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8·15 구국국민대회 가보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21 10:43:24
  • 호수 1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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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이 와야 하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촛불혁명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수백만 명이 모인 촛불집회가 이뤄지는 동안 반대급부로 태극기집회가 탄생했다. 보수성향을 지닌 태극기집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금 동안 산발적인 움직임을 그 특징으로 해왔다. 하지만 이번 광복절을 기점으로 태극기집회는 하나의 큰 집합체로 변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새 국면을 맞은 태극기집회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광복절인 지난 15일 서울 도심 곳곳에선 진보성향 시민단체들과 보수성향 단체들의 대규모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민노총·한국진보연대 등 200여개 시민단체는 서울광장에 모여 ‘8·15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외교부와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서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도 진행했다. 

‘박 구해내자’

이런 가운데 보수성향 단체들은 이날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집결해 오후 4시부터 ‘8·15구국국민대회’를 열었다. 해당집회는 전군구국동지연합회, 애국단체총협의회가 주관하고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이 주최했다.

기자는 해당 집회의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오후 2시30분 혜화역에 도착했다. 결의대회가 열리기까지 한 시간여 시간이 남았지만 이미 도로는 통제됐고 혜화역 1번 출구부터 이화사거리까지 약 800m에 이르는 4차선에는 보수단체 깃발이 휘날렸다. 

특히 육사의 경우 기수별로 구국동지회 깃발이 거리를 뒤덮었다. 


많은 수의 사람들은 모처럼 온 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집회에 집중했다. 혜화역 1번 출구 앞에 설치된 무대 뒤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있었고 무대서 200m떨어진 거리에 두 번째 스크린을 응시하는 보수단체 회원 수도 상당했다.

오후 3시, 정식 행사를 앞두고 식전행사가 진행됐다. 혜화역 도로에는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이 울려 퍼졌고 집회 인원들은 2002 월드컵 응원 구호인 ‘대한민국~짝짝짝 짝짝’을 연호했다.

식전문화행사가 끝나고 핵무장촉구 및 전작권전환 반대 천만 서명운동 선포와 더불어 구국기도가 진행됐다. 구국대회 도중 사회자는 수시로 길 가장자리에 위치한 시민들에게 도로 안쪽으로 내려와 함께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시민들은 도로 쪽으로 자리를 옮기며 집회에 집중했다. 

4시에 본격적인 구국국민결의대회가 열렸다. 행사는 크게 ‘핵무장으로 자유민주주의 수호’ ‘탈원전 정책 파산으로 치닫는 한국경제 살리기’ ‘5·18진실을 밝혀 국군 명예 회복’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해내자’란 4개 주제로 구성됐다.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각종 보수인사들의 축사와 기념사가 이어졌다. 구보수 정권서 얼굴을 알린 이들이 대거 연단에 올랐다. 특히 오후 5시경 단상에 오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발언을 시작하자 집회 참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윤 전 대변인은 “대한민국은 지금 공산화 위기에 처했다”며 “보수우파 시민혁명을 통해 문재인 세력에 맞서자”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지금의 자유한국당으로는 대한민국 안보를 지킬 수도,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이뤄낼 수도 없다”며 “여러분이 야당다운 야당, 싸우는 야당으로 혁파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현 언론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문재인 세력의 개, 나팔수가 된 대한민국 쓰레기 언론을 혁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마로니에 공원서 보수 대집회 열려
윤창중·김영미 등 유명인 총출동 

윤 전 대변인 이후 애국 팟캐스트 ‘신의한수’ 신혜식 대표의 발언이 이어졌다. 신 대표는 3분씩 주어진 시간을 두고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것은 1분만 이야기 하면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김영미 전 국회의원이 발언을 이었다. 김 전 의원은 4선 의원이자 과거 언론을 통해 입지를 다진 인물로 소개됐다. 그는 “육영수 여사의 43주기를 맞아 이렇게 비가 내리고 있다”며 “여러분 마음에도 비가 오고 있습니까!”라고 말해 함성을 유도했다. 

그는 “최근 종편 TV조선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 관련 이야기를 했다”며 “법치국가가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데 흉악범, 현행범도 아닌데 구속이 됐다”고 말해 박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국혼운동본부 지금희 대표, 전 국회의원인 나성린 한양대 교수 등이 현 정부를 비판하고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지 대표는 ‘5·18유공자 가산점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했다.

구국대회가 열리는 와중에 길 가장자리에는 부스가 조성돼있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천막이 쳐진 부스는 집회 도로를 따라 10∼20m 간격으로 10 여개가 설치됐다. 

부스에는 태극기부대를 상징하는 작은 깃발의 태극기가 쌓여있었고 ‘애국성금함’이 눈에 띄었다. 애국성금함에 돈을 넣는 어르신들이 심심찮게 포착됐고 태극기를 받아가는 모습도 이어졌다.   

부스 중 유독 목적이 다른 부스도 존재했다. 해당 부스에서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지키기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김 의원은 앞서 지난 5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바 있다. 김 의원 지키기 서명운동은 당선 무효 위기에 처한 김 의원 구명활동의 일환으로 보인다. 

해당 집회의 특징은 진보성향의 집회와 다르게 유독 젊은이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극 1번지로 통하는 혜화역을 걷는 젊은이들은 60∼70대가 주축이 된 해당 시위에 관심조차 없는 모습이었다.

기자가 집회를 지켜보던 중 유독 목에 태극기를 두른 청년이 눈에 띄었다. 그에게 해당 집회에 참여하게 된 배경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이분들(집회 참가 어르신)들 때문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힘이 되고자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답했다. 

해당 청년의 열성적 집회 참여에 주변을 지키고 있던 한 할머니는 그에게 “이렇게 젊은이가 이런 데 와서 너무 예쁘다”며 “(웃음) 어떻게 여기올 생각을 다 했느냐”고 말했다. 


휘날린 태극기

김해서 올라온 한 어르신은 집회를 지켜보고 있던 기자에게 “이런 곳에 젊은이들이 와야 하는데 젊은이들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며 불만을 표했다. 그러면서 "죽은 사람 팔아먹어 대통령됐는데 난 그게 다 가식으로 보인다"며 "박근혜 대통령 심부름 봐준 사람이 잘못한 걸 가지고 왜 박 전 대통령이 구속까지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수단체 시가행진은?

지난 15일 마로니에 공원서 모인 구국국민대회 집회 참여자들은 오후 6시부터 시가행진을 진행했다. 행진로는 대학로(마로니에공원)서 시작해 종로5가를 지나 대한문까지 약 4km 거리다. 보수단체들은 제대를 편성해 제대별 거리(50m)를 유지하며 시가행진을 진행했다. 제대는 태극기,성조기 임원진, 국간사 순인 1제대부터 육사, 청년단, 310특명단, 애국국민 순인 4제대까지 편성됐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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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