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천국’ 대한민국 현주소 ④

연예계, 끊임없는 법정공방

(왼쪽부터) 송일국,안재욱,강호동,배용준,김건모

전속계약 문제·수익금 배분 계약 분쟁…연예인과 소속사 간 소송 단골 메뉴
초상권 분쟁…한류 스타들의 해외 초상권 피해 급증·다양한 대처방법 필요


최근 들어 연예인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법적 분쟁이다. 한솥밥을 먹던 매니지먼트사와 연예인의 전속계약 분쟁에서부터 초상권이나 저작권 침해, 계약 불이행, 사생활 침해 등 ‘연예인 소송’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제기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불어 닥친 ‘한류’ 바람으로 스타 연예인의 수익규모가 ‘움직이는 중소기업’급으로 커지면서 이를 둘러싼 각종 분쟁의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소송 없는 곳, 어디 없나요”

요즘은 연예인과 전·현소속사 간의 전속계약 문제와 수익금 배분 계약 분쟁이 소송의 단골 메뉴이다. 연예인과 기획사 간의 전속계약은 근로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다 보니 상황에 따라 최저 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연예인들도 많다.
배우 이준기는 현재 소속사와 치열한 법적 분쟁중이다. 양측은 전속계약과 관련해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약속 불이행에 따른 계약 해지통보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안재욱 전 소속사 M사 상대로
노동부에 진정서 제출한 상태

소속사 측은 이준기와 그의 매니저를 상대로 전속계약 위반 및 수익금을 빼돌림 혐의(사기 및 횡령) 등으로 형사고소까지 했다. 이준기도 그동안 출연 수익금을 전 소속사가 빼돌리고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맞고소했다.
가수 김건모도 전속계약 위반으로 7억원대 소송을 당했다. 김건모의 소속사 라이브플러스는 김건모를 상대로 7억5천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차분한 연기로 사랑 받는 배우 정애리도 현재 소속사와 분쟁중이다. 정애리는 현 소속사를 상대로 지난해 11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걸어 현재 서로 맞고소하는 상황으로 악화됐다.

가수 박효신은 전속계약 위반으로 피소돼 1심에서 패소했다. 박효신의 전 소속사는 ‘전속 계약에 따른 활동에 협조하지 않은 채 전속계약금과 선급금 등 총 22억원의 이익을 취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월5일 박효신에게 ‘전 소속사에 15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안재욱은 전 소속사 M사를 상대로 자신이 받아야 할 수익금 3억1천여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안재욱 측은 ‘2008년 3월 M사로부터 일부 직원들이 정리해고 됐지만 퇴직금·경비·급여 등 6개월이 지나도록 지급되지 않았다’며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정재, 김아중, 현영, 한혜진 등도 전 소속사와 전속계약 관련 법적 분쟁에 휘말린 바 있다.
스타의 초상권과 관련된 법적분쟁도 잦다.

지난해 강호동, 이나영, 송일국 등 유명 연예인 65명은 연예인 모의주식시장 사이트 엔스닥이 자신들을 사적인 거래 대상으로 삼고 상업적으로 이용해 인격권과 퍼블리시티권, 초상·성명권을 침해하고 사이트에 있는 정보에 대한 접근과 정제를 불가능하게 해 자기정보통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초상권 침해는 심각한 국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짝퉁 천국’으로 불리고 있는 중국은 한류 스타들의 사진을 이곳저곳 무분별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것도 스타의 이미지와는 상관없는 상품이나 업종에까지 이용되어 초상권은 물론 한류 스타로서의 이미지까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영애, 채시라, 김현주, 이완, 전지현, 송혜교, 김남주, 문근영 등이 식당, 산부인과, 이발소, 다이어트, 노래방 광고 모델로 중국인과 만나고 있다.

중국은 초상권에 대한 개념 전무
보이는 대로 닥치는 대로 사진 사용

전지현, 정우성, 조인성 등 한류스타 7명은 자신들의 인터뷰 및 화보 사진을 일본에서 유료 서비스한 잡지사를 상대로 3억5천만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배용준, 장동건 등은 초상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했다.

