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0 임산부의 날> 예비맘 고충을 아십니까

“임신이 벼슬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0월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풍요와 수확을 상징하는 10월과 임신기간 10개월을 조합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통해 저출산을 극복하고 임산부를 배려, 보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취하기 위해 2005년 제정돼 올해로 12회째를 맞았다.
 

임산부의 날은 보건복지부 주최, 인구보건복지협회 주관의 범국민적 기념일이다. 전국 시군구 지자체에선 임산부의 날을 맞아 엄마아빠 프로그램, 임산부 존중 릴레이 캠페인 등을 벌인다. 기업도 임산부의 날을 기념해 이벤트를 진행한다. 호텔업계도 임산부를 위한 패키지를 제공하는 등 기념일 맞이에 동참했다.

저출산 시대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인구절벽이 눈앞으로 다가온 현재 저출산 문제는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매년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2006년부터 올해까지 12년간 저출산 극복에 쏟은 돈은 126조8834억원에 달한다. 합계출산율이 2004년(1.15명), 2005년(1.08명) 연이어 급락하면서 저출산 5개년 계획이 3차례나 나왔지만 올해 합계출산율은 1.03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신생아 수도 35만여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세운 목표보다 9만여명이나 적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이 점차 낮아지는 상황을 다각도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산을 통한 복지제도의 확충으로 결혼과 임신, 출산을 유도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이라는 지적이다. 

고지영 여성가족연구원 연구원은 “젊은 세대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가정을 꾸리는 시간이 덩달아 늦어지고 있다. 출산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되짚어봐야 한다”며 “일과 가정이 균형 있게 양립할 수 있는 사회 인식과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출산 장려 126조 썼지만…
주변 시선들 여전히 ‘가혹’

실제 회사에 다니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 K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정모(33)씨는 첫째를 임신하고 산달까지 일했다. 정씨는 “간호사는 업무량이 정말 많기 때문에 한 사람만 빠져도 다른 사람에게 가는 부담이 상당하다”며 “아이를 낳기 2주 전까지 일했지만 그래도 눈치가 보였다”고 전했다.

아이를 임신한 후 반강제적으로 회사를 그만둔 경우도 있다. 인천의 한 무역회사에 취업한 송모(31)씨는 임신 사실을 회사에 알린 이후 퇴사 압박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송씨는 “선배가 ‘배 불러오면 일하기 힘들 거다’ ‘정말 할 수 있겠냐’라는 말을 많이 했다”며 “심지어 왜 이렇게 임신을 빨리 했냐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송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임신은 축복받을 일이지만 임산부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가혹한 부분이 존재한다. 임신한 여성이 사용할 수 있는 출산 휴가, 육아 휴직 등의 복지제도는 눈치 때문에 사용이 쉽지 않다. 

회사 입장에선 출산이나 육아 등을 이유로 업무에 공백이 생길 경우, 대체 인력을 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회사에서 여성을 채용할 때 결혼 여부와 임신 가능성 등에 대해 묻는 건 그 때문이다.


임산부를 위해 배지를 배포하거나 지하철에 임산부 배려석을 마련하는 것보다 임산부에게는 비용이 든다는 사회적 시선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임산부를 배려하겠다며 내놓은 정책의 실효성도 문제로 떠올랐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수도권 지하철 1∼8호선 전동차 한 칸 당 2좌석씩, 총 7140석을 임산부 배려석으로 운영 중이다. 임산부 배려석이 생긴 지 5년이 지났지만 ‘분홍색 좌석’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있을 경우 임산부가 아닌 사람이 앉아도 되는지 아니면 항상 비워둬야 하는지 여부다.

늘 비워놔야 한다는 쪽에선 ‘아직 배가 나오지 않아 알아보기 힘든 임신 초기 여성이나 눈치를 보는 임산부를 위해 당연히 비워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비어 있다면 앉아도 된다는 쪽은 ‘임산부가 왔을 때 양보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전체 좌석의 5%도 되지 않는 임산부 배려석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실제 임산부들의 좌석 이용이 어렵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선 임산부가 배려석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열차 내 방송이나 캠페인 등을 통해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눈으로는 식별이 어려운 임신 초기 여성을 위해 ‘임산부 먼저’ 배지를 배포하는 등 임산부 배려석 정착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지하철 배려석 ‘남녀갈등’
실제 제대로 사용도 못해

그 사이 묘한 현상이 발생했다. 임산부 배려석 정책을 두고 ‘임신이 벼슬이냐’ ‘맘충’ ‘너만 임신해봤냐’ ‘유난 떤다’ 등의 임산부 혐오 현상이 일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하철 좌석에는 모두가 앉을 권리가 있는데 한 좌석을 임산부를 위해 빼두는 것은 과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일각에서는 제기됐다.

심지어 일본에선 임산부 마크를 달고 다니는 여성을 대상으로 고함을 지르거나 일부러 배를 가격하는 등 테러를 저지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서도 ‘임산부 먼저’ 마크에 X표를 하는 등 혐오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임산부들은 오히려 배려석 이용을 꺼리고 있다. 출퇴근처럼 혼잡한 시간대에는 이용이 어려울뿐더러 사용한다 해도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임산부 배려 인식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배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임산부는 40.9%에 불과했다.
 

현재 둘째를 임신한 광명시의 주부 박모(29)씨는 임산부 배려석을 제대로 이용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임산부 마크를 가방에 매달고 다니긴 하는데 딱히 효과는 없는 것 같다”며 “어쩌다 운 좋게 배려석에 앉았다가 한 노인이 눈총을 주는 바람에 일어난 적이 있다”고 했다.

임산부 배려석이 남녀 갈등을 부추기는 촉매제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때 SNS상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OO패치 중 ‘오메가패치’라는 게 있다. 오메가패치는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들을 몰래 촬영해 SNS상에 얼굴을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공개처형식의 마녀사냥은 결국 경찰조사로까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실제 배려를 받아야 할 임산부는 아예 배제됐다.


시선 바뀌어야

김혜영 숙명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책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임산부 배려석을 바라보는 시선서 생기는 갈등이 문제”라며 “임산부들이 왜 배려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사회적 갈등은 앞으로 더 많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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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