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답 없는 이주영 자유한국당 대선기획단장

구원투수로 어게인 18대? 산 넘어 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독이 든 성배’라는 말이 있다. 보통 감독이나 단장처럼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무거운 책임과 비판을 함께 감수해야 하는 자리에 사용한다. 지난 15일 대선기획단장으로 임명된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 독배를 들이켰다. 자유한국당서 대선 후보 선출 예비경선에 등록한 후보만도 9명에 달한다. 이 단장은 지지율 1%도 안 되는 이른바 ‘잡룡’들과 대선 일정을 헤쳐 나가야 한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10일 오전 11시21분을 기해 ‘자연인’이 됐다. 그와 동시에 대선 시계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이틀 뒤인 12일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15일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 선거일을 5월9일로 확정해 발표했다. 일정에 따라 유불리를 따지는 등 숱한 말이 떠돌았던 상황이 종결되면서 정치권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 일정에 따라 출렁이기 시작했다.

결국 탄핵 인용
장미 대선 확정

가장 활발한 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진영이다.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세 후보의 지지율 합이 50%를 훌쩍 넘을 정도로 세가 뚜렷하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신청받은 민주당 경선 1차 선거인단 수는 163만여명에 이른다. 민주당은 당초 목표치였던 200만명을 넘어 최종 선거인단 수는 25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집권여당의 지위를 잃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지지율은 과거에 비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 1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MBN의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서 한국당의 지지율은 11.7%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전주 대비 3.0%포인트 오른 51.1%를 기록, 한국당과 격차는 무려 40%포인트에 달한다.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 이르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5위권 내에 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가 포진해 있을 뿐 같은 당 다른 후보들은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다. 1∼4위권이 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로 채워져 있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나마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황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다수의 후보가 지지율 1% 이하에서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낙마 이후 황 권한대행 옹립을 위해 애썼지만 그마저도 무산되면서 ‘춘추잡룡시대’에 접어들었다.

반파된 한국당서 대선 이끌 중책맡아
18대 기획단장 맡아 승리로 이끈 경험

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이런 상황서 대선기획단장으로 선임됐다. 한국당은 지난 15일 이 단장을 필두로 28명이 참여하는 대선기획단 구성안을 의결했다.

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대선기획단 임명장 수여식서 “예전 같으면 대선기획단이 이미 조직됐을 텐데 어려운 정치적 상황상 늦게 출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며 “이주영 단장은 18대 대선서도 기획단장을 맡아 승리로 이끈 경험과 경륜, 능력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든든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단장은 “18대 대선 당시 국민의 60% 이상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대선기획단서 전략을 잘 발전시키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책·공약을 잘 개발해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며 “실력 있는 후배분들이 많지만 워낙 촉박한 대선 일정이라 비대위원장의 간곡한 뜻을 받들어 막중한 소임을 맡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의 역량을 총결집시키면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며 “5월9일에는 기필코 우리 보수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바르게 살려내고 국민이 바라는 나라를 만드는 데 한 몸 바쳐서 당과 국민의 열망에 보답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 단장이 의지를 드러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일단 난립한 후보들을 추려 내기 위한 경선이 선결과제다. 한때 콘크리트로 불렸지만 지금은 다 무너진 지지층도 복구해야 한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탄핵 불복’을 시사하면서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여론을 되돌리지 않으면 대선에서 반전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 중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인물이 있어 차별화가 어려운 점도 한국당 입장에선 악재다.

지난 16일 한국당 경선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에 9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원유철·조경태·안상수·김진태 의원과 김관용 경북지사, 신용한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은 15일 후보등록을 마쳤고, 16일에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홍준표 경남지사,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등록했다.

타 정당보다 월등히 많은 후보자 수와 미미한 지지율 때문에 여기저기서 비아냥거림도 들리지만 한국당은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후보는 많은데
지지율 1% 이하

황 권한대행 출마 여부를 두고 삐걱거렸던 경선 룰은 간신히 봉합됐다. 황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경선 룰을 급하게 바꾼 것이다. 당초 한국당은 황 권한대행의 출마를 염두에 두고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을 늘렸을 뿐만 아니라 예비경선을 건너뛰고 바로 본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이른바 ‘황교안 룰’을 만들었다.

황교안 룰이 발표됐을 때 한국당 후보들은 특정 후보만을 위한 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 비대위는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로 적용 대상이 사라지자 다시 경선 룰을 바꾸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추가로 등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에 제일 반발이 심했다”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룰을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경선룰이 변경되자 반발했던 후보들의 등록이 잇따랐다.

한국당은 후보들의 정견발표를 진행한 후 여론조사를 거쳐 1차 컷오프로 6명의 후보를 걸러낸다. 이후 팟캐스트 토론회를 진행하고, 또다시 여론조사를 거쳐 20일에 본경선 후보 4명을 확정한다. 22일에는 4명의 후보가 부산(부산·울산·경남)과 대구(대구·경북)를 방문하고 23일에는 광주(호남)와 청주(충청)서 정견발표를 진행한다.
 

24일에는 서울(수도권·강원)을 찍는다. 26일에는 책임당원이 전국서 동시에 투표하고, 29일과 30일에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해 오는 31일, 전당대회서 최종 후보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책임당원 현장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5대5 비율로 반영된다. 경선 일정과 방식이 확정됐지만 한국당 후보들이 대선을 완주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경선에 등록한 후보 중 현재 재판 중이거나 예정인 후보들도 있기 때문이다. 홍 지사는 지난 2월 성완종 리스트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진행된 2심 재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동시에 홍 지사의 막말이 터져 나오면서 그의 이름이 언론 지상을 오르내렸다.

