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적폐청산 퍼스트 플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5.16 09:49:31
  • 호수 11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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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부터 정리…숙청 피바람 분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촛불의 승리다.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적폐청산’을 열망하는 시민들의 민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폐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다. 문재인정권이 향후 이명박, 박근혜 전임 정권에서 묻혔던 각종 비리를 제대로 손볼지 관심이 쏠린 이유다. 이 외에도 정·재계를 향한 대대적인 사정드라이브를 걸지 초미의 관심사다.
 

‘제가 여태까지 쓴 글과 댓글 삭제를 부탁드립니다.’ 최근 ‘일베’(일간베스트)서 재밌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종료되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지난 9일 오후 일베 ‘건의게시판’에 1분 단위로 글, 답글 등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는 것.

이 ‘4대강’
박 ‘세월호’

한 일베 사용자는 게시물 제목으로 ‘댓글은 모두 삭제했다. 일베 간 글들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남겼다. 또 다른 사용자는 ‘증거 안 남게 지금부터 정리하자’고 쓰기도 했다. ‘내 댓글과 문의 글만 삭제 하는 건가?’ 등 운영 방침에 관한 질문도 이어지고 있다.

일베는 그동안 폐륜적 언행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사회악’ 혹은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곤 했다. 적폐청산은 문 대표의 1호 공약이다. 그 대상에 일베도 포함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삭제 요청을 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적폐청산은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이다. 대선 당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적폐청산과 개혁(35.2%)을 우선 투표 기준으로 꼽았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적폐청산을 열망하는 셈이다. 실제로 이런 민심은 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반영됐다.


문 대통령은 우선 지난 이명박, 박근혜정권 9년간 묻혔던 부패 의혹과 정책 실패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할지가 관심사다.

이명박 정권에선 4대강 사업이 적폐의 대상으로 보인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공약발표와 TV 토론 등을 통해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의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가려내기 위한 민관 공동 특별조사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는 구상을 제시한 상태다. 이를 통해 4대강의 수질오염 실태를 파악하고 그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보·댐의 상시개방이나 보 철거 및 재자연화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직자 수사 공수처 설치 가시화
사실상 최대 권력기관 검찰 겨냥?

또 4대강이 온통 녹조로 덮여버리는 상황을 빗댄 ‘녹조 라테’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에 이르자 댐과 저수지, 보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방류량을 늘리는 댐-보-저수지 연계운영 방안을 추진하는 등 녹조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연초에는 16개 보의 방류 한도를 기존 ‘양수제약’ 수위에서 ‘지하수 제약’ 수위까지 낮추고 시기도 녹조 창궐 기간인 6~7월에서 연중 수시로 확대한 바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게 됨으로써 보를 유지하면서 수질을 개선하는 차원이 아니라 보를 아예 걷어내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은 4대강 사업 과정서 제기된 혈세낭비 등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이명박정부의 출범과 함께 추진된 4대강사업은 국민적인 반대에도 강행된 토목사업인데 지금도 혈세가 더 투입돼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불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치적으로 내세우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는 정반대로 엇갈린다.
 

환경학자들은 4대강을 ‘대국민 사기극’으로,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국토환경에 대한 반역’이라고 각각 규정했다. 수십조 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됐지만 4대강사업에 대한 수사는 지금껏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박근혜정권에선 세월호 진상규명이 초미의 관심사다.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세월호 재수사’ 의지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의 침몰과 인양에 대한 의혹,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참사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상규명이 묘연한 상태다. 당장 세월호 침몰 원인부터 불명확하다.

책임자 색출
진상규명부터

정부가 실시한 각종 조사는 세월호의 복원성 저하, 과적, 고박 불량, 급변침 등을 이유로 꼽고 있지만, 법원은 조타기 이상 등 선체 결함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인양한 선체를 정밀조사해야 하지만 증거 훼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구조 실패 역시 진상규명의 중요한 줄기다. 각종 자료는 당시 해경이 충분히 더 많은 승객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정황을 보여주고 있다.

책임자 처벌은 참사를 딛고 앞으로 가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세월호 선장·선원과 선사인 청해진해운 간부 등을 제외하면 법적 처벌을 받은 경우는 현장에 출동한 김경일 전 123정 정장이 유일하다. 김 전 정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반면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김수현 서해해경청장, 김문홍 목포해경서장 등 지휘 계통의 책임자들은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게 다였다. 이들은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지시를 내리는 등 책임을 방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구조활동을 벌이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세월호 수사를 방해한 의혹이 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재수사도 적폐청산의 대상에 올라와 있다. 검찰 조사 중간에 검사와 수사관 앞에서 팔짱을 끼고 웃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민정수석 시절 자신의 수사 내용을 보고받아 ‘셀프 수사’ 의혹이 불거진 것도 국민적 공분의 근거가 됐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의 미진한 수사를 지적하며 각종 의혹을 추가로 조사할 특별검사팀 발족을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45명이 최근 ‘우병우 특검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국회 동의가 필요하고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특검 대신 특임검사를 임명해 사건을 재수사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 전 수석은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관련자 중 홀로 구속을 피해가자 검찰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때문에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와중에 차기 민정수석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내정되면서 검찰은 충격에 빠졌다.


