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사태’ 4당4색 동상이몽 활용법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04 08:45:28
  • 호수 11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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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안아야…폭탄 돌리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선 이후 정치권에 가장 큰 사건이 터졌다. 국민의당 제보조작 파문 사건이다. 새 정치를 표방했던 국민의당은 ‘당 해체설’까지 나돌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태를 기회로 여기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여‧야4당의 ‘이유미 활용법’을 살펴봤다. 
 

제보조작 파문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이씨는 지난달 29일 결국 구속됐다.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는 “문준용씨가 고용정보원 입사과정서 특혜를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조작 유포한 혐의의 실체규명을 위해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겠다”며 “필요한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불러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보조작 파문
시련의 국당

이번 구속으로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대상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던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앞서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대선 때 국민의당이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과 관련해 “제보된 카카오톡 화면 및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공식 사과했다. 

박 위원장은 “당시 관련 자료를 제공한 당원이 직접 조작해 작성한 거짓 자료였다고 어제 고백했다”며 “당사자인 문 대통령과 준용씨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당이 당 차원서 공식 사과했지만 사건은 윗선 개입이 있었는지 혹은 이씨 단독행동이냐를 두고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이씨는 조작 증거를 당에 전달한 이 전 최고위원 지시 아래 조작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문준용 제보조작 파문 진상조사단장)은 지난달 28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22일부터 지난 5월6일까지 이씨와 이 전 최고위원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전체를 공개했다. 

이 의원은 카카오톡 내용을 바탕으로 “이씨와 이 전 최고위원이 제보 내용 조작을 공모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이씨가 제보자들과 준용씨 특혜 채용 관련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 받은 내용을 캡처해 이 전 최고위원에게 전송하자 이 전 최고위원이 “이름을 보니 둘다 여자냐” “아버지랑 아는 사람 누구냐” 등의 질문을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의원은 “사전에 이씨와 이 전 최고위원이 (증거를) 조작하기로 했다면 이런 내용이 오고갈 수가 없다”며 두 사람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조작됐을 가능성은 일축했다. 이 의원이 증거를 공개하면서 윗선 개입 의혹에 선을 긋고 있지만 의혹은 쉽사리 식지 않고 있다.

이씨가 안철수 전 대표의 제자라는 점, 이 전 최고위원이 안 전 대표의 인재영입 1호인사라는 점에서 윗선과의 교감설이 제기된다. 특히 대선 막바지에 문재인 당시 후보에 밀리고 있던 국민의당이 반전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선대위 등 당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도 나온다. 

윗선 개입 의혹은 ‘안철수 책임론’으로 번졌다. 당 내에서도 안 전 대표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민의당 김태일 혁신위원장은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과 관련해 “당의 선거기구가 사실 이것(제보 조작)을 소재로 해 아주 강력한 선거전을 펼쳤다”며 “안 전 대표가 빨리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조작에 직접적으로 가담하거나 그 사실을 인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가 선거대책기구 전반에 활용됐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설령 (안 전 대표가) 직접 개입이 되어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후보라고 하는 분은 선거 과정서 최종적 책임을 지는 분이지 않느냐”라며 “그 과정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사건이 생겼는데 이에 대해 자신이 의사를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지적했다. 

고도의 물타기
막내린 새정치

진실공방과 별개로 정치권에선 이번 제보조작 파문이 특검행을 노린 전략적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제보조작 파문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현재 진행하고 있지만 그 결과물이 나오면 함께 특검에서 더 철저히 규명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이 열 개라도 국민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없지만 이것(제보조작) 자체도 철저하게 수사해야 된다. (문 대통령 아들인) 준용씨와 관련된 의혹 문제도 차제에 털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 내에선 박 전 대표가 주장하는 특검은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특히 김 혁신위원장은 특검 주장을 정면비판하고 있고, 박 비상대책위원장도 “현 단계에선 적절치 않다”고 선을 긋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특검은 ‘어불성설’ ‘적반하장’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27일 민주당은 국민의당의 특검 제안에 대해 “고도의 물타기 전략”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대선 당시 제보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우리가 필요 이상의 공세로 만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 있는 사람들이 할 말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왜 이 타이밍에 박 전 대표는 특검을 주장하고 나왔을까.

