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임기말 ‘방탄인사’ 파동 막전막후

충성파’들 불러들여 ‘방호벽’ 쌓기 시작됐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보은인사’ ‘회전문인사’에 이어 이번엔 ‘방탄인사’까지 결합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사들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에 내정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때만 되면 공직기강을 바로잡겠다고 외쳤던 이 대통령. 이에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국민들은 역시나 하고 실망하고 말았다. 무엇이 이 대통령을 거센 비난 속에서도 계속 친위인사를 강행하게 만드는 것일까.

낙하산인사, 보은인사, 회전문 인사에 이은 방탄인사
총선 ‘여소야대’ 상황역전 가능성에 안전판 깔아두나?


이명박 대통령은 첫 내각 인선에서부터 도덕적 결함이 적지 않은 창업공신들을 줄줄이 주요요직에 앉혀 놨고, 곳곳에 심겨진 보은인사들은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초특급 비리폭탄을 터트렸다.

현 정부는 믿는 도끼에 계속 발등 찍히며 골머리를 앓고 있고, 피해본 서민들은 피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이번엔 더 강력해 보인다. 보은인사 차원을 넘어 방탄인사라는 평이다. 갈수록 당 안팎의 비판은더욱 거세지고 있다.

MB 친위인사 가동
이젠 ‘누님라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당 안팎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장관에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과 검찰총장에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내정하는 인사를 강행했다.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지휘부에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불리는 비서와 ‘고소영’ 인사 선임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권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전형적인 TK(대구·경북)인사로 현재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민정수석비서관이다. 권 후보자는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개입과 저축은행 구명로비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BBK 수사 발표 지연부분에서도 의혹이 불거지며 강력한 비판여론이 조성됐었다.

또 권 후보자가 초등학교 선배인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누님’이라고 부르는 각별한 사이라는 점에서 ‘누님라인’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낙하산 인사로 비춰지고 있다.
 
한 검찰총장 후보자도 이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고대 후배로 고소영 연장선상에서 단행된 인사라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한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BBK 기획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장본인이다. BBK사건 당사자인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김이 한국에 들어와 ‘BBK는 이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밝힌 뒤 일사천리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때문에 이 대통령의 충성파로 꼽힌다.

게다가 한 후보자는 벌써부터 의혹들이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위장 전입과 함께 병역 기피 의혹까지 불거졌다. 한 후보자는 당초 1급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사법시험 합격 뒤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고, 재검을 신청해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이 거세지자 한 후보자는 직접 자녀 진학 문제로 두 번의 위장 전입을 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하지만 병역기피와 관련해 그는 “대학 1학년 시절 부실한 장비로 미식축구를 하면서 허리디스크가 어긋나게 됐고,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불안정한 자세와 스트레스로 증상이 악화돼 수술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입퇴원 내용이 담긴 서울대병원 의무기록 사본을 공개하며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라 법무관으로 가면 경력, 호봉 다 인정받기 때문에 군대를 기피하려고 위험한 허리 수술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야당은 물론 여당내의 소장파 의원들조차 두 사람의 임명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향후 거센 후폭풍이 예고된다. 특히 지난달 말 영수회담 당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친위인사 강행 중단을 요구한 바 있음에도 또다시 내정된 최측근 인사들로 한 때 형성됐던 온기류가 사라지고 다시 냉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갈며 청문회 벼르는 박지원, 낙마왕 재도전 김진표
남은 개각도 벌써부터 후끈~ 총리?통일부 장관은 누구?

더 큰 문제는 이번 인사 내정을 두고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소장파인 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권 수석을 법무장관에 기용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공정성 시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정두언 의원 역시 트위터를 통해 “대학시절 군대문제로 고민하다가 깨달았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대체로 군대 가는 계급과 안 가는 계급으로 나뉘어 있었다”며 “그런데 더 의아스러웠던 건 부잣집 아들들은 대부분 디스크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부잣집 아들과 디스크의 상관관계는 무엇인가”라고 뼈 있는 말을 던지며 한 후보자에 대해 우회적이면서도 강력하게 꼬집었다.

안전판 역할 위한
정략적 인사 논란

이처럼 두 후보자에 대해 의혹들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인사 내정을 강행하자 이 대통령의 의중에 관한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말을 대비해 안전판을 설치한 것이라는 보는 관측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검찰총장의 경우 보장된 임기가 2년이어서 이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에도 자리를 지킬 수 있다.

현 정부 관련인사들의 비리들이 지속적으로 터지는 가운데 언제든 검찰의 수사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결국 검찰의 선택에 따라 이 대통령의 정치운명이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충성파인 친위인사 구축으로 안전판을 깔아두기 위한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또 최근 쏟아지는 19대 총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느냐는 시각도 있다.  현재로선 속단하기 이르지만 여야의 의석수가 역전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추측이다. 

이렇게 될 경우 거대해진 야권이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야권이 줄기차게 반대해온 4대강 사업에 관해서 청문회 등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BBK 수사 역시 아직도 깨끗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이다. 한국에서는 일단락 지어졌지만, 미국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고 지난 8일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발표가 한미외교회담 이후로 무기한 연기되며 또 다시 갖가지 의혹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정하고 엄정한 법 집행은 이 대통령에게 불안한 임기말을 예고하는 것이란 관측이다. 이 때문에 사전 방탄라인을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민주당의 각오는 남다르다 못해 비장하다. 청문회를 통해 엄격한 잣대와 검증으로 후보자의 임명을 막겠다는 단호한 태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과거 참여정부시절 한나라당이 문재인 수석의 법무장관 임명을 강력 저지했었던 전례가 있어 집중공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경우 지난 5·6개각과 관련해 장관 후보자 5명의 도덕적 흠결에도 누구 하나 낙마시키지 못했고,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두고 리더십 논란이 제기된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기필코 후보자들을 낙마시켜 리더십 논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특히 청문회 낙마왕으로 꼽히는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번에도 직접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권 후보자에게 제기되고 잇는 저축은행 사태 구명 로비 대상 의혹이 주요 타깃이 될 전망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자신이 저축은행사태에 지속적으로 연루되는 것에 불쾌감을 표출하며 국정조사 증인으로 나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권 후보자의 저축은행 관련 의혹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며 날선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남은 정부 개각에
벌써부터 관심 쏠려


이 대통령의 친위인사는 이번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내정이 끝이 아니다.

오는 9월에는 대법원장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이고, 국무총리 역시 한 번 더 개각이 남았다. 여기에 통일부 장관 교체설까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임기말로 갈수록 레임덕 현상을 보이는 이 대통령은 남은 개각에서 다시 한 번 친위인사 카드로 국정운영에 힘을 실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벌써부터 차기 총리에는 이 대통령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임태희 비서실장이, 류우익 전 주중대사는 통일부 장관에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류 전 대사는 대운하 공약 입안을 주도해 권력창출에 결정적 기여를 했고 첫 대통령실장과 주중대사를 지내며 이 대통령의 깊은 신임을 얻고 있는 충성파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마지막 히든카드가 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번 이 대통령의 정략적인 인사 구성을 두고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임기 말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과 내년 총선에 끼칠 여파 등이 종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최측근 비서를 기용하는 것은 자기 임기말 안전판 역할을 세워두는 것이다”며 “국민들 눈에는 지속적으로 터지고 있는 측근비리를 은폐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법무장관은 공정하게 법 집행을 지휘해야 할 의무가 있어 대통령의 비서는 안된다. 이 대통령이 권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비난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현 정부의 친위인사 정책을 두고 비난이 거세지며 야권이 단단히 벼르고 있는 가운데 과연 두 후보자들이 청문회의 벽을 뚫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