조 교수는 검찰 출신이 아닌 데다 고강도 검찰 개혁을 외쳐온 대표적 인사다. 조 교수의 민정수석 임명이 이뤄질 경우 이는 곧 검찰이 적폐청산을 외쳐온 문 대통령의 첫 개혁 타깃이 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 와중에 가장 먼저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검찰을 공공연히 지목해왔다.

‘친박’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숙청도 진행 중이다. 먼저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특혜 채용 의혹으로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재판 중이다. 그런데 재판 상황이 최 의원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중진공 특혜 채용 관련 위증 교사를 한 혐의로 구속된 최 의원 비서관 재판서 ‘최 의원의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진공은 2013년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인턴 직원 출신인 황모씨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했다. 1차 서류 심사의 합격선은 170등이었다. 황씨는 2299등으로 전체 응시자 중에서도 하위권이었다. 중진공은 자격이 안 되는 황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여러 차례 시험 성적을 조작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2016년 1월 중진공 직원 채용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박 전 이사장과 권모 운영지원실장을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반면 검찰은 최 의원을 한 차례 서면조사만으로 채용 압력과 무관하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요주의 사람들
걸리면 끝이다


최 의원 채용 외압 사건은 잊혀졌다. 하지만 박 전 이사장이 법정서 진술을 바꾸면서 사건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2016년 9월 중순 열린 공판서 “면접 결과를 확인하고 황씨를 불합격 처리하겠다고 최 의원에게 보고했다. 최 의원은 ‘황씨가 성실하고 괜찮으니 믿고 써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최 의원 비서관 정모씨가 중진공 청탁 채용의 핵심 증인에게 최 의원이 연루되지 않도록 위증 교사한 혐의로 지난해 12월16일 구속됐다. 현재 정씨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 의원의 첫 재판은 오는 19일에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최 의원 측의 요청으로 6월2일로 연기됐다.

또 다른 친박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도 선거법 위반혐의로 재판 중이다. 김 의원은 제20대 총선 당내 경선 기간 개시일인 지난해 3월 12일 선거구민 9만1158명에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이행평가 71.4%로 강원도 3위’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의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지난해 10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됐으나 춘천시 선관위가 이에 불복해 재정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의 공소 제기 결정으로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이명박근혜 정권 잃어버린 10년 
조직·인적 쇄신 ‘탈탈 털린다’

향후 문재인정권에선 재계를 향한 사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가 재확인 되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선서에 “선거 과정서 약속했듯이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 동시에 재벌 개혁에도 앞장서겠다”며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정경유착이란 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 내부서도 새 정권을 맞이해 사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선거 끝난 직후라 공안 사건이 주류를 이루겠지만, 기업 수사도 현재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서 삼성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 중 일부에 추가로 뇌물공여 혐의를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의식한 듯 기업에 대한 정경유착형 비리 척결을 위해 대대적인 사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수사에서 검찰은 롯데를 주목했다. 2016년 3월14일 박 전 대통령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청탁을 받고 면세점을 추가로 허가한 의혹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심사서 탈락했지만, 이듬해 4월 정부가 대기업 3곳에 추가로 면세점을 내주기로 하면서 특허권을 찾아왔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일,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같은 달 19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다.
 

검찰은 신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지난해 박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에 오간 대화 내용과 이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또 2015년 11월 면세점 갱신 심사서 탈락한 롯데가 출연금 등을 낸 후 정부의 신규 사업자 공고를 통해 면세점 사업자로 추가 선정된 게 아닌지를 의심하고 조사했다.

‘재벌개혁’
재계도 긴장

검찰은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서 롯데가 낸 출연금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만 적용했지만 추가 조사 과정에 정황이 드러날 경우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

CJ그룹도 손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경우 관련자 조사를 통해 수사 가능성이 거론된 만큼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면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재단에 출연했다는 ‘사면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부 부처도 피바람 예고

정부 부처의 장·차관들이 지난 8일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했다. 이번에 사직서를 제출한 공무원 중에는 임기가 정해져 있는 정무직 공무원도 일부 포함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인사처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문 대통령에게 이들 공무원의 사표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들 정무직 공무원에 대한 사표 수리 여부는 전적으로 문 대통령이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차기 정부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표를 선별적으로 수리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의 각료를 모두 해임한다면 상당 기간 국무회의를 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헌법 제88조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대통령·국무총리와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된다. 현재 국무회의의 정원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 18명 등 20명이고, 회의를 열기 위한 정족수는 과반수인 11명이다. 

이 때문에 차기 정부 출범 초기에는 상당 기간 박근혜 정부 각료들과의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인사청문회가 필요하지 않은 국무조정실장(장관급)과 각 부처 차관의 경우 가능한 한 빨리 임명 절차를 마무리하고, 당분간은 차관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황 권한대행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문 당선인의 승리를 확정하자 곧바로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와 함께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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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