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살같은 특검’ 90일 총결산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3.06 10:27:16
  • 호수 1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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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턱밑까지 역대급 칼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90일간의 특검수사가 막을 내렸다. 정권 실세들을 줄줄이 구속시켰다. 무엇보다 성역이라 불렸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시키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특검 수사 기간이 연장되지 않아 아직 수사가 미진한 부역자들을 엄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특검팀이 지난달 28일을 끝으로 90일 만에 해체됐다. 지난달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측은 이날 오전 공식 브리핑을 통해 “황 권한대행이 특검연장을 불수용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공식발표했다. 황 권한대행의 연장 불승인에 따라 특검팀도 종료 수순에 돌입했다.

역대 특검 중
단연 최고 평가

특검팀은 박근혜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원하는 국민의 압도적 지지 속에 지난해 12월1일 출범했다. 특검팀은 특검 외에 특검보 4명, 파견 검사 20명, 특별수사관 40명, 검찰수사관과 파견 공무원 40명 등 105명에 달해 ‘블록버스터 특검’이란 평을 들었다.

이 뿐만 아니라 윤석열 수사팀장(58·사법연수원 23기)과 한동훈(44·사법연수원 27기) 등 검찰 대표적 ‘특수통’들을 비롯해 공인회계사 출신인 이복현(45·사법연수원 32기) 검사 등 수사력과 전문성을 갖춘 에이스들이 모여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의혹들을 파헤쳤다. 지난 11번의 특검팀과 비교할 때 성과도 뚜렷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12월1일 황 권한대행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면서 첫발을 뗐다.


특검팀은 지난해 12월6일 3만5000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으면서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 범위와 기록이 방대한 만큼 시간이 촉박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초기부터 특검팀은 상당히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김기춘, 안종범, 정호성…
정권 실세들 줄줄이 구속

특검팀은 그간 뇌물죄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수사의 중심축으로 뒀다. 이 외에도 정유라씨 이화여대 입시비리, 비선 진료 의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도 동시다발 수사를 벌였다. 뇌물죄 수사의 핵심은 삼성그룹이었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는 데 중심축 역할을 담당했고, 최순실씨 일가에 가장 적극적으로 뇌물을 건넸다.

이후 현재까지 전·현직 장관급 인사 5명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 13명을 구속하고 13명을 기소하는 성과를 남겼다.
 

특검팀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시작으로 13명을 재판에 넘겼다. 최씨 딸 정씨의 부정입학 등 특혜 의혹과 관련해 남궁곤 이화여대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 류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를 구속기소했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과 관련해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종덕·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또 최씨의 단골 성형외과 원장인 김영재씨의 부인이자 의료용품업체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인 박채윤씨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성과 뚜렷
한계도 또렷

하지만 삼성 수사과정엔 위기가 있었다. 특검팀은 1월16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19일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특검팀의 수사동력이 급격히 휘청이며 최대 위기로 꼽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특검은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수사대상을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으로 넓혔다. 이때 특검팀은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 자체를 뇌물의 대가로 판단하면서 보다 수사를 확대했다.

1월20일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대한승마협회 부회장), 같은달 25일 김종중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 김신 삼성물산 사장이 소환됐다. 2월8일에는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을 불렀고, 다음날인 9일에는 뇌물수수자로 지목된 최순실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달 13일 특검은 이 부회장을  재소환한 뒤 14일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면서 승부수를 띄웠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삼성그룹의 총수가 처음으로 구속되는 순간이자, 뇌물죄 수사의법리적 소명에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신호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도 뇌물죄 부문과 함께 특검팀이 가장 공들인 수사로 꼽힌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정부에 비우호적인 문화계 인사 약 1만명의 명단을 적은 문서를 일컫는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수사로 김 전 비서실장, 조 전 장관 등 5명을 구속했다. 구속자의 숫자는 이화여대 입시비리와 같지만, 블랙리스트 수사로 구속된 인물들은 모조리 전·현직 장관급이라는 점에서 질적 차이가 있다.

수사기간 내내 특검팀은 거의 매일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을 조사하며 수사에 힘을 쏟았다. 블랙리스트 수사 대상에는 전·현직 청와대, 문체부 고위공무원들이 오르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28일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울 소환 조사했고,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지난해 12월29일), 김희범 전 문체부 제1차관(지난해 12월31일), 유동훈 문체부 2차관 소환 조사(1월3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1월7일), 김 전 장관, 김 전 수석(1월8일)을 순서대로 불렀다.

