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타운하우스를 아느냐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 살던 40대 직장인 A씨는 올해 초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의 타운하우스(블록형 단독주택)로 이사했다. 첫째는 아토피와 비염으로 괴로워하는 두 자녀를 위해서 다음으로는 아이들을 마당 있는 집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키우고 싶은 욕심에서다. A씨는 “근무처가 있는 서울 광화문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들이 있어 출퇴근 여건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제주도로 귀향해 8년 차를 맞이한 50대 B씨는 “사드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었지만 오히려 제주도의 천혜의 자연을 여유롭게 누릴 수 있게 됐다”면서 “주변에 자녀의 교육문제와 힐링 목적으로 제주도 국제학교 진학과 동시에 타운하우스를 매입해 내려온 가구가 올해만 5가구가 된다”고 말했다.

테라스, 텃밭, 
바비큐장, 다락…

최근 타운하우스가 2018년 무술년 새해를 맞이해 다시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타운하우스는 주로 신도시나 택시개발지구에 건설되며 2~4층 높이의 공동주택을 말한다. 요즘 분양되는 타운하우스는 전용 84㎡ 이하에 3억~7억원대가 가장 인기가 높다. 역세권이나 대로를 접하는 등 교통이 편리한 곳이 선호된다. 

타운하우스는 테라스, 텃밭, 야외 바비큐장, 마당, 다락방 등도 갖추고 있어 전원생활과 공동주택의 편리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중소형으로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타운하우스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처럼 타운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올 들어 아파트에서나 가능했던 웃돈이 붙는 타운하우스가 등장했다.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파크자이더테라스’엔 분양가 대비 프리미엄(웃돈)이 최대 1억원 가까이 붙어 있다. 올 1월 5억~5억2000만원이던 전용면적 84㎡ 전세가격이 지난달 입주자 사전 점검을 한 뒤 5억7000만~5억8000만원으로 뛰었다. 입주를 앞두고 전세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아파트 단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의 테라스하우스인 ‘김포 한신휴더테라스’는 테라스와 다락방을 갖춘 4층에 프리미엄이 3500만~4000만원 정도 붙어 있다. 


청약 경쟁률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에서 모델하우스 개관과 동시에 선착순 분양을 한 ‘판교 파크하임 에비뉴’(49가구)는 이틀 만에 분양이 완료됐다. 판교에서 희소가치가 높은 소형 주택형(전용 60㎡ 이하)인 데다 운중동 고급 주택지에 자리 잡고 있어 인기가 높았다.

GS건설이 올 상반기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에 공급한 ‘자이더빌리지’(525가구)는 평균 33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84㎡ 단일 주택형에 4억~5억원대의 분양 가격, 김포도시철도(2018년 개통 예정) 역세권이란 장점이 부각됐다. 층간소음 걱정없이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 하는 30~40대부터 전원생활을 즐기고 싶어 하는 50~6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계약했다는 후문이다. 

무술년 다시 부는 열풍…도대체 왜?
전원생활과 공동주택 편리함 동시에

국내엔 2000년대 초부터 타운하우스가 본격적으로 공급됐다. 초기엔 고급형 일색이었다. SK건설이 2007년부터 용인 동백지구에 공급한 ‘동백 아펠바움’ (199가구)이 대표적이다. 전용 257㎡가 15억~17억원대에 분양됐는데 이런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가구 수가 적어 가구당 관리비 부담도 크고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대중교통 이용도 불편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서 타운하우스가 사라진 이유다.

2년 전부터 다시 등장한 타운하우스는 위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해결했다. 대부분 전용 84㎡ 이하 중소형으로 구성됐다. 분양가는 적게는 3억원, 많게는 7억원대로 낮아졌다. 가구 수도 늘려 관리비 부담을 줄였고, 입지도 역세권, 호수 주변, 산자락 등으로 좋아졌다. 건설사들은 테라스, 다락방, 텃밭 등을 더해 매력을 높였다.

타운하우스의 본격적인 가격 및 규모의 다이어트(다운사이징)가 시작되면서 중소형에 저렴한 분양가가 매력으로 작용을 했다. 업계는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늘면서 타운하우스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타운하우스는 크게 ‘시티형’과 ‘레저형’으로 나뉜다. 먼저 시티형은 도심과 가까워 편의시설 인프라를 누리기 좋은 타운하우스로 자연친화형으로 조성하되 쇼핑·문화 등 생활인프라를 가까이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자녀 교육이나 의료시설을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바닷가 등 인근은 특성상 습기가 많고 해풍이 거세 이를 피해 도심으로 자리를 잡기도 한다.


레저형은 관광지나 레저시설에 가까워 세컨드 하우스로 이용할 수 있는 타운하우스를 말한다. 입지로 인기 있는 곳은 부산과 제주처럼 서울과의 이동이 편리하면서 관광 인프라가 잘 발달한 지역이다. 최근에는 강원 강릉, 정선, 속초, 양양 등 강원지역도 레저형 입지로 선호된다. 레저형은 세컨드 하우스에서의 힐링과 더불어 임대수익까지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해당 지역 시장 상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를 했다가는 집값이 떨어지거나 임대 수요가 없어 큰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기존에 내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의 경우 레저형 타운하우스를 구입했을 경우 추가로 내야 하는 보유세와 양도세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공실 기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만큼 임대수익을 지나치게 기대하고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타운하우스가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 근본적으로 아파트 분양시장에 대한 정부의 초강력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과 국민소득과 여가활동의 증가로 나만의 주택을 소유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자 취향 따라 분석해보면 크게 교육, 힐링, 층간소음의 사회적 문제화, 반려견 키우는 집 증가로 볼 수 있다. 

