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3세시대 개막 효성 조현준 회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7.24 10:27:21
  • 호수 11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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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끌고 동생은 밀고 ‘재도약’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이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일선서 하차했다. 1981년 그룹 회장에 취임한 조 전 회장이 36년 만에 물러난 것. 효성그룹은 조 전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회장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게 됐다. 
 

지난 14일 조석래 전 회장이 대표이사직서 사임했다. 조 전 회장은 지난해 조현준 사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킨 뒤 회장직서 물러나면서도 대표이사직을 유지해왔다.

아버지 사임
큰아들 선임

효성 관계자는 “조 전 회장이 장남 조현준 회장 중심의 경영체제가 안정적으로 구축됐다고 판단하고 경영 일선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며 “향후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 전 회장은 그룹 경영 일선에선 물러나지만 건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봉사활동이나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효성은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닻을 올리게 됐다. 그동안 효성은 조홍제 창업주와 그의 아들인 조석래 전 회장, 손자 조현준 회장이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조 창업주는 1906년 5월20일 경남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 신창부락서 출생했다. 조부의 훈도로 소년 시절을 보냈다. 17세까지 5년 동안 종조부인 서천 선생을 스승으로 섬겼다. 이후 1922년 4월 중앙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는데, 재학 중이던 1926년 6·10 만세운동 주모자의 한 사람으로 기소돼 옥고를 치렀다.


그 후 일본으로 유학하여 1929년 호세이 대학의 독일경제학과에 입학한 뒤, 1935년에 졸업하여 귀국했다. 1948년,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 공동 출자로 삼성물산공사를 창립했다. 1962년 9월, 15년간에 걸친 이 회장과 동업 관계를 청산하고, 효성물산 주식회사로 독자사업을 시작했다. 

1966년 한국타이어, 대전피혁 등을 인수했다. 이 때부터 장남 조 전 회장이 사실상 효성그룹을 이어받는다. 

조 전 회장은 1935년 11월 19일 경상남도 함안군서 출생했다. 이후 군북국민학교를 다니다 5학년때 서울 재동국민학교로 전학했다. 경기중학교를 거쳐 경기고등학교에 진학했다. 1학년을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가 1955년 일본 히비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와세다 대학에 진학한다. 

조석래 36년 잡았던 지휘봉 내려놔
두 아들 장남·3남 형제경영 탄력

이후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교에 입학, 화학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66년 박사 위 과정을 준비 중이던 조 전 회장은 아버지 부름을 받고 귀국, 기업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이후, 귀국한 그해부터 동양나이론 울산공장 건설을 추진하며, 1973년에 동양폴리에스터를 설립했다.

1970년대에 들어 대한민국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에 부응하며,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기술 개발에 많은 신경을 썼다. 특히 섬유화학 분야서 신소재와 응용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종합 신소재 기업을 탄생시켰다.

1975년 한영중공업을 인수, 효성중공업으로 새롭게 출범시켜 중전기기와 산업기계를 국산화하고 양산하도록 했다. 1980년대에는 화섬산업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석유화학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게 된다. 


이와 함께 금융자동화기기와 중대형 컴퓨터를 비롯한 하드웨어 사업과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에 참여하여, 정보통신 분야에 진출하였다.

1997년 12월 효성그룹의 전 조직을 퍼포먼스 유니트(Performance Unit) 체제로 바꾸고 PU별 책임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한편, 1998년 11월에는 효성T&C,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효성물산 등 주력 4사를 합병하고 비핵심 계열사 및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등 혁신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조 전 회장은 효성을 국내 5대 그룹으로까지 끌어올린다. 하지만 주력 사업인 섬유 산업 자체가 사양 산업화 되면서 효성의 사세는 기울기 시작했다. 이후 외환위기가 닥치며 그룹의 생존을 위해 계열사들을 분리해 내면서 한 때 40대 그룹 밖으로 밀려났다. 현재는 타이어코드, 방탄섬유, 스판덱스 등 특수목적 섬유 방면서의 절치부심으로 다시 23위 수준까지 부상해, 20대 그룹 재진입을 목전에 둔 상황이다.

