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법지대’ 건국대 동물병원 속사정

병원장이 개인병원처럼 쥐락펴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건국대학교는 지난 10년간 안팎으로 몰아친 풍파에 휘청거렸다. 학교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지만 오랜 기간 쌓인 폐단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최근에는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이 적폐의 온상으로 떠올랐다. 대학원생 진료 수의사의 열정페이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병원장이 명확한 근거 없이 임의로 진료비 할인을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전국 10개 대학 부속 동물병원 중 사립대는 건국대학교(이하 건국대)가 유일하다. 1958년 개원 이래 실력이나 평판에 있어 나무랄 데 없는 대외 이미지를 쌓아왔다. 그랬던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이하 건국대 동물병원)이 최근 홍역을 치르고 있다. 먼저 대학원생 진료 수의사의 대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기에 병원장 김휘율 수의외과학 교수의 업무상 배임 의혹이 제기됐다.

유일 사립 부속
이미지 추락 중

김 교수는 2016년 2월 건국대 동물병원장으로 임명됐다. 전임 신호철 수의약리학과 교수는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자신의 해임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김휘율 체제 1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원 관계자들과의 술자리서 음주 후 동료 교수에게 폭행을 휘둘렀다. 와인 잔을 깨뜨려 그 파편을 휘두르는 등 수위도 높았다. 사건 이후 그는 자진 사퇴했다. 학교에서 김 교수에게 부과한 징계는 ‘견책’에 불과했다.

건국대 동물병원 관계자는 “김 교수 징계위원회 위원장은 당시 교학부총장이던 민상기 총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장 임용은 어떤 절차 없이 총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해 통보하는 식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동물병원 운영규정에 따르면 ‘원장은 총장의 명을 받아 소속 교직원을 지휘 감독한다’고만 돼있다. 병원장을 임명하는 절차나 심지어 임기에 대한 언급도 없다.

김 원장 사퇴 이후 2016년 4월 ‘동물병원 정상화를 위한 향후 운영계획(안)’이 나왔다. 동물병원 정상화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차기 동물병원장을 비임상 분야 수의대 교수나 경영 및 행정을 전공한 타 단과대학 교수 가운데 선발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후임은 비임상 분야의 한진수 실험동물의학과 교수가 맡았다.

특별지시로 기준 없는 할인 ‘펑펑’
수술 내역 바꿔 진료비 축소 의혹

그러나 지난해 8월17일 돌연 임상 분야의 김 교수가 다시 병원장에 임명됐다. 한 전 원장의 임기가 6개월여 남아 있었고, 매출이 늘어나는 등 병원 상황이 정상 궤도에 오르던 시점이었다. 김 교수의 임명에 다수의 수의과대 교수, 수의과대 총동문회, 임상동문회는 즉각 반발했다.

수의과대 임상교수들은 ▲병원 운영상의 문제 ▲병원 규정 무시 ▲내부 구성원과의 불화 ▲병원장으로서 품위 상실 및 병원 이미지 실추 등 ‘김 원장의 부적절한 병원 운영에 관한 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민 총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학교는 답변 대신 수의과대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최근 4년간의 출입국 기록을 제출하라”는 감사 지시를 내렸다.


학교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사이 ‘김휘율 체제 2기’는 공고해졌다. 

건국대 동물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김 교수는 병원장 부임 후 정당한 채용 절차 없이 계약직 수의사를 고용했다. 김 교수가 특채로 뽑은 아르바이트 수의사 가운데 한 명은 채용 후 수개월간 근무하지 않고 있지만 급여는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원생 진료 수의사에게 기준 없이 진료비 할인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원장 임명 반대에
학교 감사로 화답

<일요시사>가 입수한 건국대 동물병원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26일 밤비라는 이름의 치와와가 진도견에 물렸다. 밤비의 치료는 9월21일까지 이어졌고 그 사이 8월28일 1차, 9월1일에 2차 수술이 진행됐다. 

