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사태’ 4당4색 동상이몽 활용법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04 08:45:28
  • 호수 11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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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안아야…폭탄 돌리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선 이후 정치권에 가장 큰 사건이 터졌다. 국민의당 제보조작 파문 사건이다. 새 정치를 표방했던 국민의당은 ‘당 해체설’까지 나돌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태를 기회로 여기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여‧야4당의 ‘이유미 활용법’을 살펴봤다. 
 

제보조작 파문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이씨는 지난달 29일 결국 구속됐다.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는 “문준용씨가 고용정보원 입사과정서 특혜를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조작 유포한 혐의의 실체규명을 위해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겠다”며 “필요한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불러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보조작 파문
시련의 국당

이번 구속으로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대상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던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앞서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대선 때 국민의당이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과 관련해 “제보된 카카오톡 화면 및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공식 사과했다. 

박 위원장은 “당시 관련 자료를 제공한 당원이 직접 조작해 작성한 거짓 자료였다고 어제 고백했다”며 “당사자인 문 대통령과 준용씨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당이 당 차원서 공식 사과했지만 사건은 윗선 개입이 있었는지 혹은 이씨 단독행동이냐를 두고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이씨는 조작 증거를 당에 전달한 이 전 최고위원 지시 아래 조작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문준용 제보조작 파문 진상조사단장)은 지난달 28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22일부터 지난 5월6일까지 이씨와 이 전 최고위원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전체를 공개했다. 

이 의원은 카카오톡 내용을 바탕으로 “이씨와 이 전 최고위원이 제보 내용 조작을 공모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이씨가 제보자들과 준용씨 특혜 채용 관련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 받은 내용을 캡처해 이 전 최고위원에게 전송하자 이 전 최고위원이 “이름을 보니 둘다 여자냐” “아버지랑 아는 사람 누구냐” 등의 질문을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의원은 “사전에 이씨와 이 전 최고위원이 (증거를) 조작하기로 했다면 이런 내용이 오고갈 수가 없다”며 두 사람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조작됐을 가능성은 일축했다. 이 의원이 증거를 공개하면서 윗선 개입 의혹에 선을 긋고 있지만 의혹은 쉽사리 식지 않고 있다.

이씨가 안철수 전 대표의 제자라는 점, 이 전 최고위원이 안 전 대표의 인재영입 1호인사라는 점에서 윗선과의 교감설이 제기된다. 특히 대선 막바지에 문재인 당시 후보에 밀리고 있던 국민의당이 반전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선대위 등 당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도 나온다. 

윗선 개입 의혹은 ‘안철수 책임론’으로 번졌다. 당 내에서도 안 전 대표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민의당 김태일 혁신위원장은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과 관련해 “당의 선거기구가 사실 이것(제보 조작)을 소재로 해 아주 강력한 선거전을 펼쳤다”며 “안 전 대표가 빨리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조작에 직접적으로 가담하거나 그 사실을 인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가 선거대책기구 전반에 활용됐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설령 (안 전 대표가) 직접 개입이 되어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후보라고 하는 분은 선거 과정서 최종적 책임을 지는 분이지 않느냐”라며 “그 과정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사건이 생겼는데 이에 대해 자신이 의사를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지적했다. 

고도의 물타기
막내린 새정치

진실공방과 별개로 정치권에선 이번 제보조작 파문이 특검행을 노린 전략적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제보조작 파문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현재 진행하고 있지만 그 결과물이 나오면 함께 특검에서 더 철저히 규명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이 열 개라도 국민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없지만 이것(제보조작) 자체도 철저하게 수사해야 된다. (문 대통령 아들인) 준용씨와 관련된 의혹 문제도 차제에 털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 내에선 박 전 대표가 주장하는 특검은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특히 김 혁신위원장은 특검 주장을 정면비판하고 있고, 박 비상대책위원장도 “현 단계에선 적절치 않다”고 선을 긋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특검은 ‘어불성설’ ‘적반하장’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27일 민주당은 국민의당의 특검 제안에 대해 “고도의 물타기 전략”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대선 당시 제보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우리가 필요 이상의 공세로 만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 있는 사람들이 할 말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왜 이 타이밍에 박 전 대표는 특검을 주장하고 나왔을까.

국민의당 특검 언급…민주당 뿔났다
결국 구속…윗선 개입 있다? 없다?

먼저 ‘털 것이 있다면 같이 털고 가자’는 이른바 논개작전이다. 현재 제보조작으로 이씨는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고 이 전 최고위원은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언제 검찰의 칼끝이 국민의당 윗선을 향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때 만약 준용씨가 특검 조사를 받고 특혜의혹이 드러난다면 여론은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또, 국정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국민의당 일각서 특검을 주장하면서 반전계기 마련에 나서고 있다면 여당인 민주당은 직접적으로 호재를 맞는 모양새다. 최근 국무위원들의 각종 의혹과 낙마로 민주당은 야당에 공세를 취하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제보조작을 ‘대선 공작 게이트’로 규정하며 역공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9일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새 정치를 표방했던 국민의당이 이러한, 끔찍한 일을 벌였다는 것에 국민들의 충격이 크실 것 같다”며 “그래서 이건 단순히 사과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엄중한 상황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 제가 당 해체까지 주장하면 또 정치공세라고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물타기를 할 것”이라며 ‘당 해체’ 압박 등에 대해선 수위를 조절했다. 

