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비’ 검찰 특수통 열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8.21 10:26:40
  • 호수 1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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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부터 부장검사까지…핵심 요직 꿰찼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19개월 만에 단행된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통해 검찰 수뇌부가 새 진용을 갖췄다. 이번 인사에선 주요 요직에 ‘특수통’ 출신들로 채워졌다. 역시 검사는 특수통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문재인정부 첫 검찰 중간간부 인사서 검찰의 사정 중추 역할을 맡게 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검사들이 전면 배치됐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사법연수원 23기)도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팀장을 지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서울중앙지검 1·2·3차장 등 검찰 수사의 핵심 요직이 전원 특수수사통으로 채워졌다. 

1년9개월 만에 
단행된 파격인사

특수통 전성시대를 알린 건 지난 5월19일 돈봉투 만찬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후임으로 윤 지검장이 임명되면서부터다. 윤 지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간 좌천의 아이콘으로 꼽히며 조직서 배제됐다. 

그는 초년병 시절부터 서울지검 특수부로 발령받아 대형 사건 수사를 많이 경험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대부분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겨눈 수사를 했던 베테랑이다. 2003~2004년에는 대선자금 수사팀의 일원이었다.

당시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남기춘 중수1과장과 팀을 이뤄 노무현·이회창 캠프의 불법 대선 자금을 파헤쳤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 비호 의혹 사건과 LIG그룹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의혹 사건도 그의 손을 거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안희정 현 충남지사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고급 아파트 매입 의혹 및 외화 밀반출 의혹 수사를 맡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지검장은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 수사팀장을 맡고 있을 당시 서울고검 국감현장서 국정원 직원 긴급 체포와 체포영장 청구와 관련해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조영곤 전 서울지검장을 포함해 법무부로부터 외압을 느꼈다고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다. 

윤 지검장은 폭로 뒤 상부 지시 없이 영장을 집행하고,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냈다며 감찰을 받았다. 박형철 검사와 함께 징계가 청구된 후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문재인정부 첫 검 중간간부 인사
주요 자리 특수통 출신들이 독식 

윤 지검장 임명에 이어 지난달 25일 특수통 출신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신임 총장으로 임명됐다. 문 총장은 전주지검 남원지청 검사 시절이던 1994년 지존파 사건의 재수사를 지휘해 사건 해결에 큰 공을 세웠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로 발탁됐다. 

문 총장은 1995년에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 12·12 쿠데타 사건 특별수사본부 수사 검사로 파견됐다. 이 때 특별수사본부는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다. 그 후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제주지검 부장검사, 대검 특별수사지원과장·과학수사2담당관, 수원지검 2차장, 인천지검 1차장 등을 지냈다. 

다양한 특수수사를 맡아 하면서 검찰 내 특수통으로 분류됐다.
 


2002년 8월부터 2003년 3월까지는 대검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서 활약했다. 2004년 제주지검 부장검사 시절에는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별검사팀에 파견됐다. 그때 최도술의 불법자금 모금 및 수수의혹 등을 수사했다. 

2007년에는 대검 중수1과장 등 요직에 올랐다. 그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 비호 의혹 수사에 투입됐다. 

이명박정권 초기인 2008년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승진했다. 박근혜정권 시절인 2013년에는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으로 영전했다. 그 후 서울서부지검장으로 임명됐는데, 그 시절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을 총지휘하며 조 전 부사장을 구속시켰다.

줄줄이 선봉에
특수 전성시대

2015년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던 ‘성완종 리스트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수사팀을 이끌었다. 당시 대검찰청은 문 총장에 대해 ’검사장급 중에서도 특수 수사 경험이 많아 이 사건 수사에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수사 결과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기소했다.

지난달 27일 있었던 검찰 고위간부 정기 인사에서도 특수통 출신 검사들이 약진했다. 법무부는 검사장급 이상 간부 36명을 승진·전보하는 내용의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김오수, 조은석, 박정식 검사장이 고검장으로 진입했다. 

김오수 검사장은 신임 법무연수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인천지검 특수부장,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부산지검 1차장검사, 서울고검 형사부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일하던 2009년 대우조선해양 납품비리 사건과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 등 굵직한 수사를 담당했다. 2015년에는 처음 출범한 대검 과학수사부를 이끌며 조직 기틀을 다지고 사이버테러·해킹 등 갈수록 교묘해지는 첨단범죄의 대응을 맡았다.

