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로또 닮은꼴 보니…

다시 꾸는 인생역전의 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SNS는 물론 뉴스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가상화폐’다. 가상화폐 열풍은 이제 광풍으로 변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번진 가상화폐 바람은 2003년 휘몰아친 로또광풍을 떠올리게 한다. <일요시사>가 15년을 사이에 둔 ‘인생역전의 꿈’을 들여다봤다.
 

경기불황과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일확천금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회사월급이나 사업으로 목돈을 만지기 어려운 시대가 되자 ‘한탕’을 바라는 분위기가 사회 전체에 스며드는 형국이다. ‘평생 벌어도 내 집 한 채 못 사는데…’라는 자조적인 생각은 사람들의 시선을 로또나 가상화폐로 돌려놨다.

경기 나쁠수록

일부 사람들은 가상화폐를 ‘행복한 꿈’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12월28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가상화폐 규제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의 제목은 ‘가상화폐규제반대: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였다.

청원자는 “우리 국민들은 가상화폐로 인해서 여태껏 대한민국서 가져보지 못한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었다” “내 집 하나 사기도 힘든 대한민국서 어쩌면 집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 생활에 조금 보탬이 돼서 숨 좀 돌릴 수 있을지 모른다”며 정부 규제에 반대했다.

지난해 12월28일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관의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 입장’ 브리핑서 특별대책을 내놨다. 특별대책에는 가상통화 실명제 도입, 시세조작이나 자금세탁 등 거래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 검찰과 경찰, 금융당국의 합동조사를 통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지금의 열풍, 2003년 때와 유사
정부 규제 후 부활한 한탕 유혹

정부 발표는 청원 참여에 불을 붙였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규제 반대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18일 기준으로 21만9000여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30일의 청원 기간 중 20만명 이상의 추천을 받을 경우 청와대 수석이나 각 부처 장관이 청원 마감 이후 30일 이내에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답변보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화폐 광풍은 정부 규제 발표 이후 더욱 불붙는 모양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일부 사람들의 전문용어 같던 가상화폐, 비트코인 등은 이제 전 국민이 다 아는 단어가 됐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심심하면 오르내릴 정도. 특히 취업난에 허덕이는 2030세대는 가상화폐를 유일한 돌파구로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높은 관심은 2003년 로또 열풍과 오버랩된다. 로또는 최고 당첨금액의 제한이 없는 복권으로 2002년 12월 시작됐다. 

구매자가 로또 판매단말기서 직접 번호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구매 후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당첨등위를 확인하는 구매자 중심의 참여형 복권이다. 1971년 미국 뉴저지서 판매된 이래 캐나다나 오스트레일리아 및 유럽, 아시아권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서 발매되는 로또는 1부터 45까지의 숫자 중에 자신이 원하는 6개의 숫자를 고르는 방식이다. 5등(5000원), 4등(5만원)을 제외한 1~3등 당첨금은 확정돼있지 않고 판매금액에 따라 당첨금액이 올라간다.

6개 숫자를 모두 맞춰야 하는 1등 당첨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로또 1등 당첨확률은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 하지만 당첨되면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

로또는 첫 발매 직후였던 2003년 판매액 정점을 찍는 등 그해 내내 열풍이 불었다. 특히 초기에는 1등 당첨자가 없어 당첨금이 다음회로 이월돼 수백억씩 누적되면서 열풍은 광풍으로까지 번졌다. 2003년 로또 판매액은 무려 3조8000억원이 넘었고 성인 1명 당 구매액도 10만원을 상회했다.

2003년 4월 당첨금 이월로 1등 당첨자 1명이 사상 최대 당첨금인 407억2000만원을 받았다. 2월엔 무려 835억9000만원을 13명이 나눠 가지면서 사재기가 성행하기도 했다. 역시 같은 해 40대 남성이 3000만원 상당의 로또를 샀다가 당첨금이 적자 지하철서 투신하는 사건까지 있었다.

로또 때문에 재산을 탕진하거나 삶의 의욕을 잃는 사람이 늘어났다. 정부가 사행산업을 부추긴다는 비난 여론도 불거졌다. 

결국 2004년 정부는 로또 규제를 위한 칼을 빼들었다. 당첨금 이월 횟수를 2회로 제한했고, 1인이 한 번에 살 수 있는 상한액을 10만원으로 묶었다. 게임의 가격 또한 2000원서 1000원으로 낮췄다.
 

규제 정책의 효과는 바로 다음 해부터 나타났다. 그러나 한풀 꺾였던 로또 열기는 금융 위기가 터진 2009년부터 꾸준히 증가세로 돌아서더니 지난해 역대 판매량 2위 기록을 세웠다.

지난 10일 복권 수탁 사업자인 나눔로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약 3조7948억원(추첨일 기준)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통계청 추정인구인 5144만명으로 판매량을 나눠보면, 한국인 1명 당 로또를 74번 샀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루 평균 로또 판매액은 104억원이었다. 사상 최대였던 2003년 105억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어섰다. 판매액 기준으로 역대 2위 기록이지만 역대 1위인 2003년은 게임의 가격이 2000원이었던 터라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적었다. 한 게임당 1000원으로 가격이 내린 이후 지난해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

여기저기서 ‘돈 벌었다’ 입소문
2030세대 ‘최후의 로또’에 몰두

정부는 로또복권 판매 증가 요인을 판매점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 새 점포가 635개 늘어나 총 판매점은 총 7230개가 됐다. 로또 판매 증가와 경기 국면과는 관계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복권은 경기가 나쁠수록 소비가 늘어나는 불황형 상품인 만큼 체감 경기가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로또 열풍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요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삶이 팍팍하고 돈벌이가 시원찮아 사람들이 ‘한방’을 노리던 모습은 최근 경기불황과 취업난에 지친 2030세대의 그것과 닮았다. 2003년 일확천금의 꿈을 좇는 이들에게 로또는 구원의 동아줄로 여겨졌다.

덕분에 ‘로또 맞았다’는 벼락처럼 쏟아진 행운을 뜻하는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최근 가상화폐는 ‘최후의 로또’ ‘마지막 흙수저 탈출구’ ‘계층 이동의 마지막 통로’ ‘마지막 인생역전 기회’ 등으로 불리고 있다. 앱 분석업체에 따르면 비트코인 앱 이용자 연령층은 30대가 32.7%로 가장 많았고, 20대(24.0%), 50대(15.8%) 순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가 전체 이용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일확천금 노린다

‘가상화폐로 떼돈을 벌었다’ ‘한 번에 학자금 대출 빚을 다 갚았다’ 등의 소문과 인증글은 가상화폐 열기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강력한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가상화폐 열풍이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 분석한다. 

평생 벌어도 금수저를 따라잡기 힘든 현실에 지친 2030세대가 인생역전의 꿈을 꾸는 한 열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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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