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29>

6개월간의 사투, ‘대박’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저는 오늘 이곳 블루문을 떠나려 합니다”
“이제 여러분이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가도 좋습니다”

■ 다시 일어서자
드디어 가게 문이 다시 열리고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비디오가게나 세탁소는 물론 일본 술집, 일본 여자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와 골목 곳곳에서 블루문의 재오픈과 화려한 쇼를 알리는 전단지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전단지들은 마치 융단폭격이라도 하듯이 가와사키와 요코하마를 점령했다. 드디어 오픈 첫날. 두 명의 한국 고객들이 가게를 찾았다. “이랏샤이 마세!”라는 우렁찬 구호가 가게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아, 얼마 만에 들어보는 말이었던가. 비록 잠정 휴업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시간이 나에게는 근 한 달처럼 여겨졌다.
그때부터 나는 그간 생각해왔던 또 다른 방식의 영업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술의 가격와 에이스의 로테이션에 관한 나름대로의 철학에 기반한 것이었다. 일본에도 소주를 팔지만 한국과 좀 다르다. 우선 정종 병처럼 병이 크고 소위 ‘키핑’을 해서 먹을 수도 있다. 물론 호스트빠에도 이 두 가지 술을 모두 다 판매한다. 그런데 문제는 소주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호스트빠에는 특별한 시간 제약이 없기 때문에 만약에 여자들이 양주를 시키지 않고 소주만 마실 경우 우리들은 그만큼 손해일 수밖에 없다. 물론 처음에는 소주로 시작한다고 할 수 있어도 어느 시간이 지나면 양주로 바꿔주어야 하는데, 그걸 잘 하지 않는 손님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했던 것은 바로 에이스의 지속적인 로테이션이었다.
일단 소주를 시키는 손님이 있으면 에이스를 지속적으로 로테이션을 시킨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자신이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게 한명을 선택해서 술을 먹고 있는데도 비싼 양주를 시키지 않으면 곧바로 에이스를 또다시 교체시킨다. 물론 명목은 ‘로테이션’이다. 하지만 이때 눈치 빠른 고객들은 대부분 알아챈다. 자신이 비싼 술을 시키지 않아서 원하는 선수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을. 물론 기분이 나빠서 나가는 손님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건 할 수 없는 일이다. 영업적으로 마이너스가 나는 일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비싼 술을 많이 마시거나 팁을 두둑하게 주는 손님에게는 집중적으로 최고의 에이스를 투입시킨다. 에이스가 많은 곳에는 반드시 재미있는 술판이 벌어지게 되고 그러면 더 비싸고 고급스러운 술을 시키게 마련이다. 물론 이런 영업 방식이 올바른 게 아니라는 것은 나도 안다. 하지만 당시에는 손님에 대한 배려보다는 가게의 매출이 더 절박한 문제였다.
나의 이런 방식은 제대로 적중했다. 또한 우리가 새롭게 준비한 단체 허슬은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렸다. 예전에는 가와사키의 손님들이 요코하마로 빠져나갔는데, 이제는 요코하마의 손님들이 가아사키의 블루문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업소를 찾는 모든 손님들의 전화번호를 차곡차곡 기록하기 시작했고 그 명단은 어느덧 200명을 넘어섰다.

■ ‘대박’ 그리고 한국행
당시 나는 또 다른 시도를 했다. 대부분의 호스트빠는 새벽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예 초저녁부터 문을 열었다. 그러자 일본 손님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초저녁에는 일본손님, 새벽 시간에는 한국 손님들이 매번 꽉꽉 들어찼던 것이다.
당시 우리들에게 하루하루는 전투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초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매일 일을 하려니 힘들고 지친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는 쉴 수 없었다. 우리에겐 오로지 전진만이 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6개월이 지난 시점. 선수들은 한 푼의 돈도 받지 못하고 일을 했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나는 또다시 전체미팅을 주선했다. 미팅 전 나는 내가 이뤄놓은 성과에 대해 흥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의 마마가 배신을 하면서 가져갔던 1600만엔을 모두 모은 것은 물론 전 선수들의 월급도 충분했다. 그리고 사쪼가 가져갈 수 있는 몫도 충분했다. 6개월 만에 이런 성과를 낸 것은 한마디로 ‘기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내가 이뤄낸 성과라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호스트빠의 구조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액수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두들 모인 자리에서 나는 이야기했다.
“그동안 정말로 수고 많았습니다. 제가 처음 마마를 맡으면서 여러분과 했던 약속, 이제는 그것을 지킬 수 있는 때가 왔습니다. 여기 6개월치 여러분의 월급, 그리고 마마가 빚으로 남기고 간 1600만엔을 모두 다시 모았습니다. 힘들어도 저를 따라와 주신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오늘 이곳 블루문을 떠나려고 합니다.”
이곳을 떠나겠다는 나의 말에 모두들 의아해하면서도 충격적인 모양이었다. 이제 한참 잘되는 가게를 놔두고 왜 그만두느냐는 것이었다. 사쪼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이제까지 해온 실력이라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 텐데 굳이 지금 떠나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난 6개월 동안 몸을 너무나도 혹사시켜왔다. 사실 그 당시에는 딱 한 달만 그 생활을 계속한다면 내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 몸에 한계가 온 것이다. 매일매일 술에 지친 생활, 하지만 부족한 잠과 매출과의 싸움. 나는 지칠 대로 지쳐있었고 더군다나 이미 내 목표를 이뤘기에 더 이상의 미련도 없었다. 내 손에 남은 것은 고작 100만엔이 전부였지만, 나는 이제 그 이상 그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소진되어 있었던 것이다.
동석이라는 선수에게도 미안했다. 애초에 마마가 돈을 가지고 도망갔을 때 그가 나에게 강하게 반발했었고 나는 그를 어쩔 수 없이 폭력으로 다스렸기 때문이다.
“동석씨, 그때는 미안했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었고, 저를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제 저는 마마도 아니고 선수도 아닙니다. 여러분들과는 그저 친구, 동생, 형으로 지냈으면 합니다. 이제 여러분이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가도 좋습니다.”
선수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남자들끼리 무슨 눈물을 짜고 있느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정도로 지난 6개월의 시간들은 숨 막히도록 힘든 세월들이었다. 이제 그 모든 짐을 내려놓으려고 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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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