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답 없는 이주영 자유한국당 대선기획단장

구원투수로 어게인 18대? 산 넘어 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독이 든 성배’라는 말이 있다. 보통 감독이나 단장처럼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무거운 책임과 비판을 함께 감수해야 하는 자리에 사용한다. 지난 15일 대선기획단장으로 임명된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 독배를 들이켰다. 자유한국당서 대선 후보 선출 예비경선에 등록한 후보만도 9명에 달한다. 이 단장은 지지율 1%도 안 되는 이른바 ‘잡룡’들과 대선 일정을 헤쳐 나가야 한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10일 오전 11시21분을 기해 ‘자연인’이 됐다. 그와 동시에 대선 시계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이틀 뒤인 12일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15일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 선거일을 5월9일로 확정해 발표했다. 일정에 따라 유불리를 따지는 등 숱한 말이 떠돌았던 상황이 종결되면서 정치권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 일정에 따라 출렁이기 시작했다.

결국 탄핵 인용
장미 대선 확정

가장 활발한 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진영이다.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세 후보의 지지율 합이 50%를 훌쩍 넘을 정도로 세가 뚜렷하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신청받은 민주당 경선 1차 선거인단 수는 163만여명에 이른다. 민주당은 당초 목표치였던 200만명을 넘어 최종 선거인단 수는 25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집권여당의 지위를 잃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지지율은 과거에 비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 1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MBN의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서 한국당의 지지율은 11.7%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전주 대비 3.0%포인트 오른 51.1%를 기록, 한국당과 격차는 무려 40%포인트에 달한다.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 이르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5위권 내에 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가 포진해 있을 뿐 같은 당 다른 후보들은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다. 1∼4위권이 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로 채워져 있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나마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황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다수의 후보가 지지율 1% 이하에서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낙마 이후 황 권한대행 옹립을 위해 애썼지만 그마저도 무산되면서 ‘춘추잡룡시대’에 접어들었다.

반파된 한국당서 대선 이끌 중책맡아
18대 기획단장 맡아 승리로 이끈 경험

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이런 상황서 대선기획단장으로 선임됐다. 한국당은 지난 15일 이 단장을 필두로 28명이 참여하는 대선기획단 구성안을 의결했다.

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대선기획단 임명장 수여식서 “예전 같으면 대선기획단이 이미 조직됐을 텐데 어려운 정치적 상황상 늦게 출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며 “이주영 단장은 18대 대선서도 기획단장을 맡아 승리로 이끈 경험과 경륜, 능력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든든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단장은 “18대 대선 당시 국민의 60% 이상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대선기획단서 전략을 잘 발전시키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책·공약을 잘 개발해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며 “실력 있는 후배분들이 많지만 워낙 촉박한 대선 일정이라 비대위원장의 간곡한 뜻을 받들어 막중한 소임을 맡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의 역량을 총결집시키면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며 “5월9일에는 기필코 우리 보수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바르게 살려내고 국민이 바라는 나라를 만드는 데 한 몸 바쳐서 당과 국민의 열망에 보답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 단장이 의지를 드러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일단 난립한 후보들을 추려 내기 위한 경선이 선결과제다. 한때 콘크리트로 불렸지만 지금은 다 무너진 지지층도 복구해야 한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탄핵 불복’을 시사하면서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여론을 되돌리지 않으면 대선에서 반전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 중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인물이 있어 차별화가 어려운 점도 한국당 입장에선 악재다.

지난 16일 한국당 경선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에 9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원유철·조경태·안상수·김진태 의원과 김관용 경북지사, 신용한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은 15일 후보등록을 마쳤고, 16일에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홍준표 경남지사,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등록했다.

타 정당보다 월등히 많은 후보자 수와 미미한 지지율 때문에 여기저기서 비아냥거림도 들리지만 한국당은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후보는 많은데
지지율 1% 이하

황 권한대행 출마 여부를 두고 삐걱거렸던 경선 룰은 간신히 봉합됐다. 황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경선 룰을 급하게 바꾼 것이다. 당초 한국당은 황 권한대행의 출마를 염두에 두고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을 늘렸을 뿐만 아니라 예비경선을 건너뛰고 바로 본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이른바 ‘황교안 룰’을 만들었다.

황교안 룰이 발표됐을 때 한국당 후보들은 특정 후보만을 위한 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 비대위는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로 적용 대상이 사라지자 다시 경선 룰을 바꾸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추가로 등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에 제일 반발이 심했다”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룰을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경선룰이 변경되자 반발했던 후보들의 등록이 잇따랐다.

한국당은 후보들의 정견발표를 진행한 후 여론조사를 거쳐 1차 컷오프로 6명의 후보를 걸러낸다. 이후 팟캐스트 토론회를 진행하고, 또다시 여론조사를 거쳐 20일에 본경선 후보 4명을 확정한다. 22일에는 4명의 후보가 부산(부산·울산·경남)과 대구(대구·경북)를 방문하고 23일에는 광주(호남)와 청주(충청)서 정견발표를 진행한다.
 

24일에는 서울(수도권·강원)을 찍는다. 26일에는 책임당원이 전국서 동시에 투표하고, 29일과 30일에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해 오는 31일, 전당대회서 최종 후보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책임당원 현장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5대5 비율로 반영된다. 경선 일정과 방식이 확정됐지만 한국당 후보들이 대선을 완주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경선에 등록한 후보 중 현재 재판 중이거나 예정인 후보들도 있기 때문이다. 홍 지사는 지난 2월 성완종 리스트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진행된 2심 재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동시에 홍 지사의 막말이 터져 나오면서 그의 이름이 언론 지상을 오르내렸다.

