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3.27 10:41:35
  • 호수 1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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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이냐 메이커냐 당 대표냐 총리냐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전격 사퇴했다. 정치권과 언론계를 중심으로 ‘홍석현 대망론’이 흘러나오던 터라 그의 사직은 ‘대권출마’와 연계됐다. 현재로서는 킹메이커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홍 전 회장의 역할론에 따라 대선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그의 행보를 놓고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대망론이 급부상 중이다. 홍 전 회장은 지난 18일,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사내 이메일을 통해 “오랜 고민 끝에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다”며 회장직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회장직 사임
정치권 파장

<일요시사> 취재결과 홍 전 회장의 <중앙일보> 사퇴설은 이미 지난 몇 주 전부터 주식 시장서 흘러나온 얘기였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기관에서 홍 전 회장이 대선 때문에 <중앙일보> 회장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말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이 때문에 이미 주식 시장 큰손들은 <중앙일보> 계열사인 상장사 제이 콘텐트리와 보광그룹(홍 전 회장의 동생 홍석규 회장 소유) 관련 주식을 매집했다”고 귀띔했다.

홍 전 회장이 대권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홍 전 회장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말부터 불거졌다. JTBC가 ‘최순실-고영태의 태블릿PC’를 보도한 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자 일부 친박 지지층에서는 회장직을 맡아왔던 홍 전 회장의 대선 출마를 위한 기획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 직후인 지난해 12월17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올 초부턴 국가개혁을 내걸며 <중앙일보>와 JTBC를 통해 리셋코리아 프로젝트를 주창하는 등 정치적 메시지를 던져온 점도 그의 대선 출마설에 힘을 보탰다.

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중도 보수층의 유력 대권 주자로 물망에 올랐다.

지난 2월엔 홍 전 회장이 전북서 대선 출마를 한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일부 매체가 이를 기사화했다가 홍 전 회장이 부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아직까지 홍 전 회장은 대선 출마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중앙일보>·JTBC 회장직을 사임한 뒤 국가를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은유의 메시지만 던졌을 뿐이다.

“대한민국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
모든 자리서 물러나 이유 두고 해석 분분 

정치권에선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늦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같은 연유로 유력 대선 후보를 조력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홍 전 회장이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대한 지지선언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홍 전 회장과 안 지사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바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다. 이 전 지사는 현재 홍 전 회장의 민간 싱크탱크로 주목 받고 있는 ‘여시재(與時齋)’의 총괄 부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8월18일 출범한 민간 싱크탱크인 여시재 연구재단에 참여한 것도 홍 전 회장의 정계구상과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해석을 낳았다.


여시재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 전 지사, 홍 전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안대희 전 대법관, 김현종 전 UN 대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여시재는 조창걸 한샘그룹 명예회장이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출연금을 낸 연구재단으로서 홍 전 회장의 싱크탱크로 조명받고 있다.

이 전 지사는 안 지사의 최측근 ‘브레인’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2002년 ‘좌희정 우광재’라 불리며 노무현정부 탄생의 일등 공신이다. 최근 안 지사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이 전 지사는 캠프서 확고한 2인자군에 속하게 됐다.

중도·진보
흡수 뒤 연대?

이 때문에 안 지사가 대연정을 공론화하면서 이것이 여시재서 총괄 부원장으로 있는 이 전 지사와 계획된 교감 아래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인터넷 블로그에 ‘안희정의 배후는 여시재’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홍 전 회장 성향이 중도로 분류되는 만큼, 야권에 지지층이 쏠려 있는 민주당에서 중도 확장성을 가진 안 지사를 지지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홍 전 회장이 참여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지냈기 때문에 외교안보 전문가로서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홍 전 회장의 모친인 고 김윤남 여사의 출생지가 전남 목포라는 점에서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 대선후보 지원이 가능하다.

지난달 9일 전북 부안 대명리조트서 열린 원광학원 보직자 연수 특강서 홍 전 회장이 독일과 영국, 미국 등의 예를 들며 개헌과 대연정을 통합 대통합으로 국가 시스템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당론으로 정한 바른정당이나 자유한국당과의 협력도 가능하다.

