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인터뷰> 홍준표 고발하는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1.20 10:25:58
  • 호수 1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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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6개월밖에 안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는 ‘검은 예산’이다. 국가기관의 예산이지만 그 예산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흑막에 가려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눈먼 돈’이다. 국민이 낸 혈세가 누군가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일요시사>는 특활비 등 검은 예산을 추적하는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를 만났다.
 

특활비 문제로 대한민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검찰은 박근혜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공금이 사적 용도로 사용됐다는 혐의가 밝혀지면 엄벌을 피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예상이다.

특활비 횡령 논란이 불과 2년 만에 또다시 불거진 것이다. 2015년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는 자신이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하던 시절(2008년 5월∼2009년 5월) 매달 특활비로 받은 국회 예산 4000만∼5000만원 중 일부를 생활비에 썼다고 자백(?)했다. 

이 소식에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지만 자백했던 홍 지사는 이후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심지어 현재 자유한국당 대표까지 맡고 있다. 하 대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고발인을 모집, 오는 24일 홍 대표를 ‘국회 특활비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다.

다음은 하 대표와의 일문일답.

- 홍 대표의 공금 횡령은 지난 2015년 5월 이슈가 됐으며, 2017년 4월 한 번 더 지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고발인을 모으는 이유는?

▲공소시효가 6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2008년 5월부터 2009월 5월까지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하면서 특활비를 사적인 생활비로 횡령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했다. 최초 횡령 시점은 알 수 없지만 1년 동안 매월 조금씩 횡령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내년 5월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 지난 11일에 열린 ‘민주주의 UP, 2017 정치페스티벌’ 때 고발인 모집 부스를 설치했다.

▲당일 날씨가 너무 추웠다. 그리고 부스가 행사장 구석에 배치돼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지나가던 시민들께서 플래카드를 보고 자발적으로 서명하고 가실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두 시간 반 사이에 100명 이상이 서명했다. 고발 서명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제(13일)부터 온라인으로 고발인을 받기 시작했는데 200명 가까이 접수됐다(지난 14일 기준).
 

- 홍 대표는 2015년 5월 “급여 성격의 돈 중 일부를 생활비로 쓴 것을 두고 예산 횡령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입장을 낸 바 있다.

▲참여연대 활동할 때부터 국회 예산감시를 쭉 해왔기 때문에 당시 그 해명을 기억하고 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특활비는 규정상 집행내역확인서라도 붙이게 돼있다. 다만 기밀유지라든지 도저히 용처를 밝히기 어려울 경우 생략할 수 있도록 돼있다. 어디까지나 공무수행에 쓰도록 돼있는 돈이다. 그 돈을 생활비로 썼으니 당연히 횡령이다.

- 홍 대표는 ‘직책수당’이라고 주장한다.

▲월 5000만원을 직책수당으로 주는 자리가 대한민국에 어디 있나. 그리고 예산 항목 자체가 직책수당이 아닌 특활비로 돼있다. 예산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다들 홍 대표의 해명을 듣고 어처구니 없어 한다.

-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국회 쪽에서 나서줘야 할 것 같은데?


▲제도 개선이 전혀 안 되고 있다. 2000년부터 국회 예산을 감시하면서 특활비 문제야말로 국회의 적폐 중 적폐라고 생각해 지속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해왔다. 그런데도 국회서 공개를 안 하고 있다. 

공금을 생활비로? ‘홍’ 스스로 고백
온오프 고발인 모집해 24일 고발 예정

2003년 특활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데도 말이다. 예전에 참여연대가 소송해 받아낸 판결이다. 국회에 “대법원 판례까지 있으니 공개해야 한다”고 얘기해도 공개를 안 해서 정보공개 소송도 함께 하고 있다.

- 국회를 상대로 한 소송은 그것뿐인가?

▲아니다. 특활비 외에도 다양한 예산이 불투명하게 집행되고 있다. ‘입법 및 정책 개발비’ ‘정책자료집 발간’ 예산이 대표적이다. 입법 및 정책 개발비는 토론회·세미나 등이 있을 때 자료집을 인쇄한 비용이다. 최근 정보공개를 요청하니 지출증빙서류를 공개 안 하더라. 그것도 소송 중에 있다.

정책자료집 발간의 경우 인쇄소서 견적서를 받은 게 있으니 국회에 지출증빙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는데 공개가 되지 않고 있다. 인쇄소서 자료집 견적 받은 게 무슨 영업상 비밀인가. 얼마 전 <뉴스타파>서 정책자료집 표절 보도를 내 논란이 됐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소송을 생각 중이다. 내가 소송하고 있는 것만 해도 1년 예산 규모가 314억원에 이른다.

- 모두 국민이 낸 혈세 아닌가.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회는 행정부의 예산 집행을 감시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자신들은 예산 집행을 엉망으로 하면서 국정감사 때 정부부처를 상대로 호통을 친다. 부처 공무원들이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겠나. ‘자기네들이나 똑바로 하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나.

- 홍 대표를 고발하면 정치적 해석을 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어느 당 소속이냐. 보수·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다. 공금을 사적인 용도로 쓰면 안 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유력 정치인이라면 더 엄격히 지켜야 하는 것이고. 이것은 정치적 색깔을 가지고 얘기할 게 아니다.
 

- 홍 대표 고발 건 외 준비하는 것은?

▲지방 의회도 조사 중이다. 의장단이 쓰는 ‘업무추진비’ ‘의정공통운영경비’라는 게 있다. 이쪽도 예전부터 문제가 많았다. 국민권익위원회서 문제제기를 한 적 있는데 안 고쳐져서 우리가 시도의회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 고발 이후가 더 중요할 것 같은데.

▲고발만으로 그치지 않고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게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 한다. 국회 출입하는 기자분들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슈가 안 되면 별일 아니라는 듯 넘어갈 게 뻔하다.

- 그래서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다?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고 청와대 특활비 30% 감축했지만 그 정도 수준으로는 개혁할 수 없다. 이건 뿌리 깊은 문제다. 홍 대표를 하나의 사례로 전면적 개혁에 들어가야 한다. 특활비만 문제가 아니다. 국민 세금을 자기 쌈짓돈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곳곳에 있다. 개혁이 시작되기 위해선 국민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chm@ilyosisa.co.kr>


[하승수는?]


▲부산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
▲참여연대 납세자운동본부 실행위원장
▲제주대 법학부 교수
▲한겨레신문 사외이사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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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