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승부사’ 김기태 기아 타이거즈 감독

‘V11’ 호남은 지금 축제 중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달 30일,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기아 타이거즈는 우승까지 1승만 남겨놓은 상황. 이범호의 만루포로 앞서 나가던 기아는 두산 베어스의 거센 공격에 9회말 7 대 6까지 몰렸다. 그러자 김기태 기아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6차전 선발로 예정돼있던 에이스 양현종을 마운드에 올린 것. 팬조차 반신반의했던 카드는 기아의 11번째 우승으로 되돌아왔다.
 

6회까지는 기아 타이거즈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기만 하면 무조건 우승을 거머쥔 ‘코시 불패’의 기아로선 기록을 이어갈 절호의 기회였다. 3회초 타자 이범호가 두산 베어스의 투수 니퍼트를 상대로 만루 홈런을 치면서 대거 5점을 뽑아냈을 땐 KBO리그 2017 시즌이 싱겁게 마무리됐다는 성급한 결론도 나왔다. 시리즈 전적 3 대 1, 6회 말까지 7점차, 이대로 가면 가을야구는 기아의 최종 승리로 끝날 참이었다.

9회 승부수
5차전서 끝

극장은 7회에 열렸다.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 중 3경기서 10점 이상을 올리며 폭발적인 타선 응집력을 발휘했던 두산의 반격이었다. 두산은 7회 말에만 6점을 뽑아 기아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잠실구장에 모인 팬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시리즈 전적서 기아가 여유롭게 앞선 상황이었지만 기세 싸움인 단기전서 역전패는 치명적이었다.

그때 기아 불펜서 투수 양현종이 몸을 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양현종은 지난달 26일 2차전서 두산 타선을 9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좌완 투수 사상 두 번째로 한국시리즈 완봉승을 거둔 기아의 에이스다. 


그가 불펜서 몸을 푸는 모습이 실제 중계에 잡히자 야구 관련 커뮤니티는 물론 포털 사이트 중계로 경기를 보고 있던 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6차전 선발로 예정돼있던 양현종을 5차전서 당겨 썼다가 패하면 분위기 자체가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김기태 기아 감독은 양현종을 마운드에 올렸다. 시리즈를 5차전서 끝내겠다는 의지의 승부수였다. 

실패하면 엉켜버린 투수 운용 문제로 두산에 우승을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였다.

양현종이 1사 만루에 몰리면서 김 감독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는 듯했다. 기아는 적시타 하나로 끝내기를 당할 위기였다. 하지만 양현종이 두산의 타자 김재호를 플라이 아웃으로 잡아내면서 5차전은 기아의 승리로 끝났다. 

기아의 11번째 우승이자 8년 만에 통합 우승이 결정된 순간이었다. 우승이 확정되자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던 김 감독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담긴 기쁨의 눈물이었다.
김 감독은 우승 직후 기자회견서 “너무 좋다. 우리 선수들, 두산 선수들 추운 날씨에 열심히 했다. 좋은 것만 기억하고 싶고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기자가 ‘경기 중 아찔했던 순간’에 대해 묻자 “좋은 날에는 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그 선수의 가족들이 보고 있지 않나. 오늘 같은 날은 잘했던 선수들이 부각됐으면 한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모든 선수를 칭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팀을 맡은 지 3년 만에 우승을 이룬 것은 물론 두산의 한국시리즈 3연패를 저지하는 데 성공하면서 ‘김기태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그의 리더십을 소개할 땐 형님, 큰형님, 동행, 지게 등의 단어가 단골로 등장한다. 감독으로서 구단을 이끌기보다는 ‘선수들과 함께 간다’는 의미가 담겼다.


선수, 코치…우승과 인연 멀어
프로 발들인지 27년 만에 영광

김 감독은 2014년 11월 기아 감독으로 부임할 때부터 ‘나보다는 우리’를 강조했다. FA(자유계약 선수)와 트레이드를 통해 수혈한 선수들, 기존 기아 선수들, 신인 선수들로 조합된 팀을 하나로 묶는 게 시급했다. 

김 감독은 ‘동행 야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선수들과의 교감을 중시했다. 소통을 통해 팀 전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성적 향상을 꾀한 것이다.

감독이 나서서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서로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 베테랑들을 대우해주면서 그들이 팀을 이끌 수 있도록 배려했다. 

김 감독의 리더십은 미디어를 대할 때 특히 두드러졌다. 선수들의 장점은 얘기하되 단점은 말하지 않았다. 특정 선수가 실책을 저질러도 질책보다는 칭찬을 우선시했다. 기아 선수들은 김 감독의 비호 아래 자신 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았다.