문제는 진료에 대한 청구 가격이다. 밤비의 수술을 담당했던 대학원생 진료 수의사 이모 선생은 모든 진료 내역에 40% 할인율을 적용했다.

건국대 동물병원은 학교 직원이나 학생 또는 직계 가족에 진료비 감면혜택을 주고 있다. 졸업생을 제외한 건국대 학생과 대학원생은 20%, 교수나 직원·수의과대 대학생과 대학원생·수의과대 교수의 직계가족은 3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최고 할인율은 40%로 수의과대 교수만 해당된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결과 밤비의 보호자 이모씨는 수의과대 교수가 아니었다. 의문은 ‘고객메모’를 통해 풀렸다. 
 

고객메모는 담당 진료 수의사가 환자의 보호자에 대해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밤비의 보호자, 즉 이씨에 대한 고객메모에는 ‘이○○(리빙디자인학과 교수) 소유견이 가해견. 피해견인 밤비 김휘율 교수님 특별지시로 40% 할인(2017/9/11)’이라고 적혀 있다.

이○○ 교수는 예술디자인대학 리빙디자인학과 소속이라 최대 할인율이 30%다. 게다가 진료를 받은 밤비는 이 교수의 개가 아니라 그의 개에 물린 피해견이다. 다시 말해 건국대 소속 교수의 개에게 물린 다른 개를 치료하는 과정서 40% 할인율을 적용한 셈이다. 제대로 따지면 밤비의 보호자인 이씨는 감면혜택 대상자가 아니다.

밤비를 진료한 이모 선생은 “교수의 지시대로 했을 뿐”이라며 “원무과에도 이미 얘기가 다 돼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짧게 답했다. 건국대 동물병원 측은 “동물병원 내규에 병원장이 인정하는 특별한 경우 50%까지 할인해줄 수 있도록 돼있다”고 해명했다.

복수의 건국대 동물병원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건국대학교 동물병원 진료비 감면혜택 안내’에 따르면 50%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 생활보호대상자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신호철 교수나 한진수 교수 등 전임 원장들은 특별 할인이 필요한 경우 간부회의 같은 협의체를 소집해 모두의 동의를 얻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7월에도 있었다. 지난해 7월7일 진도견 뚱이는 유선종양 주증과 구강종괴로 병원을 찾았다. 뚱이 보호자 허모씨에 대한 고객메모에는 ‘김휘율 교수님 지시 50% 할인→할인취소(2017/8/9)’라고 기재돼있다. 

실제 뚱이의 청구 내역서를 보면 50% 할인가로 적혀 있다. 원래 9만원인 초음파 검사를 4만5000원, 11만원짜리 구강종괴 생검을 5만5000원만 받은 식이다.

건국대 전 이사이자 S학교 김모 이사장도 김 교수에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건국대 대학병원 VIP병동에 입원해 있는 동안 간호사들을 성추행 했다는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이다. 

해당 사실이 이슈화될 기미를 보이자 김 이사장은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은 건국대 이사 자리서 물러났다.

최근 김 이사장의 개 로띠와 미미가 고객명 ‘S학교 SIS’ ‘S학교’라는 이름으로 건국대 동물병원에 드나든 사실이 확인됐다. 김 이사장은 2015년 <뉴스1>과의 인터뷰서 2005년 7월 유실견이었던 검은색 시바견 로띠를 만났다고 말한 바 있다. 

미미는 로띠의 새끼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2015년 3월31일부터 2017년 3월3일까지 로띠와 미미는 건국대 동물병원에 내원했다.


업무상 배임 의혹
김영란법 위반도?

당시 원장 신분이 아니었던 김 교수는 김 이사장과 관련된 진료를 도맡았다. 이 과정서 김 이사장이 돈을 내지 않거나 건국대 동물병원서 아예 진료비를 청구하지 않은 사례가 10건 넘게 발견됐다. 김 교수의 근거 없는 진료비 할인이 병원장 부임 이전부터 이뤄졌다는 의심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건국대 동물병원 측은 “2014년 5월부터 현재까지 진료비 미납 장부를 확인해 본 결과 ‘K이사장' ‘S학교’라는 이름은 없다”고 답했다. S학교 관계자는 “미결제 건에 대해 지난달 7일 완납했다”고 해명했다.

