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7대 임금인 세조 이야기다. 계유정난이란 비합법적 방식으로 권력을 잡은 세조는 육조 직계제를 실시해 왕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민생경제에 치중한다. 그 방편으로 궁중에 잠실(蠶室)을 두어 자신의 아내인 정희왕후와 세자빈(조기 사망한 큰아들, 의경세자의 부인인 인수대비)으로 하여금 친히 양잠을 권장하도록 한다.
세조 사후 정희왕후는 세조의 유업을 이어 각도에 잠실을 설치하고 고리대업을 정리하는 등 백성들의 생활 안정에 주력한다. 그리고 세조는 우리 역사에서 아버지 세종(世宗)에 버금가는, 아니 오히려 세종을 능가하는 세조(世祖)란 시호를 받는다.
이 대목서 잠시 조와 종에 대해 언급하고 넘어가자. 조선 중기까지 조와 종에는 차이가 있었다. 새로운 권력을 세운 태조 이성계 그리고 임진왜란서 나라를 구한 선조 등 국가에 공이 있는 임금에겐 조(祖)를 그리고 덕이 있는 임금에겐 종(宗)을 사용했다.
그런데 조선 후반으로 넘어오면서 조와 종에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영조며 정조, 순조 등이 조의 시호를 받은 게다.
여하튼 수양대군 세조는 계유정난이라는 무지막지한 난을 통해 권력을 잡았지만 그 계유정난에 대해 후세 사람들은 단순히 정난으로 간주하기보다는 긍정적인 의미 즉 발전을 위한 계기로 판단했던 게다.
만약 세조가 보위에 올라 권력 지키기에만 치중했었다면 역사는 그를 그저 그렇고 그런 종으로 또는 군(君)으로 기록했을 게다. 그러나 그가 심혈을 기울인 민생경제 즉 백성들의 생활 안정을 도모한 사실로 인해 계유정난을 나라를 세운 혹은 나라를 위기서 구한 일로 평가 내렸고 그에 조(祖)란 시호를 받는다.
기왕에 말이 나온 김에 내 글 읽어주는 고마운 독자들을 위해 세조와 관련해 흥미로운 사실 하나 밝히고 가자. 조선조 임금 중에서 보위에 앉아 있는 동안 단 한명의 후궁도 두지 않았던 유일한 인물이 바로 세조라는 사실이다.
그에게는 비록 사육신 중 한 명인 박팽년의 누이인 근빈 박씨(박팽년의 누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으나 세조가 자신과 인척 관계였던 성삼문과 박팽년은 어떻게든 살리려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일 가능성이 더욱 높다)란 후궁이 있었지만 그 여인은 사저에 있을 당시 취했던 여인이다.
이제 시선을 현실로 돌려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을 잡기 이전부터 줄기차게 적폐청산을 외쳤었다. 그리고 권력을 잡은 지금 그의 적폐청산은 권력 유지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는 강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그 대상이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것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다.
실례를 들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는 문재인정권의 칼끝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물론 잘못된 일은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일은 서민들에게 그저 술안주용 이야깃거리에 지나지 않고 오히려 새로 들어선 권력층과 구 권력 사이에 벌어지는 이전투구로 비쳐질 뿐이다.
서민들에게는 이전 정권에 행했던 못된 정책들에 대한 청산이 중요한 게다. 예를 들자면 담배 가격에 대해서다.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구실로 올려놓은 담배가격 인상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조속히 원위치 시켜야 한다.
부디 문재인정권은 권력을 잡고 또 그를 유지하는 과정에 무수히 피바람을 일으켰지만 한편으로는 백성들의 생활고를 해결해 역사에 당당한 임금으로 기록된 세조를 본받기 바란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