2017 시즌 전 기아로 이적한 타자 최형우는 “프로야구 지도자 가운데 ‘형님 리더십’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감독님은 많다”며 “그런데 선수들과 대화하고 소통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분은 우리 감독님이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한국시리즈서 기아와 맞붙은 김태형 두산 감독도 “김기태 감독은 친화력이 좋다. 내가 못 가진 친형과 같은 리더십이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선수를 믿고 맡기는 김 감독의 스타일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냈다. 경기 중 부진했던 선수들도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서고 마운드에 올랐다. 팀의 승리와 패배에 일희일비하는 팬들조차 김 감독의 방식에는 토를 달지 않을 정도. 

대를 이어 기아를 응원 중인 광주의 김은지(29)씨는 “나를 포함해 많은 팬들이 감독님의 장점으로 ‘사람이 좋다’를 꼽을 것”이라며 “가끔 사람이 너무 좋아 속이 터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감독님의 리더십 덕분에 11번째 우승을 이뤄냈다”며 기뻐했다.

통합우승 비결
큰형님 리더십

김 감독의 리더십은 곧장 성적으로 나타났다. 김 감독 부임 전 2년 연속 9위에 그쳤던 기아는 2015년 7위로 시리즈를 마감하며 가능성을 드러냈다. 순위는 7위였지만 마지막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다툼을 벌였다. 

지난해에는 정규시즌 5위를 기록,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올랐다. 1승1패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저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최형우를 영입하며 단숨에 우승 후보로 지목됐다. 그리고 김 감독 부임 3년째 기아는 왕좌에 올랐다. 


2009년 이후 8년 만에 정규시즌에 이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통합 우승이었다.

김 감독에게 이번 우승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선수 시절을 포함 27년간 프로야구 판에 있으면서 처음 얻은 우승 반지기 때문이다. 1982년 6개 구단으로 시작한 프로야구 리그는 2015년 10개 구단 체제가 되기까지 수많은 감독들이 각 구단을 거쳤다.

이들 중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가장 높은 고지에 올라봤던 감독은 35년 프로야구 리그 역사상 13명에 불과하다. 혼자서 무려 10번의 우승을 이끈 김응용 감독을 포함, 김재박·류중일 감독(4회), 김성근 감독(3회) 등 일부 감독들이 우승을 독식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름을 새기기 힘든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 명단에 김 감독의 이름이 추가됐다. 김 감독은 기아의 연고지인 광주서 태어나고 자라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해태나 기아에선 한 번도 선수나 코치 생활을 한 적이 없다. 이번 우승이 김 감독에게 값진 이유다.

현역 시절 레전드
좌타 거포로 명성

김 감독은 현역 시절 남부럽지 않는 선수 생활을 보냈다. 팬들 사이서 ‘레전드’라고 회자될 정도의 활약이다. 올해로 48세인 그는 광주서림초-충장중-광주제일고를 거쳐 인하대를 졸업한 후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의 신생팀 특별우선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데뷔 첫 해부터 홈런 27개를 쳐내 장종훈에 이어 홈런 2위에 오르며 좌타 거포의 등장을 알렸다. 다음해인 1992년엔 출루율 1위로 첫 개인 타이틀을 차지했다. 1994년에는 홈런 25개로 홈런왕에 올랐다. 현재 상황과 비교했을 때 홈런 25개는 홈런왕을 차지하기에 적은 수치였지만 당시 김 감독의 신분은 방위병이었다.

김 감독은 방위병 신분으로 원정 경기에 제약을 받아 126경기 체제였던 리그서 18경기를 결장한 108경기만 뛰고도 홈런왕을 따냈다. 1997년에는 타율 0.344로 타격왕을 차지하는 등 쌍방울서 활약하던 8년간 무려 6번의 개인 타이틀을 따내며 리그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다.
 

부침이 시작된 건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이었다. 모기업이 부도나면서 쌍방울은 핵심 선수들을 팔아야 했다. 이 과정서 김 감독 역시 1998 시즌이 끝난 후 팀 동료와 함께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삼성서도 2년 동안 홈런 54개를 때려내는 등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2011년 김응용 감독과의 불화로 출장 수가 44경기로 현저히 줄어들었다. 결국 시즌이 끝난 뒤 현금 11억원이 포함된 6대 2 대규모 트레이드를 통해 SK 와이번스로 팀을 옮겼다.

신생팀이었던 SK는 거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고참으로서 2003년 팀의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고, 이듬해에는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불태웠다. 

