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광주일고 라인 대해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6.19 10:21:47
  • 호수 11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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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고기처럼 휘젓는 ‘일고인’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호남 명문 광주제일고(이하 광주일고) 전성시대다. 문재인정부서 장관으로 입각한 호남 출신 인사 중 광주일고 출신이 3명에 이른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광주일고 출신이다. 현재 정·관계서 광주일고 출신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부 초반 국정을 이끌 1기 내각의 진용이 거의 갖춰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첫 조각 완료가 임박했다. 청와대가 지난 13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을 지명함으로써 이날까지 총 15명의 장관 후보자와 20명의 차관이 발표됐다. 

일고 출신들
요직에 앉아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전 현행 직제상 17명의 장관 후보자와 22명의 차관이 발표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약 90%의 인선이 마무리된 셈이다. 장관 후보자가 발표되지 않은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2곳이고, 차관이 발표되지 않은 부처는 산업부(2차관), 해수부 등 2곳이다.

문재인정부 인선 내용을 분석하면 호남 인사의 약진이다. 그 동안 매 정권마다 호남 출신 인사들이 소외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참여정부와 문 대통령 역시 ‘호남 홀대론’ 비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문 대통령이 호남 인사들을 대거 중용하면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지금까지 인선한 청와대와 각 부처 장·차관급 이상 52명서 4명 중 1명이 호남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관급 이상 23명 중 호남이 8명(34.8%)으로 제일 많았다. 차관급서도 35명 중 8명(22.9%)이 호남 출신이다. 


눈에 띄는 점은 호남 명문인 광주일고 출신들이 대거 장관에 입각하면서 광주일고 전성기를 알리고 있다는 것.

광주일고는 비평준화 시절 광주고등학교와 함께 호남 인재의 요람이었다. 광주광역시 북구 누문동에 자리 잡고 있는 공립고등학교로, 일제강점기에 전국을 독립운동의 물결로 뒤덮었던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진원지였다.

현정부 장차관만 벌써 4명 임명
잘나가는 현직 국회의원도 5명

3·1 운동이 일어났던 1919년 7월 전남의 다수 유지들이 학교 설립 기성회를 조직했고 1920년 4월 사립 광주고등보통학교로 설립 인가를 받았다. 그해 5월 개교를 했으며 1922년 사립에서 관립으로 틀을 바꿨다.

1925년에는 다시 관립서 공립으로 전환했고 이어 1938년 4월 광주서공립중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1951년 교육법 개정으로 교명을 광주서중학교로 고쳤으며 1953년 4월에 이르러 광주제일고등학교 설립 인가를 받아 한 울타리 안에 광주서중-광주일고의 병설 체제를 갖추게 됐다. 

1972년에 중학교 평준화 시책에 따라 광주서중은 폐교됐다. 이후 광주일고는 1974년 고교평준화가 실시되면서 지난날의 영광에 빛이 바랬다. 차츰 광주일고가 있는 북구가 구도심이 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기피하는 고등학교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광주일고 출신들의 영향력은 정계·재계·관계서 여전히 막강하다. 

민주당의 광주 출신 한 보좌관은 “사실 광주일고는 비록 호남이지만 전임 정권서도 계속 잘 나갔다”며 “정계·재계·관계를 아우르며 전국 단일 고등학교서 광주일고만큼 요직에 졸업생이 많이 진출한 학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초대 내각에 광주일고 출신 3명이 임명·내정된 것만 봐도 호남 명문임을 알 수 있다. 

내각 1기…  
장관이 3명

가장 먼저 입각한 광주일고 출신 인사는 이낙연 국무총리다. 이 총리는 지난달 31일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마치자마자 임명됐다. 이 총리는 전남 영광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동아일보 기자, 16·17·18·19대 국회의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 대변인,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전남지사로 재직해 왔다. 그는 광주일고 45회 출신이다. 
 

그 다음은 지난 11일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두 번째 광주일고 출신이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광주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창립과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창립 때 교수위원회 결성을 이끌며 진보 교육계서 두각을 나타냈다. 김 내정자는 이 총리보다 2년 선배인 43회다. 

지난 13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으로 김영록 전 국회의원이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전남 완도 출신으로 1977년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해 강진군수와 완도군수, 행정자치부 홍보관리관, 전라남도 행정부지사 등을 거쳤다. 

정치에 입문해서는 18·19대 의원을 지내며 6년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때 농해수위 간사, 당 사무총장과 원내수석부대표 등 요직을 지냈다. 이 총리보다 3년 후배인 광주일고 48회다. 

일제강점기 광주학생독립운동 진원지
1919년 학교 설립 후 ‘전통의 명문’

김상곤, 김영록 내정자가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에 광주일고 출신이 3명 포진한다. 이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김광두 부의장 역시 광주일고 39회다. 

정부 내각에 특정 고등학교 출신 3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광주일고는 참여정부 시절 3부 요인(국무총리, 국회의장, 대법원장) 중 두 명을 동시 배출한 사례가 있다.

2005년 9월 이용훈 변호사가 대법원장에 오른 데 이어 2006년 6월 임채정 열린우리당 의원이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이들은 광주일고 4회 졸업생으로 동기 동창이었다. 이 외에도 이명박 정부 시절 김황식 전 국무총리도 광주일고 41회 출신이어서 역대 정부에서 광주일고 출신 국무총리는 2명이다.

현직 국회의원 중에선 여·야(더불어민주당 1명, 국민의당 3명, 자유한국당 1명)를 망라해 광주일고 출신이 무려 다섯 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광주일고 44회 출신이다.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김동철 의원은 광주일고 49회다. 


3부 요인 중 
2명이나 배출

황주홍 의원과 주승용 의원은 광주일고 46회로 동기다. 자유한국당인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광주일고 51회 졸업생이다. 더불어 현재 김장수 주중국대한민국대사관 대사 역시 광주일고 42회 출신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일고 라인’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계서도 잘나가는 일고 라인

광주일고 출신들은 재계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성수 이랜드 회장 등이 광주일고를 졸업했다. 박삼구 회장은 2015년 9월 금호산업 인수전서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같은 광주 출신에 광주일고 선후배 관계인 둘의 갈등은 선후배 간의 갈등으로 비춰지면서 관심을 끌었다. 

박삼구 회장은 38회 졸업생으로 52회 졸업생인 박현주 회장이 14년 후배다. 박성수 회장은 46회 졸업생이다. 국내 최초 글로벌 SPA 브랜드 ‘스파오’를 탄생시키는 등 패션계서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인물이다.


고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40회)은 박현주 회장과 가장 인연이 깊은 광주일고 동문 중 한 명이다. 미래에셋대우 성장의 발판으로 국민은행 등 은행판매 창구가 심심찮게 꼽히는데 이 과정서 당시 박현주 회장의 형과 광주일고 동창이었던 김정태 전 은행장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광주일고 출신 기업인은 특히 금융계에 대거 포진해있다. 김영재 칸서스자산운용 회장(41회)과 정찬형 포스코기술투자 사장(전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50회), 송상종 피데스투자자문 사장(52회), 장인환 전 KTB자산운용 사장(52회) 등도 광주일고 출신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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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