민주당 맹공
한국당 모르쇠


민주당은 국민의당에 당 해체까지 압박하는 것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지만 정계에선 국민의당이 이번 사태로 해체수순에 놓이게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나아가 민주당이 국민의당을 흡수 통합하는 방식의 정계개편 시나리오도 힘을 받고 있다. 
 

국민의당 내부서도 탈당 및 통합에 대한 이야기가 속속 들리고 있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당의 존폐가 걸린 심각한 사건이라는 점과 함께 일부는 탈당 후 민주당으로 옮기거나 ‘범여권’ 통합에 대한 요구를 강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의원총회 등을 통해 논의과정이 있겠지만 새 정부에 협조하는 자세로 전환하면서 각 의원 별로 지역구 챙기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사태가 진정 국면에 다다르고 합당이 수면위로 떠오르면 민주당이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향후 정계개편서 국민의당이 민주당으로 흡수되는 그림을 그려봄직하다. 만약 국민의당이 민주당에 통합되면 현 야3당 구도는 야2당 구도로 바뀌게 되고 민주당은 과반수 이상 의석을 확보하게 돼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끝까지 간다…해체 또는 통합 수순
눈치 보는 한국당…국당과 도매금?

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대선 공작 게이트’로 규정하며 국민의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선 전만 해도 준용씨에 대해 지명수배까지 내리며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사태 추이가 발전되면 어디까지 발전이 될지, 또 여러 가지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 같아 당사자가 아닌 입장서 조금 말을 아끼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당은 대선과정서 준용씨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특검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오히려 국민의당 보다 한 발 앞서 준용씨에 대한 의혹을 지적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번에 제보조작 파문으로 한국당은 국민의당과 함께 도매금으로 묶이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검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달 29일 정 원내대표는 “의혹 조작 사건과 특혜채용 사건을 같이 특검으로 처리할 것인지는 수사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가 수사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수사결과에 따라 한국당도 확실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이 무너질 경우 야당은 바른정당과 정의당만 남게 된다. 원내 3당으로서 여권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던 국민의당의 부재는 한국당에게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하나의 창구가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바른정당도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달 29일 논평을 통해 "만일 조금이라도 공정성에 의혹이 제기된다고 하면 특검까지도 해야 한다"고 주장해 한국당과 결을 달리했다. 

반전카드는?
좌초 가능성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제보조작 파문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국민의당에 대해 “국민의당의 대선 패배 후유증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찬바람’이 불 때까지는 확실한 반전카드가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당이 분열하거나 좌초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내다봤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철수의 시련

