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풀려난 장시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6.12 10:38:41
  • 호수 11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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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도우미 재판도 돕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장시호가 석방됐다.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건의 주범이었지만, 구속된 이후 특검의 ‘특급 도우미’로 활약했다. 특검에게 ‘스모킹건’을 쥐여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장씨가 불구속 재판을 받으며, 국정농단 수사에 협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태의 연루자임과 동시에 각종 폭로로 특검 도우미라 불린 장시호씨가 지난 7일 자정 석방됐다. 국정 농단 사태로 구속된 이들 중 처음으로 석방된 장씨가 수감됐던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는 석방 수 시간 전부터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취재진과 함께 구치소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던 친박단체 회원들도 진을 치고 장씨의 석방을 지켜봤다.

이슈메이커
202일만 석방

장씨는 구치소를 나오며 취재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수사에도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장씨는 “정유라를 만날 계획이 있는가” “정유라 씨는 삼성 지원을 모른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석방 소감을 말해달라” 는 등 취재진의 질문엔 침묵했다. 다만 “앞으로 수사에 협조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장씨는 짧게 “예”라고 답했다. 장씨는 구치소까지 마중 나온 변호사의 차량을 타고 구치소를 빠져나갔다. 

지난해 12월 8일 기소된 장씨는 6개월간의 구속기한을 마쳤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1심 판결 전 구속가능 기간인 기본 2개월을 채웠고 2차례의 구속 연장 조치에 따른 4개월의 수감생활도 마무리하고 이날 석방됐다. 


앞서 장씨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서 일하며 이모 최순실과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으로 18억여원을 받아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장씨는 지난해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장씨는 최순실의 언니 최순득의 딸로 최씨의 조카다. 본명은 장유진이었지만, 이후 장시호로 개명했다. ‘시호’라는 이름은 추신수의 아내이자 일본 모델인 야노 시호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장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일진’으로 불리는 문제아였다고 한다. 학교 폭력 등을 일삼았지만, 막강한 재력과 집안을 등에 업고 오히려 피해자가 외국으로 도피 유학을 떠났다고 동문들은 입모았다. 

국정 농단 사건 주범 구속
특검 스모킹 건으로 활약

현대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반에서 꼴찌를 다툴 정도로 학업에 큰 관심이 없었다. 전체 학생수 53명이었는데 1학기에 52등, 2학기에 53등이었다. 학급 석차뿐만 아니라 전교 석차도 꼴찌권이었다는 후문이다. 흔히 볼 수 있는 ‘날라리’의 전형이었다고 한다. 
 

학창 시절 승마선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낮은 학업성적에도 불구하고 명문 연세대학교 교육과학대학 체육교육과에 입학했다. 이 때문에 장씨의 연세대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됐다. 장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씨의 딸이자 이종 사촌 여동생인 정유라에게도 승마를 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마를 그만둔 이후에는 압구정 ‘가십걸’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는 연예계 관련 일을 하며 많은 유명 연예인들과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수많은 연예인과 운동선수, 재벌 2세 등과 사귀며 염문설을 뿌렸다. 


장씨가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발언을 통해서였다. 안 의원은 지난해 10월27일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최씨의 조카인 장씨를 실세라고 보고 있다”며 “검찰이 수사 의지가 있다면 장 씨를 긴급체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수 많은 언론서 장씨가 최씨 일가의 브레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순실 조카 
철천지 원수로

장씨는 겨울스포츠 어린이 유망주 양성이라는 명목으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라는 재단을 만들었다. 사실 이 스포츠영재센터는 영재 양성보다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각종 이권사업을 따내기 위해 설립된 유령재단이었다. 

이 재단으로부터 7억원의 국비를 지원 받아서 이 중에 1억원가량만 재단 운영에 사용하고, 나머지 6억원은 장씨가 착복한 의혹이 있으며, 삼성전자와 정부가 거액의 지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센터를 세운 뒤 장씨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과 긴밀히 협의해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 같은 혐의가 인정돼 검찰은 지난해 10월 말 장씨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장씨의 체포가 미진하자 일본 밀항설 등이 나왔지만, 결국 11월18일 장씨는 서울 도곡동 친척집 인근서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2016년 12월7일,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오후 3시30분 출석하면서 언론에 처음 장씨의 얼굴이 세상에 알려졌다. 