특히 문 전 대표를 가리켜 “지금 민주당 1등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란 표현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이후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해 “막말이 아니라 팩트”라고 주장했다.

후보 경선·단일화
대선까지 첩첩산중


막말로 존재감은 과시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홍 지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법원서 2심과 반대되는 판결이 나오면 홍 지사의 대권 도전은 사실상 끝이다. 이 때문에 홍 지사의 대선 출마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선도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 연세대서 진행된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합동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출마는 자유”라면서도 “홍준표 경남지사는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데 왜 출마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 김진태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국민 참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 사건의 쟁점은 ‘공약이행률 71.4%’라는 김 의원 측 주장이 법정서 검증될지 여부다. 김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선거구민 9만1158명에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이행평가 71.4%로 강원도 3위’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당의 대선후보 난립이 지방선거 등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인지도 쌓기 전략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단 출마해서 몸값을 대선주자급으로 올려놓으면 인지도 상승 등의 효과로 향후 정치 행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심산이다.

당 지지율이 10% 박스권에 갇혀 있고, 박 전 대통령과 선 긋기도 안 되는 상황서 이른바 지지율 바닥의 군소후보들이 각자 살길을 도모한다는 것. 또 당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대선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지도부의 보이지 않는 독려가 후보 난립에 영향을 끼쳤다는 말도 있다.

여러 역경을 거쳐 경선서 후보를 뽑으면 여전히 범보수 후보들과 단일화 문제가 남는다. 현 대선구도서 보수 후보들은 진보 후보들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에선 범보수 진영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서 어느 계파의 후보가 단일 후보로 되느냐에 따라 연대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소위 친박(친 박근혜)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면 연대는 물 건너가고, 비박(비 박근혜) 후보가 되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오래전부터 범보수 후보 단일화를 외쳤지만 “친박의 지원을 받는 후보와는 단일화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홍준표 경남지사와 보수후보 단일화에 응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탄핵에 반대하는 정치세력, 소위 말하는 친박들이 정리되지 않고 그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후보라면 단일화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자유한국당 자체가 헌재 결정에 대해서 어떻게 입장을 정리하고, 불복하는 세력을 어떻게 정리하는지 보고 단일화를 결정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 단장은 박근혜정부서 해양수산부장관을 맡아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어 통합이 필요할 때마다 거론되는 인사다. ‘관리형 대표’ 스타일이라 분열된 당을 재건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은 매번 나온다.

계파색 옅어 관리형 리더로 제격
후보 난립·지지율 바닥 첩첩산중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서울고법·부산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경남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16대 총선서 국회에 입성한 이후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서 수석정조위원장, 인권위원장, 정책위의장, 대선정책상활실장 등을 두루 맡았다. 현재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 중이다.

이 단장의 이름이 대중에 각인된 건 해양수산부장관 시절이다. 윤진숙 전 장관의 후임으로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이 단장은 217일간 진도 팽목항에 머물며 희생자·실종자 가족들과 함께했다. 당시 이 단장은 성실한 태도로 유가족들과 소통하면서 참사 수습에 최선을 다했다는 평을 받았다.

원내대표 네 번, 당 대표 한 번 등 당내 선거마다 번번이 패배해 당내 직책과 관련해서는 유독 운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19대 국회서 원내대표직에 두 번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2012년에는 이한구 의원에게, 2013년에는 최경환 의원에게 졌다. 2014년에도 출마를 준비했지만 해수부장관에 발탁되면서 경선에 나서지 못했다. 2015년에는 홍문종 의원과 짝을 이뤄 원내대표직에 도전했지만 유승민(원내대표)-원유철(정책위의장) 조에 밀렸다.

지난해 당 대표 선거서도 이정현 전 대표에게 밀려 낙선했다. 당시 이 단장은 선거 내내 ‘계파청산’을 외쳤지만 결국 그 ‘계파’의 벽을 넘지 못했다.

통합리더 거론
다시 대선승리?

이 단장은 2012년 박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현 한국당) 대선 후보로 당선됐을 때도 대선기획단장을 맡았다. 이후 선거전에 돌입한 이후에는 박 전 대통령의 특보단장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이 단장은 범친박계로 분류된다.

이미 판세가 기울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지율 격차가 큰 상황서 한국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박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무너진 보수층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내 복잡한 후보 구도를 정리하고 대외적으로는 범보수 단일화를 넘어 대선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 이 단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유한국당 대선기획단 리스트

지난 16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주영 의원에게 대선기획단장 임명장을 수여했다. 부단장은 신상진 의원이 맡았다. 대선기획단은 20여명의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이 참여해 대선 공약과 선거 전략을 짜는 임무를 맡는다. 대선기획단 구성을 완료한 한국당은 본격적인 대선 체제에 돌입했다.

대선기획단은 전략기획, 정책, 조직, 청년, 여성, 직능, 홍보, 미디어, 클린선거 등 9개 본부를 둔다. 각 본부는 10명의 본부장과 15명의 부본부장으로 구성됐다. 각 본부장에는 염동열 의원(전략기획), 이명수 의원(정책), 이성헌 전 의원(조직), 이양수 의원(청년), 이종욱 충북도의원(청년), 윤종필 의원(여성), 김정훈 의원(직능), 함진규 의원(홍보), 강효상 의원(미디어), 최교일 의원(클린선거)이 임명됐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