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전국 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 나주봉 회장

실종자만 보고 온 27년 외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2번 출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떡볶이와 튀김을 파는 노점이 늘어서 있고, 떨이로 옷을 파는 가게 앞에는 손님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주변엔 은행,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가 입점한 높은 건물이 즐비했다. ‘전국 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의 근거지인 컨테이너는 그런 북새통 속에 고요한 섬처럼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지난해 9월과 12월에 발생한 2건의 실종사건은 전 국민을 경악에 빠뜨렸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실종됐던 피해자가 결국 시신으로 발견된 점, 초동 조치가 빨랐다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으로 아동 실종에 대처하는 경찰의 안일한 태도가 드러났다. 아동 실종 대책이 수립됐지만 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뒤 실종 신고 후에야 발견된 고준희양 사건은 결국 막지 못했다.

6평 컨테이너

지난 5일 청량리역 2번 출구 근처 ‘전국 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이하 전미찾모)’ 사무실서 만난 나주봉 회장은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로 분주했다. 봉사활동 시간 확인부터 인터뷰 요청까지 용건은 다양했다. 

나 회장은 최근 두 사건과 관련해 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가졌다. 고준희양 사건에 대해서는 아이의 생사가 확인되기 전 이미 부모와의 연관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두 사건을 두고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회장은 “아동 실종 사건의 골든타임은 3시간이다. 굉장히 짧은 것처럼 보이지만 요새 3시간이면 전국 어디든지 갈 수 있다”며 “실종을 인지한 즉시 경찰에 신고해 찾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서 첫 신고 전화를 받는 담당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영학 사건이나 고준희양 사건 모두 첫 단추부터 잘못 채운 케이스”라고 지적했다.

나 회장은 이와 비슷한 사례로 2011년 5월 실종된 후 9개월 만에 경기도 의왕의 모락산서 변사체로 발견된 K씨에 대해 언급했다. 
 

평소 파킨슨병과 우울증을 앓던 K씨는 실종되기 며칠 전 자살하기 위해 자살명소로 알려진 전남 목포의 유달산 마당바위를 찾았다. K씨는 가족들 걱정에 차마 목숨을 끊지 못하고 돌아와 아내에게 자살 시도 사실을 털어놨지만 위로받지 못했다. 결국 이틀 뒤인 5월23일 집을 떠나 홀연히 사라졌다.

이영학·고준희양 사건 충격
실종에서 강력 범죄로 발전

나 회장은 “가족들은 신고 당시 K씨에 대한 상황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접수 담당자가 가족들에게서 K씨가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는 자살의심자라는 정보를 끌어냈다면 더 빨리 찾았을 것이고 살아있는 그를 만났을 가능성도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종자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할 때 들고 오는 건 대부분 사진 한 장이다. 담당자는 그런 상황서 실종자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우리 경찰에는 그런 프로파일링 매뉴얼이 부족하다”고 탄식했다.

실종 사건은 대형 사건이 일어났을 때만 반짝 관심을 받는다. 사건을 되짚는 과정서 드러난 경찰의 허술한 대처와 수사 체계의 부재는 매번 여론의 뭇매를 맞는 지점이지만 큰 변화는 없다. 


매년 줄어들던 아동 실종 건수는 지난해 다시 부쩍 늘었고, 잔혹한 범죄로 이어진 사례도 있어 대책이 필요하지만 전담 수사 인력은 전국 200여명에 불과하다.

나 회장 역시 부족한 지원과 관심에 허덕이고 있다. 6평 남짓한 컨테이너 벽면엔 실종자 전단지가 빼곡히 붙어있고, 한편에는 유인물이 수북이 쌓여있다. 컴퓨터와 냉장고 등 최소한의 세간만 놓인 공간은 성인 세 사람이 서 있으면 꽉 찰 정도로 비좁았다. 

나 회장은 물건 정리를 하지 못했다고 멋쩍어했지만 현실적으론 치울 시간도 인력도 없는 상태였다.

1991년 인천 월미도서 각설이 공연을 하던 중 개구리소년 다섯 부모들과 만난 이후 27년간 그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실종자 찾기에 매진했다. 
 

나 회장은 “주변서 저한테 미쳤다고 많이 말했는데 그들 말대로 정말 미쳐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사실 내일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고 토로했다.

전미찾모는 그가 활동을 멈추면 그대로 사라질 수 있는 단체다. 홈페이지 관리는 물론 사무실 내 화이트보드의 기록조차 업데이트가 안 된 상태였다. 지원금이라고는 동대문구서 나오는 몇 백만원이 전부. 그 외 비용은 후원을 받거나 사비를 털어 넣는 수밖에 없다. 바쁜 시간을 쪼개 보험회사에 다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두 시간 동안 나 회장은 봉사활동 시간이 필요해 찾아온 학생 두 팀, 5통 넘게 걸려온 전화를 일일이 대응해야 했다. 자신의 가족은 물론 실종자 가족까지 등에 업은 그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최근 건강이 따라주지 않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결국 재작년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나 회장은 이 길에 접어든 것에 대해 소위 말해 “낚였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실종자 문제를 거론하는 그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다. 두 대의 컴퓨터를 오가며 10여년 동안 쌓인 자료를 설명하는 그에게선 오랫동안 한 가지 일에 매달린 사람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신고 접수 담당자 중요해
지원도 관심도 열악 수준

일을 시작했던 초기 트럭을 몰고 전국 각지를 돌면서 전단지를 뿌리고 시설에 들어가 일일이 사람들을 들여다보면서 찾은 실종자는 700∼800명에 이른다. 그 과정서 시설 관계자에게 욕을 먹거나 얻어맞기도 했다. 

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해 실종자 가족들과 법을 만들었고, 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데 일조했다. 필요할 때만 자신을 찾는 정치인들과 사진을 찍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끝내 찾지 못한 실종자에 대한 추모도 그의 몫이다. 나 회장은 개구리소년 사건 피해자 추모제, 이웃집 남성에게 납치·살해된 혜진이·예슬이 추모제를 매년 주관한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 국민, 언론의 관심을 호소했다. 

특히 언론에 대해 “실종 사건을 잘 뜯어보면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참 많다. 언론서 그런 부분을 깊게 파고들어 보도해주면 좋을 텐데, 현재 실종 사건 보도는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30년 가까이 없어진 사람을 찾는데 온 시간을 바친 그는 몹시 지쳐 보였다. 
 

그는 “매년 어린이날이면 아동 실종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여러 행사를 기획했다. 실종자를 찾겠다고 대형버스를 타고 전국을 누비기도 했다”며 “말 그대로 미칠 수 있었던 건 아내와 두 아들의 협조와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족에 대해 항상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나 회장은 실종자 찾기 일을 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꼭 하나로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평소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보호를 받아야 한다. 현재 국회에 성인실종법이 계류 중인데 꼭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심 필요해


또 “개구리소년 사건, 안양 혜진이·예슬이, 최근 발생한 이영학 사건, 고준희양 사건 등 못된 어른들에게 희생된 수백명의 아이들을 추모할 수 있는 추모관이 건립됐으면 한다”며 “그 공간 자체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실종 사건에 대한 교육장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