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②재벌총수들의 ‘여름나기 밥상’ 공개

“세끼 꼬박 챙겨먹는 게 최고의 보양식!”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전례 없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람들은 상승하는 기온과 반대로 기력이 떨어져만 간다. 스태미나를 보충해줄 삼계탕 한 그릇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이다. 재벌 총수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수많은 임직원을 거느리고 기업을 이끌어가야 하는 탓에 정신적?육체적 체력소모가 누구보다 심할 수밖에 없다. 총수들 대부분이 고령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체력관리가 필수다. 특히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철엔 ‘수라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더운 여름, 총수들의 기력을 빵빵하게 채워줄 ‘그들만의 밥상’을 들여다봤다.

90세 재계 맏형 신격호 회장, 돌솥비빔밥 예찬론 펼쳐
이건희 회장 서민적 입맛에 눈길…“된장찌개가 최고”

올해 90세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명실상부한 재계의 ‘맏형’이다. 신 총괄회장의 공식적인 나이는 1922년생이지만, 실제론 1918년생이란 얘기도 있다. 지난 2월 차남 신동빈에게 회장직을 넘겨주면서 ‘명예회장’이라는 직함 대신 ‘총괄회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왕좌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1970년대 중반부터 한일 양국을 오가는 이른바 ‘현해탄 경영’을 시작, 3?11 대지진 직전까지 홀수 달엔 ‘신격호’가, 짝수 달엔 ‘시게미쓰 다케오’가 됐다. 현재 4개월째 한국에 머물고 있지만 거의 매일같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주요 경영현안과 관련한 업무보고를 받는 등 왕성한 경영활동을 펴고 있다. 그만큼 ‘건강’에 자신 있다는 반증이다.

강신호 회장
건강비결 ‘소식’

그는 평소 한식과 일식을 즐긴다. 40년 넘게 해온 셔틀 경영패턴이 식탁 위로 고스란히 이어진 셈이다. 아침은 통상 죽으로 해결하지만 점심과 저녁은 한식과 일식을 번갈아가며 먹는다.

그런 신 총괄회장이 으뜸으로 꼽는 여름 건강식은 돌솥비빔밥이다. 별다른 양념 없이 7가지 야채와 갈비만으로 맛을 낸다. 여름철 무더위로 잃어버렸던 입맛을 되찾아 준다는 게 그 이유다. 신 회장은 “무더운 여름철에는 부담을 주지 않는 담담한 맛이 좋다”며 돌솥비빔밥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보양식보다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건강관리에 가장 중요하다는 게 신 회장의 지론이다. 신 회장은 아무리 급한 현안이 있어도 식사시간만큼은 정해진 시간에 거르지 않는다. ‘밥이 보약’이라는 생각에서다.

신 회장 다음으로 재계 큰형님 위치를 지키고 있는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도 85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강 회장은 재계의 여러 모임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해 골프를 즐길 정도의 ‘건강맨’이다. 골프 정규홀을 이동카트 없이 장장 6시간 동안 걷는가 하면 동아제약이 주최한 국토대장정에 참가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특별한 보양식을 즐기진 않는다. 다만 강 회장은 ‘소식’을 건강비결로 꼽는다. 그는 식사량을 80%로 엄격히 제한한다. 총 식사량을 100으로 보면 ‘아침 30, 점심 40, 저녁 30’이 강 회장의 식사 비율이다. 짜고 매운 음식은 절대로 입에 대지 않는다. 특히 아침은 필수. ‘토스트, 인절미, 주스…’가 강 회장의 아침 식단이다. 자사에서 만드는 건강음료나 건강보조식품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올해 70세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식단은 ‘재계 1위 기업 총수’라는 타이틀과 달리 굉장히 서민적이다. 어떤 음식보다 전통 한식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된장찌개를 가장 선호한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외식을 할 때 주로 찾던 신라호텔의 된장찌개가 국내에서 가장 맛있었다는 후문이다. 이 식당은 현재 없어진 상태다.

이 회장은 여름철 별미로 콩국수를 즐긴다. 실제,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이 회장을 위해 삼성본관 부근 식당에서 냉콩국수용 국물을 사가는 모습이 이따금씩 포착되기도 했다. 간식으로는 곰보빵, 단팥빵, 크림빵 등을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창시절 추억 때문이라는 게 삼성그룹 측 설명이다.