2005년 SK서 은퇴할 때까지 15시즌 통산 1544경기에 출전, 타율 2할9푼4리, 1465안타, 249홈런, 923타점의 기록이 그의 찬란했던 선수 생활을 방증한다. 또 홈런왕, 타격왕, 4차례의 골든글러브 등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1년 프로야구 리그 출범 30주년에는 투수 선동열, 포수 이만수 등과 함께 올스타 10인으로 뽑히는 영광을 누렸다. 김인식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은 지난 2월 일본의 훈련장을 찾은 김 감독에게 “확실한 좌타 강타자가 없는 대표팀 상황에 김기태가 있었으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김 감독은 뛰어난 개인 성적은 물론 현역 시절 거쳐 갔던 모든 팀에서 주장을 역임할 만큼 이미 리더십으론 정평이 나 있었다. 은퇴 후에는 SK서 1군 타격보조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부터 일본 명문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서 육성코치와 2군 타격코치로 활동하며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LG감독 시절 성적 부진으로 나락
기아 부임 3년 만에 ‘특급사령탑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대표팀 타격코치로 한국의 퍼펙트 우승에 기여했다. 베이징 올림픽서의 금메달이 이번 우승 전까지 김 감독이 경험한 사실상 유일한 우승 경력이었다. 2010년에는 국내로 복귀, LG 트윈스의 2군 감독과 수석코치를 역임했다. 그러다 2012년 LG의 사령탑에 오르면서 감독으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LG서의 감독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런(Run)기태(도망가는 기태)’ ‘포기가 빠른 남자’ 등의 오명을 얻었던 것도 이 시기다. 김 감독이 팀을 맡을 무렵 LG의 전력은 누수가 상당한 상태였다. 

FA 자격을 얻은 이택근, 조인성 등 주전 선수들이 모두 이적을 택했고, 투수 2명이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되면서 영구제명당했다. 전력 보강이 필요한 시기에 전력 약화 상태로 시즌을 맞이한 LG는 그해 8개 구단 중 7위에 머물렀다.

김 감독이 부임하고도 가을야구에 실패하자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부임 다음해 LG는 정규시즌서 2위를 차지하며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LG 감독 시절에도 특유의 형님 리더십과 코팅 스태프와의 철저한 분업화는 야구판 전체에 신선한 자극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의 지휘 아래 성적이 향상된 LG의 2014년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2014년 4월23일 김 감독은 삼성과의 시즌 2차전이 열린 대구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감독이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온갖 추측과 억측이 난무했다. 

이날 LG 측은 “김기태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사의를 표명할 당시 LG는 시즌 개막 후 18경기에서 4승1무13패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다. 선수단은 삭발식을 갖고 투혼을 불살랐지만 경기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퇴 소식에 팬들은 분노와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팀의 성적 부진을 책임졌다고는 하나 아직 많은 경기가 남은 상황서 일찌감치 포기한 게 아니냐는 원성이 뒤따랐다.

이런 상황서 김 감독과 기아의 만남이 이뤄졌다. 기아는 당시 선동렬 감독을 선임했다가 팬들의 반발에 부딪혀 방향을 선회한 상태였다. 선 감독은 팬들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스스로 감독직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약까지 마친 감독이 전격적으로 사퇴하자 입장이 난감해진 기아가 선택한 게 김 감독. 김 감독은 기아의 요청에 오랜 고민 없이 감독직을 받아들였다.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2억5000만원, 연봉 2억5000만원으로 총 10억원의 계약조건이었다.

LG서 자진사퇴
기아선 우승감독

기아에 부임할 무렵 김 감독의 어깨엔 ‘명가 재건’이라는 팀의 목표와 명예회복이라는 개인의 목표가 얹힌 상태였다. 2014년 김 감독이 기아 유니폼을 입을 무렵 “팬들에게 박수 받는 감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 이후 3년 만에 김 감독은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김 감독과 기아는 앞으로 3년 더 함께 동행한다. 그는 “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하게 강한 팀으로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 감독의 마음은 벌써부터 2018 시즌을 향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18시즌 10개 구단 감독은?' 사령탑은 정해졌다

KBO리그 2017 시즌이 기아 타이거즈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10개 구단은 5개월여의 담금질을 거쳐 2018 시즌을 준비한다. 2017 시즌이 끝난 지 1주일 남짓이지만 10개 구단의 다음 시즌 감독은 모두 정해진 상태. 경기만 없을 뿐 2018 시즌이 시작됐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8년 만에 통합 우승으로 V11을 달성한 기아는 김기태 감독과 재계약했다. 계약 조건은 기간 3년에 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 등 총액 20억원의 초특급 대우다. 김 감독의 몸값은 3년 전 기아로 올 때와 비교해 두 배나 뛰었다.

