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저기도 ‘무늬만 역세권’

부동산 투자 1순위는 뭐니뭐니 해도 역세권이다. 역세권 부동산은 풍부한 유동인구가 보장돼 임차인 확보에 유리하다. 다만 같은 역세권이더라도 급이 있는데, 크게 초역세권과 근거리 역세권으로 나뉜다. 
 

이른바 ‘무늬만 역세권’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역세권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야만 역세권 부동산 투자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일단 진정한 의미의 역세권이라고 하면 역에서 좁게는 반경 100m, 넓게는 200~ 300m 이내의 점포, 업무시설 등을 의미한다. 역에서 도보로 1~3분 이내의 거리를 말한다. 

200~300m 내
도보로 1~3분

먼저 8·2대책 후 첫 분양 성수기 개막을 알리는 9월 이후, 서울에서는 역세권 새 아파트 공급이 활발할 전망이다. 이번 분양은 대책 후 서울 전역이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으로 재편됨에 따라 실수요 선호도가 높은 역세권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예비 청약자들의 관심도 높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이후 서울 39곳에서 3만 9677가구가 분양할 예정이다. 이중 역세권 단지는 26곳, 3만150가구로 전체 분양물량 중 약 76%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재개발·재건축 분양 물량이 다수를 이루면서 역세권 아파트 비중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역세권 아파트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교통편익 증대와 함께 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해 편의성이 높은 편이라 선호도가 높다는 이유로 비역세권 단지보다 집값 상승폭에서도 차이가 난다. 영등포구 신길동에서는 7호선 신풍역과의 거리에 따라 입주시점이 비슷한 단지의 집값 상승폭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 기준, 신풍역과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신길뉴타운한화꿈에그린’(2008년 6월 입주) 전용 84㎡의 경우 최근 1년간 7500만원(5억→5억7500만원) 상승한 반면 도보 17분 거리의 다른 아파트는 같은 기간 5500만원(4억8500만→5억4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8·2대책 여파로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이 감소한 것과는 반대로 역세권 아파트 경우 거래량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해 보면, 서울 전체 8월 아파트 거래건수는 총 1만3489건으로 규제 시점 이전인 7월(1만4694건) 대비 8.2% 감소했다. 

반면 지하철 4호선 길음역 역세권 단지인 ‘돈암삼성’의 8월 실거래건수는 총 12건으로 전달(9건) 대비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자 역세권 신규 분양단지의 경우 청약시장에서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SK건설이 지난 8월 마포구 공덕역세권에서 분양했던 ‘공덕SK리더스뷰’는 청약 결과 평균 34.56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GS건설이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6구역에서 선보인 ‘DMC에코자이’도 서부선 경전철 착공에 따른 명지대역(계획) 역세권 프리미엄이 수요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청약에서 평균 19.75대 1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아파트도, 오피스텔도, 상가도… 
가을 분양성수기 역세권이 들썩

서울 공덕 인근에 한 중계업자는 “사실상 8·2대책 후 서울 아파트 투기 수요가 빠지면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주거 만족도가 높은 역세권 아파트로 쏠리고 있다”며 “역세권의 경우 교통과 상권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택 수요자들이 우선적으로 평가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하반기 역세권 단지는 활발한 모습이다. 우선 현대건설·대림산업 컨소시엄(주관사 현대건설)은 10월,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 3단지 재건축을 통해 ‘고덕 아르테온’을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3층~지상 34층 41개동 전용면적 59~114㎡ 총 4066가구 규모로, 이중 1397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역세권 단지로, 2025년 개통예정인 9호선 연장선 고덕역(계획)도 인접해있다.

GS건설은 9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신반포6차아파트를 재건축한 ‘신반포센트럴자이’를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35층, 7개동, 전용면적 59~114㎡ 총 757가구로, 이중 145가구를 일반에 선보인다. 지하철 3·7·9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반원초, 계성초, 신반포중, 세화고 등 교육시설도 인접해있다.

현대산업개발은 9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서초 센트럴 아이파크’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6층~지상 33층, 4개동, 총 798가구(아파트 318가구, 오피스텔 480실) 규모다. 지하철 2호선 서초역과 3호선 남부터미널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한화건설은 10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뉴타운 1-3구역서 ‘영등포뉴타운 꿈에그린’을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면적 22~84㎡ 총 185가구로, 이중 226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과 직통연결되는 역세권 단지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서도 역세권이 주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초역세권 상가는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초역세권 상가는 지하철 출입구서 도보 1분 이내에 위치한 상가를 말하는데 최근 지하철역 출구서 1분 이내로 도달할 수 있는 초역세권 상가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상가를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 가장 우선시되는 게 바로 입지다. 지하철역과 가까운 역세권 상가는 소비 유입력이 뛰어나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부동산 경기 활황기에 시세 상승 폭이 클 뿐 아니라 불황일 때도 환금성이 높아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역세권 상가를 선호하는 투자수요가 꾸준하다.
 

최근 인천 용현학익지구나 하남 미사지구 등 서울 및 수도권서 초역세권 입지를 자랑하는 상가들이 분양에 나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힘찬건설이 인천광역시 용현학익지구 도시개발구역 7-8, 16, 17블록에 지난 6월 분양한 ‘인하대역 헤리움 메트로타워’상가와 같은 시기에 분양한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중심상업지구 12-1블록, 11-1블록에 공급되는 대규모 복합상가 ‘그랑파사쥬’의 경우 높은 분양률을 보였다.

