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대책 후… 바뀌는 투자지도

초강력 규제로 불리는 8·2대책이 부동산 투자지도를 바꾸고 있다. 발표 한 달 넘게 지났지만 아직 혼란은 끝나지 않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등 주택시장이 규제 유탄을 집중적으로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상가, 중소형빌딩, 오피스 등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곳으로 투심이 옮겨가고 있다.

8·2대책 이후 부동산 투자 지형도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서울 아파트 가격이 1년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과 조합설립 인가 후 조합원 지위 양도마저 금지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7개월 만에 하락하는 등 재건축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거센 후폭풍
아파트 하락세

강도 높은 대책으로 1025조원에 이르는 단기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대주주 양도차익 과세 강화로 주식시장까지 위축되면서 부동산 규제가 덜한 곳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투기를 봉쇄하자 규제가 덜한 1기 신도시인 평촌과 분당, 일산 등 대책 사각지대로 부동산 수요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과천의 아파트 값은 최근 0.01%로 하락했지만, 같은 시기 분당은 0.19%에서 0.29%로 상승했다. 인천도 0.09%에서 0.12%로 상승폭이 커졌다. 

주거용 시장에서도 비규제 지역이나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남아있고,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뛰어넘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아예 시선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나올 수 있다. 기존 주택 투자자금과 규모가 비슷한 부분 점포 같은 상업용 부동산이나 주거용 중에서 상대적으로 투자여력이 남아있다고 판단되는 레지던스, 섹션 오피스 등이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주택시장이 양도소득세 중과와 대출강화 등 규제 유탄을 집중적으로 받는 데다가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마저 분양권 전매제한이라는 규제를 받으면서 상가나 중소형 빌딩 등으로 투자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에 속한 주택 구입 때 자금조달계획을 신고해야 하는 것과 달리 상가나 중소형 빌딩은 규제를 받지 않고, 건물가치의 최대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상가 역시 다주택자들의 양도세가 강화되면서 보유 주택을 팔아 상가매수를 희망하는 투자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강력한 규제방안이 총동원되면서 당분간 부동산 투자 열기는 아파트에서 상가나 규제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 오피스텔, 레지던스, 섹션 오피스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옮겨갈 전망. 하지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번 조치로 오피스텔 열기는 한풀 꺾일 전망이다. 

발표 한달 넘었는데 아직 혼란
재건축 등 주택 시장에 직격탄

새 정부 들어 6·19와 8·2대책을 통해 주택에 대한 규제는 대폭 강화된 반면 상가에 대한 규제는 추가된 게 상대적으로 훨씬 적다. 주거용 오피스텔 등 주택은 대출받기가 크게 어려워졌지만 상가는 지금처럼 감정가액의 40%에서 최대 80% 가까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내년 4월 이후 세금이 크게 늘어나지만 상가에 대한 세금은 바뀌는 게 없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상가투자의 관심지역으로 8호선 연장 호재와 올해 말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다산신도시와 개발호재가 풍부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8·2대책은 전방위적 규제로 불릴 정도로 강력해, 분양권 거래가 자유롭고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수익형 부동산 분양도 점차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상가의 경우 시세가 많이 오른 서울 도심 역세권보다는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을 주목하는 것이 좋다. 레지던스는 공급물량이 없었거나 적었던 공급가뭄지역을, 섹션 오피스의 경우 오피스텔 공급 과잉 지역을 중심으로 노려볼 만하다는 게 업계의 조언이다. 

규제 벗어난 지역의 신규 오피스텔이 반사이익을 얻을지도 관심사다. 오피스텔은 그동안 상가나 분양형 호텔 등 다른 수익형부동산에 비해 적은 자본으로 투자할 수 있어 인기가 꾸준했다. 새로 분양되는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청약장벽이 낮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거주지에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는 데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중복청약과 제3자 대리청약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청약 당첨 후 바로 전매를 할 수 있어 투자용으로 접근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8·2대책에 오피스텔 규제가 다수 포함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내 오피스텔은 분양권 전매가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 금지되며 거주자 우선 분양 요건(20%)도 도입된다. 관련 업계는 일반 주택처럼 청약 여건이 강화되면서 점차 투자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규제를 피해간 지역에서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 내 조성된 각종 기반시설을 함께 누리면서도 규제와 무관한 서울 및 세종시 인근 지역으로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준공공
뜨는 임대 사업