기업인 51년
전경련 회장도  

조 전 회장은 재계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2002년 5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서 개최된 태평양경제협의회 총회서 회장에 선임돼 활동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지냈고, 한미재계회의 위원장(2000∼2009년)과 한일경제협회장(2005∼2014년)을 역임했다. 

전경련 회장을 지낼 땐 정부에 규제개혁을 요구하며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과 투자활성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전 회장이 대표이사직에 내려놓은 이유로는 우선 고령과 건강문제가 꼽힌다. 1935년 생으로 올해로 만 82세의 나이인 데다, 수년 전 담낭암과 전립선암 발병으로 최근까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조 전 회장이 사임한 뒤 조현준 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효성은 기존 김규영 대표이사 체제서 조현준·김규영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다고 지난 20일 공시했다. 그간 효성 대표이사는 조 회장·이상운 부회장 체제를 유지하다가 지난 4월 이상운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서 사임했다. 

이후 김규영 사장이 이 부회장을 대신해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번 선임으로 효성은 기존 조석래·이상운 체제서 조현준·김규영 체제로 세대교체를 완료했다. 

효성 관계자는 “조 회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효성이 최근 2년 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는 등 체제가 안정화된 상황서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차원서 이뤄진 것”이라며 “조 회장은 성과중심의 조직체계 개편, 경영시스템 개선, 스판덱스·타이어코드·중공업·정보통신 등 주력사업 부문의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등 회사를 성장시켜 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경영권 강화에 나섰다. 조 회장이 지난 7일과 10일 각각 효성 주식을 1878주, 9182주를 장내 매수했다. 지분율은 지난 3월30일 14.20%(498만6629주)서 7월 13일 14.23%(499만7689주)로 0.03%포인트(1만1060주) 늘었다. 조 전 회장도 같은 기간 1만1811주를 장내매수하면서 지분율을 10.15%서 10.18%로 0.03%포인트 늘렸다.
 


재계 안팎에서는 효성이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면서 조 회장의 경영 기반이 안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은 최근 인도의 경제 정책 수장인 아룬 자이틀리(Arun Jaitley) 인도 재무장관 겸 국방부 장관과 만나는 등 인도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조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조 전 회장의 기술중심 경영철학을 이어받고 소통과 경청을 통해 항상 승리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조 회장은 1968년 1월16일 경남 함안군서 태어났다. 조 창업주 손자이자 조 전 회장의 장남이다. 송광자 경운박물관장이 모친이다. 동생으로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과 조현상 효성 부사장이 있다.

1980년 경기초등학교, 1983년 보성중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예일대학교 정치학과와 게이오대학교 법학대학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일본 도쿄의 미쓰비시 상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에너지부와 원유수입부 등에서 근무했다.

1995년부터 모건스탠리 도쿄지점서 일했다. 1997년 효성T&C(현 효성)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해 효성T&C와 효성물산,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을 합병하는 작업에 관여했다. 1998년 효성 전략본부 경영혁신팀 이사로 승진했다. 2000년 상무, 2001년 전무를 거쳤다. 

이때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의 삼녀 이미경씨와 혼인했다. 이씨와 사이에 2002년 장녀 조인영, 2006년 차녀 조인서가 태어났다.


2003년 부사장에 올랐다. 당시 전략본부장으로서 중공업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우종합기계와 대우정밀 인수를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대우종기(현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중공업에 밀렸고 대우정밀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으나 채권단과 뜻이 맞지 않아 결렬됐다.

2005년 신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조현상 부사장(당시 전무)에게 넘겨주고 무역PG장으로 옮겨 효성의 의사결정기구인 ‘경영회의’에 참여하게 됐다. 2007년에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섬유PG장을 겸했다. 이후 2011년부터 전략본부장을, 2012년부터 정보통신PG장으로 근무했다.

2008년 대주주로 있는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효성ITX,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등을 통해 제이슨골프, 럭스맥스, 럭스맥스네트워크, 인포허브, 크레스트인베스트먼트, 바로비전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며 효성그룹 내 갤럭시아소그룹을 만들었다.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를 통해 IB스포츠(현 갤럭시아SM)에도 투자했다.