지난 5월 분양한 ‘안양 명학역 유토피아’는 1호선 명학역에 인접한 초역세권 상가로 분양 시작 일주일 만에 완판됐다. 같은 시기에 분양에 나선 3호선 원흥 역세권 ‘삼송 아이파크 더 테라스’단지 내 상가도 단기간에 완판됐다.

불황일 때도
환금성 높아

이들 상가의 공통점은 대단지를 배후로 역입구서 1분 이내에 위치한 초역세권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초역세권 상가투자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먼저 초역세권 상가라도 출구에 따라 상권 규모가 분류돼 투자시 ‘출구별 분석’이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다양한 출구 중에서도 메인 출입구를 찾으려면 ‘유동고객 동선’이 핵심이란 것이다.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노점상 분포를 확인해야 한다. 노점상은 해당지역서 오랫동안 영업했기 때문에 지역상권 흐름에 밝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운영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유명 의류대리점이나 프랜차이즈 업종이 입점한 출구 방향도 주목할 만하다. 통상 관련 본사에서 동선 입지가 양호한 곳에 허가를 내주기 때문이다. 출구에 다양한 노선의 버스정류장이 위치하면 환승으로 유동 인구가 많아지게 된다. 

이밖에 영화관,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편의 시설, 관공서 등을 고려해야 한다. 집객효과로 유동 고객을 유입하기가 수월해서다.

한 상가 전문가는 “상가투자하면 역세권을 떠올릴 정도로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게 초역세권이지만 출구별 유동인구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면 투자에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현장에 가서 예상 유동인구 흐름도를 파악해야 한다”며 “기존 지하철역보다 신설, 개통되는 지하철 역세권에 투자자 관심이 쏠려 사전 개발계획 및 유동인구, 집객효과 등을 파악해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올 하반기 분양(예정)중인 초역세권 상가들이다.


▲강동역 파밀리에 테라자= 서울 지하철 5호선 강동역과 바로 연결되는 초역세권 스트리트형 상가이자 업무동 오피스인 ‘강동역 파밀리에 테라자’가 분양 중이다. 중심에는 상시 이벤트를 열 수 있는 선큰광장과 폭8m의 넓은 보행통로를 조성해 스트리트 상가의 특징을 살렸다. 지하 1층 56개, 지상 1층 20개의 점포로 구성된 상가는 고객 편의를 돕는 근린생활 위주의 판매시설과 고급 카페거리 조성을 위한 식음료시설이 입점한다.
 

천호대로변 업무동 상가와 섹션 오피스도 분양 중이다. 업무동의 구성은 1층은 스타벅스가 2~ 3층은 하나은행이 각각 입점해 운영 중이다. 4~6층은 각종 병의원, 7~12층은 근린생활시설, 13~18층은 업무시설, 지상 19층은 오피스로 구성된다. 

업무시설이 밀집된 오피스타운 조성이 예상되는 5호선 강동역 주변이 천호·성내 재정비촉진지구와 함께 업무·상업 중심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다산역 지앤지 메트로타워 1차= ㈜지앤지스토리가 시행하는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진건지구 상업 2-4-1에 입지한 ‘지앤지 메트로타워Ⅰ’상가가 분양에 나선다. 2022년 개통예정인 다산역(가칭) 출입구 바로 앞 초역세권 상가로 가시성과 접근성이 좋은 사거리 3면 코너상가다. 

역 입구에서 1분 이내
초역세권 투자 전략은?

대지면적 998㎡, 연면적 1만286.33㎡, 지하 4층~지상 12층 규모다. 지하층은 주차장 및 기계실 등, 지상 1~12층까지는 상가로 구성된다. 총 점포 67개로 전용률은 53%대로 경쟁중인 타 중심상업지 상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3.3㎡당 분양가는 800만~5500만원(부가세별도)선이다. 총 주차대수는 49대. 계약금은 20%다. 시공과 신탁은 W건설㈜와 ㈜코리아신탁이 각각 맡았다. 준공은 2018년 9월경.

▲신흥역 롯데시네마타워=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신흥역 롯데시네마타워’는 대지면적 3278,7㎡, 건축면적 2355,95㎡, 연면적 3만8175,44㎡ 규모다. 지하 6층~지상 11층으로 조성됐다. 지하 1층은 신흥역 지하철 역사가 연결된다. 

8~11층은 롯데시네마 영화관 9개 입점으로 20년간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지하 2층서 지하 6층에 299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해 구도심 상권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주차 공간 부족 문제를 보완했다.

상가 층별 구성은 대형 만남의 광장이 개설될 지상 1층부터 지상 4층까지는 판매시설 및 근린생활시설을 비롯해 지상 5~6층은 메디컬센터, 지상 7층은 대형 푸드코트 프랜차이즈들이 입점할 계획이다. 업종에 따른 면적 선택이 가능하다. 완공은 오는 2019년 3월 예정. 

흐름 못 잡으면
실패 확률 높아

▲서초 어반하이= 서울 서초구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인근에 ‘서초 어반하이’ 오피스텔 단지 내 상가가 공급된다. 지하 5층~지상 20층 1개 동에 42~44㎡, 55㎡, 68㎡ 타입의 중소형 총 352실로 구성된 오피스텔을 배후 수요로 확보하고 있다. 

상가는 지하 1층~지상 1층에 총 13호실이다. 남부터미널역 일대는 상가 공급이 부족한 지역인데, 이 지역서 3년 만에 선보이는 상가 분양이다. 특히 이 상가는 초역세권으로 풍부한 유동인구를 확보하고 있다. 롯데타운 조성을 비롯해 정보사 이전 용지 개발, 엔티산업 남부터미널 용지 인수가 계획됐다. 양재동과 우면동에는 대형 연구개발센터가 세워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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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