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③경기 좋은 나라

“모두가 잘 살아봅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저성장 기조에 국민들이 지쳐가고 있다. 지친 국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대책이 필요한 시점. 새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할 현 시점의 과제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은 1945년 광복 이후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유명한 맥아더 장군은 한국전쟁으로 상흔을 입은 우리나라가 재건하는 데까지 100년은 더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2017년 현재 국민총생산은 1조4044억달러로 세계 11위 규모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경제 대국으로 

그러나 최근 국내 경제 상황은 그리 호락하지 않다. 성장률이 둔화됐다. 1980년대 두 자릿 수 성장을 거치면서 성숙 단계에 접어든 우리 경제는 이제 분기당 1%의 성장률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연 성장률은 이미 2%대로 무너졌다. 어디서부터 해결해야할지 막막한 상황에서 새로 당선되는 대통령은 큰 숙제를 안게 됐다.

우선 국내 기업의 저성장 기조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지난 3분기 기업들의 성장성은 낮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의 성장은 전년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수익성 역시 낮아졌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으나 세전 순이익률을 살펴보면 6.1%에서 5.0%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2015년 43만여개 기업의 실적을 보면 하위 25% 기업은 -2.4%로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상위 25%는 7.4% 흑자를 기록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9.8% 로 확대됐다. 2011년에는 8.1%포인트 수준이었다. 매출액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커졌다. 상위 25%는 41.4%가 증가했지만 하위 25%는 -19.6%로 감소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심화되면서 경제성장의 탄력이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3월 중소기업 CEO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CEO의 사회갈등 인식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는 우려스러운 수준이었다.

결과에 따르면 CEO들은 ‘전반적인 사회갈등 수준이 심각하다’(83.7%)고 답했다. 5년 전(74.6%)과 비교해 9.1%포인트 늘었다.

대기업·중소기업 고른 성장
국민소득 증대로 내수 성장

중소기업 CEO 10명 중 9명(89.3%)은 사회갈등 중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로 인한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이 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갈등이 지속될 경우 ‘경제성장동력 상실(37.0%)’, ‘정치·사회적 불안 조장(24.3%)’ 등이 우려된다.


이 때문에 갈등 해소를 위한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들은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는 ▲소득불균형 해소(56.0%)와 ▲시장의 공정성 확립(39.3%) 등을 제시했다.

응답자의 76.0%는 ‘중소기업 중심의 바른 시장경제 구축’이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중소기업 양극화, 지역불균형 성장 등 여러 사회갈등으로 인해 기업의 경영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며 “중소기업이 주축이 돼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루는 ‘바른 시장경제’ 구축이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의 활력을 위해서 필요한 점은 수출을 위한 정부 차원의 아낌없는 지원도 필요하다. 국내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따라서 국내 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수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현재 상황은 나쁘지 않다. 4월 수출이 역대 2위의 성적을 낸 것.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2% 늘어난 51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증가폭은 25.5%를 기록한 2011년 8월 이후 5년 8개월 만에 최대치다.
 

수출은 지난해 11월 2.3% 성장하며 반등에 성공한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 평균 수출은 22억3000만달러로 2014년 10월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출 호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우선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요 국가가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섰다.

국내 수출은 대 미국·중국 수출 의존도가 40%에 육박해 관련 대책 마련에 시급하다. 미국은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이 추진될 경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의 수출손실액이 최대 1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상황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당장 사드 보복으로 중국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이 수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 롯데의 경우 사드부지 제공으로 중국에서의 사업에 애를 먹고 있다.

국내 화장품 산업도 중국시장 수출을 발판으로 성장세를 이어나갔는데 사드 관련 이슈가 부각되면서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대 중국 수출 기업들은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에 노출돼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느끼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최근 166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 3곳 중 1곳은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타개책 절실
미국·중국 리스크 극복 관건


따라서 시의 적절한 수출 관련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규태 중견련 전무는 “주요 대선 후보들의 정책 공약은 기업 규제와 복지성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수출 환경 개선을 위한 통상 전략은 전적으로 누락돼 있다”며 “차기 정부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중견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적극적인 외교, 통상 교섭을 기반으로 안정적 해외 판로 확보와 신규 시장 개척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경제를 떠받치는 주체 가운데 하나인 내수경제도 살펴야 한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0.4%로 작년 4분기(0.2%)보다 올랐지만, 2분기(0.8%)나 3분기(0.6%)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세가 경기를 이끌고 있지만 소비는 여전히 저조하다”며 내수 부진을 지적한 바 있다.

내수 부진은 가계부채 부문을 해소하고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것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금통위의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자금공급이 억제됨에 따라 자금수요자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고, 이로 인해 금융시장이나 주택시장에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둔화 국면에 접어들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제는 한층 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서 가계부채 문제를 재조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처분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거비, 사교육비 부담 등을 낮춰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을 높여 주는 것이 대책으로 제시됐다.

새로운 대책은?

한 경제 전문가는 “노후 소득 불안감을 줄이도록 연금제도를 확충하고, 주거비와 교육비 지출을 줄여 소비 여력을 늘려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 새 대통령이 나오게 됐다”며 “국내외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서 ‘경세제민’의 마음으로 국가를 이끌어나가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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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