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윤석열 대전고등검찰청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이 장면을 보면 불현듯 노무현정권 시절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던 일이 떠오른다.
검사출신도 아닌, 기수도 성별도 뛰어넘는 판사 출신의 강 변호사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한 일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이 일로 즉각 검찰 측으로부터 반발이 튀어 나왔고 심지어 검찰에서 집단 사표 이야기까지 나왔었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사들의 집단적인 반발을 달래기 위해 급기야 전례 없는 자리까지 마련했었고 그 자리에 참석했던 노 전 대통령은 젊은 검사들과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연출했었다.
각설하고, 윤석열 검사를 전격적으로 서울지검장에 임명한 이유에 대해 윤영찬 청와대 홍보수석은 “서울중앙지검 최대 현안인 최순실 게이트 추가사건을 수사하고 공소유지하기 위해 승진 인사했다”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청와대가 감사원에 이명박정부 당시 추진된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 감사를 지시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를 살피면 문재인정권이 지향하는 적폐 청산의 대상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그려진다.
물론 지난 시절의 적폐는 도려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적폐청산이 먼저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 필자는 다소 우려스러운 느낌이 일어난다. 당연하게도 국정 최우선 과제는 지난 정권이 아닌 국민을 지향해야 하고 그런 차원서 민생경제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러하다.
이와 관련하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 1분과 위원장인 이한주 가천대 교수가 모 언론 인터뷰서 밝힌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당시 문 대통령은 경제 상황을 굉장히 위급하게 판단한 이재명 성남시장 측과 다소 온도차가 있었지만 최근의 스탠스는 어느 정도 (이 시장 쪽으로) 가까이 온 것 같다.”
문 대통령도 우리 경제 사정이 최악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불안하다는 데에는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경제회생에 우선해 적폐청산의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그러한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적폐청산에 대해 조선조 한문사대가 중 한사람인 월사 이정귀(李廷龜, 1564~1635)의 변을 들어보자. 호조판서에 임명되자 임금인 인조에게 올린 상소문 중 일부다.
『지금은 국가의 경비가 모두 고갈된 데다 큰 흉년마저 들어 공사 간에 창고가 텅텅 비었으니, 반드시 손익을 조절하고 허실을 참작해야만 위로 성상의 고충에 부응하고 아래로 백성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서 무능한 신이 과연 국가의 재용(財用)을 잘 조처하고 절검(節儉)할 수 있겠습니까. 기강이 크게 무너져 사의(私意)가 날로 기승을 부리니, 온갖 간특한 짓들이 쏟아져 나와 수습할 길이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용렬한 신이 과연 남의 원망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법을 지키고 적폐(積弊)를 쓸어 낼 수 있겠습니까?』
이정귀는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경제문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분명하게 언급했다. 문재인정권은 이 부분을 신중하게 되새겨봐야 한다. 아울러 경제 회생에 대한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적폐청산이라는 카드를 먼저 꺼내들었다면 커다란 오산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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