정서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나 거꾸로 이 전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으라고 지시했을 가능성 등을 강도 높게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기획관의 태도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는 이 전 대통령과 얽힌 다른 의혹을 밝히는 수사에서도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김 전 기획관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공동정범으로 사법처리하려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하기 위한 명시적 또는 암묵적 공모관계가 성립해야 한다. 

즉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자금의 수수를 지시했거나 최소한 공모했다는 등의 사실관계를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재산·가족·사생활까지 모두 챙기는 등 사실상의 집사 역할을 했다. 

청와대에선 5년 내내 안살림을 책임지는 총무비서관과 총무기획관을 지낸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이에 비춰볼 때 김 전 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과의 지시 또는 최소한 묵인·방조 없이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를 건네받았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으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만약 김 전 기획관의 특활비 수수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을 경우 직무유기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검찰이 김 전 기획관의 진술 없이 이를 적용할 가능성은 낮다.
 

정치권은 김 전 기획관 구속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통합 작업에 한창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중립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과 다스의 정점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는 점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며 “이제 그 윗선에 대한 수사도 본격적으로 이뤄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서 “이 전 대통령도 이제는 국민 앞에 진실을 말해야 한다”며 “‘다스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국민의 물음에 검찰의 철저하고 엄중한 수사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했다.

정의당의 경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속한 소환 조사를 요구했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서 “이 전 대통령을 조속히 소환 조사해 천인공노할 범죄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 한풀이하려고 한다”고 날을 세웠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서 “문재인정부는 살아 있는 전직 대통령은 전부 법정에 세울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을 꼭 법정에 세워야겠다는 보복의 일념으로 (국정원) 댓글에 이어 다스, 결국 국정원까지 엮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촛불정신이 정치보복, 정책보복, 인사보복을 위한 촛불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국민의당은 정치공방을 벌일 것이 아니라 사법부에 이 전 대통령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도 중립적인 조사를 당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진실을 규명하고 문제가 있으면 거기에 따라 적법하게 처벌해야만 한다”며 “이것은 정치공세 하지 말고 사법부에 맡겨서 진상을 규명하고, 만약에 법을 어겼다면 처벌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40년 지기 관계
사실상 집사 역할

김철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은 정치적인 입장의 고려 없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혐의에 대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수사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연관이 있다고 밝혀질 경우,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수사를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익환 바른정당 부대변인은 논평서 “전직 대통령과 관련한 중차대한 사안으로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검찰의 명운을 걸고 공정하고 중립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표적수사나 정치보복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법과 원칙만을 보고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상대 2년 선배다. 

이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 인수위 시절부터 임기가 끝나는 2012년까지 인수위 비서실 총무 담당 보좌역, 청와대 총무비서관, 총무기획관을 지냈으며 이 전 대통령의 재산 관리를 도맡아 온 MB의 ‘집사’로 불린다. 
 

이 때문에 그는 특히 주목을 받는다. 그동안 김 전 기획관은 철저히 베일에 싸였던 인물이다. 그는 항상 소리 없이 이 전 대통령 곁을 지키고 관리해온 ‘2인자’였다. 

그는 전북 익산 출신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환은행에 입사하면서 금융맨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기획관은 1976년 현대종합금융서 근무하면서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이 회사서 부사장까지 지낸 뒤 1991년 삼양종합금융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무렵 이 전 대통령은 현대를 떠나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용처에 초점 윗선 개입 수사
영부인 등 여러 증언 쏟아져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분신과 같은 관계를 맺은 것은 이 전 대통령이 1998년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이후였다. 이 전 대통령은 김경준씨와 함께 본격적으로 LKe뱅크 등의 사업을 시작했을 때 김 전 기획관이 나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기획관은 당시 해외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을 정도로 국제금융 전문가였다.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BBK 대표였던 김경준 씨가 다스에 140억원을 돌려주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2003년 다스의 자회사 홍은프레닝의 감사로 일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다스 설립, 도곡동 땅 자금 흐름 등의 과정에 있어서도 그는 키맨으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내곡동 사저 구입 사건에서도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다. 당시 사저 매입 대금 등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있었으나 김 전 기획관은 특검 조사 때 “대통령 퇴임 후 사저 부지 및 경호시설 부지 마련을 위한 계획과 준비업무는 대통령실 총무기획관인 내가 아니라 김인종(당시 경호처장)의 지휘하에 경호처서 추진했다”고 진술했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내곡동 사저 부지의 결정, 매매계약 체결 등에 개입하거나 관여한 바 없으며, 배임행위에 공모한 바 없다”고 하자 특검은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기획관이 지난 12일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 받은 의혹으로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서 측근들과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서 검찰 수사에 대해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이며 화를 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청와대 살림에
사생활도 관리

이 전 대통령 쪽은 “현 정부가 이 전 대통령을 끝까지 보복하겠다고 작정하고 나섰다”며 “10년 전의 일을 들춰내 수사를 하려고 한다. 내가 아는 한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을 반박이라도 하듯이 김 전 기획관은 구속됐다. 혐의는 가볍게 볼 수준의 것이 아니다. 결국 특활비의 용처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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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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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