홍 전 회장이 킹메이커로 나서서 자신이 힘을 실어준 정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차기 정부 국무총리에 발탁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홍 전 회장의 영향력은 대선판을 흔들 만큼 폭팔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서 “김대중정부서 세대교체를 위해 홍 전 회장을 국무총리로 임명하려고 했었다”며 “직접 출마를 하든 킹메이커가 되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진 분”이라고 평했다.

이렇게 정치권서 홍 전 회장의 향후 행보에 적잖이 신경을 쓰는 이유는 홍 전 회장이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저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싱크탱크 ‘리셋코리아(보수·진보가 함께하는 국가 개혁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월1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서 <중앙일보>와 JTBC의 국가개혁 프로젝트인 ‘리셋코리아 : 내가 바꾸는 대한민국’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날 홍 전 회장은 환영사에서 “‘이게 나라냐’ 하는 말이 어느새 유행어가 되었지만 한탄만 하고 있을 수가 없다”며 “고민 끝에 작은 결론을 내린 것이 바로 리셋코리아로 나라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정의화 전 국회의장, 성낙인 서울대학교 총장, 고은 시인 등 거물급 인사들이 리셋코리아 행사에 대거 참여했다. 리셋코리아를 만들면서 13개 분과를 설정하고 분과장까지 발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홍 전 회장이 사실상 내각체제를 만들어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다시 불거졌다.


홍 전 회장은 1949년 10월20일 서울 출생이다.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의 4남2녀 가운데 장남이다. 누나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아내다. 아래 남매들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홍라영 전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이다.

안희정과
연대설 솔솔

신직수 전 법무부장관의 장녀인 신연균 재단법인 아름지기 이사장과 결혼해 2남1녀를 뒀다. 장남 홍정도씨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중앙일보>·JTBC 공동대표 사장을 맡고 있다. 며느리 윤선영씨는 J콘텐트리M&B 경영총괄이다.

장녀는 홍정현씨로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인 허서홍 GS에너지 상무와 결혼했다. 차남 홍정인씨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신사업추진단 부단장 겸 휘닉스호텔앤드리조트 경영기획실장이다. 며느리는 박기범 전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의 차녀인 박연환씨다.

홍 전 회장은 1972년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3월 세계은행으로 파견나가 이코노미스트로 일했으며, 1978년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전두환정부서 대통령 비서실장 보좌관을 맡았다. 1985년에는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1986년 9월부터 1994년 4월까지 삼성코닝서 일하며 상무-전무-부사장으로 근무했다.

1994년부터 2003년까지 <중앙일보> 대표이사를 맡았다. 2003년에 <중앙일보> 회장으로 승진해 2005년까지 역임했다. 이때 ‘삼성 X파일 사건’이 터졌다. 홍 전 회장은 2005년 주미 한국대사로 임명되면서 정계진출을 시도했지만 이 사건으로 결국 자리서 물러났다.


홍 전 회장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부회장과 사적으로 만났다. 이 자리서 홍 전 회장과 이 본부장은 이회창 대선후보 측에 정치자금 100억원을 전달하는 문제와 검사 7명에게 ‘명절 떡값’을 돌리는 문제를 논의했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는 이 대화 내용을 도청해 녹음했는데 이 녹음파일이 삼성 X파일로 불렸다.

힘받는 대망론…대권 대열 합류?
아니면 다른 잠룡 도우미 역할?

2005년 7월 이상호 당시 MBC 기자(현 고발뉴스 기자)가 안기부의 녹음파일을 입수해 공개하면서 삼성의 비자금이 불법 정치자금이 사실로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홍 전 회장은 그해 2월에 주미 한국대사로 임명됐지만 9월에 물러났다. 주미대사 이후 유엔사무총장 진출을 추진했는데 그 자리는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장관에게 돌아갔다.