국내체류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외국인 임대 수요가 풍부한 지역의 임대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미군부대 이전 호재를 갖춘 평택이나 서울 상암동, 홍대, 용산, 강남 등 외국인 밀집 지역이 눈길 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장기 임대를 선호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대사업이 가능한 지역의 신규 분양 아파트나 오피스텔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사업의 최대 장점은 통상 1~2년 계약 기간 임대료를 한꺼번에 받아 체감수익률이 높고, 임차인과 월세문제로 갈등을 빚을 일이 없다. 그들이 속한 직장이나 국가에서 대납해주는 경우가 많으며 월세 중심의 임대차가 일반적인 외국인은 월세에 대한 저항감이 적다. 보증금과 확정일자가 필요 없어 소득공제도 잘 신청하지 않아 월세소득에 대한 노출이 적다. 다만 고가 월세로 주택임대소득 과세에 부담감이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한국에 단기체류 목적의 거주자는 일반적으로 생활 집기들이 모두 마련돼 있는 풀옵션 형태를 선호한다. 먼 타국으로 온 외국인들은 같은 국적이나 문화, 종교를 가진 사람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생활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아파트가 임대사업에 유리하다. 교육환경도 중요하다. 과거 일본인들은 일본인 학교가 있는 용산구 이촌동을 선호했으나 학교가 상암동으로 옮겨가면서 많은 일본인들이 상암동으로 이사를 한 것도 자녀들의 교육환경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준공공임대 아파트 사업도 틈새 부동산으로 뜨고 있는 아이템이다. 준공공임대란 말 그대로 공공임대주택의 성격을 띤 민간임대주택을 말한다. 2013년 12월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모든 주택을 공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민간 주택임대사업자 중 요건에 맞는 사업자에게 여러 가지 세제혜택을 주고, 그 대신에 주택을 값싸게 임대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를 말한다. 

먼저 올해 말까지 계약 시 재산세·양도소득세 감면 효과가 있다. 준공공임대사업자 등록 시 양도소득세 100% 감면을 해주는 시한이 2017년 12월31일까지로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으면서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준공공임대사업자 요건과 혜택은 다음과 같다.

전용면적 85㎡ 이하 1호 이상이며 전용면적 85㎡초과 다가구주택도 등록이 가능하다. 8년의 임대의무기간과 연간 임대료 증액 5%한도가 적용되며 위반 시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015년 12월29일 개정으로 2016년부터 10년에서 8년으로 단축됐고, 최초 임대료 규제는 폐지됐다. 전용면적 60㎡까지 8000만원(2%), 60~85㎡ 1억원(2.5%), 85~135㎡ 1억2000만원(3%) 8년 만기 일시 상환으로 자금지원이 된다. 

상가, 중소형빌딩, 오피스…
규제 덜한 곳으로 투심 이동

취득세는 전용면적 60㎡이하 면제, 60~85㎡(20호 이상 취득) 50% 감면되고, 200만원 초과시 15% 최소납부를 한다. 재산세는 40㎡까지 10% 감면(50만원 초과 시 15% 납부), 40~60㎡ 75% 감면, 60~85㎡ 50% 감면이 적용된다. 2018년까지 2세대 이상만 적용이 된다. 양도소득세는 2014~2017년 말까지 매입 후 10년 이상 유지 시 100% 감면(비과세와 달리 양도세 신고를 해야 하고 20%를 농어촌특별세로 내야 함)이 되며, 그 외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8년 임대 시 50%(주택임대사업자 30%), 10년 임대 시 70%(주택임대사업자 50%) 적용된다. 소득세와 법인세는 전용면적 85㎡ 기준시가 6억원 이하, 3호 이상 임대 시 75% 감면(주택임대사업자는 30%감면)이 되며 종합부동산세는 합산배제가 된다.

혜택이 많은 준공공임대사업자라도 무조건 해야 하는지 잘 따져보아야 한다. 먼저 긴 의무보유기간이다. 각종 세제혜택이 주택임대사업자보다 많지만 4년 의무보유인 주택임대사업자와 달리 의무보유기간이 8년이나 되고 양도세 감면혜택까지 받으려면 임대료 증액 연 5%(2년 임대기간 감안하면 실제 2년 5%) 한도로 10년을 보유해야 한다. 규정 미 준수 시 과태료 징수와 더불어 범법의 소지가 될 수도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타 소득이 많을 경우 종합소득에 불리하고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아니면 지역가입자를 가입해야 하니 4대보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사업자를 낸다는 것은 정부의 관리대상이 되는 것이고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본인의 투자성향과 투자기간, 목적에 맞춰 장점과 단점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특히 10년을 보유할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인지 판단을 한 후 준공공임대사업자를 등록하겠다고 한다면 올해 말까지 등록을 해서 10년 보유 후 양도세 100% 감면 혜택을 받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토지 투자다. 8·2대책 아파트 규제에 토지 투자도 눈길을 끌고 있는데, 지난해 11·3 대책을 시작으로 올해 8·2대책에 이르기까지 아파트 대출과 청약, 전매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아파트를 대체할 투자 대안으로 토지를 주목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토지는 해당 물건의 잠재가치를 미리 예상할 수 있을 만큼 부동산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야 하고 개발계획 정보에도 밝아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선뜻 발을 들이기가 어려운 분야다. 


경매시장 열기
토지도 뜨거워

하지만 최근에는 토지 관련 정보를 지자체 인터넷 홈페이지나 민간 부동산정보업체 등을 통해 상세하게 알아볼 수 있다. 분양업체 측에서도 빠른 매각을 위해 적극적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이전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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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