67세인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소탈하고 검소한 입맛을 가졌다. 구인회 창업자부터 내려온 근검절약 정신이다. 그래서 구 회장도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식성 또한 왕성하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과거 보신탕을 즐겼지만 선친 구자경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로는 거의 먹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소식을 원칙으로 찌개와 생선류 등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한다. 구 회장의 간식거리는 수제비와 칼국수 등이다.

강철체력 박삼구
가리는 것 없어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재계 대표 강골이다. 타고난 건강체질인 정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럭비, 레슬링 등으로 몸이 단단히 다져져있다. 74세인 지금도 젊은 시절의 유연성과 근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의 활발한 현장경영 행보는 현재 건강 상태를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국내외 사업장 등을 점검하기 위해 해외출장도 자주 나갈 정도로 건강만큼은 자부하고 있는 것.

재계 대표 강골 정몽구 회장, 가리는 것 없는 잡식성
조양호·조석래 회장 보양식보다 운동 등으로 건강관리

선천적으로 건강한 때문인지 특별한 보양식을 챙기진 않는다. 삼시세끼를 꼬박 챙겨 먹는 게 전부다. 딱히 가리는 음식도 없다. 뭐든 잘 먹는 잡식성(?)이다. 임직원들과 직원식당을 찾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띌 정도로 서민적인 식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굳이 선호하는 음식을 꼽자면 김치찌개가 있다. 해외출장 중에도 오로지 김치찌개를 먹기 위해 현지 한식당을 찾을 정도다. 정 회장은 라면을 자주 먹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정 회장의 가방 한켠엔 늘 라면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전언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정 회장 못 지 않은 ‘강철 체력’의 소유자다. 매일 아침 5시면 집을 나와 조깅과 헬스로 아침을 시작한다.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에 그룹 임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만능 스포츠맨 회장님’. 특히 수영과 골프는 즐기는 수준을 넘어 프로급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력만큼이나 식성도 정 회장과 큰 차이가 없다. 평소 ‘음식을 가리지 말고 잘 먹자’고 강조하며 한·중·일·양식을 가리지 않는다. 비서실에서 식사예약을 할 때 딱히 주문하는 메뉴가 없다는 게 그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젊은 회장님’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은 ‘젊은 입맛’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장은 전통 한식을 좋아한다. 눈에 띄는 점은 다른 총수들과 달리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한다는 것. 매운 볶음류 등을 자주 먹는다. 종종 사무실에서 햄버거나 피자 등 패스트푸드를 시켜 먹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한다. 올해 56세로 다른 기업 총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를 감안하면 공감되는 식단이다. 다만 아침식사는 ‘정도’를 지킨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밥, 국, 찌게에 생선류 등 다양한 반찬을 곁들인다.

올해 52세인 최태원 SK 회장은 숨가뿐 현장경영으로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최 회장의 밥상은 잘 차려진 성찬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차려진다. 특히 현지 사업장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할 때가 많다. 고생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가리는 음식이 거의 없으며 워낙 바빠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 먹기보다 하루 세끼를 빠뜨리지 않고 챙겨 먹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 회장은 아침을 빵과 주스로 대신한다. 미국 유학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다. 행사가 있을 때는 장소에 따라 양식, 한식, 일식을 가리지 않는다. 요즘 같은 여름엔 삼계탕과 대구탕 등 얼큰한 탕 종류를 즐긴다.

서경배(49) 아모레퍼시픽 사장은 추어탕으로 여름을 버텨낸다. 홍보 및 비서실 관계자에 따르면 추어탕과 함께 복요리를 즐겨 먹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계탕도 가끔 먹지만 보신탕은 가까이 하지 않는 다는 게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웅렬 회장
젊은 입맛 눈길

이밖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3)은 특별한 보양식을 찾기보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제때 먹는 스타일이다. 대신 걷기를 운동 이상 취미 활동으로 즐기며 건강을 챙기고 있다. 운동을 겸해 각지를 돌며 찍은 사진을 달력으로 만들어 매년 지인들에게 선물할 정도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77)도 마찬가지다. 음식보다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목욕법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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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