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답 없는 이주영 자유한국당 대선기획단장

구원투수로 어게인 18대? 산 넘어 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독이 든 성배’라는 말이 있다. 보통 감독이나 단장처럼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무거운 책임과 비판을 함께 감수해야 하는 자리에 사용한다. 지난 15일 대선기획단장으로 임명된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 독배를 들이켰다. 자유한국당서 대선 후보 선출 예비경선에 등록한 후보만도 9명에 달한다. 이 단장은 지지율 1%도 안 되는 이른바 ‘잡룡’들과 대선 일정을 헤쳐 나가야 한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10일 오전 11시21분을 기해 ‘자연인’이 됐다. 그와 동시에 대선 시계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이틀 뒤인 12일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15일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 선거일을 5월9일로 확정해 발표했다. 일정에 따라 유불리를 따지는 등 숱한 말이 떠돌았던 상황이 종결되면서 정치권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 일정에 따라 출렁이기 시작했다.

결국 탄핵 인용
장미 대선 확정

가장 활발한 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진영이다.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세 후보의 지지율 합이 50%를 훌쩍 넘을 정도로 세가 뚜렷하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신청받은 민주당 경선 1차 선거인단 수는 163만여명에 이른다. 민주당은 당초 목표치였던 200만명을 넘어 최종 선거인단 수는 25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집권여당의 지위를 잃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지지율은 과거에 비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 1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MBN의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서 한국당의 지지율은 11.7%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전주 대비 3.0%포인트 오른 51.1%를 기록, 한국당과 격차는 무려 40%포인트에 달한다.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 이르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5위권 내에 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가 포진해 있을 뿐 같은 당 다른 후보들은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다. 1∼4위권이 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로 채워져 있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나마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황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다수의 후보가 지지율 1% 이하에서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낙마 이후 황 권한대행 옹립을 위해 애썼지만 그마저도 무산되면서 ‘춘추잡룡시대’에 접어들었다.

반파된 한국당서 대선 이끌 중책맡아
18대 기획단장 맡아 승리로 이끈 경험

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이런 상황서 대선기획단장으로 선임됐다. 한국당은 지난 15일 이 단장을 필두로 28명이 참여하는 대선기획단 구성안을 의결했다.

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대선기획단 임명장 수여식서 “예전 같으면 대선기획단이 이미 조직됐을 텐데 어려운 정치적 상황상 늦게 출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며 “이주영 단장은 18대 대선서도 기획단장을 맡아 승리로 이끈 경험과 경륜, 능력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든든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단장은 “18대 대선 당시 국민의 60% 이상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대선기획단서 전략을 잘 발전시키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책·공약을 잘 개발해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며 “실력 있는 후배분들이 많지만 워낙 촉박한 대선 일정이라 비대위원장의 간곡한 뜻을 받들어 막중한 소임을 맡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의 역량을 총결집시키면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며 “5월9일에는 기필코 우리 보수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바르게 살려내고 국민이 바라는 나라를 만드는 데 한 몸 바쳐서 당과 국민의 열망에 보답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 단장이 의지를 드러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일단 난립한 후보들을 추려 내기 위한 경선이 선결과제다. 한때 콘크리트로 불렸지만 지금은 다 무너진 지지층도 복구해야 한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탄핵 불복’을 시사하면서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여론을 되돌리지 않으면 대선에서 반전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 중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인물이 있어 차별화가 어려운 점도 한국당 입장에선 악재다.

지난 16일 한국당 경선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에 9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원유철·조경태·안상수·김진태 의원과 김관용 경북지사, 신용한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은 15일 후보등록을 마쳤고, 16일에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홍준표 경남지사,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등록했다.

타 정당보다 월등히 많은 후보자 수와 미미한 지지율 때문에 여기저기서 비아냥거림도 들리지만 한국당은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후보는 많은데
지지율 1% 이하

황 권한대행 출마 여부를 두고 삐걱거렸던 경선 룰은 간신히 봉합됐다. 황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경선 룰을 급하게 바꾼 것이다. 당초 한국당은 황 권한대행의 출마를 염두에 두고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을 늘렸을 뿐만 아니라 예비경선을 건너뛰고 바로 본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이른바 ‘황교안 룰’을 만들었다.

황교안 룰이 발표됐을 때 한국당 후보들은 특정 후보만을 위한 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 비대위는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로 적용 대상이 사라지자 다시 경선 룰을 바꾸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추가로 등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에 제일 반발이 심했다”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룰을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경선룰이 변경되자 반발했던 후보들의 등록이 잇따랐다.

한국당은 후보들의 정견발표를 진행한 후 여론조사를 거쳐 1차 컷오프로 6명의 후보를 걸러낸다. 이후 팟캐스트 토론회를 진행하고, 또다시 여론조사를 거쳐 20일에 본경선 후보 4명을 확정한다. 22일에는 4명의 후보가 부산(부산·울산·경남)과 대구(대구·경북)를 방문하고 23일에는 광주(호남)와 청주(충청)서 정견발표를 진행한다.
 

24일에는 서울(수도권·강원)을 찍는다. 26일에는 책임당원이 전국서 동시에 투표하고, 29일과 30일에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해 오는 31일, 전당대회서 최종 후보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책임당원 현장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5대5 비율로 반영된다. 경선 일정과 방식이 확정됐지만 한국당 후보들이 대선을 완주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경선에 등록한 후보 중 현재 재판 중이거나 예정인 후보들도 있기 때문이다. 홍 지사는 지난 2월 성완종 리스트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진행된 2심 재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동시에 홍 지사의 막말이 터져 나오면서 그의 이름이 언론 지상을 오르내렸다.