국민의당 제보조작 파문으로 안철수 전 대표는 정치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았다. 현재 정치권에선 연일 안 전 대표 ‘책임론’이 들끓고 있고, 정계 은퇴에 대한 직간접적 주문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입장 표명을 하는 것도 늦지 않다는 의견과 당의 존폐위기를 맞제된 데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경론도 등장했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지금은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는 것이 당내 의견으로 볼 수 있다”며 “안 전 대표가 조만간 공식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데 ‘정계은퇴’와 같은 극단의 선택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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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서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3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앞길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3일 치러진 6·3 조기 대선서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득표율 49.42%로 역대 대통령 중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를 각각 기록했다. 넘지 못한 과반의 벽 잠정 집계된 이번 대선 투표율은 지난 20대 대선보다 2.3%p 높은 79.4%였다. 이는 지난 1997년 투표율 80.7%를 기록한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대선 투표율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국민의 뜨거운 의지”라고 입 모아 말했다. 지난 20대 대선서 양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는 0.7%p이었던 만큼 이번 역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관전 포인트로 제시됐다.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실시한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51.7%, 김문수 후보는 39.3%로 두 후보간의 격차는 두 자릿수로 크게 벌어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과반이 예상됐지만, 실제 투표함을 열자 김 후보가 40%대로 진입한 반면 이 대통령은 50%를 넘지 못했다. 두 사람 간의 격차는 289만표인 8.27%p였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 역시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4%만 더 얻어서 55%로 안정 궤도를 유지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내심 아쉬움을 비쳤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동안 공을 들인 TK(대구·경북)서도 약세를 보였다.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마감 결과 대구서 김 후보가 67.62% 득표한 반면, 이 대통령은 23.22%에 그쳤다. 경북서도 김 후보는 66.87%, 이 대통령은 25.52%로 지난 20대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초유의 사태인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임에도 격차가 크지 않고 보수 지역서 30% 벽을 넘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제시된다. 40% 지지율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과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전까지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리는 방식이었지만, ‘찐명’으로 꼽히는 김민석 전 최고위원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마당에 더는 국민의힘이 손쓸 방법이 없다. 빗나간 출구조사…TK도 20%대 ‘뚝’ 여대야소 정국 ‘동물 국회’ 재연? 이번 하반기 국회가 역대급 ‘혐오 정치’로 얼룩질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거듭 통합을 강조했다. 지난 4일 국회서 열린 취임 선서식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선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대통령 취임 후 첫 오찬 메뉴를 비빔밥으로 준비했다. 우 의장은 “지역과 세대, 계층, 다양한 의견이 모두 대한민국이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도록 이끄는 통합력이 도약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머뭇거릴 새도 없이 이 대통령은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함께 국정을 운영할 내각 구성도 시급하다. 당분간은 윤석열 전 정부 출신인 각료들과 한 지붕 밑에서 일을 해야 한다. 조기 대선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정부 출범 76일 만에 전원 ‘문재인의 사람들’로 불리는 국무위원과 국무회의를 진행했다. 이날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진행했는데, 이때 통일·외교·안보 기조가 다른 박근혜정부 인사가 함께였던 만큼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이 어려웠다는 푸념도 들려왔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새 내각 구성 전까지는 ‘윤석열의 사람들’과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각 부처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을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회 등 절차가 남아 있어 내각 전부를 임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어수선한 여의도 안팎 국무위원 선출을 위한 인사청문회 과정도 험난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이동관·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박장범 KBS 사장 후보까지 피 튀기는 청문회가 밤낮으로 이어졌다. 공수교대가 이뤄진 이번 청문회서 국민의힘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다섯 건의 재판도 주목된다.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대선 정국서 불거진 아들 도박 의혹도 논란이지만, 아직 털어내지 못한 본인의 재판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1심 ▲불법 대북송금 혐의 1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 하루 전날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꼬집으며 “설사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예정대로 열리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경우, 두 달 안에 대선을 또다시 치러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예정된 재판은 오는 18일에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이는 지난달 1일 대법원이 1심의 무죄 판결을 엎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만일 재판부가 예정대로 사건을 처리한다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는데, 이때 대통령직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다루는 헌법 제84조의 해석 논란도 다시 불붙을 예정이다. 막 내리는 용산 시대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대선 전부터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서 ‘행위’를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입법 독재’ 프레임을 우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이 개방한 청와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영빈관과 녹지원, 상춘재 등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우선은 청와대 수리를 기다리며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용산으로 가는 게 맞다. 대통령실 이전은 큰 비용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생도 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빨리 청와대를 수리해서 그 (수리) 기간만 (용산에) 있다가 청와대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예비 후보이던 시절에도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질문에 “상당히 고민이다. (용산 대통령실이) 보안 문제가 매우 심각해 대책이 있어야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지금 당장 어디 딴 데로 가기가 마땅치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혈세를 들여 미리 준비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일단 용산을 쓰면서 다음 단계로 청와대를 신속하게 보수해 그 길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용산 집무실 환경에 “황당무계하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서 가진 첫 기자회견서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며 “필기도구를 제공해 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업 공무원 전원을 복귀시켜버린 모양”이라며 “곧바로 다시 원대복귀 명령을 해서 제자리로 복귀시켜야 할 듯싶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보수가 끝나는 대로 이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파기환송 선거법, 재판부 의지에 달려 청와대 복구, 극우 반격…험난한 여정 대통령 집무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만큼 보안과 경호 등이 늘 지적 대상이 됐다.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100% 개방된 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보안 작업을 거친다면 올해 안에는 (청와대를) 집무실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종합청사 등 제3의 장소에 임시로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JTBC와의 인터뷰서 “국정 책임자의 불편함 또는 찝찝함 때문에 수백억, 수천억을 날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잠깐 (용산서) 조심해서 쓰든지 하고 청와대를 최대한 빨리 보수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극우와의 싸움과 테러 위협도 현재 진행형이다. 계엄 옹호, 탄핵 반대 그리고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 중심의 극우 성향 단체는 이번 대선 결과에 불복해 선동을 이어갔다. 광화문서 지지자들과 개표를 기다리던 전 목사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가자” “불법 선거, 부정 투표”라고 소리쳤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어 대선이 끝난 후에도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용인의 한 사전투표소의 관외 회송용 봉투서 이미 기표된 용지가 나온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 대선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고 문자 그대로 부정선거의 스모킹 건”이라며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자의 자작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 시스템이 얼마든지 조작 가능해서 투표 안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만들고 한 사람을 안 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국가정보원 조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선관위를 도저히 믿을 수 있겠나”라며 “선거가 아니라 사기”라고 말했다. 현실 부정 테러 위협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망상에 불과하다. 갈라치기 정치의 원인”이라고 일축하며 “정치 성향이 맞지 않는 분들께선 지금 시국이 어수선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번 대선은 내란 세력을 심판한 국민의 선택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