특히 문 전 대표를 가리켜 “지금 민주당 1등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란 표현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이후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해 “막말이 아니라 팩트”라고 주장했다.

후보 경선·단일화
대선까지 첩첩산중


막말로 존재감은 과시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홍 지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법원서 2심과 반대되는 판결이 나오면 홍 지사의 대권 도전은 사실상 끝이다. 이 때문에 홍 지사의 대선 출마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선도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 연세대서 진행된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합동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출마는 자유”라면서도 “홍준표 경남지사는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데 왜 출마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 김진태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국민 참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 사건의 쟁점은 ‘공약이행률 71.4%’라는 김 의원 측 주장이 법정서 검증될지 여부다. 김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선거구민 9만1158명에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이행평가 71.4%로 강원도 3위’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당의 대선후보 난립이 지방선거 등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인지도 쌓기 전략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단 출마해서 몸값을 대선주자급으로 올려놓으면 인지도 상승 등의 효과로 향후 정치 행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심산이다.

당 지지율이 10% 박스권에 갇혀 있고, 박 전 대통령과 선 긋기도 안 되는 상황서 이른바 지지율 바닥의 군소후보들이 각자 살길을 도모한다는 것. 또 당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대선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지도부의 보이지 않는 독려가 후보 난립에 영향을 끼쳤다는 말도 있다.

여러 역경을 거쳐 경선서 후보를 뽑으면 여전히 범보수 후보들과 단일화 문제가 남는다. 현 대선구도서 보수 후보들은 진보 후보들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에선 범보수 진영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서 어느 계파의 후보가 단일 후보로 되느냐에 따라 연대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소위 친박(친 박근혜)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면 연대는 물 건너가고, 비박(비 박근혜) 후보가 되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오래전부터 범보수 후보 단일화를 외쳤지만 “친박의 지원을 받는 후보와는 단일화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홍준표 경남지사와 보수후보 단일화에 응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탄핵에 반대하는 정치세력, 소위 말하는 친박들이 정리되지 않고 그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후보라면 단일화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자유한국당 자체가 헌재 결정에 대해서 어떻게 입장을 정리하고, 불복하는 세력을 어떻게 정리하는지 보고 단일화를 결정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 단장은 박근혜정부서 해양수산부장관을 맡아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어 통합이 필요할 때마다 거론되는 인사다. ‘관리형 대표’ 스타일이라 분열된 당을 재건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은 매번 나온다.

계파색 옅어 관리형 리더로 제격
후보 난립·지지율 바닥 첩첩산중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서울고법·부산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경남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16대 총선서 국회에 입성한 이후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서 수석정조위원장, 인권위원장, 정책위의장, 대선정책상활실장 등을 두루 맡았다. 현재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 중이다.

이 단장의 이름이 대중에 각인된 건 해양수산부장관 시절이다. 윤진숙 전 장관의 후임으로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이 단장은 217일간 진도 팽목항에 머물며 희생자·실종자 가족들과 함께했다. 당시 이 단장은 성실한 태도로 유가족들과 소통하면서 참사 수습에 최선을 다했다는 평을 받았다.

원내대표 네 번, 당 대표 한 번 등 당내 선거마다 번번이 패배해 당내 직책과 관련해서는 유독 운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19대 국회서 원내대표직에 두 번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2012년에는 이한구 의원에게, 2013년에는 최경환 의원에게 졌다. 2014년에도 출마를 준비했지만 해수부장관에 발탁되면서 경선에 나서지 못했다. 2015년에는 홍문종 의원과 짝을 이뤄 원내대표직에 도전했지만 유승민(원내대표)-원유철(정책위의장) 조에 밀렸다.

지난해 당 대표 선거서도 이정현 전 대표에게 밀려 낙선했다. 당시 이 단장은 선거 내내 ‘계파청산’을 외쳤지만 결국 그 ‘계파’의 벽을 넘지 못했다.

통합리더 거론
다시 대선승리?

이 단장은 2012년 박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현 한국당) 대선 후보로 당선됐을 때도 대선기획단장을 맡았다. 이후 선거전에 돌입한 이후에는 박 전 대통령의 특보단장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이 단장은 범친박계로 분류된다.

이미 판세가 기울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지율 격차가 큰 상황서 한국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박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무너진 보수층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내 복잡한 후보 구도를 정리하고 대외적으로는 범보수 단일화를 넘어 대선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 이 단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유한국당 대선기획단 리스트

지난 16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주영 의원에게 대선기획단장 임명장을 수여했다. 부단장은 신상진 의원이 맡았다. 대선기획단은 20여명의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이 참여해 대선 공약과 선거 전략을 짜는 임무를 맡는다. 대선기획단 구성을 완료한 한국당은 본격적인 대선 체제에 돌입했다.

대선기획단은 전략기획, 정책, 조직, 청년, 여성, 직능, 홍보, 미디어, 클린선거 등 9개 본부를 둔다. 각 본부는 10명의 본부장과 15명의 부본부장으로 구성됐다. 각 본부장에는 염동열 의원(전략기획), 이명수 의원(정책), 이성헌 전 의원(조직), 이양수 의원(청년), 이종욱 충북도의원(청년), 윤종필 의원(여성), 김정훈 의원(직능), 함진규 의원(홍보), 강효상 의원(미디어), 최교일 의원(클린선거)이 임명됐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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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