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임기말 ‘방탄인사’ 파동 막전막후

충성파’들 불러들여 ‘방호벽’ 쌓기 시작됐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보은인사’ ‘회전문인사’에 이어 이번엔 ‘방탄인사’까지 결합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사들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에 내정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때만 되면 공직기강을 바로잡겠다고 외쳤던 이 대통령. 이에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국민들은 역시나 하고 실망하고 말았다. 무엇이 이 대통령을 거센 비난 속에서도 계속 친위인사를 강행하게 만드는 것일까.

낙하산인사, 보은인사, 회전문 인사에 이은 방탄인사
총선 ‘여소야대’ 상황역전 가능성에 안전판 깔아두나?


이명박 대통령은 첫 내각 인선에서부터 도덕적 결함이 적지 않은 창업공신들을 줄줄이 주요요직에 앉혀 놨고, 곳곳에 심겨진 보은인사들은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초특급 비리폭탄을 터트렸다.

현 정부는 믿는 도끼에 계속 발등 찍히며 골머리를 앓고 있고, 피해본 서민들은 피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이번엔 더 강력해 보인다. 보은인사 차원을 넘어 방탄인사라는 평이다. 갈수록 당 안팎의 비판은더욱 거세지고 있다.

MB 친위인사 가동
이젠 ‘누님라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당 안팎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장관에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과 검찰총장에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내정하는 인사를 강행했다.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지휘부에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불리는 비서와 ‘고소영’ 인사 선임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권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전형적인 TK(대구·경북)인사로 현재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민정수석비서관이다. 권 후보자는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개입과 저축은행 구명로비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BBK 수사 발표 지연부분에서도 의혹이 불거지며 강력한 비판여론이 조성됐었다.

또 권 후보자가 초등학교 선배인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누님’이라고 부르는 각별한 사이라는 점에서 ‘누님라인’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낙하산 인사로 비춰지고 있다.
 
한 검찰총장 후보자도 이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고대 후배로 고소영 연장선상에서 단행된 인사라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한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BBK 기획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장본인이다. BBK사건 당사자인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김이 한국에 들어와 ‘BBK는 이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밝힌 뒤 일사천리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때문에 이 대통령의 충성파로 꼽힌다.

게다가 한 후보자는 벌써부터 의혹들이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위장 전입과 함께 병역 기피 의혹까지 불거졌다. 한 후보자는 당초 1급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사법시험 합격 뒤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고, 재검을 신청해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이 거세지자 한 후보자는 직접 자녀 진학 문제로 두 번의 위장 전입을 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하지만 병역기피와 관련해 그는 “대학 1학년 시절 부실한 장비로 미식축구를 하면서 허리디스크가 어긋나게 됐고,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불안정한 자세와 스트레스로 증상이 악화돼 수술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입퇴원 내용이 담긴 서울대병원 의무기록 사본을 공개하며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라 법무관으로 가면 경력, 호봉 다 인정받기 때문에 군대를 기피하려고 위험한 허리 수술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야당은 물론 여당내의 소장파 의원들조차 두 사람의 임명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향후 거센 후폭풍이 예고된다. 특히 지난달 말 영수회담 당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친위인사 강행 중단을 요구한 바 있음에도 또다시 내정된 최측근 인사들로 한 때 형성됐던 온기류가 사라지고 다시 냉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갈며 청문회 벼르는 박지원, 낙마왕 재도전 김진표
남은 개각도 벌써부터 후끈~ 총리?통일부 장관은 누구?

더 큰 문제는 이번 인사 내정을 두고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소장파인 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권 수석을 법무장관에 기용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공정성 시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정두언 의원 역시 트위터를 통해 “대학시절 군대문제로 고민하다가 깨달았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대체로 군대 가는 계급과 안 가는 계급으로 나뉘어 있었다”며 “그런데 더 의아스러웠던 건 부잣집 아들들은 대부분 디스크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부잣집 아들과 디스크의 상관관계는 무엇인가”라고 뼈 있는 말을 던지며 한 후보자에 대해 우회적이면서도 강력하게 꼬집었다.

안전판 역할 위한
정략적 인사 논란

이처럼 두 후보자에 대해 의혹들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인사 내정을 강행하자 이 대통령의 의중에 관한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말을 대비해 안전판을 설치한 것이라는 보는 관측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검찰총장의 경우 보장된 임기가 2년이어서 이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에도 자리를 지킬 수 있다.

현 정부 관련인사들의 비리들이 지속적으로 터지는 가운데 언제든 검찰의 수사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결국 검찰의 선택에 따라 이 대통령의 정치운명이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충성파인 친위인사 구축으로 안전판을 깔아두기 위한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또 최근 쏟아지는 19대 총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느냐는 시각도 있다.  현재로선 속단하기 이르지만 여야의 의석수가 역전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추측이다. 

이렇게 될 경우 거대해진 야권이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야권이 줄기차게 반대해온 4대강 사업에 관해서 청문회 등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BBK 수사 역시 아직도 깨끗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이다. 한국에서는 일단락 지어졌지만, 미국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고 지난 8일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발표가 한미외교회담 이후로 무기한 연기되며 또 다시 갖가지 의혹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정하고 엄정한 법 집행은 이 대통령에게 불안한 임기말을 예고하는 것이란 관측이다. 이 때문에 사전 방탄라인을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민주당의 각오는 남다르다 못해 비장하다. 청문회를 통해 엄격한 잣대와 검증으로 후보자의 임명을 막겠다는 단호한 태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과거 참여정부시절 한나라당이 문재인 수석의 법무장관 임명을 강력 저지했었던 전례가 있어 집중공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경우 지난 5·6개각과 관련해 장관 후보자 5명의 도덕적 흠결에도 누구 하나 낙마시키지 못했고,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두고 리더십 논란이 제기된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기필코 후보자들을 낙마시켜 리더십 논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특히 청문회 낙마왕으로 꼽히는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번에도 직접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권 후보자에게 제기되고 잇는 저축은행 사태 구명 로비 대상 의혹이 주요 타깃이 될 전망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자신이 저축은행사태에 지속적으로 연루되는 것에 불쾌감을 표출하며 국정조사 증인으로 나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권 후보자의 저축은행 관련 의혹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며 날선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남은 정부 개각에
벌써부터 관심 쏠려


이 대통령의 친위인사는 이번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내정이 끝이 아니다.

오는 9월에는 대법원장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이고, 국무총리 역시 한 번 더 개각이 남았다. 여기에 통일부 장관 교체설까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임기말로 갈수록 레임덕 현상을 보이는 이 대통령은 남은 개각에서 다시 한 번 친위인사 카드로 국정운영에 힘을 실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벌써부터 차기 총리에는 이 대통령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임태희 비서실장이, 류우익 전 주중대사는 통일부 장관에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류 전 대사는 대운하 공약 입안을 주도해 권력창출에 결정적 기여를 했고 첫 대통령실장과 주중대사를 지내며 이 대통령의 깊은 신임을 얻고 있는 충성파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마지막 히든카드가 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번 이 대통령의 정략적인 인사 구성을 두고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임기 말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과 내년 총선에 끼칠 여파 등이 종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최측근 비서를 기용하는 것은 자기 임기말 안전판 역할을 세워두는 것이다”며 “국민들 눈에는 지속적으로 터지고 있는 측근비리를 은폐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법무장관은 공정하게 법 집행을 지휘해야 할 의무가 있어 대통령의 비서는 안된다. 이 대통령이 권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비난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현 정부의 친위인사 정책을 두고 비난이 거세지며 야권이 단단히 벼르고 있는 가운데 과연 두 후보자들이 청문회의 벽을 뚫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