스포츠영재센터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서 장씨와 국가대표 스케이트 선수였던 김동성씨가 내연관계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스포츠영재센터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스포츠스타 이규혁은 2월17일 열린 최순실, 장시호, 김종 전 차관의 3차 공판서 증인으로 출석해 “장씨와 김씨가 남녀관계로 만났으며, 영재센터는 그 관계에서부터 시작돼 여기까지 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든 혐의를 부정하던 장씨는 특검 수사가 시작되자 특급 도우미로 거듭난다. 수사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장씨는 수사 단서를 건네며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장씨는 지난 1월5일 변호인을 통해 최순실이 사용하던 태블릿 PC를 임의 제출했다. 당시 최씨는 JTBC가 보도한 태블릿 PC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서 장씨는 지난해 10월 도피 중이던 최씨의 부탁으로 그의 짐을 쌌던 것을 기억해, 그 짐 속에 태블릿 PC가 있었음을 특검 수사과정서 진술했다.

이 태블릿PC는 최씨가 지난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사용한 것으로 앞서 언론에 의해 공개된 태블릿PC와 함께 최씨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스모킹건(핵심증거)’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이 태블릿PC엔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딸 정유라의 승마훈련을 지원받기 위해 설립한 독일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에 대한 메일이 저장돼있었다. 

연대 부정입학
평창사업 개입

이에 그치지 않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민간 인사 개입’과 관련해서도 장씨는 단서를 제공했다. 당시 장씨는 특검에 “최씨가 민정수석실에서 보낸 인사 파일을 검토하는 걸 봤다. 이 인사 파일을 사진으로 찍어둔 적 있다”는 진술을 했고 이를 토대로 그의 컴퓨터를 확인한 결과 물증을 확보했다. 


이 파일에는 민정수석실이 민영화된 케이티앤지(KT&G) 사장 후보들을 검증한 자료들이 포함돼있었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차명 전화와 관련해서도 장씨는 큰 역할을 했다. 장씨는 휴대전화 숫자판을 기억해 박 대통령 휴대전화 끝자리가 ‘420X’라고 진술했다. 특검은 이를 토대로 박 대통령과 최씨 간 차명 전화를 이용해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570여회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장씨의 제보는 이에 멈추지 않고 최씨가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참여하는 회사 지분의 15%를 차명으로 전환해 이익을 취하려고 했다는 폭로를 했다. 장씨는 공증사무실 위치를 정확히 기억해내며 다시 한 번 특검의 든든한 도우미 역할을 수행했다.

박근혜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
앞으로 더 수사 협조할지 주목

이러한 관계 덕에 수사팀 역시 장씨를 ‘특별 관리’하며 살뜰하게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가 장씨에게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건네자 장씨는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 넣으며 “내일 먹겠다”고 편하게 얘기했다. 지난 3월26일 특검팀은 장씨의 마지막 소환조사에 티타임을 열었다.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당시 특검 수사팀장)은 장씨에게 “재판 잘 받고 나중에 출소하게 되면 아들 예쁘게 키우라”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많은 것을 배웠을 테니 교훈 삼아서 잘 살라”는 따뜻한 위로도 건넸다. 


예상치 못한 위로를 받은 장씨는 뇌물죄 수사팀 검사들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장씨의 변호인은 “당시 장씨가 윤 팀장의 이야기를 듣고 참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장씨의 활약은 법정서도 이어졌다. 지난 4월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최씨의 뇌물 사건 공판에서는 장씨가 증인으로 나와 “삼성동 2층 방에 돈이 있으니 그 돈으로 유연(최씨 딸 정유라의 개명 전 이름)이랑 유주(정씨 아들) 키우라”고 일러줬다고 증언했다. 장씨는 최씨가 언급한 ‘삼성동’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폭로는 계속
법정서 활약

지난해 10월 장씨가 최씨 지시로 압구정동 소재 은행서 10억원을 찾게 된 경위를 두고도 다툼이 벌어졌다. 장씨는 최씨 변호사를 따라 은행 대여금고서 1억원짜리 수표 10장을 찾았다고 증언했다. 이 중 1억원은 어머니 최순득씨에게 곗돈으로 주고, 5000만원은 자신의 변호사 비용으로 챙긴 뒤 나머지 8억5000만원은 최씨 변호사에게 줬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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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