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 1팀] 박창민 기자 진통 끝에 문재인 정부 초대 감사원장이 지명됐다. 일명 ‘미담제조기’로 소문난 최재형 사법연수원장이다. 최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황찬현 전 감사원장의 지난 1일 퇴임으로 수장 공백 사태를 맞은 감사원이 정상 가동될 것으로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새 정부의 첫 감사원장 후보자에 최재형 사법연수원장을 지명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춘추관 브리핑서 밝혔다. 윤 수석은 “최 후보자는 1986년 판사 임용 후 30여년간 민·형사, 헌법 등 다양한 영역서 법관으로서의 소신에 따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보호,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 온 법조인”이라고 소개했다.
“독립·공정성
꼭 지키겠다”
최 후보자는 1956년 경남 진해 출신으로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사법고시 23회(사법연수원 13기)를 거쳐 1986년 판사에 임용됐다. 30년간 민·형사·헌법 등 다양한 영역서 법관으로서의 소신에 따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 보호,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 후보자는 대전지방법원 법원장과 서울가정법원 법원장,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2011년 서울고법 성폭력전담재판부 재판장 겸 형사재판연구회 회장을 맡아 성범죄 양형기준을 실무에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
1995년부터 2년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근무해 헌법이론도 해박하다. 민사·형사·헌법 등 다양한 재판업무를 경험해 다양한 분야의 이론과 실무에 두루 정통하며 엄격한 증거주의에 입각해 판결을 내려왔다.
또 재판 과정에선 ‘엄격한 증거주의’에 입각한 판결을 내리면서도 ‘온화한 성품’과 ‘소통’의 인물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법원은 국민으로부터 사회의 분쟁과 갈등을 치유하고 정의를 세우라는 책무를 부여받았다’는 소신으로 소송 기록을 꼼꼼히 파악해 재판하며 법정에서는 당사자와의 소통으로 공감을 얻어내 재판 결과를 신뢰하고 승복하도록 한다.
1973년 발생한 ‘윤필용 사건’에 연루돼 군사 쿠데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직 군 장성의 재심사건서 강압수사로 인한 허위자백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1973년 쿠데타 모의 혐의로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이었던 윤필용과 장성·장교 등 13명을 처벌한 사건으로,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 권력 스캔들로 꼽힌다.
또 북한 보위사령부서 직파돼 국내외 간첩활동을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1심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난 홍모씨에 대해서도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아들과 사위, 처남이 전·현직 검사였던 무역업체 대표의 사기 사건서 무역업체 대표를 법정구속 시키는 등 법 앞의 평등을 가장 엄격하게 적용하는 판사로도 유명하다.
두 아들 입양·기부 잇단 미담
다리 불편한 친구 업어 출퇴근
최 후보자의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항소심이 있다. 당시 그는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1심서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던 박관천 경정에게도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에 대해서도 무죄를 확정 판결했다.
이 외에도 자동차가 유턴하다 보행자를 친 사건서 도로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인도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도 내렸다. 분양권 당첨률을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분양권을 신청한 사람들의 행위는 불법이므로 이들의 권리는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국방의 의무도 충실했다. 최 후보자는 육군 중위로 국방의 의무를 다했고 부친은 예비역 해군대령이자 6·25 전쟁 당시 대한해협해전 참전용사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 후보자의 친형도 해군 대령으로 전역했고 그의 장남 역시 해군에 입대했다.
법조계에서는 신망도 두텁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13기로 제가 한(같은) 반”이었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도 사법연수원 13기 출신이다.
최 후보자에 대해 “말이 없으시고, 조용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선(善)의 가치와 공공 이익을 위한 윤리의 실천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한결같이 해내며 곧은 길을 걸어가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인격과 삶이 일치된 분”이라며 “국민의 귀감이 되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7대 비리 배제
원칙 첫 적용
최 후보자는 부인 이소연 여사와의 사이에 2녀를 얻은 뒤 2000년과 2006년에 각각 9개월, 11살 남자 아이를 입양했다. 서울가정법원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에는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을 초청해 합창회를 열었을 만큼 입양아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서 “입양은 진열대에 있는 아이들을 고르듯이 고르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상태가 어떻든 간에 아이에게 무언가를 기대해서 입양을 해서는 안 된다”며 “입양은 말 그대로 아이에게 사랑과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하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시절에는 다리를 쓰지 못하는 동료를 2년간 업어서 출퇴근시키는 선행도 알려졌다.