중국 출장을 자주 다니는 한 연예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초상권에 대한 개념이 전무하여 보이는 대로 닥치는 대로 사진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최근 한류 때문인지 한국 연예인들의 사진이 특히 빈번하게 도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2005년 배용준, 이병헌 등 대표적인 한류스타들이 일본 기업 등을 상대로 초상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한류 스타들의 해외 초상권 피해에 대한 대응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초상권에 대한 인식이 일본과 중국이 엄연히 다른 만큼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계약 불이행으로 법정에 서는 스타도 늘고 있다. 배우 최민수는 2003년 대하드라마 ‘한강’의 출연료로 1억8천만원을 미리 받았으나 출연이 무산됐다. 이에 휴우엔터테인먼트는 이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양측은 원만한 합의로 소를 취하했다. 대신 최민수가 순차적으로 1억8천만원을 돌려주기로 했다.

‘룰라’의 이상민은 음반계약을 체결한 Y사로부터 ‘계약 불이행에 따른 선급금을 반환하라’며 1억7천8백만원 상당의 선급금 반환 청구 소송을 당했다.
Y사 측에 따르면 Y사는 2006년 이상민이 기획, 제작하고 배우 최민수가 부르기로 한 음반에 대해 독점계약을 체결하고, 룰라 6집의 인세에서 제하는 조건으로 선급금 6천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발매 예정일로부터 2년이 지나도록 음반이 나오지 않자 Y사는 소송을 제기했다.

가수 비와 비의 전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 측은 미국 법정에 설 것으로 보인다. 비는 지난해 불발된 하와이 공연을 주관한 현지법인 클릭엔터테인먼트로부터 피소를 당했다. 클릭 측은 콘서트 관련 비용과 손해배상금을 포함해 4천만달러(한화 약 4백3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배심재판은 오는 11월4일 하와이 현지 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계약 불이행…드라마 출연·음반 발매·콘서트 개최 등 막판 뒤엎기
사생활 침해…열애설이 터졌을 때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법적 대응’

연예인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사생활 침해에 관한 소송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늘 대중 앞에 서야하는 연예인들은 항상 사생활 침해의 위험 앞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까지가 사생활 침해이고 어디까지가 아니라는 기준도 애매한 상태다.

연예인들이 열애설이 터졌을 때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법적 대응’이다. 하지만 열애설이 사실일 경우에는 모든 내용이 법적 대응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들은 유명인이고 공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생활 공개에 대해서는 감수해야 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보통 일반인들의 경우는 사생활이 굉장히 엄격하게 보호가 되지만 유명인의 경우 국민들이 그들의 삶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알 권리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사생활 보호가 축소된다.

연예인들은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보도되면 ‘사생활 침해’라며 반발한다. “마음대로 데이트는 물론 사귀지도 못하냐”며 불만을 터트리고 소송을 운운한다.

게시판에 사진 오를 정도로
사생활 침해 늘고 있는 실정

하지만 이 경우 소송으로 가면 ‘사생활이 사실이냐 아니냐’, ‘어느 정도 사귀었냐 아니냐’는 문제로 증폭이 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연예인들이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엔터테인먼트 전문인 한 변호사는 “‘어느 유명 연예인이 누구와 사귄다. 누구와 만난다’ 정도의 정보는 연예인에게 사생활에 해당하는 정보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유진,이나영,최민수그는 이어 “누구와 누가 열애를 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기자가 그것을 취재하는 것은 하나의 취재이고 보도에 해당하는 것이지 사생활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근 가장 크게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침해한 사건은 2005년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놨던 ‘연예계 X파일’ 사건. 모 조사기관에서 작성한 이 문서에는 1백여명에 이르는 국내 연예인들의 확인되지 않는 소문이 실려 많은 연예인들에게 심적고통을 안겨줬다.

2003년에는 유진, 서인영 등 일부 연예인들의 친선모임 사진이 e메일 해킹을 통해 유포돼 경찰조사까지 이뤄지는 일이 있었다. 스타들이 친목을 위해 비밀리에 결성한 사이버카페 ‘산채비빔밥’도 누군가의 해킹으로 인해 정보가 누출돼 해체되는 운명을 맞기도 했다.

이같은 관심은 이제 연예인들의 가족, 친지들에게까지 넓어져 어느 연예인의 동생, 어느 연예인의 언니가 수만명의 팬카페 회원을 거느리는 일도 비일비재해졌다. 또 연예인들의 초등학교 사진, 친구와 찍은 사진 정도는 별다른 죄의식 없이 각종 게시판에 오를 정도로 사생활 침해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나온 연예인 사생활 침해 판례는 연예인이 과거 앓았던 병, 밝히고 싶지 않은 가족 관계, 그리고 수영복 사진을 은밀하게 찍어서 공개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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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