조은석 검사장은 신임 서울고검장에 임명됐다. 수원지검·서울지검 등을 거쳐 대검찰청 공판송무과장, 범죄정보1·2담당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 대검 대변인, 서울고검 형사부장, 대검 형사부장, 청주지검장 등을 지냈다.
 

2009년에는 대검 대변인을 지내며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 사태, 스폰서 검사 의혹 등 여러 악재 속에서도 매끄럽게 일을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해양경찰의 구조 부실에 대한 검·경의 합동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대거 적용하는 방안을 놓고 법무부와 법리 검토·적용 대상 등에 이견을 보여 조정 과정서 진통을 겪기도 했다.

이후 통상 초임 검사장급이 배치되고 수사 일선서 벗어난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전보되자 연수원 동기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세월호 수사 개입 의혹’과 맞물려 일각에선 “우 전 수석과 대립각을 세워 밀려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박정식 검사장은 신임 부산고검장에 임명됐다.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중앙지검 3차장 등 특별수사 분야의 주요 보직을 모두 거쳐 중수부 폐지 후 신설된 대검 반부패부장을 맡아 전국 특수부 사건을 지휘·지원했다. 대검찰청 중수2과장으로 근무하던 2008년에는 ‘BBK 특검’ 수사에 파견돼 참여했다. 

예리해진 칼날
과연 어디로?

2011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재직 당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 사건을 성공적으로 수사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재직하면서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4대강 건설업체 입찰담합 의혹, 효성그룹 탈세·비자금, SK 최태원 회장 횡령 공범인 김원홍 고문 수사 등 굵직한 특수 사건을 지휘했다.

지난 10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서 서울중앙지검 1·2·3차장 등 검찰 수사의 핵심 요직에 특수통 출신들이 전면 배치됐다. 

법무부는 지난 10일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 검사를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 임명했으며, 박찬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장을 서울중앙지검 2차장, 한동훈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발령했다. 


이외 고검검사(차장·부장검사)급 538명과 평검사 31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국정 농단 특검 검사들 부상
적폐수사 사정 드라이브 거나

윤 차장검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연구관·첨단범죄수사과장·중수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등을 지낸 특수통이다. 청와대 특별감찰팀장으로 근무한 특수통이다. 윤 지검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대검 중수부에서 굵직한 사건을 함께 수사했다.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과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검찰 내부에선 이들을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으로 불리기도 한다. 
 

박 차장검사는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특별수사·감찰본부서 근무했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검사, 2015년 서울 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장을 맡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사를 해왔다.

한 차장검사는 중수부에 근무하며 대선자금 수사와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참여했고,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을 지내는 등 특별수사에 정통하다. 법무부 검찰과 검사, 대검 정책기획과장을 지내 기획 업무에도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슬슬 시동 거는 
부패범죄 수사

기업수사·부패범죄 수사를 주로 맡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2·3·4부장은 각각 신자용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 송경호 수원지검 특수부장, 양석조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장, 김창진 대구지검 부부장이 맡는다. 신 부장과 양 부장, 김 부장은 특검에 파견된 바 있다. 

이를 두고 결국 국정 농단 사건 보강 수사, 국정원 댓글 사건 등에 대한 수사를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새로 전열을 완비하면서 새 정부가 거론해 온 이른바 '적폐 수사'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정 농단 특별공판팀 임무는? 박-최 게이트 추가 수사?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국정 농단 사건의 특별공판팀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18일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의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공소 유지를 위해 중앙지검 특수4부를 사건의 특별공판팀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특수4부가 특별공판팀으로 운영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뇌물 혐의 재판 등 주요 국정농단 사건의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공소유지는 물론 부수적 추가 수사까지 담당하게 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운영
특검 출신 김창진 부장 지휘

 그동안 박 전 대통령, 최씨 관련 공소유지는 특별수사본부에 참여했던 특수1부가 맡아왔다.

앞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특수4부장에는 같은 청 특수2부 부부장 출신의 김창진 부장이 보임된 바 있다. 김 부장은 박영수특별검사팀에 파견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의 구속 기소에 참여했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특별공판팀 개편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분석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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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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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