2009년 효성 계열사인 에피플러스(현 갤럭시아포토닉스)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지분율 확대 
본격적 행보 

재계에선 조 회장에 대해 탁월한 글로벌 감각을 지닌 준비된 경영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폭넓은 해외경험과 창의적인 마인드를 갖춘 재계의 대표적인 글로벌인재로 인정받았다. 특히 능통한 3개 국어에 능통해 다양한 국가의 인사들과 네트워크 구축했으며 미국과 일본 등 기업서 근무하며 글로벌 감각을 쌓았다. 

또한 조 회장이 다양한 인맥과 경험 덕분에 전경련 회장을 지낸 아버지만큼이나 글로벌 감각과 경험, 인맥을 갖춘 차세대 리더로 꼽히고 있다. 조 회장은 2014년 첫 외부활동으로 한일경제협회 회장을 역임한 아버지에 이어 한일경제협회 회장으로 나서기도 했다. 

2015년 5월에는 한일 주요경제인들의 모임인 ‘한일경제인회의’에 패널로 나서 ‘미래세대가 바라본 한일 미래상과 협력방안’을 발표한 바 있는데, ICT산업 분야서의 협력과 한국의 창조경제에 대한 투자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근래에는 효성의 성장을 이끌며 경영능력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효성은 지난해 매출 12조4585억원, 영업이익 950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가운데 올해 영업이익은 1조원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섬유, 중공업, 정보통신, 건설 등 핵심사업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시장 발굴 및 신규고객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조 회장의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 회장은 재계서도 유명한 스포츠 마니아로 대학시절까지는 야구, 미식축구, 스키 대표선수를 지냈을 정도다. 조 회장은 야구와 경영이 비슷한 점이 많다며 야구경영론을 앞세우기도 했다. 

경영체제 안정적으로 구축
그룹 내부도 개편될 전망

조 회장과 형제경영을 함께 할 조 전 회장의 3남 조현상 효성 사장에 대해서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조 사장은 올해 정기임원 인사를 통해 산업자재PG장 겸 전략본부장을 맡아 형 조 회장을 보좌하며 회사를 이끌고 있다.

조 사장은 경복고와 연세대를 거쳐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1996년 베인 앤 컴퍼니 서울 지사, 동경 지사서 컨설턴트로 근무, 실무경험을 쌓았다. 조 사장은 1998년 조 전 회장의 부름으로 사내컨설턴트 역할을 맡아 구조조정에 대한 자문 역할로 경영에 첫 참여했다. 이후 일본 NTT 커뮤니케이션사의 요청으로 NTT에 합류, NTT 유무선 관련 전략 프로젝트, 법인 영업 등을 수행했다.

효성에 2000년 재입사한 조 사장은 산업자재PG장 겸 전략본부의 임원으로 효성을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시트벨트용 원사, 에어백용 원단부문 세계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조 사장은 효성의 세계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2000년대부터 글로벌 타이어업체들과의 M&A를 본격화 했다. '협상의 달인'이라 불리며 그룹의 신사업 및 대형 M&A를 주도해 나감으로써 산업자재PG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조 사장은 2002년 세계 최대 타이어 업체인 미국 미쉐린과 총 3억5000만달러 규모의 타이어코드 장기공급 계약과 미국 버지니아 주 타이어코드 공장을 인수하는 계약을 동시에 체결했다. 이후 미쉐린, 굿이어 등과 연이은 M&A를 성사시키며 생산거점 확대 및 판매확대 기반을 마련했다. 2005년에는 미쉐린과 10년간 총 6억5000만달러 규모의 스틸코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조 사장은 주요 M&A를 통해 주주, 고객,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의 비즈니스 가치 극대화 추구를 이끈 역량을 인정받아 2007년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하는 '차세대 글로벌리더(YGL)'로 선정됐다. 2009년에는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아젠다위원회 멤버로서 아젠다 선정 작업에 참여하는 등 세계경제포럼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긍정적인 평가
사상 최대 실적

 
또한 미국과 아시아의 이해증진을 목적으로 창설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대표적 포럼인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아시아 21 글로벌 영리더'에 선정됐다. 한·중·일 3국 외교부가 선정한 ‘한·중·일 차세대지도자’로 뽑히는 등 차세대 리더로 인정받으며 주목 받고 있다. 조 사장의 활약으로 굿이어와의 M&A를 성사시킬 수 있었고, 장기공급 계약으로 타이어보강재PU가 세계 1위의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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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