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 시대, 집 사기 쉬워지나

사상 초유의 조기대선이 끝났다. 이후 현재의 규제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규제가 더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김수현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를 임명하면서 부동산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김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꼽히는 ‘8·31 부동산 대책’을 설계한 주역. 문재인정부가 활성화보다는 서민경제에 초점을 맞춘 만큼 부동산 정책 역시 보유세 인상 등 민감한 규제를 시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소형 아파트
‘갭투자’열풍

하지만 실망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에서 따온 알파벳인 J에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를 결합한 용어인 J노믹스 시대에도 주목받는 부동산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관심을 끄는 세종시는 여전히 투자 유망 지역으로 꼽힌다. 핵심 공약 도시재생 뉴딜정책도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출퇴근 수요가 많은 서울 역세권 소형 아파트에 ‘갭투자’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당분간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매달 꼬박꼬박 임대수익을 올리는 수익형 상품 역시 투자자의 관심이 꾸준할 것으로 관측된다.

▲행정수도 자리매김 세종시= 문재인정부에서 가장 관심을 끌 지역으로 단연 세종시가 꼽힌다. 문 대통령은 공약으로 세종시에 국회 분원, 청와대 제2집무실을 설치하고 행정자치부, 미래창조과학부를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세종-서울 고속도로 조기 건설 공약도 더했다.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자리매김하는 만큼 부동산 투자 수요가 몰릴 거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벌써부터 집값은 상승세가 완연하다. 2012년 분양한 세종시 고운동 유승한내들아파트 전용 84㎡ 분양가는 2억6300만원이었지만 최근 매매가가 3억2000만원대로 상승했다. 신규 분양시장 열기도 뜨겁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세종시 3-3생활권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는 평균 청약경쟁률이 104 대 1에 달했는데 최고 경쟁률은 362.6 대 1(전용 84㎡A형)까지 치솟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세종시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10년 670만원에서 올 들어 960만원으로 뛰었는데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1000만원을 넘어설 거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집값이 계속 고공행진할진 의문이다. 공급 물량이 넘쳐나기 때문인데 올해 세종시 입주 물량은 1만6095가구로 지난해(8381 가구)의 2배에 달한다. 2018년에도 1만가구 이상이 입주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세종시 이전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후 투자하는 게 안전하며 이미 실수요층이 거의 유입된 데다 향후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집값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조언한다. 

장미대선 끝나고…시장 미칠 파장에 관심
참여정부 ‘8·31 대책’설계한 주역 주목

▲서울 도심 소형 아파트 갭투자= 올해 아파트값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과 달리 오름세가 계속되면서 갭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갭투자란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차이가 작은 아파트를 사들여 단기간에 전셋값을 올려 집값 상승을 유도하는 투자방식을 말한다. 매매, 전세가격이 계속 오르고 전세 수요가 풍부해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금리 기조로 ‘전세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올해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금리가 오르고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될 경우 대출 부담이 큰 수요자 입장에선 갭투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강조한 문재인정부가 들어섰지만 갭투자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제도를 실행하더라도 집주인이 초기에 전월셋값을 높이면 전세 시장이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

올 하반기에만 서울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가 5만가구에 달해 서울, 수도권 소형 아파트 전세금, 매매가가 동반 상승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서울은 신규 택지가 부족한 만큼 공급 물량이 많지 않아 수급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이 매년 10조원씩 50조원을 투입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한다는 공약을 내건 만큼 서울 뉴타운 해제 지역 집값이 상승 바람을 탈 수 있다. 갭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서울 도심 소형 아파트 가격이 들썩일 수 있기 때문에 갭투자를 할 땐 주변에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적고, 월세 전환이 쉬운 업무 지역이나 역세권 소형 주택을 주목해야 한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주택 경기 침체로 매매가격이 하락하면 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는 자칫 ‘깡통주택’으로 전락할 수 있다. 공급과잉 우려도 눈여겨봐야 하는데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37만여가구, 내년 42만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전세가율이 높다고 ‘묻지마 갭투자’를 하는 건 위험하다는 의미다.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은 역전세난에 시달리고 집값이 떨어질 우려가 큰 만큼 갭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부상 지역은?
단연 세종시


▲핵심 공약 도시재생 뉴딜정책=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관심을 끌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은 재개발이나 재건축과 같이 전면 철거 방식을 통한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아닌 노후 주택지에 마을주차장, 어린이집, 무인택배센터 등을 지원해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말한다. 또한 소규모 정비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낡은 주택은 공공임대주택으로 개발되는 방식인데 특히 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중단된 저층 노후 주거지가 우선 대상이다.

