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풀려난 장시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6.12 10:38:41
  • 호수 1118호
  • 댓글 0개

수사 도우미 재판도 돕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장시호가 석방됐다.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건의 주범이었지만, 구속된 이후 특검의 ‘특급 도우미’로 활약했다. 특검에게 ‘스모킹건’을 쥐여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장씨가 불구속 재판을 받으며, 국정농단 수사에 협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태의 연루자임과 동시에 각종 폭로로 특검 도우미라 불린 장시호씨가 지난 7일 자정 석방됐다. 국정 농단 사태로 구속된 이들 중 처음으로 석방된 장씨가 수감됐던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는 석방 수 시간 전부터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취재진과 함께 구치소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던 친박단체 회원들도 진을 치고 장씨의 석방을 지켜봤다.

이슈메이커
202일만 석방

장씨는 구치소를 나오며 취재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수사에도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장씨는 “정유라를 만날 계획이 있는가” “정유라 씨는 삼성 지원을 모른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석방 소감을 말해달라” 는 등 취재진의 질문엔 침묵했다. 다만 “앞으로 수사에 협조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장씨는 짧게 “예”라고 답했다. 장씨는 구치소까지 마중 나온 변호사의 차량을 타고 구치소를 빠져나갔다. 

지난해 12월 8일 기소된 장씨는 6개월간의 구속기한을 마쳤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1심 판결 전 구속가능 기간인 기본 2개월을 채웠고 2차례의 구속 연장 조치에 따른 4개월의 수감생활도 마무리하고 이날 석방됐다. 


앞서 장씨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서 일하며 이모 최순실과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으로 18억여원을 받아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장씨는 지난해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장씨는 최순실의 언니 최순득의 딸로 최씨의 조카다. 본명은 장유진이었지만, 이후 장시호로 개명했다. ‘시호’라는 이름은 추신수의 아내이자 일본 모델인 야노 시호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장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일진’으로 불리는 문제아였다고 한다. 학교 폭력 등을 일삼았지만, 막강한 재력과 집안을 등에 업고 오히려 피해자가 외국으로 도피 유학을 떠났다고 동문들은 입모았다. 

국정 농단 사건 주범 구속
특검 스모킹 건으로 활약

현대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반에서 꼴찌를 다툴 정도로 학업에 큰 관심이 없었다. 전체 학생수 53명이었는데 1학기에 52등, 2학기에 53등이었다. 학급 석차뿐만 아니라 전교 석차도 꼴찌권이었다는 후문이다. 흔히 볼 수 있는 ‘날라리’의 전형이었다고 한다. 
 

학창 시절 승마선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낮은 학업성적에도 불구하고 명문 연세대학교 교육과학대학 체육교육과에 입학했다. 이 때문에 장씨의 연세대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됐다. 장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씨의 딸이자 이종 사촌 여동생인 정유라에게도 승마를 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마를 그만둔 이후에는 압구정 ‘가십걸’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는 연예계 관련 일을 하며 많은 유명 연예인들과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수많은 연예인과 운동선수, 재벌 2세 등과 사귀며 염문설을 뿌렸다. 


장씨가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발언을 통해서였다. 안 의원은 지난해 10월27일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최씨의 조카인 장씨를 실세라고 보고 있다”며 “검찰이 수사 의지가 있다면 장 씨를 긴급체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수 많은 언론서 장씨가 최씨 일가의 브레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순실 조카 
철천지 원수로

장씨는 겨울스포츠 어린이 유망주 양성이라는 명목으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라는 재단을 만들었다. 사실 이 스포츠영재센터는 영재 양성보다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각종 이권사업을 따내기 위해 설립된 유령재단이었다. 

이 재단으로부터 7억원의 국비를 지원 받아서 이 중에 1억원가량만 재단 운영에 사용하고, 나머지 6억원은 장씨가 착복한 의혹이 있으며, 삼성전자와 정부가 거액의 지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센터를 세운 뒤 장씨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과 긴밀히 협의해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 같은 혐의가 인정돼 검찰은 지난해 10월 말 장씨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장씨의 체포가 미진하자 일본 밀항설 등이 나왔지만, 결국 11월18일 장씨는 서울 도곡동 친척집 인근서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2016년 12월7일,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오후 3시30분 출석하면서 언론에 처음 장씨의 얼굴이 세상에 알려졌다. 