특히 문 전 대표를 가리켜 “지금 민주당 1등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란 표현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이후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해 “막말이 아니라 팩트”라고 주장했다.

후보 경선·단일화
대선까지 첩첩산중


막말로 존재감은 과시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홍 지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법원서 2심과 반대되는 판결이 나오면 홍 지사의 대권 도전은 사실상 끝이다. 이 때문에 홍 지사의 대선 출마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선도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 연세대서 진행된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합동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출마는 자유”라면서도 “홍준표 경남지사는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데 왜 출마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 김진태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국민 참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 사건의 쟁점은 ‘공약이행률 71.4%’라는 김 의원 측 주장이 법정서 검증될지 여부다. 김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선거구민 9만1158명에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이행평가 71.4%로 강원도 3위’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당의 대선후보 난립이 지방선거 등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인지도 쌓기 전략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단 출마해서 몸값을 대선주자급으로 올려놓으면 인지도 상승 등의 효과로 향후 정치 행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심산이다.

당 지지율이 10% 박스권에 갇혀 있고, 박 전 대통령과 선 긋기도 안 되는 상황서 이른바 지지율 바닥의 군소후보들이 각자 살길을 도모한다는 것. 또 당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대선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지도부의 보이지 않는 독려가 후보 난립에 영향을 끼쳤다는 말도 있다.

여러 역경을 거쳐 경선서 후보를 뽑으면 여전히 범보수 후보들과 단일화 문제가 남는다. 현 대선구도서 보수 후보들은 진보 후보들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에선 범보수 진영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서 어느 계파의 후보가 단일 후보로 되느냐에 따라 연대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소위 친박(친 박근혜)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면 연대는 물 건너가고, 비박(비 박근혜) 후보가 되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오래전부터 범보수 후보 단일화를 외쳤지만 “친박의 지원을 받는 후보와는 단일화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홍준표 경남지사와 보수후보 단일화에 응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탄핵에 반대하는 정치세력, 소위 말하는 친박들이 정리되지 않고 그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후보라면 단일화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자유한국당 자체가 헌재 결정에 대해서 어떻게 입장을 정리하고, 불복하는 세력을 어떻게 정리하는지 보고 단일화를 결정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 단장은 박근혜정부서 해양수산부장관을 맡아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어 통합이 필요할 때마다 거론되는 인사다. ‘관리형 대표’ 스타일이라 분열된 당을 재건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은 매번 나온다.

계파색 옅어 관리형 리더로 제격
후보 난립·지지율 바닥 첩첩산중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서울고법·부산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경남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16대 총선서 국회에 입성한 이후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서 수석정조위원장, 인권위원장, 정책위의장, 대선정책상활실장 등을 두루 맡았다. 현재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 중이다.

이 단장의 이름이 대중에 각인된 건 해양수산부장관 시절이다. 윤진숙 전 장관의 후임으로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이 단장은 217일간 진도 팽목항에 머물며 희생자·실종자 가족들과 함께했다. 당시 이 단장은 성실한 태도로 유가족들과 소통하면서 참사 수습에 최선을 다했다는 평을 받았다.

원내대표 네 번, 당 대표 한 번 등 당내 선거마다 번번이 패배해 당내 직책과 관련해서는 유독 운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19대 국회서 원내대표직에 두 번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2012년에는 이한구 의원에게, 2013년에는 최경환 의원에게 졌다. 2014년에도 출마를 준비했지만 해수부장관에 발탁되면서 경선에 나서지 못했다. 2015년에는 홍문종 의원과 짝을 이뤄 원내대표직에 도전했지만 유승민(원내대표)-원유철(정책위의장) 조에 밀렸다.

지난해 당 대표 선거서도 이정현 전 대표에게 밀려 낙선했다. 당시 이 단장은 선거 내내 ‘계파청산’을 외쳤지만 결국 그 ‘계파’의 벽을 넘지 못했다.

통합리더 거론
다시 대선승리?

이 단장은 2012년 박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현 한국당) 대선 후보로 당선됐을 때도 대선기획단장을 맡았다. 이후 선거전에 돌입한 이후에는 박 전 대통령의 특보단장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이 단장은 범친박계로 분류된다.

이미 판세가 기울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지율 격차가 큰 상황서 한국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박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무너진 보수층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내 복잡한 후보 구도를 정리하고 대외적으로는 범보수 단일화를 넘어 대선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 이 단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유한국당 대선기획단 리스트

지난 16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주영 의원에게 대선기획단장 임명장을 수여했다. 부단장은 신상진 의원이 맡았다. 대선기획단은 20여명의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이 참여해 대선 공약과 선거 전략을 짜는 임무를 맡는다. 대선기획단 구성을 완료한 한국당은 본격적인 대선 체제에 돌입했다.

대선기획단은 전략기획, 정책, 조직, 청년, 여성, 직능, 홍보, 미디어, 클린선거 등 9개 본부를 둔다. 각 본부는 10명의 본부장과 15명의 부본부장으로 구성됐다. 각 본부장에는 염동열 의원(전략기획), 이명수 의원(정책), 이성헌 전 의원(조직), 이양수 의원(청년), 이종욱 충북도의원(청년), 윤종필 의원(여성), 김정훈 의원(직능), 함진규 의원(홍보), 강효상 의원(미디어), 최교일 의원(클린선거)이 임명됐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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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