서울에서는 노후 주택지가 상대적으로 많은 강북지역이 수혜를 볼 전망이다. 201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동대문구(68%), 성동구(68%), 영등포구(63%), 성북구(62%), 용산구(60%)는 60% 이상이 노후주택이다. 동대문구, 성북구, 용산구, 종로구, 중구는 30년 이상 주택도 30%를 넘었다. 

도시재생 사업은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주택 소유자의 개발이익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신축하더라도 전면 철거가 아닌 이상 아파트로 개발되기는 어렵고 단독주택은 재개발 지분이나 아파트처럼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미래 가치가 충분하다고 보이는데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보다 개성을 살린 단독주택으로 개조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수익형 부동산의 전망은 어떨까.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주택규제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많아 수익형 부동산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익형 부동산은 주택을 누르면 반사이익을 얻는 소위 풍선효과와 정부 정책보다는 금리기조에 더욱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보유세 인상 등 민감한 규제 시행?
임대수익 수익형 상품에 수요 몰려

한국은행에서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올리는 상황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밝혀 저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럴 경우 임대수익이 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여전히 매력이 있다.

대선 이후에도 수익형 부동산 인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후 고정수익을 찾는 실버세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들어가 있는 단기 부동자금 규모가 1010조원에 달하고,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예금이나 채권, 증시보다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자산가들이 눈길을 돌리고 있다. 따라서 예금금리가 1%대를 유지하고 증시가 박스권을 탈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수익형 부동산 외에는 다른 투자대안이 없다는 자산가들의 심리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 해소 가능성이 높고 새 정부의 경기 부양책 기대감으로 인한 소비 심리 개선 등도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긍적적인 요인이다. 통상적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100% 자기자본보다는 적절한 대출을 활용해야 한다. 투자수익률도 임대수익에서 대출이자를 뺀 금액을 실투자금으로 나눈 값으로 계산하는데 예상 임대수익률이 대출이자율보다 높은 경우 대출금액을 늘리게 되면 실투자금이 적어져 투자수익률이 크게 올라간다. 대출을 통해 세금을 절감할 수도 있다. 다만 대내외 변수로 대출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적신호다. 

대출 규모는 예상되는 임대수익률과 대출이자율을 비교해 결정해야 한다. 대출비율이 50%를 넘을 경우 이자 감당이 버거워질 수 있고, 향후 금리 상승 폭만큼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에서 이르면 하반기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축소하거나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금융규제를 실시할 경우 수익형 부동산 시장엔 타격이 불가피하다.

상가나 오피스텔로 대표되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자산가들 사이에서 대체 불가한 은퇴 자산이란 인식이 팽배해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돼 있다. 다만 추천 투자 상품은 자금 여력에 따라 달라진다. 자금 여력이 된다면 구분 상가를 통해 노후를 대비하는 것도 현명하다. 대출제도 변화에 따라 수익형 부동산 수익률도 기존보다 1%포인트 높은 범위로 좁혀 치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최근 공급과잉 논란에 수익률 하락이 두드러진 오피스텔 투자에 대해서는 오피스텔은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상품이고 우리나라 1인 가구 증가세를 볼 때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 

유동인구 많고
임차수요 핵심

수익형 부동산 투자대상은 분양가나 매매가 대비 임대료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아 임차수요가 풍부한 곳을 찾는 것이 기본. 지하철역 개설이나 공원 조성, 기업 입주 등 개발 호재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문래·성수 등 준공업지역 토지나 구분상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식산업센터나 주상복합이 들어서면서 상주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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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br>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