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①힘 있는 나라

“강력한 울타리 세워주세요”

위기의 대한민국 그래도 희망은 있다!

대한민국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습니다. 경제는 두말하면 잔소리. 정치, 사회, 안보, 외교 등 모든 분야가 온통 한 치 앞을 바라보기 힘들 정도로 뿌옇습니다. 

자연스레 시선은 새 대통령에게 돌아갑니다. 나라의 운명이 그에게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잘할 수 있을까요? 나라를 맡겨도 될까요? 국민들은 기대가 큽니다.

<일요시사>는 국민들이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정리해봤습니다. ▲힘 있는 나라 ▲하나된 나라 ▲경기 좋은 나라 ▲일자리 많은 나라 ▲평등한 나라 ▲믿음 가는 나라 ▲아껴 쓰는 나라에서 ‘희망’을 꺼내봅니다. <편집자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새 대통령을 맞이하는 시점에 국제 정세는 어수선하기만 하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으로 초래될 미·중 관계의 변화는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우경화 조짐, 예측할 수 없는 북한의 태도 등도 경계해야 한다. 앞으로 새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다.

예로부터 대한민국에 외교는 ‘생존’ 그 자체였다. 근대 이전엔 땅도 작고 인구수도 주변국에 비해 적은 탓에 적당히 비위를 맞춰주며 ‘안보’를 보장받았고, 개항 이후에는 열강들의 세력다툼 속에서 나름대로 균형을 이룸으로써 나라의 독립을 보장받으려 노력했지만 근본적으로 국력이 약하다는 한계를 넘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집권층이 외세를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안위를 위해 활용함으로써 나라가 망하는 아픔까지 겪었다.


풀어야 할 숙제

대한민국이 있는 한반도는 지리적 요충지였다. 동쪽으로는 일본, 서쪽으로는 중국, 북쪽으로는 러시아에 둘러싸여 있을 뿐 아니라 대륙으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바다로 나가는 출구기도 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과 함께 세계가 하나의 마을이 된 지금 이웃나라뿐 아니라 멀리 있는 미국과 유럽 등 나라들과도 긴밀한 관계에 놓여있다.

더욱이 지난해와 올해는 영국의 브렉시트 선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사건들로 인해 국제 정세가 예상하기 어려운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새 대통령은 어떻게 대외 경제정책을 설정하고 추진할까?
 

한 전문가는 “미국의 신정부와 호혜적 경제관계를 수립해 서로 공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우리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 중 하나인 중국과의 경제, 통상 협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관세 장벽과 수입규제 같은 민생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다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구축한 가운데 대외 신인도 관리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금의 유동과 증시의 흐름만 봐도 이제 경제시장은 한 나라에 국한되기보다는 전 세계로 확장됐다. 이런 경제 상황 가운데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요국과 새로운 경제협력을 쌓고 FTA 영역 확대를 심화해야 한다.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미국의 신정부 정책기조를 활용해 새로운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주요 지역별 맞춤형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등 시대의 흐름에 맞는 경제협력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 현상도 견제해야 한다. 일본의 인터넷 우경화가 심각하다. 지난달 28일 <아사히신문>에 의하면 일본의 인터넷상의 뉴스 댓글 중 한국에 대한 배척의식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릿쿄대학의 기무라 다다마사 교수(네트워크 사회론)와 야후재팬이 인터넷상의 뉴스 댓글을 분석한 결과, 한국에 관련한 댓글이 가장 많아 전체의 20% 가까이를 차지했다.
 

중국 관련 댓글까지 합치면 25% 정도였다. 댓글 내용은 혐한 및 혐중 의식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댓글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 인식에 관한 단어도 자주 등장했으며, 모멸적인 댓글의 80%가 한국과 관련된 것이었다.

안보가 우선…대외 리스크 최소화 주력
새 경제협력 관계 경제선도의 발판으로

댓글서 출현 빈도가 높은 상위 3개 단어는 ‘일본’ ‘한국’ ‘중국’으로 조사됐으며 뒤를 이어 일본인, 그리고 한국 및 북한에 관련한 단어가 상위 10위권 안에 포함됐다. 기무라 교수는 인터넷상에서 배척의식이 강해진 것에 대해 “익명으로 비방과 중상모략, 극단적인 주장을 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하나의 숙제는 남북 문제다. 남북 문제는 민족 문제이자 국제 문제다. 하나의 민족이면서 휴전 상태인 특수 관계이자 민족을 앞세우는 ‘우리끼리’만으로는 풀 수 없는 국제적인 문제다. 민족에 치우치는 정서적 접근만으로는 남북 문제를 풀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한민족이라는 정서를 외면할 수도 없다. 이 같은 딜레마의 해법을 제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국제적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새 대통령의 몫일 것이다.
 

한 전문가는 “흡수통일이 비현실적이라면 우선은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결단코 허용해선 안 된다. 북의 핵 폐기는 평화의 전제조건”이라며 “‘핵무기 개발이 자위용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식은 평화공존의 제1원칙을 허물어뜨리는 것이다. 원칙이 무너지는 데서 남남 갈등이 증폭된다. 국제 공조도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북의 개혁개방을 촉구하고 그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비록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절대적 상호주의는 불가능하더라도 남측의 지원이 북한 주민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북한의 세습정권 강화에 기여한다면 ‘퍼주기식 지원’을 계속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평양 정권이 개혁개방 소리를 듣기 싫어한다고 그런 말은 아예 하지 말자는 무원칙으로는 세금 내는 국민의 동의를 구할 수 없다. 개혁개방만이 북한이 살길이고 그래야만 동족인 북한 주민의 비참한 삶도 개선될 수 있다. 원칙도 없이 무조건 포용해서는 진정한 남북관계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햇볕정책은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를 확산하고 남북 교류를 확대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북한의 세습정권을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국 실패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실패의 원인 역시 원칙의 부재에 있다면 당연히 원칙을 가다듬고 지켜야 한다.

그렇다고 남한 사회 구성원을 ‘친북 좌파세력과 대한민국 수호세력’으로 이분화하는 냉전적 사고로 되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원칙은 지키되 국민의 대북 자신감과 국제공조를 바탕으로 유연한 대북 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원칙을 세우고 그에 따라 국민을 설득하면 남남 갈등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것이 새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이다.

얼마나 성장할까?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가운데 대한민국은 새 대통령을 앞세워 대외경제정책의 방향과 추진과제를 준비해야 한다. 대외 리스크로 둘러싸인 가운데 이에 대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가 경제를 선도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들은 늘 힘 있는 나라를 꿈꾼다. 새 대통령이 국민들의 바람에 얼마만큼 부흥할지, 역경을 딛고 얼마만큼 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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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