스포츠영재센터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서 장씨와 국가대표 스케이트 선수였던 김동성씨가 내연관계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스포츠영재센터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스포츠스타 이규혁은 2월17일 열린 최순실, 장시호, 김종 전 차관의 3차 공판서 증인으로 출석해 “장씨와 김씨가 남녀관계로 만났으며, 영재센터는 그 관계에서부터 시작돼 여기까지 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든 혐의를 부정하던 장씨는 특검 수사가 시작되자 특급 도우미로 거듭난다. 수사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장씨는 수사 단서를 건네며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장씨는 지난 1월5일 변호인을 통해 최순실이 사용하던 태블릿 PC를 임의 제출했다. 당시 최씨는 JTBC가 보도한 태블릿 PC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서 장씨는 지난해 10월 도피 중이던 최씨의 부탁으로 그의 짐을 쌌던 것을 기억해, 그 짐 속에 태블릿 PC가 있었음을 특검 수사과정서 진술했다.

이 태블릿PC는 최씨가 지난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사용한 것으로 앞서 언론에 의해 공개된 태블릿PC와 함께 최씨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스모킹건(핵심증거)’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이 태블릿PC엔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딸 정유라의 승마훈련을 지원받기 위해 설립한 독일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에 대한 메일이 저장돼있었다. 

연대 부정입학
평창사업 개입

이에 그치지 않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민간 인사 개입’과 관련해서도 장씨는 단서를 제공했다. 당시 장씨는 특검에 “최씨가 민정수석실에서 보낸 인사 파일을 검토하는 걸 봤다. 이 인사 파일을 사진으로 찍어둔 적 있다”는 진술을 했고 이를 토대로 그의 컴퓨터를 확인한 결과 물증을 확보했다. 


이 파일에는 민정수석실이 민영화된 케이티앤지(KT&G) 사장 후보들을 검증한 자료들이 포함돼있었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차명 전화와 관련해서도 장씨는 큰 역할을 했다. 장씨는 휴대전화 숫자판을 기억해 박 대통령 휴대전화 끝자리가 ‘420X’라고 진술했다. 특검은 이를 토대로 박 대통령과 최씨 간 차명 전화를 이용해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570여회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장씨의 제보는 이에 멈추지 않고 최씨가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참여하는 회사 지분의 15%를 차명으로 전환해 이익을 취하려고 했다는 폭로를 했다. 장씨는 공증사무실 위치를 정확히 기억해내며 다시 한 번 특검의 든든한 도우미 역할을 수행했다.

박근혜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
앞으로 더 수사 협조할지 주목

이러한 관계 덕에 수사팀 역시 장씨를 ‘특별 관리’하며 살뜰하게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가 장씨에게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건네자 장씨는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 넣으며 “내일 먹겠다”고 편하게 얘기했다. 지난 3월26일 특검팀은 장씨의 마지막 소환조사에 티타임을 열었다.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당시 특검 수사팀장)은 장씨에게 “재판 잘 받고 나중에 출소하게 되면 아들 예쁘게 키우라”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많은 것을 배웠을 테니 교훈 삼아서 잘 살라”는 따뜻한 위로도 건넸다. 


예상치 못한 위로를 받은 장씨는 뇌물죄 수사팀 검사들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장씨의 변호인은 “당시 장씨가 윤 팀장의 이야기를 듣고 참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장씨의 활약은 법정서도 이어졌다. 지난 4월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최씨의 뇌물 사건 공판에서는 장씨가 증인으로 나와 “삼성동 2층 방에 돈이 있으니 그 돈으로 유연(최씨 딸 정유라의 개명 전 이름)이랑 유주(정씨 아들) 키우라”고 일러줬다고 증언했다. 장씨는 최씨가 언급한 ‘삼성동’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폭로는 계속
법정서 활약

지난해 10월 장씨가 최씨 지시로 압구정동 소재 은행서 10억원을 찾게 된 경위를 두고도 다툼이 벌어졌다. 장씨는 최씨 변호사를 따라 은행 대여금고서 1억원짜리 수표 10장을 찾았다고 증언했다. 이 중 1억원은 어머니 최순득씨에게 곗돈으로 주고, 5000만원은 자신의 변호사 비용으로 챙긴 뒤 나머지 8억5000만원은 최씨 변호사에게 줬다고 증언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