류중일·김기태 최고 대우 1·2위

삼성 라이온즈서 LG 트윈스로 자리를 옮긴 류중일 감독은 3년 계약에 총액 21억원으로 KBO리그 최고 대우를 받았다. 한용덕 전 두산 수석 코치는 한화 이글스의 새 사령탑을 맡았다.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으로 승부욕과 포용력이 있어 내년 시즌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올해 정규 시즌 3위를 기록하며 2012년 이후 5년 만에 가을 야구를 한 공로를 인정받아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 외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 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 장정석 넥센 히어로즈 감독, 김한수 삼성 감독, 김진욱 kt 위즈 감독은 계약기간이 남아 2018년에도 팀을 이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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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발 윤석열 탄핵 시계

‘비상계엄 선포’발 윤석열 탄핵 시계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6당이 4일, ‘비상계엄령 선포’를 선언했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날 탄핵안에 포함된 인사는 윤 대통령 외에도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포함됐으며 내란죄가 적용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김 장관의 건의로 이뤄졌다. 이날 국방부 관계자는 ‘김용현 장관이 계엄을 건의한 게 맞느냐’는 질의에 “맞다”고 답변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제출됨에 따라 헌법 및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 보고 및 표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의결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날 오전 민주당은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긴급 의원총회 직후 결의문을 발표하면서 “윤 대통령이 사퇴하지 않을 시 즉시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부대표는 “오늘 자정이 지난 시점에 국회 본회의를 개의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의원들에게 공지했다. 박 원내부대표는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의결해야 하니 토요일(7일)까지는 비상 대기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탄핵소추안의 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으로, 민주당 및 범야권 의석(192석)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가에선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소수 야당들도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있는 데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이탈표가 나올 수 있는 만큼 가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만약 국민의힘서 8명 이상의 이탈표가 발생할 경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며, 대통령의 직무도 즉시 정지된다. 물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해서 탄핵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론이 나올 때까지 정지되며,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헌재 탄핵은 재판관 9인 중 6인이 찬성할 경우 인용되나 현재 6인 체제인 만큼 즉시 탄핵 심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 농단’이 화두가 되면서 인용됐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헌재의 탄핵 결정이 나오기까지 3개월1일이 소요됐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는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 3일,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폭거는 대한민국 국가재정을 농락했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런 민주당의 입법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며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전원을 긴급 소집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한 후 본회의 표결에 부쳐 190명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선포 6시간 만인 오전 4시30분께 전격 해제됐다. 이날 계엄작전은 미리 계획돼있었다는 듯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졌다. 계엄령 선포와 함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으며 11시께 포고령 1호를 발령했다. 포고령엔 국회, 지방의회 등의 정당‧정치 활동은 물론, 파업, 태업, 집회 행위 등을 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언론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을 것도 명했다. 이날 현장을 찾았다는 시민 등에 따르면, 국회에 투입됐던 경찰 병력은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및 시민들의 경내 진입을 막아섰으나 자리를 지키는 정도로 격렬하게 대응하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간혹 큰소리를 내며 국회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시민을 향해선 ‘지금은 출입이 통제된 상태니 자제해달라’고 고지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다만 공수부대, 특전사로 구성됐던 계엄군은 국회 본관 내 진입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당직자 등에 따르면, 계엄군은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등의 유리창을 깬 후 본관 안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이들은 국회 및 민주당 당직자들의 거센 저지를 받았다. 이러는 사이 우 의장 직권으로 비상계엄 해제 결의요구안이 본회의서 가결 처리됐고, 계엄군을 막고 있던 이들은 “당신들은 반란군”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자, 윤 대통령도 4시29분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하면서 긴박했던 12·3 비상계엄 6시간은 막을 내렸다. 의아스러운 부분은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은 10시20분경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폭거는 대한민국 국가재정을 농락했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런 민주당의 입법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자유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 방탄으로 국정은 마비 상태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족대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기반이 돼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북한 공산 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또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며, 이를 위해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며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계엄 선포로 인해 자유 대한민국 의 헌법 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들게 다소 불편이 있겠지만, 자유 대한민국의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것이며 대통령으로서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념을 바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워딩 어디서도 의료나 전공의라는 단어는 물론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날 비상계엄 후폭풍의 영향으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은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 내각 총사퇴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서 “내각 총사퇴, 국방부 장관 해임, 대통령 탈당을 요청해야 한다”며 “최고위원들도 이 의견에 공감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위기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kangjoomo@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