경남중·고 시절 소아마비를 앓던 친구를 업어서 등교시켰던 문재인 대통령의 일화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자녀들과 13개 구호단체에 4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평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함께 봉사활동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후보자가 차기 감사원장으로 지명되면서 감사원 수장 공백 사태는 일단락됐다.
황찬현 감사원장이 지난 1일 퇴임하던 당시까지만 해도 후보자가 정해지지 않아 공백의 장기화가 불가피했던 터였다.
감사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 이어 인준 표결까지 거쳐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20일 이상 필요해 일정 기간 권한대행 체제 등 수장 공석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는 최근 청와대가 ‘7대 고위공직자 인선 배제 기준’을 발표한 후 사실상 처음 진행되는 고위직 인사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재야 법조인을 중심으로 후보군을 찾았지만 난항을 겪자 고위 판검사 출신으로 방향을 틀었다.
치밀·온화
원칙주의자
지난달 27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명가량을 후보군으로 두고 들여다봤지만 검증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최 후보자가 7대 고위공직자 인선 배제 기준을 무사히 통과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준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 노력했고 그 때문에 인선도 좀 늦어진 것으로 안다”며 “그동안 후보자가 보여온 판결들을 검토한 결과, 매우 엄정하게 판결해왔고 그 부분이 감사원의 독립성이나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하는 데도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 후보자는 청와대가 최근 발표한 ‘7대 비리 고위공직 임용 원천 배제’라는 새 인사기준의 첫 적용 대상이다.
여야가 내년 예산안을 놓고 얼굴을 붉혔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느 때보다 꼼꼼한 현미경 검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감사원이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4대강 재감사에 나서면서 이를 지켜보는 정치권의 시선이 싸늘하다. 인사청문회 과정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관련 질문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황찬현 전 원장 재임 당시 진행했던 세월호 감사나 수리온 헬기 감사 등을 놓고도 여야 정치권은 감사원의 중립성을 도마 위에 올렸다. 감사원장의 대통령 수시보고 문제도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지적 받은 바 있다.
부친 6·25 대한해협해전 참전용사
4대강·세월호·수리온 현안 산적
법조계 관계자는 “기본 원칙이 확실한 사람”이라며 “(정권의 주문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기 기준서 벗어나는 일이면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찬 수석 역시 “감사원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하면서 헌법상 부여된 회계 감사와 직무감찰을 엄정히 수행할 것”이라며 “감사 운영의 독립성·투명성·공정성을 강화하고 공공부문 내의 불합리한 부분을 걷어내 깨끗하고 바른 공직사회와 신뢰받는 정부를 실현해 나갈 적임자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대통령이 오래 법관 생활을 한 저를 후보자로 지명한 데는 감사 업무의 직무상 독립성·공정성을 강화하고 확립해야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이해했다”며 감사원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최 후보자의 도덕성과 정책검증을 국민과 함께 차분하고 내실 있게 진행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새 감사원장 후보로 최 후보자를 지명한 가운데 여당은 합리적인 인물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야당은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이날 논평서 “그동안 소신에 따른 판결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 보호,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노력해온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최 후보자가 청와대가 새롭게 발표한 고위공직자 7대 배제 원칙에 결격 사유가 없는지뿐만 아니라 대통령 최초 공약이었던 5대 배제 원칙의 위반 여부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나섰다.
여야 대치 속
현미경 검증 예고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 역시 논평을 내고 “청와대가 7대 인사원칙을 발표한 이후 최초의 고위직 인선이다. 국회서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며 “감사원을 개혁하고 국민의 감사원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적인자인지 따져보겠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유의동 수석대변인도 “이번 인사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7대 원칙 발표를 평가할 시금석"이라며 "최 후보자는 진실과 성실함으로 인사청문회에 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cmp@ilyosisa.co.kr>
[최재형은?]
▲제23회 사법시험 합격 ▲제13기 사법연수원 수료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판사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서울지방법원 판사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장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대구고등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대전지방법원장 ▲대전가정법원장 ▲대전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서울가정법원장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사법연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