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중동 건설의 선봉장’ 주봉노 봉경건설 회장

“세계서 가장 멋진 건물 짓고 싶어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중동은 기회와 고난이 공존하는 땅이다. 1966년 중동에 우리나라 건설이 첫 발을 내딘 이후 수많은 업체가 실패의 쓴맛을 봤다. 봉경건설은 지난 50여년간 중동 시장의 부침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업이다. 봉경건설의 창조주, 주봉노 회장을 만나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인구 2800만명, 영토 면적은 한반도의 10배, 남한의 21배. 결혼제도로 일부다처제를 택하고 있으면서 인구는 증가 중. 전체 인구의 3분의 2가 30세 이하인 젊은 나라. 금·은·동·철 등 자원이 풍족한 나라. 우리가 “석유만으로 먹고 사는 나라 아냐?”라고 말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제 모습이다.

기회의 땅

주봉노 봉경건설 회장은 중동의 맹주 사우디서 햇수로 34년째 건설일을 하고 있다. 주 회장에게 사우디는 제2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이다. 현대건설서 일하던 당시 28세의 주 회장은 20여년 후 50세의 자신을 그려봤다. 그가 그린 청사진의 배경은 중동이었다. 

1년내내 기온이 40∼50도를 넘나들고 비가 서너 번밖에 내리지 않는 나라는 주 회장이 펼칠 꿈의 거점이 됐다.

“사우디에는 자원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대부분 기름만 있다고 생각하지만 유리 원료인 모래도 엄청나게 풍부하죠. 또 성장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일이 끊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땀을 흘린 만큼 결과가 뚜렷할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어요.”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햇볕은 뜨거웠지만 습도가 없어 오히려 건설을 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바닷가서 고기를 잡는 일 외엔 마땅한 취미도 갖기 어려워 주 회장은 오로지 일에만 전념했다. 

스스로 “두더지처럼 일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각고의 노력 끝에 설립한 봉경건설에는 1991년부터 현지인을 스폰서로 두고 노하우를 익혔던 주 회장의 사업 철학이 집약돼있다.

2007년 본격적으로 틀을 잡은 봉경건설은 2009년 사우디 정부가 발주한 공사를 맡으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봉경건설이 사우디 현지 1군 건설면허를 취득함으로써 정부와의 신뢰가 형성됐다. 

1군 건설면허는 3년간의 정부 공사 실적을 기본으로, 15개에 달하는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받을 수 있다. 국내 건설업체 중 이 면허를 취득한 것은 봉경건설이 유일하다.

34년째 사우디서 건설업 매진
유일하게 1군 건설면허 취득

성장의 바탕엔 현지화 전략이 있었다. 봉경건설은 여타 업체가 국제입찰 방식으로 공사를 수주하는 것과는 달리 현지입찰 방식으로 공사를 따낼 만큼 현지화에 성공했다. 그동안 많은 국내 건설업체가 ‘제2의 중동 붐’을 노리고 사우디에 진출했지만, 그들은 대부분 공사 기간만 채우고 돌아갔다. 

반면 봉경건설은 공사 기간은 물론 그 외 시간에도 현지에 머물며 서서히 뿌리를 내렸다. 현지화를 목표로 사우디서 보낸 시간은 고스란히 사업 노하우로 축적됐다.


“공사를 진행하기 전 예측한 마진은 공사를 어떻게 따내고 진행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영향을 미치는 게 바로 현지서 쌓은 노하우죠. 사우디는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외국인입니다. 봉경건설은 현지화를 통해 그들과 부대낀 세월이 길기 때문에 공사를 좀 더 수월하게 빨리 진행할 수 있었죠.”
 

주 회장은 현재 하우징, 대학병원, 공항, 하수구 처리 등 정부 사업에 전념 중이다. 대부분 인프라를 정비하는 공사다. 집을 짓기 전 전기·수도 등 주변 인프라 공사를 먼저 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사우디는 집을 먼저 만들고 난 후에야 부대시설에 손댄다. 

최근 인구가 증가 추세에 있는 사우디로선 집과 부대시설 공사가 시급한 상황이다.

“사우디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일을 쉰 적이 없어요. 온 나라가 아니라 일부 도시서만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도 말이죠. 우리나라에선 대형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있지만 사우디는 팽창 단계이기 때문에 건설 잠재력이 엄청나죠.”

주 회장에 따르면 매월 사우디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 규모는 4억 달러, 약 4000억원에 이른다. 1년이면 40억 달러, 4조원이 넘는 규모의 정부 공사가 건설업체의 입찰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봉경건설은 1군 건설면허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서 발주하는 모든 사업 입찰에 무제한으로 참여할 수 있다. 또 공사 수주를 위한 서류 구비는 물론, 그동안 정부 공사만 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신뢰 등으로 입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여느 업체보다 높다.

하지만 국내 상황이 봉경건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우디의 경우 정부 공사를 수주 받기 위해선 금융권 은행의 보증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공사 금액의 약 5%에 해당하는 돈을 은행이 보증한다는 확인서가 있어야 최종적으로 공사를 따낼 수 있는 것.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 달리 선수금 보증이나 이행 보증 등 각종 보증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봉경건설 역시 사우디서 숱한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과는 별개로 중소기업에 해당한다.

은행 보증한도 부족해 도전 어려워
대기업 제휴로 노하우 공유하고파

“지금도 공사는 계속 진행 중에 있습니다. 2000억∼3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하지만 공사 규모를 조 단위로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1군 면허가 있어 사우디 정부가 발주하는 모든 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데 은행 보증 한도 때문에 더 도전하지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주 회장의 현재 은행 보증 한도는 780억원 정도다. 다시 말해 그의 신용이 약 800억원가량 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건설 프로젝트가 2년6개월서 3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공사 기간 중 정부서 새로운 공사 입찰을 내도 동시에 참여가 어려운 실정이다. 
 

더 많은 공사를 따기 위해선 보증기관이 주 회장의 은행 한도를 늘리거나 자금력이 좋은 대기업과 제휴를 맺는 수밖에 없다.


“저는 처음 사우디에 왔을 때부터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간절함으로 모든 일에 임했습니다. 그야말로 뼈를 묻는다는 심정으로 실적을 쌓아왔습니다. 그 생각은 33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성장 가능성

건설업체 오너로서 그가 한결같이 품고 있던 꿈은 전 세계서 가장 멋있는 건물을 짓는 것이다. 주 회장은 이제 자신은 나이도 많고 시간도 없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전 세계서 최고로 높은 건물을 짓고 싶다는 그의 포부는 현재 진행형처럼 보였다. 

그는 자신과 기업을 둘러싼 제약이 조금만 느슨해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이 또 멀리 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자금력이 있는 기업과 노하우를 갖춘 봉경건설이 힘을 합친다면 조 단위의 정부 공사를 따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게만 되면 봉경건설은 3∼4년 안에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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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