국민의당 특검 언급…민주당 뿔났다
결국 구속…윗선 개입 있다? 없다?

먼저 ‘털 것이 있다면 같이 털고 가자’는 이른바 논개작전이다. 현재 제보조작으로 이씨는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고 이 전 최고위원은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언제 검찰의 칼끝이 국민의당 윗선을 향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때 만약 준용씨가 특검 조사를 받고 특혜의혹이 드러난다면 여론은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또, 국정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국민의당 일각서 특검을 주장하면서 반전계기 마련에 나서고 있다면 여당인 민주당은 직접적으로 호재를 맞는 모양새다. 최근 국무위원들의 각종 의혹과 낙마로 민주당은 야당에 공세를 취하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제보조작을 ‘대선 공작 게이트’로 규정하며 역공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9일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새 정치를 표방했던 국민의당이 이러한, 끔찍한 일을 벌였다는 것에 국민들의 충격이 크실 것 같다”며 “그래서 이건 단순히 사과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엄중한 상황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 제가 당 해체까지 주장하면 또 정치공세라고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물타기를 할 것”이라며 ‘당 해체’ 압박 등에 대해선 수위를 조절했다. 

민주당 맹공
한국당 모르쇠


민주당은 국민의당에 당 해체까지 압박하는 것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지만 정계에선 국민의당이 이번 사태로 해체수순에 놓이게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나아가 민주당이 국민의당을 흡수 통합하는 방식의 정계개편 시나리오도 힘을 받고 있다. 
 

국민의당 내부서도 탈당 및 통합에 대한 이야기가 속속 들리고 있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당의 존폐가 걸린 심각한 사건이라는 점과 함께 일부는 탈당 후 민주당으로 옮기거나 ‘범여권’ 통합에 대한 요구를 강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의원총회 등을 통해 논의과정이 있겠지만 새 정부에 협조하는 자세로 전환하면서 각 의원 별로 지역구 챙기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사태가 진정 국면에 다다르고 합당이 수면위로 떠오르면 민주당이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향후 정계개편서 국민의당이 민주당으로 흡수되는 그림을 그려봄직하다. 만약 국민의당이 민주당에 통합되면 현 야3당 구도는 야2당 구도로 바뀌게 되고 민주당은 과반수 이상 의석을 확보하게 돼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끝까지 간다…해체 또는 통합 수순
눈치 보는 한국당…국당과 도매금?

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대선 공작 게이트’로 규정하며 국민의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선 전만 해도 준용씨에 대해 지명수배까지 내리며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사태 추이가 발전되면 어디까지 발전이 될지, 또 여러 가지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 같아 당사자가 아닌 입장서 조금 말을 아끼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당은 대선과정서 준용씨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특검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오히려 국민의당 보다 한 발 앞서 준용씨에 대한 의혹을 지적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번에 제보조작 파문으로 한국당은 국민의당과 함께 도매금으로 묶이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검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달 29일 정 원내대표는 “의혹 조작 사건과 특혜채용 사건을 같이 특검으로 처리할 것인지는 수사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가 수사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수사결과에 따라 한국당도 확실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이 무너질 경우 야당은 바른정당과 정의당만 남게 된다. 원내 3당으로서 여권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던 국민의당의 부재는 한국당에게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하나의 창구가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바른정당도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달 29일 논평을 통해 "만일 조금이라도 공정성에 의혹이 제기된다고 하면 특검까지도 해야 한다"고 주장해 한국당과 결을 달리했다. 

반전카드는?
좌초 가능성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제보조작 파문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국민의당에 대해 “국민의당의 대선 패배 후유증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찬바람’이 불 때까지는 확실한 반전카드가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당이 분열하거나 좌초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내다봤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철수의 시련

국민의당 제보조작 파문으로 안철수 전 대표는 정치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았다. 현재 정치권에선 연일 안 전 대표 ‘책임론’이 들끓고 있고, 정계 은퇴에 대한 직간접적 주문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입장 표명을 하는 것도 늦지 않다는 의견과 당의 존폐위기를 맞제된 데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경론도 등장했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지금은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는 것이 당내 의견으로 볼 수 있다”며 “안 전 대표가 조만간 공식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데 ‘정계은퇴’와 같은 극단의 선택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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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