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없는 대통령상 '왜?'

잔치해도 모자랄 판에 ‘쉬~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레임덕(임기 말 지도자의 권위가 약해지는 현상)’은 임기 만료를 앞둔 공직자에게 거의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처럼 마지막까지 국민에게 높은 지지를 받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박근혜 대통령을 덮친 레임덕은 그 속도와 크기가 ‘쓰나미’급이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드러난 박근혜정부의 실체에 모든 권위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난해 7월 처음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관련 보도가 나왔을 때만 해도 지금 상황을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첫 불씨는 작았지만 여기저기서 쏟아붓는 기름과 장작 탓에 불길은 크게 타올랐다. 1000만 시민이 광장에 모여 대통령 탄핵을 외쳤고, 그 목소리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로 귀결됐다.

권위 땅에 떨어져

탄핵안 가결로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는 즉시 정지됐고 대통령으로서 모든 권한 역시 상실했다. 탄핵안 가결 이전에도 조금씩 잃어가던 대통령의 권위는 지난해 12월9일을 기점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권위의 소멸은 모든 언행의 힘을 앗아갔다.

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서 하는 말은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했고, 모든 행동에는 조롱과 비판이 뒤따랐다. 대통령의 이름으로 주는 모든 표창 역시 그 무게를 느낄 수 없었다.

정부 표창 규정에 따르면 표창은 공적에 대한 표창인 포상과 성적에 대한 표창인 시상으로 나뉜다. 포상에는 대통령표창·국무총리표창·기관장표창이 있고, 시상은 대통령상·국무총리상·기관장상이 있다.


포상은 성실한 직무 수행 등으로 국가 또는 사회 발전에 기여한 경우나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통해 국민 복지 증진에 도움이 된 경우 수여한다. 시상은 정부 각 기관이 실시하는 각종 교육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경우에 준다. 포상이나 시상에서 대통령표창과 대통령상이 가장 큰 권위를 지닌다.

지난해 11월 열린 ‘2016 대한민국 게임대상’서 모바일 게임분야 우수상을 수상한 이원술 로이게임즈 대표는 대통령상에 대해 뼈 있는 말을 던졌다.

모바일게임 ‘화이트데이’로 상을 탄 그는 이날 수상 소감서 “사실 더 좋은 상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그런데 그 상이 대통령상이더라. 그 상을 받지 않고 이 상에도 충분히 만족하게 해주신 현재의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당시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이 하나둘씩 사실로 밝혀지고 있던 때였다. 시상식에 모인 사람들은 이 대표의 일침에 박수를 보냈다.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 대상 수상자에게는 대통령상과 상금 1000만원이 주어졌다.

우수상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탄 이 대표의 대통령상을 받지 않아 기쁘다는 소감은 대통령의 이름으로 주는 상의 권위가 바닥까지 추락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대통령 직무정지로 대통령상에 권한대행의 이름을 새겨 수상자에게 수여하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다. 지난해 12월26일 미래창조과학부는 ‘대통령 과학 장학생’으로 선정된 학생을 초청해 메달을 수여했다.

탄핵 이후에도 여기저기 수여
수상하고도 숨기는 기업 있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제14회 대통령 과학 장학생 메달’ 사진에는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황교안’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누리꾼들은 메달 인증 사진을 두고 희귀한 물건을 가리키는 인터넷 용어인 ‘레어템’이라고 칭하며 웃음과 씁쓸함이 뒤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후에도 대통령상 수상자는 꾸준히 나왔다. 경남 양산시는 행정자치부 등이 주관한 제13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경영대전 환경관리 분야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시상식서 양산시는 2015∼2016년에 추진한 환경관리시책을 주요 내용으로 환경관리 분야에 응모, 평가 항목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아 최고의 행정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을 받았다. 같은 시상식서 전남 구례군도 대통령상을 받았다.

구례군은 친환경 식품 가공 유통단지인 구례자연드림파크 조성 이후 발전상을 소개해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의 훌륭한 모델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12월21일 aT센터서 개최한 대한민국 우수품종상 시상식에선 ‘필립’이라는 장미 품종이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우수품종상은 ‘종자업계의 장영실상’으로 불릴 만큼 업계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최고상을 받은 필립은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품종으로 가시가 없고 화려한 색상이 특징이다. 현재 9억4000만원 상당의 로열티를 받고 13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12월13일에는 LG전자의 ‘LG 시그니처 올래드 TV’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2016 우수디자인’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수상 감추기도

박 대통령을 향한 실망감이 한창 커질 무렵, 몇몇 공직자들은 박근혜정부서 받은 훈장이나 표창을 감췄다고 한다. 40여년간 교직 생활을 했던 최모씨는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진열장서 훈장을 치웠다”고 고백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대통령상 수상 사실을 숨기는 기업도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의 방증으로 나타난 ‘박근혜 흔적 지우기’처럼 기업 이미지에 도움 될 게 없는 대통령상 수상 사실을 감추는 것이다. 해당 기업은 대통령상을 수상하고도 보도자료 한 줄 내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상 반납하겠습니다”


대통령상을 반납하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주인공은 40년간 유리 시공 사업을 해온 JSK글래스의 김정식 대표.

김 대표는 2015년 11월 ‘2015 대한민국 기술안전대상(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그에게 대통령상을 안긴 제품은 ‘JSK 고정형 유리 파쇄기’로 2014년 4월16일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하며 발명한 것이다.

제품은 선박, 자동차, 열차, 지하철 등이 침수와 화재 등 재난에 휩싸였을 때 장착된 안전핀을 제거, 레버를 돌려 강화유리를 깨고 탈출하도록 고안된 도구다. 김 대표는 세월호참사 당시 선체에 갇힌 아이들이 유리문을 두드리는 모습을 보고 ‘뭔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2개월간 침식도 잊고 작업에 매달린 끝에 제품을 개발한 김 대표는 대통령상을 받게 됐을 때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대통령상을 반납하고 싶다고 나서게 된 것.

작은 기술이지만 세월호참사 같은 비극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던 그는 기업이나 부처 어느 곳에서도 기술을 상용화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제품을 상용화 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국가나 사회에 기여한 바가 전혀 없으니 상을 반납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한 언론과 인터뷰서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는 게 한국 정부”라며 “우리 정부는 상만 주고 그냥 땡이다”라고 비판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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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