조석영 법무법인 율석의 노동변호사는 “김 교수의 행위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며 “김 교수가 특혜를 준 사람 가운데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있다면 그 역시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건국대 동물병원에 청구기준이 없는 수술 후 임의로 가격을 싸게 청구 ▲할인 사유가 없는데도 50% 할인 적용 ▲수의사마다 다르게 적용된 할인율 등 지난 두 달 동안에만 10여건의 사례가 발견됐다. 

지난해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파악된 것만 35건에 이른다. 수의사법 제32조에는 ‘관련 서류를 위조하거나 변조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청구하였을 때’ 1년 이내의 면허 정지가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실제 집도한 수술과 청구서에 기록된 수술 종류가 다른 사례도 있다. 

미니어처 핀셔 종의 요다는 지난해 7월30일 보호자가 안고 있다가 떨어뜨려 부상을 입었다. 앞발 발바닥뼈 5개 중 4개가 골절된 요다는 다음날인 31일 건국대 동물병원을 찾았다. 8월1일 수술 진행과정은 차트에 자세히 기록돼있는데 반해 청구서에는 골절 관련 내역 없이 피부봉합으로만 적혀 있다.

건국대 동물병원 관계자는 “발바닥뼈 골절 수술의 경우, 소형견은 개당 77만원으로 청구한다”며 “요다는 피부봉합으로 처리해 33만원을 청구했고, 그나마도 할인해 23만1000원만 받았다”고 설명했다. 

요다의 보호자인 홍모씨는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소속 조교수로 30% 할인 대상자다. 설명대로면 홍씨는 진료비 감면혜택 외에도 별다른 기준 없이 추가 할인을 받은 셈이다.

건대 전 이사도 특혜 받았나?
업무상 배임 혐의 가능성 높아

적용 할인율이 들쭉날쭉한 경우도 있다. 포메라니안 종의 뚱이는 스스로 꼬리를 무는 습관으로 꼬리에 괴사가 일어나 지난해 8월9일 건국대 동물병원을 찾았다. 그러다 8월16일 지역병원에서 드레싱을 하던 중 낙상해 요골(앞다리)골절로 건국대 동물병원에 응급 내원, 수술을 진행했다. 

뚱이의 보호자 고모씨에 대한 고객메모에는 ‘김휘율 교수님 친척 30% 할인(2017/8/23)’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21일 이후부터는 20%로 할인율이 감소했다. 불과 한 달 새 적용 할인율이 변한 것이다. 또한 뚱이의 경우도 진료비가 석연찮게 축소된 흔적이 발견됐다. 

건국대 동물병원 관계자는 “뚱이는 절개하고 임플랜트를 넣는 ‘Open Reduction’을 했음에도 외부서 뼈를 맞춰 부목만 대주는 ‘Closed Reduction’으로 처리해 꼼수를 부렸다”며 “원칙대로면 121만원을 받아야 하는데 22만원만 청구한 것도 모자라 할인까지 해줬다”고 분석했다.

수의사법 제13조를 위반하는 차트 미작성 사례도 발견됐다. 총장실서 비서로 근무 중인 방모씨의 개 아미(말티푸, 말티즈+푸들)는 지난달 1일 건국대 동물병원에 내원했다. 문제는 아미의 병원 방문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미가 앓고 있는 질환이나 이에 대한 진료 과정이 차트에 전혀 기재돼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의사법 제13조에 따르면 수의사는 진료부나 검안부를 갖춰 두고 진료하거나 검안한 사항을 기록하고 서명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제41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아미도 청구서에 문제가 나타났다. 입원 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입원 환자에 적용되는 혈액검사 가격으로 청구한 흔적이 발견된 것. 