이후 특검팀은 1월17일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장관을 소환조사한 뒤 각각 직권남용, 위증 등의 혐의로 이들을 구속했다. 특검팀은 이 수사를 통해 박근혜정부가 조직적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들을 관리한 사실을 파악했다. 그 꼭짓점에는 박근혜정부의 실세였던 김 전 비서실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하는 영화제나 영화관은 정부지원 사업서 배제를 지시했다. 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세계적 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도 블랙리스트에 올라야 했다.

비선 진료 의혹도 상당부분 성과를 냈다. 특검팀은 비선 진료 의혹 수사과정서 최씨의 단골 성형외과 의사인 김영재 원장이 박 대통령에게 필러와 보톡스 등 수차례에 걸쳐 미용 시술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김 원장에게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국회서 위증한 혐의 등도 포함해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또 안 전 청와대 수석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씨를 구속했다.

국민적 관심
우병우 놓쳐

이처럼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 불발로 핵심 수사 대상인 박 대통령은 전혀 건드리지 못한 채 수사를 마친 게 대표적 한계다.

삼성 말고 다른 대기업들도 박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이 불거졌으나 특검팀의 ‘삼성 올인’ 전략에 손대지 못했다. SK·롯데·CJ 등 다른 재벌그룹들에 대한 수사는 향후 검찰이 넘겨받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비서실장과 나란히 ‘법꾸라지’로 지목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 역시 ‘옥에 티’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을 소환조사한 뒤 직권남용과 특별감찰관법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서 기각했다. 법원은 “혐의 소명이 불충분하고 일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규명도 미흡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16일 박 대통령이 비선진료를 받았는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박 대통령의 비선진료에 깊이 관여한 단서를 잡고 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날 “수집된 증거에 비춰볼 때 구속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숨 가쁘게 달려 막내린 수사
뇌물·블랙리 기소 20명 넘어

특검팀이 수사 기간 종료를 하루 앞두고 박 대통령 대면조사 무산 경위도 언론에 공개했다. 특검팀이 요구한 조사 전 과정의 녹음·녹화를 청와대가 거부한 것이 조사 불발의 핵심 원인이라는 게 특검팀 설명이다.
특검팀이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을 위해 법원서 발부받은 영장은 지난달 28일까지 유효했지만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법원에 반환했다. 특검팀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 체계 정비를 국회에 촉구했다.

특검팀의 수사가 종료됨에 따라 풀어야할 과제도 막중하다. 특검팀은 이제 90일간의 수사기록을 검찰에 넘긴다. 원활한 인수인계를 위해 잔류 파견 검사 규모 등에 대한 협의도 벌여야 한다.

이번 특검은 여느 특검보다 많은 수사대상과 많은 피고인을 떠맡은 만큼 수사기간보다 더 긴 공소유지 여정이 남았다.

법무부가 현재 특검에 파견된 인력에 대해 복귀 결정을 내리면 이들은 검찰로 돌아가야 한다. 역대 특검은 대부분 수사 기간 종료 후 파견인력이 곧바로 복귀했다. 이럴 경우 특검팀은 수십 건에 달하는 재판의 공소유지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특검팀은 수사 대상과 기록이 방대하고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만큼 공소유지 인력으로 파견 검사 20명의 절반 수준인 10명 정도가 잔류하길 희망하고 있다. 수사 준비 기간을 포함해 모두 90일 동안 관련 사건을 파헤쳤던 검사들이 재판에 참여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바통 받은
검찰로 시선

이규철 특검보도 브리핑서 “파견 검사의 잔류 여부가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유지에 필수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파견 검사가 없다면) 삼성 뇌물 의혹 사건과 관련해 발언할 수 있는 사람이 특별검사보 한 명만 남게 된다”며 “특검보 혼자서 (삼성 측) 변호사 수십 명과 상대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법무부에 검사 파견을 연장해달라는 요청을 보내 둔 상태다. 하지만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특검 연장 거부’ 황교안 탄핵 가능성은?

현행 헌법상 국무총리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탄핵소추가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탄핵을 추진할 경우 총 166석으로, 바른정당이 참여하지 않아도 정족수를 충족할 수 있다. 게다가 무소속 의원 7명 중 야권 성향의 5명 의원이 참여할 경우 171석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탄핵소추 정족수를 국무총리 기준으로 할지 대통령 기준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헌법 65조 제1항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정의한다. 따라서 황 대행에 대한 탄핵의 기준을 ‘대통령 탄핵’으로 해석할 경우, 200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첫 단추부터 법적 해석이 필요하다. 또 본회의 개회를 위해서는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탄핵안을 보고하고 72시간 이내 투표가 이뤄지려면 두 차례의 본회의가 필요하다. 자유한국당이 야4당 합의 사안인 3월 임시국회 본회의 일정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황 대행에 대한 탄핵은 의결 시도조차 못할 수도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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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