검찰은 삼성 X파일을 수사한 끝에 2005년 12월14일 홍 전 회장과 이 부회장을 불기소처분했다. 횡령혐의로 처벌하기 힘들고 뇌물공여 혐의도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것이다. 이때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홍 전 회장은 2006년 12월 <중앙일보> 회장으로 복귀했다.

홍 전 회장은 합리적 실용주의자로 평가받으며, 보수성향을 보이지만 외교와 통일문제 등을 놓고 다소 진보적 태도를 취해 예비 정치인으로서 강점으로 꼽힌다. 김대중정부 시절엔 스스로 햇볕정책 지지자라고 밝힌 적이 있다.

끈기 있고 인재를 귀하게 여기는 성격으로 손석희 JTBC 보도국 사장 영입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출간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서 손 사장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일화를 소개했다.

이 책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손 사장의 영입을 시도했다가 거절당하자 직접 찾아가 술자리를 연 끝에 전권위임을 조건으로 영입에 성공했다. 당시 심경을 “천하의 인재를 찾기 위해 제갈량의 초가를 찾았던 유비의 심정과 비유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끈기있는 성격
대선 변수되나

지난해 11월 22일 청와대서 홍 전 회장을 불러 손 사장의 퇴임을 요구했다고 <시사플러스>가 보도했다. 그러나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JTBC의 뉴스 프로그램인 <JTBC뉴스룸>은 보수 편향 일색의 방송계서 성역 없는 보도로 주목받았다. <JTBC뉴스룸>은 지상파 3사의 메인 뉴스와 비교해 시국 사건에 대해 더 공신력 있는 보도를 한다고 평가받았다. 2013년 <기자협회보>가 선정한 올해의 언론계 10대 뉴스의 하나로 ‘JTBC 뉴스의 돌풍’이 꼽히기도 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석희, 홍석현 보도는?

손석희 JTBC 보도국 사장이 “JTBC는 특정인을 위해 존재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의 사임 후 정계 진출 도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손 사장은 지난 20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앵커 브리핑 코너서 “지난 주말부터 여러 사람의 입길에 오르내렸는데, 무엇보다 우리가 그동안 견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진심이 오해되거나 폄훼되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라고 운을 뗐다. 홍 전 회장의 사임과 대선출마설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어 손 사장은 “우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명확하다. ‘우리는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이제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언론사로서, 그동안 특정 기업의 문제를 보도하거나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낼 때 고민이 없지 않았다. 예외 없이 반작용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시대가 바뀌어도 모두가 동의하는 교과서 그대로의 저널리즘은 옳은 것이며, (그것은)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해 존재하거나 복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18일 직원들에게 보낸 고별사를 통해 “회장직을 내놓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밝혔다. KBS, SBS등 공중파 방송사도 홍 전 회장의 사임을 보도하면서 비중있게 다뤘다. 그러나 같은 날 JTBC는 이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창>
 

<기사 속 기사> 홍석현 테마주는?

제이콘텐트리(036420)이 급등세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사임 표명과 대선출마설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오전 9시15분 현재 코스닥시장서 제이콘텐트리는 전일대비 9.09% 오른 4440원에 거래됐다.

지난 18일 홍 전 회장은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임 배경과 향후 행보를 둘러싸고 대선출마설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홍 전 회장이 대선에 나설지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홍 회장의 행보가 공식화되면 제이콘텐트리는 정치 테마주로 부각될 수 있다.

테마주는 대상과 큰 연관성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제이콘텐트리는 안랩과 마찬가지로 직접 관련성이 있는 만큼 대장 테마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제이콘텐트리가 정치 테마주로 떠오르는 것이 호재가 될지는 미지수다. 테마주로 주목받지 않아도 주가 반등을 기대할 만한 상황서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날 휘닉스소재도 홍 전 회장의 테마주로 분류되며 급등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휘닉스소재는 전일대비 21.1%(250원) 오른 1435원에 거래됐다. 거래량이 598만주를 상회하며 전일 거래량의 10배에 육박했다. 휘닉스소재는 홍 전 회장의 동생인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소유하고 있어 '홍석현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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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