건국대 동물병원은 항목별로 일반 환자와 입원 환자 간 가격 차등을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입원 환자의 경우 50%가량 저렴하다. 아미의 보호자인 방모씨는 총장실서 일하기 때문에 30%의 할인이 가능하다. 여기에 혈액검사 가격 부분서 추가 혜택을 받은 셈이다.

약자 배려 없어
오로지 자기이익

건국대 동물병원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할인과 청구 비리를 남발하면서도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회 소외계층이나 유기견에 대한 할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며 “모두 자기 이익과 연관돼있는 사람들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 일로 김 교수가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비용을 마구잡이로 받으면서 대학원생들의 급여는 아까워하는 사람이라는 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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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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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도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예 병원에 드러눕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영부인이 병원에 입원하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정말 아픈 걸까, 수사 회피를 위한 ‘쇼’인 걸까?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그리고 조기 대선을 넘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정부 지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3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부권 사라지자…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에서 처음 통과된 법률안으로 기록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경위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즉 내란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 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를 들여다본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등과 관련된 16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법은 한동안 윤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3번, 내란 특검법은 2번, 김건희 특검법은 4번 국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정부가 출범하면서 3대 특검법은 공포·의결됐다. 윤정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매머드급’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김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지휘한다.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최대 205명 규모로 꾸려진다. 3대 특검 중 규모 면으로는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지병 악화? 우울증? 수사는 최장 170일간 가능하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간 수사할 수 있지만 그사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30일씩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사건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사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부당 개입 의혹 사건 등 16가지 의혹을 살펴본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이 인지한 관련 범죄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혹에 대한 수사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김 여사의 소환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최초다. 실제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는 ‘김 여사 조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가 최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알려진 이유는 지병 악화였다. 당시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몸이 쇠약해져 오늘 입원한 건 맞다”면서도 “병명은 모르는데 심각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퇴원해 수사 준비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혹만 16가지 이후 서정욱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다고 알려졌다. 서 번호사는 YTN 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계속 우울증 약을 먹는 등 평소에도 안 좋았다”면서 “특검은 6개월가량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조사한 뒤 중간쯤 김 여사를 소환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특검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김 여사는 특검을 해명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가짜 의혹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요리조리 수사를 거부하던 부인 김건희씨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내란 2인자 김용현은 구속 기간 만료를 노리고 법원 결정을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란 수괴를 풀어준 지귀연 판사나 노골적으로 김건희를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세력과 내통해 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깨끗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3년간 대통령을 했고 영부인을 했는데 그렇게 추잡하게 놀면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쇼 한다” 이어 “윤석열정권 때는 황제 수사 받고 더 나쁜 건, 진짜 나쁜 건 검찰이다. 다 덮었다”면서 “이제서야 통화 기록이 나오고 주가조작 나오고, 그리고 소환 통보하니까 우울증 걸렸다고 병원 가나? 우리 서민들이 병원 입원실 잡기가 쉽냐? 마지막까지 이렇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김건희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피하기 위해서다. 봐라, 대통령선거 때는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문제가 되는데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안 나가면 검찰이 봐주나?”라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비겁하고 진짜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뭐예요? 무혐의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해프닝도 덩달아 일어났다. 김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누군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병원에 치킨을 배달시켰다는 풍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마약 신고를 한 신고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병원 입원으로 특검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입원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입원 사실을) 어제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어떻게 조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차츰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면 조사 언제쯤? 방패막이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형근·박상진·오정희·문홍주 특별검사보를 임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역할을 맡는다. 특검보들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나눠서 맡기로 한 것까지는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에 의혹이 가장 많고 그 범위도 방대해 수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소환 여부, 시기, 방법 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여사의 입원 기간은 2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서도 김 여사가 수사에 불응하면 발생한다. 이때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 특검은 지난 1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총괄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진성배씨 의혹을 관할하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민 특검은 “중앙지검에서 이첩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상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민 특검은 금융감독원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이제 김 여사를 지켜줄 방패막은 사라진 상태다.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유독 높은 만큼 김 여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점, 핵심 증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김 여사에겐 악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