시티형이냐 
레저형이냐

위의 사례처럼 속초, 양양, 강릉 등 강원도 동해안 쪽이나 제주도에 타운하우스 선호도가 높아진 이유로는 힐링이나 교육적인 목적이 강하다. 강원도 동해안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교통인프라 구축으로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제주도의 경우 영어교육도시의 조성으로 해외유학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라는 옛말이 무색할 정도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 양평, 분당, 용인, 일산, 김포 등 도심외곽의 경우 아파트 층간소음의 사회적 문제화, 반려견 키우는 집의 증가를 선호도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층간소음과 반려견 문제로 이웃간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타운하우스의 선호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원도 속초에 한 타운하우스를 분양받아 이주를 계획 중인 40대 주부 C씨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은 아이가 크면서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들 눈치를 보게 된다”며 “다만, 단독주택은 자연환경과 마당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고 보안이나 관리가 불편한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C씨가 언급한 것처럼 타운하우스는 아파트에 비교해 보안 및 관리상의 불편한 점 등 단점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타운하우스는 아파트와 단독주택 또는 전원주택의 장점과 단점을 결합한 주택이라고 보면 편하다. 이를테면 타운하우스는 아파트만큼은 아니나 소규모 공동생활이 이뤄지기 때문에 전기·가스·수도 등의 시설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일반적인 단독주택에 비해 편리하며 신도시나 택지지구일 경우 주변의 대단지 아파트와 함께 지어진 학교나 대형마트가 가까운 곳도 있다. 

실제 판교나 광교 등 신도시에 짓는 타운하우스들은 브랜드아파트 인근에 있어 생활편의시설을 사용하기가 수월하다. 또한 타운하우스는 변화되는 주거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 과거 대형 아파트단지를 선호하던 사람들은 편리한 교통 및 교육 인프라, 집값 상승 등의 이점을 기대했으나 최근에는 집을 더 이상은 투자가 아닌 ‘주거의 공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개인의 사생활이나 자연환경과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진 것이다.

과거와 달리 중소형 저렴하게 공급
분양가 대비 프리미엄 최대 1억원

답답한 아파트를 떠나 독립적인 생활을 누리는 게 단독주택의 큰 장점이지만 한국의 타운하우스는 다른 형태로 변화했다. 서울 주요도심이나 새로 개발하는 신도시의 경우 건설업체들이 수익성을 높이려고 2~3층의 공동주택 형태로 짓는 것이다. 현행 건축법상 주거용도의 건축물이 3층 이하, 연면적 330㎡ 이하이면 단독주택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3층짜리 명칭은 타운하우스라도 법적인 의미로는 단독주택에 해당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런 형태의 집을 다른 용어로 ‘블록형 타운하우스’라고 일컫는다. 도심의 땅값과 건설업체의 수익성을 고려할 때 한 건물에 한 가구만 사는 나홀로 단독주택은 현실적으로 짓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전원생활을 꿈꾸며 타운하우스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흐름을 읽어 2014년 규제를 완화해 단독주택의 기준층수를 2층에서 3층으로 높였다. 업계에서는 타운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 것을 놓고 사회문제가 된 층간소음이나 반려동물이 있는 가구의 증가에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자연을 벗삼아 산과 강, 바다 등의 조망권을 감상하며 텃밭을 가꾸는 등 자연 친화적인 생활을 위한 이주는 좋지만 아파트에 비해 매매가 빨리 이뤄지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목적으로 타운하우스를 매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분양 중인 주요 타운하우스.

▲속초 테르바움= 먼저 강원도에 ‘테르바움’이 강원도 속초시 노학동 일원에 199세대가 신규 분양 중이다. 테르바움은 유럽스타일 타운하우스로 실거주 공간뿐만 아니라 세컨드하우스, 웰빙하우스 개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때문에 노후대비 휴양마을을 준비하거나 역세권 인근의 도시형전원주택을 찾는 강원도 부동산 투자자 및 강원도 부동산 분양 실거주자에게 확인해볼 만하다. 

▲강릉유천 더 테라스 아리스타= 강원도 강릉시에 첫선을 보이는 테라스 하우스인 ‘강릉유천 더 테라스 아리스타’가 견본주택을 오픈했다. 대양종합건설㈜이 강릉 유천동에 짓는 이 단지는 2만3100㎡ 부지에 지상 4층 131가구 규모의 테라스하우스다. 각 가구는 전용면적 55~148㎡로 지어지며 복층형과 단층형(일부 가구)로 이뤄진다. 

▲제주 협재 에메랄드 캐슬= 제주의 에메랄드로 불리는 제주 협재해수욕장 인근에 고품격 타운하우스 선을 보여 화제다. 제주시 한경면 판포리 1232번지 일대에 조성되는 ‘제주 협재 에메랄드 캐슬’이다. 총대지면적 3646㎡, 건폐율 40%, 지상 2층 단독형 타운하우스로 총 7세대가 공급된다. A타입 4세대(전용면적 177.70㎡), B타입 3세대(전용면적 168.27㎡)로 6m 높이의 오픈된 복층형 거실로 구성된다. 친환경 마감재와 프로젝트 영화관을 갖춘 고품격 타운하우스로 꾸며진다. 특히 6m 층고 설계를 적용해 거실의 개방감을 효과적으로 높인 점이 돋보인다.

투자 목적으로
매입은 신중히


▲제주 화이트디어 해안= 제주 제주시 해안동 2545-5번지에 ‘화이트디어 해안’을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4층, 7개동, 전용면적 84~245㎡, 총 64가구 규모의 타운하우스다. 기존 공동주택의 배타적 인간관계, 폐쇄적 생활문화를 배척하고 친화적 인간관계, 자연 친화적 주거문화를 지향하는 입주민 간 커뮤니티가 살아 있는 생명력 있는 주거공간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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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