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침묵 깨고 입 연 박근혜 속내

‘미래권력’ 혀에 요동치는 정치권 ‘왜?’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미래권력’이 입을 열었다. 박근혜 전 대표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이례적으로 직접 내년 총선 지역구 출마 의지를 밝혔다. 자신을 둘러싸고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수도권 출마설’, ‘비례대표 출마설’을 일축한 것이다. 그의 말 한마디에 당이 술렁거렸고 지역구를 챙기며 대선을 준비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적 시각이 제기 되기도 했다. 한편 대선캠프가 꾸려질 시기도 점쳐지는가 하면 다른 잠룡들의 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총선 불출마, 수도권 출마설 일축 입장 표명
만족할만한 공천 결과면 선대위원장 맡을 듯

박 전 대표는 지난 19일 대구세계육상경기대회 조직위원회를 방문, 관계자들을 격려한 뒤 기자들과 만나 “총선과 관련해 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은 완전 오보”라며 “유권자께 약속드린 것이 있는 만큼 끝까지 신뢰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된 총선 지역구 불출마설을 일축한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말한 ‘유권자와의 약속’은 1998년 보궐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국민회의 엄삼탁 후보가 “박근혜 후보는 이번 선거를 마치고 지역을 떠날 것”이라는 공격에 “지역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것을 의미한다.

실제 그동안 박 전 대표가 내년 대통령선거에 나가는 만큼 총선에는 불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만족할만한 공천
선대위원장 예상

대권가도를 달리고 있는 박 전 대표는 내년 총선이 당내 경선을 유리하게 이끄는 중요한 관문임과 동시에, 대권을 움켜쥔다는 가정 하에 안정된 국정운영을 위한 발판이기도 하다. 따라서 차기 총선은 박근혜 중심의 선거로 치러져야 하며, 공천권 행사의 범위도 무엇보다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런 이유에선지 박 전 대표는 공정한 공천이 이뤄지지 않으면 총선 지원 유세엔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박 전 대표는 “공천을 얼마나 진정성 있고 투명하게 국민이 인정할 정도로 하느냐가 중요하고, 만약 이것이 전제가 안 되면 어떻게 우리가 국민 앞에 얼굴을 들고 나가 잘하겠다고 말을 하겠나”고 말했다.
 
또 “지금은 지원유세를 할 것인지를 말할 때가 아니라 총선 전에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는 만족할만한 공천 결과가 나온다면 지원유세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박 전 대표가 가지고 있는 당내 영향력과 정치적 무게를 볼 때 자신의 지역구 선거에 출마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5월 대통령 특사로 유럽 순방 중에 “내년에 중요한 선거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말한 ‘적극적 활동’이 ‘적극적인 지원유세’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선거는 당 지도부가 책임지고 치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왔다. 평 당원 신분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왔던 그이기에 평 당원 신분으로 지원유세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에서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칙공주’로서 자신의 발언을 뒤집지 않는 이상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대권에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역구 챙기며 대선 준비 가능 하겠냐’ 비판적 시각도
올 연말·총선 직후, 대선캠프 발족 시점 두고 설왕설래


당내에서도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심판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박 전 대표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현재 한나라당으로선 총선 참패에 대한 공포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총선 위기감’과 박 전 대표의 지역구 인근의 대구·경북에서조차 반한나라당 정서에 의한 무소속 돌풍이 예고되는 등 사면초가의 상태다.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부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며 승리를 자신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상황에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게 된다면 총선참패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고, 대권레이스는 가시밭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조용한 처세와 절제된 신비주의로 일관했던 박 전 대표라고 해도 대선을 위한 기반다지기와 대선승리를 위해 내년 총선에서 방관자가 아니라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지원유세 차질
재보선 불가피

박 전 대표의 내년 총선 지원유세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 일부 의원들의 경우 벌써부터 지원유세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한 친이계 의원은 “우리는 애초 박 전 대표가 총선에 불출마하고 대선에만 주력하거나 비례대표 하위순번을 받고 총선 지원을 할 것으로 예상했었다”면서 “자기 선거를 뛰면서 당 전체 선거를 지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박 전 대표의 생각이) 내 생각과는 다르다. 대선을 앞두고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대선을 준비할 수 있을지…”라며 부정적 의견을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친박계의 한 의원은 “이미 박 전 대표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으로 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현 지역구에 출마하고도 사실상 전국적 지원유세를 하며 120석을 건지는 성과를 보였다”며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혜훈 제1사무부총장도 “지금 상태에서 이른 감은 있지만 본인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전국을 지원하는 것이 도움인지, 어려운 지역을 골라 출마해 그 지역구에만 묶여있는 것이 도움 되는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하며 박 전 대표의 지역구 출마가 당 내적으로도 도움 된다고 역설했다.

대선에 출마할 경우 지역구 재보선이 불가피해 그것이 정말 지역주민을 위한 것이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과거 사례와 지역민심을 들며 반박했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갖고 대통령 선거에 임했던 분들은 후보등록 직전 또는 후보등록을 하는 날 사퇴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반년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며 “대선후보라는 영향력 있는 국회의원을 갖는 것을 더 선호할지 아니면 신인을 국회의원으로 맞이하길 더 희망하는지는 달성군민인 유권자들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대선캠프 발족시점
박근혜 “어이없다”

박 전 대표가 총선에 대한 입장을 밝힌 가운데 대선캠프 구성 시기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가 대선을 1년 5개월 앞둔 2006년 7월 ‘안국포럼’을 결성하고 캠프를 공식 출범했으며, 박근혜 후보는 2006년 9월 출범했다. 당시 박 전 대표의 경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캠프 구성이 늦은 점이 지목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대선을 앞두고 조기에 캠프를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당내 경선 뿐 아니라 야권에서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을 위협할 만한 뚜렷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지 않은 시점에 박 전 대표가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함께, 박 전 대표가 가장 먼저 캠프를 구성하면 오히려 대권경쟁을 조기에 가열시키는 효과로 후발주자들에게는 역전의 시간과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부담으로 제기됐다.

총선 뒤 다양한 친박계 인사가 원내에 진입한 후 캠프를 꾸리는 것이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분석에 당 내에서는 캠프 구성 시점이 내년 총선 직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며 몇몇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캠프 구성이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추측과 보도들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전혀 사실이 아닌 완벽한 오보”라며 “박 전 대표에게 전화를 드려 확인했더니 한마디로 어이없어 하더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내년 총선 이후면 5월인데 그때 경선캠프를 꾸려 8월의 당내 경선을 치른다는 게 말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친박계 내에서는 당 안팎의 잠룡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는 만큼 캠프 구성이 지난 대선보다는 다소 늦어지되 올해는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래권력’의 말 한마디에 여러 가지 설들이 제기되고 설왕설래 요동치는 정치권. 대권을 향한 그의 본격 레이스가 올해 말로 예측됨에 따라 그를 향한 견제세력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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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