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병원 사태로 본 간호사 ‘태움 문화’ 실상

욕먹고 맞고 ‘활활 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림대 성심병원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재단 행사에서 간호사들에게 노출 심한 옷을 입게 하고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강요한 사실뿐 아니라 각종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 측은 뒤늦게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논란은 가라앉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관행으로 굳어진 간호사들의 ‘태움’ ‘내리 갈굼’ 악습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한림대 성심병원서 간호사 갑질 문제가 터졌다. 재단 행사 장기자랑서 간호사들에게 특정 부위가 지나치게 노출된 옷을 입게 하고 보기 민망한 춤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충격과 경악의 반응을 보였지만 실제 병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강요와 갑질

재단 장기자랑 행사에 오른 간호사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순식간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대중의 관심이 이어지자 추가 폭로가 쏟아졌다. ‘장기자랑을 위해 업무 외 시간에도 연습을 해야 했다’ ‘유혹하는 표정을 지어보라고 했다’ ‘너는 가슴이 작으니 패드를 넣어야겠다는 말을 들었다’ 등 성희롱 발언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처음 사태가 불거졌을 때 안일하게 대응하던 병원 측은 특정 정치인 후원금 강요 논란, 수간호사의 다단계 가입 강요 의혹 등이 연이어 터지자 뒤늦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성심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일송학원(한림대재단)은 윤대원 이사장 명의로 지난 14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윤 이사장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어 문제가 됐던 ‘일송가족 단합대회’와 관련 재단 책임자로서 부족함과 관리감독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가로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는 “재단 차원의 조사를 통해 신속하게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과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시기가 늦은 것도 문제지만 뿌리부터 굳어진 간호사들의 갑질 문화를 손보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선 간호사들의 반응은 특히 차가웠다. 
 

서울 S병원서 10년 동안 근무하다 재작년 동네 병원으로 이직한 J(33)씨는 “(이번 사태는) 성심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J씨는 “이번 일은 오히려 너무 늦게 드러난 감이 없지 않다”며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는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J씨가 말한 태움 문화는 간호사들 사이서 오래도록 이어진 악습이다. 말 그대로 ‘재가 될 때까지 활활 태운다는 의미’로 선배 간호사가 후배에게 폭언·폭행 등의 갑질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일선에선 “터질 게 터졌다”
그동안 갑질악습 뿌리 깊어
신입 이직률 40% 근본 대책은?

J씨 역시 병원서 근무하던 초기 3년 동안 밤마다 냉장고 청소를 강요받았던 경험이 있다. J씨는 그 당시를 떠올리며 “정말 활활 탔던 시기”라며 “음료수 하나 흐트러짐 없이 놓여있던 냉장고를 매일 닦으면서 느낀 인간적 모멸감은 같이 활활 타본 동료들이나 알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5년과 2006년 전남대병원에선 두 명의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5년 11월 사망한 간호사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불면증과 악몽에 시달리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6년 4월 자신의 팔에 약물을 주사해 목숨을 끊은 간호사의 유족들은 “(죽은 간호사가) 일상적으로 폭언 등 비인격적 대우를 받았다”며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병원서 두 사람이 연이어 자살하는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지자 한 포털 사이트에는 간호사 문제를 다루는 토론방이 등장했다. 그곳에서 ‘태우다’라는 은어가 나왔다. 간호사들의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고 그 과정서 태움 문화라는 간호사 세계의 악습이 세상에 알려졌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일정 정도의 엄격함은 용인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대중들도 쏟아진 경험담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서울 K대학병원서 근무했던 Y(28)씨는 근무 과정서 선배 간호사에게 뺨을 맞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약품을 정리하는 도중 다짜고짜 얻어맞은 Y씨는 너무 놀라 울지도 못했다고 했다. 이후 긴장하라는 의미로 엄하게 대했다는 선배의 얘기가 있었지만 Y씨는 채 3년을 버티지 못하고 병원을 그만뒀다.
 

일부 간호사들은 일적인 부분서 선배에게 욕설 등의 심한 말을 듣는 것도 서럽지만 개인적인 뒤치다꺼리까지 해야 하는 점에서 좌절감을 느낀다고 했다. 옷 정리, 식사 준비, 모닝콜까지 후배 간호사들의 일은 업무 외에도 넘치도록 많았다.

J씨와 Y씨는 “병원은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나는 공간”이라며 “한순간의 실수로 환자에게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늘 긴장해야 하는 건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그 정도가 너무 과해 신입 간호사들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게 현실”이라며 “그 힘든 대학 과정을 마치고 시험에 합격해 병원에 입사했다가 선배의 괴롭힘에 못 이겨 그만두는 게 상식적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2015년 대한간호협회 조사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무려 33.9%에 달한다. 높은 이직률 탓에 입사 100일, 입사 1년이 되면 축하 파티를 해주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2016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 조사에선 간호사 76%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열악한 근무환경과 극심한 노동강도’를 꼽은 이들이 많다. 간호사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8.25년으로 채 9년이 안 된다. 현장에선 늘 인력이 부족하지만 간호사들은 떠밀리듯 병원을 떠난다.

못 버티고 퇴사

대한간호협회는 성심병원 사태를 두고 “모든 간호사들의 소명 의식과 자긍심을 한꺼번에 무너뜨린 중대한 사건”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배포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의료기관 내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현재 준비 중인 ‘간호사인권센터’를 통해 근로현장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막고 간호사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간호사 임신 순서는?

여름 휴가철이 되면 직원들끼리 휴가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경우가 있다. 

휴가철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이와 비슷하게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임신순번제’라는 게 있다. 간호사 여러 명이 동시에 임신하면 업무에 차질을 빚기 때문에 아예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순서를 어기고 임신을 할 경우, 심하면 퇴사를 종용 받기도 한다.

임신을 해도 축복보다는 눈총을 받기 일쑤다. 실제 임신한 한 간호사는 산달까지 일하다가 출산 2주 전에야 휴직을 신청할 수 있었다. 열악한 근무환경은 간호사 수급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지난 5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서 발표한 내년에 부족한 간호사 수는 12만명이 넘는다.

이미 농어촌 지역이나 중소 병원은 간호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부분 간호사들은 힘든 환경서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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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